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ar 게스트 하우스, 몰디브 마미길리

 

마미길리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날. 게스트 하우스에 사정이 생겨(몇몇 방이 공사 중이라) 강성범 씨를 비롯해 다른 스탭들은 라 카바나에서 묶고, 저와 모하메드는 택시로 3분 거리에 있는 샤마 게스트 하우스에 묶게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 모하메드가 게스트 하우스 스텝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인데요. 우리 스텝이 모두 이쪽으로 와서 아침을 먹게 될 것이니 준비 좀 해 달라는 말로 시작해 어느새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가 길게 이어집니다.  

 

 

샤마는 특이하게도 독일인 사장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이 섬에서는 유일하게 술(보드카)을 파는 게스트 하우스이기도 합니다. 이슬람권인 몰디브는 술 판매를 엄격히 제한합니다. 리조트를 제외한 숙박업과 식당에서는 술을 보기 어렵죠. 우리도 촬영이 끝나면 술 한 잔으로 회포를 풀고 싶지만, 당최 술을 팔지 않으니 먹을 방도가 없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곳에 술을 판매한다는 정보를 알게 된 것은 몰디브를 떠나기 하루 전이었죠.

 

 

샤마는 독특하게도 해변을 떠올리는 마당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접어놓았지만, 해먹도 있고 뒤에 비치 배드도 놓였고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샤마는 스쿠버 다이빙 전문 인증 숙소이기도 합니다. PADI 자격증을 가진 전문 인력과 함께하죠.

 

 

제가 스쿠버 다이빙을 했던 마지막 기억은 8년 전 호주 케언즈로 신혼여행을 가서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군요. ^^; 수심 5m 정도 내려가는데도 수압 차로 귀가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첫 경험이지만, 대왕조개부터 니모로 알려진 흰동가리까지 형형색색의 산호와 물고기를 보면서 적잖은 힐링을 받았지요. 

 

 

마당에는 바나나 나무도 있습니다. 바나나 나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처음인데요. 꽃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한 그루의 야자나무가 포인트로 장식돼 있습니다. 코코넛 열매는 실제로 붙어 있고 지금도 자라는 중이라고 합니다.

 

 

탐스럽게 열린 코코넛이 이렇게 볼 때는 꽤 먹음직스럽지만, 막상 맛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표정이 변하는 경우가 많죠. 이 닝닝한 국물을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하지만, 저는 코코넛 주스를 대량으로 사다 먹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 시원하게 해서 마셔보세요. 코코넛 주스는 몸에도 좋답니다. 

 

 

아침 식사도 게스트 하우스가 직접 조리하지 않고 배달 음식을 가져와 세팅해 줍니다. 그나마 정성이 보이는 것은 배달 당시 스티로폼 용기에 담겨 온 음식을 자기네들 접시에 담아낸다는 것.

 

 

하지만 조리 상태는 매우 조악합니다. 빵은 식었고, 달걀은 뻑뻑했지요. 저 소시지는 이곳에 머무르는 일정 내내 먹어야 했습니다.

 

 

그나마 후식으로 나온 과일은 신선한 편입니다. 파란 것은 사과이고, 오랜지 빛깔이 나는 것은 살짝 구린내가 나는 파파야인데요. 첫 맛에서 동남아 열대과일 특유의 구린내가 나서 그렇지 맛은 부드럽고 답니다.

 

이날은 금요일(그러고 보니 글을 발행한 오늘도 금요일)이라 이슬람권은 휴일입니다. 어부들도 쉬고, 낚싯배도 뜨지 않는다고 하니 오늘만큼은 마미길리 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이곳 원주민들이 어떻게 휴일을 지내는지 엿볼 계획입니다. 계획은 그러한데 세부적인 내용은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길을 걷다가 마을 사람들이 보이면 가서 인사하면서,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고 체험할 수 있으면 체험도 해보는 100% 리얼로 갑니다. 그러니 사전 섭외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저도 성범이 형도 촬영 스텝들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1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되는 것이지요.

 

 

한 번은 마을을 걷던 중 우연히 코코넛 열매를 따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가정집 울타리 안에서 자라는 야자나무인데요. 보시다시피 한 사람이 나무 위로 올라가 코코넛을 따는데 그냥 내던지는 게 아니라 저렇게 밧줄로 묶어서 조심히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제 나무에 오른 사람이 내려오는데요. 이렇게 조심조심해서 딴 코코넛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판매용이라고 합니다.

 

 

자전거에는 탐스러운 코코넛이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이곳 어딘가에서 장이 열리는 모양인데요. 그곳에서 코코넛을 직접 판매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코코넛에 관심을 보이자 때마침 집주인이 한번 맛보겠냐고 하길래 뜻하지 않게 맛보게 되었습니다.

 

 

들어보니 상당히 묵직해요.

 

 

성난 물고기 촬영 현장

 

집 주인이 낫처럼 생긴 칼로 코코넛을 치자 갑자기 물이 튑니다. 때마침 목도 말랐는데요. 사막에 오아시스 찾은 기분이란 이런 건가 봅니다. 

 

 

먼저 성범이 형이 맛을 보는데 맛을 보는 수준이 아니라 원샷으로 들이킵니다. 사실 코코넛 주스는 저처럼 별종이나 좋아할 거로 생각했는데요.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벌컥벌컥 마실까요? 그런데 코코넛 주스를 마신 성범이 형의 표정이 범상치 않습니다. 평소 리액션도 큰 편이고 방송 특성상 과장된 몸짓도 서슴없이 하는 편인데, 코코넛 주스를 다 마신 그 표정은 연출이 아닌 100% 진짜임을 직감했습니다.

 

"이거 맛이 장난이 아니다. 너도 한 번 마셔봐라"

 

 

그래서 마셔봤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기존에 우리가 먹던 코코넛과는 차원이 다른 맛. 코코넛이 원래 이렇게 달았나요? 완전 설탕물입니다. 물론, 진짜 설탕으로 범벅된 물이라면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못하겠지만, 이건 너무도 자연스럽고 은은한 단맛에 마시는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좀 전에 하나 가득 마셨는데 또 마시고 싶네~

 

코코넛이 왜 이렇게 달고 맛있는 거죠? 몰디브 코코넛은 동남아산 코코넛과 다른 걸까요? 아니면 갓 따서 이런 맛이 나는 걸까요? 왜 과일도 과수원에서 갓 딴 건 진짜 맛있잖아요. 아마 코코넛도 그런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시원하기까지 합니다. 바깥 기온은 후텁지근한데 갓 채취한 코코넛은 줄기가 끊긴 후 상온에 놓인 적이 없으니 질긴 섬유질로 가두어진 공간이 쿨러 기능을 한 겁니다.

 

 

이후 껍질에 붙은 과육까지 폭풍흡입을..

 

 

처음에는 손으로 박박 긁으면서 먹자 보다 못한 집주인이 우릴 위해 이렇게 잘라주었습니다. 수저까지 만들어주셨는데요. 정말 달고 고소합니다. 과육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그러고 보면 과육만 잔뜩 있고 물이 적게 들은 코코넛도 있죠. 이것과 종류가 다른가 봅니다.

 

 

또한, 이 나무에 매달린 코코넛은 아예 색부터 다릅니다. 알아보니 골든 코코넛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맛이 좋답니다. 아래는 해당 방송분입니다.

 

 

코코넛 애피소드

 

 

계속해서 거리를 거니는데요.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색달라 보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그냥 삶의 터전일 뿐. 곳곳에는 코코넛을 비롯한 온갖 야자수가 심겨 있고, 텃밭을 잘 가꾼 집도 있습니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동네는 한산한 편인데  

 

 

마미길리는 지질 기반이 산호로 이뤄진 섬이라 그런지 하수 시설이 열악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날 밤 열대성 스콜이 내려 거리 곳곳이 이렇게 웅덩이가 졌는데요. 대부분 땅 밑으로 스며들거나 흐르지 못한 채 이런 모습인 채로 며칠 가더군요. 자세히 보면 고인 빗물 치곤 흙탕물과 다른 뿌연 색을 냅니다.  

 

 

아무래도 바닥의 모래가 산호 성분 때문인 것 같은데요. 별 것 아닌 듯하지만, 몰디브는 고인 빗물조차도 우리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은 마미길리에 있는 유일한 경찰서입니다. 작은 섬에 몇십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 다들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그래도 치안 유지와 혹시 모를 불상사를 위해 필요하겠지요.

 

 

처음에는 검은 비닐이 매달린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박쥐입니다. 경찰서 위에는 이런 박쥐들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박쥐들도 얼마나 살기 불안했으면 경찰서에 자릴 잡고

 

 

저곳에는 마치 과일 달리듯 대롱대롱 매달려 있군요. 실제 박쥐 이름도 과일박쥐랍니다. 아마도 과일을 먹고 살아서 붙은 이름이겠지요. 이곳 몰디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세이셸 제도라는 휴양지가 있는데요. 그곳 원주민들은 과일박쥐를 식용으로 쓴다고 합니다. 주로 커리에 넣어 먹지요.

 

 

이곳은 재판이 열리는 법원입니다. 작은 마을에 법원이 왜 필요할까 싶지만, 이곳은 주로 경범죄를 다룬다고 해요.

 

 

이곳은 보건소입니다. 마당 안 배경이 좋아서 저와 성범이 형이 심정 인터뷰를 한 곳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걷는데 넓은 공터가 나옵니다. 예전에 스타 TV에서 가끔 보았던 크리켓 경기를 하는데요. 크리켓은 영국이 발상지라는 추측이 유력하고, 몰디브도 스리랑카와 함께 영국의 지배에 놓인 적이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날은 휴일을 맞아 마미길리 대표와 인근에 있는 벤푸시 섬 주민이 붙었습니다. 벤푸시 주민들이 열띤 응원을 하는데요. 마미길리 쪽 응원단이 보이지 않아서 좀 의아했습니다.

 

 

우리가 걷는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싶었는데 이제야 해변에 다다릅니다.

 

 

반대편은 마미길리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 보입니다. 이슬람 문화를 엿보기에는 사원만큼 좋은 곳도 없을 텐데요.

 

 

문제는 이슬람을 믿지 않는 외국인은 입장 불가, 촬영도 불가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그저 담장 너머로만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이때가 예배시간이라 마을 사람들이 한둘씩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그 모습이 어쩜 쉬어가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는 중인 강성범씨

 

날은 무더웠고 조금만 걸어도 티셔츠가 젖을 정도라 이런 나무 그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생긴 것도 꼭 사람 걸터앉으라는 것 같죠. 몰디브에서 한 가지 느낀 사실은 날이 무덥고 햇볕도 따갑지만, 섬 지역임에도 습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습도가 높지 않으니 나무 그늘에 잠시 쉬고 있으면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지기도 하지요. 

 

 

바닥에는 산호 조각과 고둥 껍데기가 즐비합니다. 해변에서 꽤 많이 떨어진 곳인데 어쩌다 여기까지 밀려온 걸까요? 밀려왔다기보다는 예전에 이곳이 바다는 아니었을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슬람 사원을 찾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여성은 볼 수 없었습니다.

 

 

입구에는 어느새 슬리퍼가 가득합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올 때 자기 신발 찾는 것도 관건이겠네요.

 

 

나무에도 오토바이가 저렇게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 곧 예배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성인 남자들만 출입하는 줄 알았는데 남자라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예배를 드리나 봅니다. 예배드리기 전에는 자기 몸을 성스럽게 하려고 깨끗이 씻는데요. 집에서 미처 씻지 못한 사람들은 여기서 씻고 들어갑니다.

 

 

씻을 때 한 가지 특징이 보이는데요. 코와 입, 귀 등 신체로 이어지는 부분을 깨끗이 씻는다는 것입니다.

 

 

이날 오후, 낚싯배를 급히 띄웠다

 

휴일이라 그런지 하루가 길게 느껴집니다. 오전에는 마을을 돌아볼 만큼 봐서 오후에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휴일이라 배가 쉬는데요. 급히 수소문해서 지금 당장 출항할 수 있는 배를 알아보았습니다. 전문 낚싯배는 아니지만, 선장이 포인트를 안다고 해서 나갔는데 사실 이때만 해도 뭐라도 잡히겠지 싶어 기분이 설렜습니다.

 

 

 

그렇게 출항한 우리는 세 시간 만에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날은 급격히 어두워지고 입질도 없었죠. 국내에서 이러면 꼭 듣는 말이 있죠.

 

"어제까지는 고기가 잘 나왔는데"

 

그 말을 몰디브에서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하더라는 겁니다. ㅎㅎ

 

 

이날도 숙소에 식사를 주문해 놓고(배달 음식이라) 각자 방에서 씻고 나왔습니다. 식사를 주문하면 어김없이 1시간 30분이 걸립니다. 메뉴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프라이드 소시지 볶음밥에 이번에는 피자를 시켰습니다. 저 엉터리 그릭 샐러드는 인제 그만 시켜야겠네요.

 

원래 다음날 일정은 전날 실패한 참치잡이 배를 다시 타고 참치 낚시에 도전하는 것인데요. 여기서 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내일은 바다 기상이 좋지 못해 배를 띄울 수 없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참치잡이가 이뤄지는 해역은 파도가 높아 나갈 수 없다는 건데요. 지금 몰디브에 있는 하루하루가 우리에게는 금 같은 시간입니다.

 

참치잡이를 나간다더라도 성공할 보장이 없고, 그렇게 한두 번 더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면, 그때는 귀국일이 코 앞이라 큰일이 나겠죠. 앞서 캄보디아로 갔던 촬영팀이 대상어도 못 보고, 촬영 분량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귀국했다는 소식이 들려서 우리의 앞날도 걱정되었습니다.

 

내일 기상이 나빠서 배를 못 타면,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두 번인데 두 번 다 실패로 돌아가면 그때는 어쩌지? 하는 불안과 압박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상 악화로 하루가 공중에 붕 떠버린 우리는 뭐라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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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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