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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알버타주는 AAA등급의 스테이크 맛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관광도시인 밴프는 분위기도 좋으면서 스테이크 잘하는 맛집들이 많은데요, 캐나다 물가가 높은 탓도 있지만 관광지다 보니 외식비용에 쓰이는 비용이 썩 저렴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알버타에 머무는 동안은 스테이크를 맛보실 기회가 많을 줄 압니다. 그렇다고 매일 저녁마다 사먹긴 힘들겠죠. ^^
오늘 소개하는 집은 외관에 비해 안은 꽤나 초라한 구석이 있는 현지인 맛집입니다. 유명한 레스토랑도 아니고 고급스런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테리어에 로컬 분위기가 팍팍나는 곳으로 관광객들의 이용은 거의 없고 대부분 밴프타운에 사는 현지인,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찾는 동네 식당이라고 해요. ^^ 그래서 스테이크 가격이 저렴합니다. 어쩌면 이 글이 유일무이한 소개가 되겠군요.
이곳을 찾아가는건 너무나 쉽습니다. 마릴린먼로가 묵었다던 고풍스러운 호텔 '밴프 스프링스'로 가는 길에 아주 떡하니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띕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있으면서 관광객들이 잘 안가는 음식점이라니..
그만큼 음식의 메리트가 떨어져서일까? 아니면 홍보부족일까? 그것도 아니면 너무 현지인 입맛 위주의 음식이여서일까? 3일간 밴프에 머무르면서 계속해서 눈에 밟히는 저 레스토랑의 외관. 창문마다 화초들로 꾸며져있는 단층짜리 건물에서 멋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저 박작지글하게 몰려있는 시내 상권에서 홀연히 떨어져 있음으로 그 존재가 빛나 보이기도 해요. 그런 점들이 제 발걸음을 움직였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북적한 상권에 속해 있는 그저그런 곳보다 다소 외진곳에서 단골손님만으로 운영하는 진짜 맛집같은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기 때문입니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그러한 기대감은 이미 지멋대로 부풀려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깨지는덴 오래걸리지 않았습니다.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니 왠걸.. 모던한 느낌의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B급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시골 레스토랑 분위기처럼 보였습니다.
점심시간이지만 손님도 없었고 저쪽 테이블엔 여기서 일하는 알바와 알바 친구들이 함께 식사하는 것 같았어요. 한참 바쁠 시간인데 오더를 받지 못한 주방에선 지들끼리 잡담하는 소리가 새어나옵니다. 뭔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바랬던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분식집 의자를 갖다 쓸 만큼의 가벼움을 바랬던 것도 아니였었죠. ^^;
우리가 자리를 하자 곧바로 또 다른 테이블이 늘어났습니다. 딱봐도 관광객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밴프의 주민들.. 그냥 이 집에 대해 익숙해 보였습니다. 주문부터 시작해 알바와 잡담을 나누며 어제는 뭐했냐는 식의 대화들이 살짝 들려오는..^^ 어때요? 멋드러진 레스토랑도 좋지만 관광상권을 떠나 현지스럽고 캐쥬얼틱한 음식점에서 가볍게 식사하는 것도 나쁘지않죠. ^^
창밖에서 들어오는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웨이트리스가 오길 기다립니다. 캐나다 밴프의 음식점에 가면 꼭 빠지지 않는 테이블 셋팅이죠. 발라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잼들을 구비해 놓은 모습이구요.
특별히 공을 들인 흔적이 없는 메뉴판. 출력해서 코팅으로 마감한 초 저 예산의 메뉴판속에는 이것저것 온갖 잡다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전문 음식점의 기대는 일단 여기서 '팽' 하고 사라진 상태. 메뉴를 파악하고 고르는데만도 10분은 걸린것 같아요. ^^;
그래도 가격들이 상당히 착한 편이랍니다. 대부분의 음식들이 몇 달러에서 비싸야 13불 정도. 그렇게해서 주문한 오더는 치킨 퀘사디아 비스므리한 것과 스테이크였습니다. 이런곳에서 생소한 음식을 시켰다 괜히 마루타가 될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방어적 태세일까요.
그런데 직원분 왈~~ 영어로 스테이크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뭔 말인지 알아들을 길이 없자. 갑자기 동양인으로 보이는 알바분께서 오시더니 "저기 한국분이세요?' 하는 겁니다. 이런 변방의 레스토랑에서 한국인을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ㅋㅋ
하여간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지금 스테이크에 쓰이는 고기가 다 떨어져서 '스테이크 토스트'라는 메뉴가 있는데 고기는 다르지만 괜찮겠냐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받았는데..
Salisbury Strak $12.75
"토스트가 이래도 되는거야?"
이게 토스트야 스테이크야? ^^
설명에는 갈릭 토스트위에 얹어진 스테이크와 구운 감자, 버섯을 포함한 여러 야채들이 제공된다고 해요. 야채는 컬리플라워, 호박, 당근, 파프리카가 적당히 구워져 나와 조연을 도맡았고 스테이크는 토스트용이라고 해서 적당히 얇은 고기가 얹혀졌겠지 싶었는데 비록 적은 중량이지만 제 눈엔 그냥 일반적으로 쓰이는 스테이크로 보였습니다.
이 정도면 캐나다는 모르나 적어도 밴프에선 가격 대비 꽤나 착한 비쥬얼. 맛도 무난합니다. 두툼한 고기에 갈릭 토스트와 구운 야채까지 더하니 이보다 배부른 식사가 또 있을까. 우리나라처럼 살살녹는 그런 스테이크는 아니였지만 씹는 맛과 알버타 특유의 진한 쇠고기 향이 있는 스테이크였습니다.
고기는 미디엄으로 주문했는데 나온건 미디엄 웰던의 느낌. 생각보다 뻑뻑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했지만 ^^
캘거리, 밴프의 몇몇 레스토랑 거치면서 느낀거지만 고기 익힘을 주문시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 한단계 낮춰서 주문해야 할 것 같아요. 왜그런진 모르겠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거처간 레스토랑들은 전부 한단계 위로 익혀져 나옵니다. 미디엄을 드시고 싶다면 미디엄 레어로 주문해야 대략 맞는다고나 할까.
또 한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은. 이런 캐쥬얼한 레스토랑에서 해당되는 얘기가 아닙니다만, 값비싼 가격으로 팔고 있는 관광지 레스토랑의 경우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해주고 또 거기에 합당한 팁을 받는게 고착화 되어 있는데요. 만약 내가 주문한 스테이크가 원하는 굽기로 나오질 않는다면 "당당하게 반품 요구할 것" 을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어려운 이유는 남의 나라, 낮선 환경에서 경황도 없고 또 말까지 안통하다 보니 나오면 나오는데로 드시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정상적인 서비스 마인드로 손님들을 대하는 곳이라면 주문한 음식에 대해 클레임을 거는 손님을 가볍게 넘길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억지스러운 주장으로 음식에 대해 걸고 넘어지는 진상손님은 해당이 안되겠지만, 가령 미디엄 레어를 주문했는데 미디엄 혹은 미디엄 웰던이 나왔다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해도 되는 부분이며 그것은 레스토랑 서비스를 받는 손님의 고유 권한입니다.
아시다시피 이곳에서 스테이크가 가지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한데요, 밴프는 캐나다 각지는 물론 미국과 중 남미에서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옵니다. 이들에게 스테이크란 우리로 치면 '밥'과 비견될 정도로 매우 친밀하고 자주 먹는 음식이면서 그만큼 다양한 취향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레어와 미디엄 혹은 웰던이 가지는 의미는 우리나라로 치면 죽밥이냐 질은밥이냐 꼬두밥이냐의 차이만큼 크겠지요. 거기에 아무리 스테이크가 친근한 음식이라지만 매 끼니마다 스테이크로 때울만큼 허울없이 저렴한 음식도 아닙니다. 그들에게도 적잖은 가격과 팁을 지불해가며 먹는 음식이 스테이크인데요. 만약에 내가 핏기가 채 가시지 않는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서 미디어 레어를 주문했는데 나온건 퍽퍽하게 익은 미디엄 웰던이였다. 어느 관점에서 봐도 이건 명백한 실수이자 오류입니다.
그들 눈에 비춰보더라도 이렇게 속까지 익어서 나온 것에 "레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당하게 접시를 물리고 새로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 (여기에 만족스러운 응대를 받으셨다면 팁을 더 주시면 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격식을 갖춘 레스토랑의 얘기입니다.
Chicken Finger Dinner Smaller size $10.30
후렌치 후라이와 함께 닭고기와 야채를 랩에다 싼 음식입니다. 아무래도 느끼한 편이다 보니 먹다가 좀 물렸지만 스몰 사이즈치고 양은 많았고 맛은 그런대로 무난해요. 이런 곳에서 이 가격에 대단한 맛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겠지만 격식없이 나오는 로컬 스타일에 캐나다스러운 분위기를 맛보았습니다.
전에 인디언이 운영하는 식당(인디언 후손의 맛과 정취를 찾아서)에서도 느꼈지만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떨며 식사하는 곳에서 구태여 맛과 서비스를 운운할 건 아니라고 봐요. 누구나 쉽게 접하는 음식이지만 또 누구나 쉽게 올 수 없는 로컬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기엔 충분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스럽지 않구요. 이런 곳은 동네사람들에겐 싸고 맛있는 '맛집'일지 모르지만 저 같은 외지인은 '맛'보단 '추억'을 먹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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