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후말레 선착장

 

성난 물고기 몰디브 편의 첫 번째 촬영지는 수도 말레(Male)에 있는 어시장 탐방으로 시작됩니다. 공항섬인 훌후말레에서 말레까지는 아직 다리가 놓이지 않아서(현재 공사 중) 이곳의 수상 택시인 '도니'를 타고 건너가는데요. 선착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려는 현지인파들로 북적입니다. 사진은 승차권을 판매하는 곳.

 

 

승차권은 편도가 100루피(Rufiyaa). 우리 돈으로 약 800원 정도입니다. 저는 몰디브의 화폐 단위인 'Rufiyaa'를 스펠링대로 '루피야'로 읽는데 포털에 검색해 보니 '루피'라고 표기되어 있더군요. 이는 아마도 인도네시아의 화폐단위인 '루피아'와 혼선을 피하기 위함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몰디브의 현지 수상 교통수단인 '도니'

 

배 구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교회 의자 같은 것이 많아 대부분 앉아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오른쪽에 계신 아저씨!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어요. ㅎㅎ

 

 

딱히 조타실이랄 것도 없는 조종석. 강을 건너는 페리 느낌입니다.

 

 

배는 10여 분을 달려 말레 섬에 도착했습니다. 선착장에는 많은 배들이 대기 중인데요. 섬으로만 이뤄진 몰디브라 이렇게 수상 교통이 발달했습니다.

 

 

수도 말레

 

말레에 첫발을 디딘 느낌은 낯선 이국의 항구이면서 오토바이들이 즐비한 산업 도시 같았습니다. 말레는 관광지가 아니고 실제로 그런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지만, 쿠웨이트 및 인도계 사람들과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동남아시아와는 또 다른 분위기입니다.

 

섬 면적은 가로 1.7km, 세로 1km로 매우 작은 섬이며,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작은 섬에 몰디브 인구의 약 1/3이 모여 살죠. 섬이 작으니 섬 어디를 가도 택시비가 같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말레의 트럭 택시

 

일반 택시를 탈 수도 있으나, 조금은 우리 눈에 특이하게 보이는 트럭 택시를 타보기로 합니다. 선착장 앞에는 이런 용달차들이 줄지어 섰는데요. 승객을 태우고 다니는 택시라고 합니다. 잘 보면 번호판 색도 일반 화물 트럭과 다르고, 앞쪽에 창에는 고유 넘버와 함께 24h 픽업 서비스라 적혀 있어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택시임을 알 수 있었죠. 

 

용달차가 생각보다 낮아서 바퀴를 짚고 타지 않아도 단번에 오를 수 있는 편리한 구조(?), 덜컹덜컹 스포티한 승차감, 무엇보다도 오픈카 답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럿이 탈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몰디브의 수도는 인구 과밀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대책으로는 단지 빌딩을 빽빽하게 높게 세우는 것이니 곳곳이 공사판입니다. 날아드는 석면이나 먼지는 감수할 자신이 있어야 탈 수 있는 택시죠. 일단 우리는 어시장으로 가자 했는데 택시는 어시장이 있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도로가 일방통행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요.

 

 

차는 해안가를 달리며 멋진 풍경을 보여주나 싶더니

 

 

비좁은 도로로 들어섭니다. 섬은 좁고 인구는 많은데 도로 상황은 썩 좋지 못하니, 차보다는 오토바이가 더 많은 곳.

 

 

비둘기를 자세히 봤는데 유럽 비둘기도 있고, 호주 비둘기도 있습니다만, 이건 우리나라 비둘기와 똑같이 생긴 표준명 비둘기 같아 보였어요.

 

 

말레 어시장과 부둣가

 

말레 섬 북부에 있는 어시장에 도착했습니다. 부두에는 참치잡이 배가 정박해 있는데

 

 

이제 막 참치잡이를 마치고 도착한 배인지, 아니면 앞으로 떠나게 될 배인지는 파악이 안 됩니다.

 

 

긴 항해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몰디브의 참치잡이 배

 

몰디브의 참치잡이 시즌은 연중. 그러나 8월인 이때는 큰 참치들이 대부분 빠져서 몰디브의 참치잡이 어선들은 장기간 긴 항해에 나서야 합니다. 몰디브 최남단 적도 부근까지 이동해서 조업하고 다시 올라오기까지는 수일 이상 걸리죠.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 이남 EZZ(배타적경제수역)까지 내려가 며칠을 조업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로컬 마켓

 

어시장 앞에는 로컬 마켓이 있는데 이곳에는 몰디브가 수입하는 거의 모든 청과와 농산물이 집결한다고 합니다.

 

 

때마침 참치를 올리는 장면을 목격했는데요.

 

 

황다랑어를 싣는 어부

 

이제 막 참치잡이 배에서 내린 싱싱한 참치들입니다. 크기가 어마무시하죠. 일반적으로 참치 하면, 몸길이 3m에 500kg까지 자라는 거대한 물고기로 인식합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참다랑어에 한해서입니다. 사진의 참치는 옐로핀 튜나 즉, 우리가 이번 여정에서 낚시 대상어로 삼은 황다랑어입니다. 황다랑어는 최대 몸길이 2m까지 성장하지만, 일반적으로 어획되는 크기는 1.5m 전후로 참치 종류 중 비교적 작은 종에 속합니다.

 

 

트럭에는 몸길이 1.5m가 넘어가는 거대한 황다랑어가 가득 실렸습니다. 마치 송아지를 실은 것 같네요. 직접 다가가서 구경하는데 길이가 1m가 조금 넘어도 워낙 체고가 높고 덩치가 커서 어마어마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녀석이 내 낚싯바늘에 걸리면, 과연 이 몸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법도 했죠.

 

황다랑어는 이곳 몰디브 사람들에게 주식과 다름없을 정도로 중요한 식량 자원인데, 이렇게 크기가 크고 품질이 좋은 것은 대부분 수출합니다. 대부분 인도와 스리랑카, 일본에서 사들이고 있죠.

 

 

촬영 스케치를 마치고 어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또 다른 배에서는 가다랑어 옮기기가 한창입니다. 이제 곧 경매가 시작되는 듯.

 

 

어부가 움켜쥔 작은 황다랑어와 가다랑어는 곧 생활비가 되어주겠지요.

 

 

말레 어시장

 

어시장은 매우 낡은 건물 한 채가 전부지만, 몰디브인들이 즐겨 먹는 거의 모든 생선이 집결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앞서 경매가 있었는데요.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었습니다. 경매가 끝나자마자 들어서는데 생각보다 비린내가 나지 않아요. 보시면 이 더운 날씨에 얼음 하나 깔리지 않았지만, 워낙 거래량이 많고 활발해 선도에는 문제없어 보이는 듯합니다.

 

 

경매가 끝난 지금부터는 일반인들도 들어가 생선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이곳 몰디브인들이 어떤 생선을 거래하는지 알아봅니다.

 

 

황다랑어

 

참다랑어가 잘 회유하지 않는 몰디브에서는 황다랑어가 최고급 어종으로 취급됩니다. 어시장 관계자에게 kg당 가격을 물으니 5,000원 정도 한답니다. 사진의 황다랑어는 약 15kg.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7~8만 원이면, 이만한 황다랑어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죠. 사진은 한 번도 얼리지 않은 생참치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 귀한 생참치가 횟감으로는 이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몰디브는 이슬람권 문화와 상관없이 원래 날생선을 먹는 문화가 없습니다. 그러니 잡자마자 횟감용에 적절한 피 빼기가 선행되었는지도 알 수 없겠죠. 이 정도 크기면, 리조트 같은 곳으로 팔려가 참치 스테이크로 이용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가다랑어

 

황다랑어는 이곳 사람들에게 고급 어종과 다름이 없으니, 좀 더 서민적이면서 많이 애용하는 생선을 꼽으라면 가다랑어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가루디야'라 불리는 몰디브 전통의 참치 수프를 비롯해 이곳 사람들이 자랑하는 훈제 참치도 전부 가다랑어가 쓰입니다. 나중에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몰디브 음식에서 이 두 가지가 빠지면 설명이 어려울 만큼 가다랑어는 이곳 사람들에게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만새기

 

전 세계 온대 및 아열대 해역이라면 어디서든 서식하는 만새기. 우리나라 및 동남아시아에서는 트롤링과 파핑 낚시 대상어로 인기 있는 어류죠. 하와이에서는 '마히마히', 멕시코를 비롯한 북미권에서는 '도라도'라 불리며 고급 스테이크 재료로 이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영 인기가 없는 생선이기도 합니다.

 

이유 중 하나로는 우리 국민이 선호하는 맛을 가진 생선이 아니고요. 겉보기에 등푸른생선도 흰살생선도 아닌 어중간한 포지션에다가 내장에는 충(대게 고래회충)이 많아서 먹기가 꺼림칙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충은 어지간한 바닷물고기라면 대부분 있는데도 한 번 그렇게 찍힌 인식은 쉬이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생김새도 비호감이라 갈치 낚시에서 만새기가 올라오면 채비를 휘감고 애를 먹이는 천덕꾸러기로 전락, 갈치 미끼로만 사용하니 저 멀리 하와이 5성급 호텔에서 스테이크로 사용될 만새기가 슬퍼할 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제수(祭需) 문화가 있어서 생선의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아예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요.  

 

 

Peacock Hind, 아오노메하타(アオノメハタ)

 

이 생선은 국명이 없는, 국내에 서식하지도 않는 아열대성 바리(그루퍼)과 어류입니다. 일본에서는 가고시마와 오키나와에서 식용어로 유통되는데 살에 수분이 많아 횟감은 별로지만, 가열 조리용으로는 제법 맛이 좋은 생선으로 알려졌습니다.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개체 중 대형 개체는 시가테라 식중독 성분이 있어 식용에 주의해야 하죠.

 

 

Two Spot Red Snapper

 

이 생선도 국명이 없는 열대성 스내퍼입니다. 굳이 우리 말로 직역하자면, '두점박이 빨간퉁돔' 정도. 인도양에 주로 서식하는 퉁돔과 어류인데 육식성이 강해 포악성을 띠고, 최대 전장 1m 가까이 자라서 몰디브에서는 지깅 및 파핑 낚시 대상어로 인기가 높습니다. 큰 개체는 역시 와편모조류(독소 플랑크톤)를 먹이로 하는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답게 시가테라 독성이 있어 식용을 금하는데요. 이렇게 시장에는 작은 씨알이 거래되는 것으로 보아 작은 것은 먹나 봅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몰디브에서 지깅 낚시를 시도할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 어종이 리프 성(산호초를 서식지를 삼는)이 강해 수심 깊은 외양성 어류인 황다랑어 낚시와는 포인트가 완전히 다르죠. 만약, 참치 낚시를 위주로 한다면, 아무래도 이 어종은 만날 확률이 낮을 것 같군요.

 

 

참치방어(레인보우 러너)

 

우리나라 제주 및 울릉도 해역에도 서식하는 참치방어입니다. 참치와는 1도 상관 없는 방어과 어류죠. 외국에서는 주로 레인보우 러너라 불리는데 이는 무지갯빛이 도는 채색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국명도 무지개 방어 정도가 적당해 보이는데 왜 참치방어로 지었을까요? 국내 어류 학자들의 작명 센스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 외에도 어시장에는 거대한 갈돔과 어류와 줄전갱이, 창꼬치류 생선가 보입니다.

 

 

창꼬치

 

열대성이자 공격성이 강한 이빨고기인 바라쿠타의 일종이죠.

 

 

Blue and Gold Fusilier

 

산호초에 서식하는 리프 어류입니다. fusilier과 어류 중 하나인데 작은 치어는 주로 황다랑어 미끼로 쓰입니다. 사진은 다 자란 성체로 이곳 사람들에게는 주요 식재료로 쓰이나 봅니다. 어부들은 이 물고기를 '무구라'라 부르는데요. 이러한 이름도 몰디브에서도 정식 명칭이 아닌 방언이겠죠.

 

 

전갱이

 

이건 어디서 많이 보던 생선 아닙니까? 국내 낚시인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전갱이입니다. 혹시 유사어종인가 살폈는데 아무리 보아도 국내에 서식하는 전갱이와 같은 종으로 보이는군요. 전갱이를 몰디브에서 보니 반갑습니다.

 

 

성난 물고기 녹화 중

 

어시장에서 성범이 형과 참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카메라는 늘 두 대가 돌아가지요.

 

 

어시장에는 이렇게 참치나 다른 생선을 손질해주는 코너가 마련돼 있습니다. 사진은 황다랑어를 손질하는 모습인데요.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껍질을 벗긴 다음, 두 쪽으로 포를 가르는 식입니다.

 

 

 

아마도 kg에 얼마를 받고 손질하면 저렇게 담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원정 촬영이다 보니 촬영 스텝은 최소한으로 꾸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메인 피디님과 보조 피디님, 저와 성범이 형, 현지 코디네이터인 모하메드 씨까지 다섯 명이 움직입니다. 그나저나 사진에 찍힌 분의 상의가 독특해요. 옷이 찢어져 긴급 복구를 했다고 보기에는 매무새가 너무 깔끔합니다. 

 

우리는 이 길로 다시 공항에 들어가 아침을 먹고요. 몇 가지 씬을 찍은 뒤 다시 말레로 돌아와 자유롭게 여행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로 합니다비록, 방송에서는 편집되었지만, 몰디브의 수도인 말레의 관광지와 현지 음식점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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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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