※ 알아두면 쓸데있는 어류 이야기, 그 일곱 번째는 평소 생선회를 먹으면서 궁금했던 것. 도대체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가? 입니다.

 

 

도미(참돔), 광어로 구성된 흰살생선회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독자적인 생선회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활어회와 선어회 문화, 많이 들어보셨죠? 이 활어회와 선어회 문화에는 횟감의 성질이 깊게 관여한다는 사실! 그렇다면 횟감의 성질이란 무엇일까요?

 

'흰살생선회'와 '붉은살생선회'란 말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쫄깃쫄깃 씹히는 흰살생선회를 선호하고, 일본인들은 부드러우면서 풍미가 진한 붉은살생선회를 선호합니다. 여기까지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죠. 

 

그런데 붉은살생선회라고 전부 붉은색을 띠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흰살생선이라고 해서 모두 흰 살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눈으로 보고 색으로서 판별하지만, 실제로는 흰살생선회와 붉은살생선회를 나누는 기준이 있습니다.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나누는 기준, 무엇이 있을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횟집에서 흰살과 붉은살을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사진 1> 점성어의 모습

 

#.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의 차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점성어를 예로 들겠습니다. 점성어의 표준명은 홍민어지만, 꼬리에 점이 있다고 해서 보통은 점성어라 부릅니다. 점성어를 회로 썰면 <사진 1>과 같은 모습입니다.

 

생선은 근육과 껍질 사이에 혈합육이 붙어 있습니다. 이 혈합육은 생선회 종류에 따라 고유한 색을 지닙니다. 엷은 갈색부터 붉은색, 선홍색 등 대게 붉은색 계열이라 혈합육이 깎이지 않게 깔끔히 포 떠서 썰면 그 생선회는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다만, 일반 소비자의 눈에는 전반적인 빛깔이 붉으니 붉은살생선회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사진 1>의 점성어는 흰살생선회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붉은색이 더 많이 보입니다. 앞서 말한 붉은색 혈합육을 가졌기 때문도 있지만, 피를 잘못 빼서 살에 핏기가 흡수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나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운동량입니다.'

 

 

<사진 2> 붉은살생선회의 대표주자인 참치회

 

'회유성'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회유는 산란과 번식을 위해 이동과 월동을 반복하는 겁니다. 적게는 수십 km부터 많게는 수천 km에 이르기까지 이동하는데 그중에는 대양을 이동할 만큼 폭넓은 회유성을 가진 어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참치가 있죠.

 

일반적으로 참치는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등을 통칭한 이름입니다. 참치는 종류에 따라 동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부레가 없고, 눈다랑어처럼 부레가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만큼 퇴화하었기 때문에 쉴 새 없이 헤엄쳐야 합니다. 심지어 잘 때도 가수면 상태에서 헤엄치기 때문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와도 같죠. 그렇게 생각하자니 우리네 아빠들과도 닮았네요. (괜히 시무룩 ㅠㅠ)

 

 

운동량이 많으면 그만큼 산소 요구량도 많아집니다. 산소 요구량이 많아질수록 적색 단백질 세포인 *미오글로빈 함량도 높게 나타나는 것.

 

※ 미오글로빈

근세포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과 비슷한 헴단백질로 적색 색소를 함유하고 있어 조류나 포유류의 근육을 붉게 염색하는 물질이다. 아미노산 잔기 153개로 이루어지는 단일의 폴리펩티드 사슬과 2가의 철을 함유하는 1개의 헴으로 이루어진다. (참고 자료 : 네이버 두산백과)

 

 

미오글로빈은 붉은 육류에서 많이 나타난다

 

한 예로 미오글로빈은 소고기 같은 붉은 육류에도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고기 스테이크에 고인 육즙은 미세한 핏물(헤모글로빈)도 있지만, 대부분 미오글로빈이라는 붉은색 색소 세포와 수분의 결합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고기 육즙을 핏물로만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붉은살생선회에 속하는 전어회

 

붉은살생선이라고 해서 무조건 빨간 살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참치보다 체구가 월등히 작고 회유 폭도 좁은 전어는 상대적으로 붉은빛이 덜합니다. 그런데도 전어가 붉은살생선회인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참치, 고등어와 비슷한 진화과정을 겪었고, 쉴새 없이 움직여 산소를 받아들이는 습성까지 닮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근육에 미오글로빈 함량이 일정 수치 이상 높게 나타나면 붉은살생선이라 할 수 있는 것.

 

전어는 청어과에 속한 어류인데 여기에는 대장인 청어를 비롯해 밴댕이, 반지, 정어리, 멸치 등이 포함됩니다. 모두 쉴새 없이 헤엄치는 어류죠. 반대로 흰살생선에 속하는 돔 종류나 우럭 같은 락피시는 운동량이 적기 때문에 살 속에 미오글로빈 함량도 적습니다. 미오글로빈이 적으니 진한 풍미보다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며,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단단한 식감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 만약, 전어와 고등어를 사각형 수조에 넣어둔다면 어떻게 될까?

헤엄치다 막히고 유리 벽에 부딪혀서 곧 죽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고등어와 전어는 쉴새 없이 헤엄치며 산소를 빨아들이라고 원형 수조에 풀어넣는 것입니다.  

 

 

양식 고등어회

 

대표적인 붉은살생선회를 꼽으라면 참치와 고등어, 방어 등을 꼽습니다. 그런데 사진의 양식 고등어회는 근육이 하얗습니다. 흰살생선회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좀 전에도 썼지만, 운동량과 미오글로빈의 함량에 따라 기준이 달라집니다.

 

 

자연산 고등어회

 

똑같은 고등어회인데도 양식과 자연산에 따라 우리가 받아들이는 색감은 확연한 차이를 가집니다. 사진은 자연산 고등어회인데 붉은살생선회답게 근육이 붉습니다. 같은 어류인데도 서식지 환경과 먹잇감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붉은살생선인 황새치도 먹잇감에 따라 흰 살과 불그스름한 색으로 나타난다

 

같은 어종인데 서식지와 먹잇감에 따라 확연히 차이나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참치 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새치죠. 참다랑어가 최고급 참치회에 속한다면, 그 밑으로는 눈다랑어와 황새치 뱃살이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황새치 뱃살을 일식 업계에서는 '메카도로'라 부릅니다.

 

<사진 3>의 왼쪽은 흔히 볼 수 있는 황새치 뱃살이고, 오른쪽은 붉은 황새치 뱃살입니다. 둘 다 붉은살생선회에 속하지만, 서식지와 먹잇감에 따라 근육이 하얗거나 붉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왼쪽에 보이는 붉은 황새치 뱃살을 '홍메카도로'라 부르며 특별하게 여기는데 이토록 살이 붉은빛을 띠는 이유는 남극해에 서식하는 동물성 플랑크톤인 '크릴(Krill)'을 주로 먹기 때문입니다.

 

크릴에는 새우와 마찬가지로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라는 색소단백질이 들어있습니다. 새우가 익을 때 빨갛게 변하는 것도 아스타잔틴 때문인데 어종에 따라선 이 아스타잔틴을 껍질에 합성하는가 하면(예 : 참돔), 황새치처럼 속살에 합성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색이란 단순히 빛의 스펙트럼에 의해 보이는 파장일 뿐, 실제로는 해당 어류가 얼마만큼 많은 운동량과 미오글로빈을 가지는지에 따라 흰살생선회와 붉은살생선회로 구분됩니다.

 

 

#. 한국과 일본이 각각 흰살생선회와 붉은살생선회를 선호하게 된 이유

생선회 문화란 그 나라에서 흔히 잡히는 어종 중심으로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한일 양국의 횟감 선호도가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으로 나뉜 것도 그 나라에서 주로 잡히는 어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겠죠. 일본은 지리적으로 드넓은 태평양을 끼고 있습니다.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회유하는 외양성 어류가 주로 잡히는데 대표적으로 참치와 방어, 전갱이 등이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앞바다는 일본 열도가 막아주고 있어서 내양성의 환경을 가집니다. 주로 토착성 어류인 광어, 우럭, 가자미 등이 많이 잡히며 철 따라 단거리를 회유하는 도미와 농어가 잡힙니다. 지금이야 양식 산업이 발달하면서, 국경과 어종의 경계가 허물어졌지만, 양식이 성행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연근해에 주로 잡히는 생선을 위주로 식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것. 즉, 자주 접하는 생선 맛이 곧 그 나라 국민의 취향으로 이어졌던 것이겠지요.

 

오늘 알쓸신잡 어류 이야기를 통해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의 차이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약간 학문적인 내용을 포함했는데 다음에는 신기하면서 쉬운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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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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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6.11 14: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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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정말 박학다식합니다.
  2. 2018.06.11 15: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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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내용이네요. 하나 또 배웁니다.
  3. 김엘베
    2018.06.11 18:2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저렇게 하얀 기가 많은 고등어 회를 보고 나서, 붉은 고등어 회는 피를 잘못 뺀 회라고 생각하였는데, 그게 아니군요? 오늘도 유익한 정보여서 즐겁습니다.
  4. 곰돌
    2018.06.11 19:1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흰살 생선회는 간장과 고추냉이, 붉은살 생선회는 초고추장과 함께 먹는 게 좋다던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5. 상원아빠
    2018.06.11 20:0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미오글로빈으로 구분하는 줄은 몰랐네요^^;
    흰살 생선인 벵에돔 먹으러 제주도 갑니다.
    물론 잡아서 먹을거에요 ㅋㅋ
  6. 루이니
    2018.06.11 20:0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저는 붉은살 생선은 연어랑 참치만 먹어봐서 그냥 붉은살 생선은 기름이 많다고 흰살생선은 담백하다고만 알고있었는데 저런 차이가 있었군요.. 전어가 기름진 고기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싼맛에 먹던게 방송타고 너무 비싸져서 전어먹을바에 양식산 광어를 먹은지라;;;
  7. 나무
    2018.06.11 20:3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그런것도 이유겠지만, 실상 일반인은 값싼 회가 양식 광어,우럭이라 흰살회가 접근성이 용이하기 때문이죠.
    회집 주문량보면 그렇습니다.
  8. 쥬닙스
    2018.06.11 22:3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1번 사진은
    점성어가 아니라
    숭어 같은데요ㅎㅎ
    아닌가요?
    • 2018.06.12 01:0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둘이 좀 비슷하긴 하죠. 이맘때 촬영한 건데 당시 횟집은 숭어를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여름이라)
  9. 하나비
    2018.06.12 14:3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아무리봐도사진1은점성어가아니라숙성된가숭어같네요.
  10. 파르리
    2018.06.13 13:5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저는 그래서 속편하게
    붉은살
    등푸른
    흰살
    이렇게 구분하고 먹지만,가장 편한건 그냥 색 안따지고 그 생선 자체로 좋더라구요...이건 고등어다,이건 숭어다 이렇게요...
  11. 상정
    2018.06.13 18:5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전문적인 지식을 보기 쉽게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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