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에서 참치잡이 배를 타고 나간 첫날입니다. 이른 아침이라 모두 빈속이지요. 한쪽에선 선원이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국내에서 배를 탈 때도 어부식 밥이 궁금했는데 몰디브는 또 얼마나 이색적일까? 하는 호기심이 밀려옵니다.

 

 

주방이라곤 가스레인지가 있는 이곳이 전부. 참치잡이 배는 기본적으로 환초(산호초만으로 이루어진 둥글고 고리 모양의 산호도)가 밀집된 구역을 벗어나 외양으로 나가서 조업하기에 거친 파도와 맞닥트리는 것이 일상입니다. 배가 쉴새 없이 흔들리니 사진처럼 각목으로 막아서 냄비가 쏟아지지 않게끔 한 것이지요.

 

식사 준비는 언제나 블랙티(홍차)를 끓이고, 참치를 삶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전날 잡아 둔 참치 중 상품성이 떨어지는 작은 참치를 모아다 삶고 있었습니다.

 

 

식사 준비는 대게 이 분이 하십니다. 성함을 몰라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여기서는 요리 담당 선원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진은 코코넛을 깨서 속을 파려고 준비 중입니다.  

 

 

한쪽에는 삶은 참치와 적양파가 놓였습니다. 사용된 참치는 대부분 가다랑어나 점다랑어, 물치다래 등의 소형 다랑어류입니다. 점다랑어는 제주도에서도 낚시로 종종 낚이고 있죠. 방언으로는 '홍까쓰'라 부르는데 낚시꾼들은 맛이 없다며 평가절하하지만, 취급과 쓰임새만 적절하다면 점다랑어도 쓸모가 있는 생선입니다. 그 증거로 여기 몰디브 사람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주식이기도 하죠. 

 

 

한 선원은 저와 강성범 씨에게 코코넛 맛을 보여줍니다.

 

 

껍질 채 씹어먹는데요. 처음에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도 식감이지만, 씹을수록 코코넛 향이 진하게 나면서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그냥 먹어도 별미인데요. 계속 먹고 있으면 느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도 또 다른 선원은 마쑤니를 무치고 있습니다. 마쓰후니라고도 읽지만, 원발음은 마쑤니에 가까워요. 마쑤니에서 Mas는 몰디브어로 '생선'을 뜻하고, Huni는 '코코넛 파우더'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생선과 코코넛 파우더의 조화는 어떤 맛일까요?

 

 

좀 전에 깐 코코넛을 잘게 으깨서 커다란 볼에 참치와 함께 담았습니다. 앞에 놓인 잎은 몰디브인들이 음식에 즐겨 사용하는 커리잎입니다. 향이 매우 좋죠.

 

 

여기에 다진 적양파와 커리잎, 라임 주스, 소금, 후추, 그리고 몰디브 고추 파우더가 들어갑니다. 몰디브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음식의 손맛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깨끗한 손으로 버무리는 것이 기본이지만, 만드는 이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믿는 것이겠죠.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몰디브는 이슬람 국가다 보니 반드시 오른손으로만 버무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식사할 때도 주로 오른손을 씁니다. 음식을 잡아서 뜯거나 찢을 때는 왼손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결국 입으로 들어가는 손은 반드시 오른손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자 이렇게 해서 완성된 마쑤니는 몰디브 어부뿐 아니라 몰디브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주메뉴이기도 합니다. 마쑤니는 몰디브의 전통 아침 식사였는데 지금은 리조트 조식 뷔페에서도 비슷하게나마 맛볼 수 있습니다.

 

맛을 보는데요. 고추가 들어가 첫맛부터 매콤합니다. 삶은 참치는 우리가 먹는 참치 통조림의 담백한 맛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에 라임의 신맛과 짠맛, 매운맛, 커리 향까지 뒤섞여 입안에서 오묘한 조화를 부리는가 싶지만,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러운 이 참치 버무리는 목으로 넘어갈 때 잔잔한 감칠맛을 남기면서 식욕을 돋웁니다.

 

 

선원이 우리 먹으라고 마쑤니를 빵에다 싸서 줍니다.

 

 

이렇게 보니 꼭 참치 샌드위치를 먹는 기분이지요. 맛은 적당히 매콤하면서 느끼하지 않고 비리지도 않아서 술술 들어갑니다.

 

 

다른 선원은 마쑤니가 아닌 일상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어부들이 먹는 일상식은 코코넛 밥에다 가루디야(참치 삶은 육수)를 붓고 여기에 삶은 참치 한 덩어리와 구운 고추를 올려 먹는데요. 이때는 밥을 짓기 전이라 밥 대신 전날 먹다 남은 로시(자파티 또는 인도의 난과 비슷한 얇은 빵)에 참치 국물을 부어 말아먹는 모습입니다.

 

 

비주얼은 그다지 당기지 않지만, 선원들은 이걸 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 계속 보고 있자니 저도 그 맛이 궁금해졌습니다. (나중에 먹어봤지만, 맛은 비주얼에서 느껴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죠. 살짝 비리기도 했고 ㅎㅎ)

 

 

다들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도 식사 담당 선원은 식사도 못 하시고 좀 전부터 무언가를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로쉬(Roshi)를 반죽 중이로군요. 여기서 로쉬는 자파티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반죽한 덩어리는 동글동글하게 모양을 잡아 놓은 뒤

 

 

밀대로 얇게 핍니다.

 

 

남은 반죽은 점심때 먹으려고 남겨둔 모양입니다.

 

 

얇게 핀 반죽을 즉석에서 굽는데요.

 

 

식용유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저 팬에서 어떻게 들러붙지 않고 뒤집히는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흔들리는 배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쓱쓱 부쳐내는 모습을 보니 이 분이 이 일을 얼마나 오랫동안 했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입니다. 계속해서 저는 이 분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요. 코코넛을 다듬고,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로쉬를 반죽하는 모습에서 보통 사람과는 다른 특징을 보았습니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배에서도 조용히 중심을 잡고 식사를 준비하는데요. 동작이 뭐랄까 느릿느릿한데 역설적으로 일사불란합니다.

 

동선에 군더더기가 없고, 꼭 필요한 동작으로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식사를 준비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분은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들은 저와 강섬범 씨는 소름이 돋았지요. 어떻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여건에서 불을 다루고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요. 경이롭고 존경스럽습니다. 

 

 

하얗기만 했던 반죽 덩어리는 금방 저렇게 익어서 먹음직스럽게 변했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해 방송 화면으로 대신합니다. 먹는 방법은 손으로 로쉬를 조금씩 뜯어서 마쑤니를 싸 먹으면 됩니다. 이렇게 보니 또띠야 같기도 하네요. 고추가 들어가 살짝 알싸하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참치 버무리. 그 맛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생각납니다. 아래는 해당 방송분입니다.

 

 

EBS 성난물고기 몰디브 편, 마쑤니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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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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