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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키를 여행하면서 꼭 들리게 되는 국립공원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지나치게 되는 곳들도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카나나스키스 국립공원" 인데요. 비록 밴프나 재스퍼 국립공원보단 규모면에서 작지만 이곳에서 인디언 후손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음식을 살짝 엿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여행] 인디언 후손의 맛과 정취를 찾아서, 고스트 호수(Ghost Lake)
캘거리(Calgary)에서 코크레인을 지나 로키산맥으로 가는 고속도로인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를 타고 가다보면 고스트 호수(Ghost Lake)를 지나 스토니(Stoney) 인디언 보호지역을 통과하게 됩니다. 로키산맥의 관문인 밴프 국립공원에 들어서기 전 '카나나스키스 국립공원'을 관통하게 되는데 관광지로썬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지만 왠지 모를 이끌림에 다가섰던 곳이랄까.
아마 고스트(Ghost)라는 다소 음침한 이름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이미 여행을 떠나기 전 구글맵스를 통해 이름을 보고 한번쯤 각인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 날 일정은 따로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남으면 한번 둘러볼까" 쯤으로만 생각했던 그런 호수였습니다.
그런데 우연인지.. 확정된 일정을 제쳐두고 고스트 호수를 둘러보게 된데는 생각도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고스트 호수 뿐 아니라 오늘의 인디언 이야기 자체가 계획에는 없었는데요. 원래는 미네완카 호수(밴프 국립공원 미네완카 호수)로 "송어낚시"를 가기로 한 날인데 취소가 되어 카나나스키스 지역의 낚시투어로 변경이 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이곳 알버타에서 투어회사를 운영하고 계신 한국인 사장님과의 미팅으로 오늘 하루 순조롭게 낚시투어를 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인천에서 캐나다행 비행기가 결항되어 하루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9박 11일 여행 일정은 모두 하루씩 미뤄졌습니다. 때문에 사장님도 개인 스케쥴이 꼬여 낚시투어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되자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들린 곳이 이곳 고스트 레이크와 스토니 인디언 보호지역이였습니다.
다행히 오후엔 낚시투어까진 아니여도 잔잔한 호숫가에서 낚시를 하게 되었지만(이것에 대한 후일담은 추후 올릴 예정) 뭐랄까.. 나비효과란 이런걸 두고 말하는 걸까. 비행기 결항으로 하루씩 미뤄진 일정이 계획대로만 되어줄꺼란 생각은 꽤 순진했던 생각 같았습니다.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린 투어가 있는가 하면 오늘처럼 계획에도 없는 투어(?)가 생기기도 하는 등 유동적인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정해진 틀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에선 느낄 수 없는 매력인거 같습니다.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 드라이빙 중
첫날 캘거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도심지를 벗어났더니 광활한 대지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아직 몇 시간 끌어보지 못해 여전히 어색했던 차였고 덩치도 산만한 녀석이지만 최고의 주행감으로 달려나갑니다. 뻥 뚫린 고속도로, 곧게 뻗어있는 땅, 줄지어 지어진 단독 주택들과 틈틈히 보여지고 있는 강줄기와 호수로 이뤄진 마을을 보며 진정 전원생활이
무엇인지 보여주는듯 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뿌옇게 보이기 시작한 로키산맥.
아직까진 제대로 된 위용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멀리 태평양 건너 이곳까지 온 방랑자에게 손을 흔드는듯 합니다. 그런 풍경들을 잠시 미루고 들린 곳이 있으니 이름부터 심상찮은 고스트 호수(Ghost Lake)입니다.
고스트 호수(Ghost Lake), 캐나다 알버타
고스트 입구에 늘어서 있는 각양각색의 요트들
선착장에서 차와 보트를 분리시키고 있는 현지인들, 캐나다 알버타
고스트 호수(Ghost Lake), 캐나다 알버타
다소 성가실 정도로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카메라를 꺼내들어 풍경 스케치를 하고있는 어복부인. ^^ 그녀는 이번 캐나다 여행에서 조력자를 자처한 제 아내입니다. 특히 사진 부분에 있어 제가 맘 놓고 찍을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줬던 숨은 공로자입니다.
하지만 이 날 그녀가 망원랜즈로 찍어준 분량을 제 실수로 인해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100여장이나 되는 사진들이 의문의 수수께끼로 남은 채 망령이 되어 허공으로 사라졌던것입니다. 원래는 고스트 레이크만 따로 할당해서 소개하려 했지만 사진의 부실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하나로 묶어야 하는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도 하필 "유령의 호수(Ghost Lake)"에서 찍은 분량들이 사라져 버렸을까. 묘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서도 여행자로서 사진의 유실은 큰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 땅이 가지고 있는 슬픔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이전 이 땅의 주인이 인디언족들이라는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일것입니다. 원래 인디언들의 뿌리는 몽골에서 나왔다고 하는 학설이 유력한 가운데 그 유래를 쭉 거슬러 올라가보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라는 신대륙에 도착할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콜럼버스의 여행 목적지는 인디아였고 그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인디안이라고 불렀는데 우연히 발견한 신대륙에서의 원주민을 끝까지 인디안(인도사람)으로 믿었다가 그것이 훗날 인디언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
백인들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처참하게 죽어간 영혼들이 이땅에 있을 것이란 추측만이 들 뿐입니다. 그래서 앞전에 소개했던 미네완카 호수도 "죽은자의 영혼이 깃든 곳"이기에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지어진 이름이 아닐까 추론해봅니다.
그렇게 개척자들에 의한 핍박과 내몰림으로 궁지에 몰린 인디언들은 여러지역으로 흩어졌는데 그 중 시하사파족(검은발)이라불리는 수족(Sioux)은 북 아메리카의 서부지역으로 들어오면서 캐네디언들과 공생하게 됩니다. 사실 말이 공생이지 "인디언 보호구역"이라는 곁으론 듣기 좋은 인디언 자치구역을 만들어 그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순수 혈통의 인디언들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한때는 이 땅을 정부에 넘겨주면서 받게되는 보상으로 꽤나 부유하고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었던 인디언 부족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확히 추정할 순 없어도 당시 인디언 추장들은 억대연봉에 준하는 보상을 노동과는 관계없이 평생 연금처럼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땅의 넓고 아름다움은 물론 자라나는 동, 식물과 숨어있는 자원들까지 그렇게 넘겨 준 댓가를 적당히 돈으로 환산하여 줌으로써 인디언들을 설득해나간 셈.
물론 무력으로 인디언들을 내몰았던 미국과는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당시 영국 여왕으로부터 인디언 법 재정에 따라 인디언 최초로 서명했던 추장 "치니키(Chiniki)"는 훗날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죽으면서 "이 땅에서 나는 모든것, 땅은 물론이요 물과 바람까지 모두 돌려 받으라"는 유언을 남겼다 합니다. 고스트 레이크를 둘러본 우리는 곧바로 "치니키 추장"의 혼과 이름을 따서 운영중인 레스토랑으로 이동합니다.
인디언의 후손이 운영해 온 "Chef Chiniki" 레스토랑
유령의 호수에서 자가용으로 이십여분 달려 도착한 이곳은 "스토니 인디언의 후손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인데 시골인 만큼 관광객 손님은 거의 없고 오로지 현지인들만이 이용하는 전통적인 서부 스타일의 레스토랑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놀랍게도 한국인 사장님께서 이 레스토랑을 인수받아 운영중이라고 합니다.
인디언 후손들이 운영해 왔다는 레스토랑의 내부는 통나무로 가득 메워진 웨스턴 스타일의 소박함을 보였습니다. 점심식사를 하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레스토랑 사장님은 안계셨습니다.
천정에 보이는 것은 "드림캐처"라고 인디언들이 악몽을 쫓기 위해 걸어두는 대표적인 장식물입니다.
사진은 인디언 선조들의 모습
인디언들이 즐겨 먹었다는 음식은 어떠할까? 투박해 보이는 스테이크가 두덩어리, 구운 토마토, 한가득 올려진 프렌치 후라이. 그리고 인디언들이 즐겨 먹었다는 기름에 튀긴 빵만 보더라도 광활한 이 땅에서 사냥을 하며 삶을 이어나갔던 그들의 엄청난 칼로리 소모량을 짐작케 합니다. ^^;
이것이 전통에 가까운 음식이라곤 할 수 없겠지만 도시에서 먹는 스테이크완 달리 시골스러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고스트 레이크는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본 호수였고 앞에 놓여진 스테이크는 벌써 두번째입니다만, 도시(캘거리)에서 맛본 스테이크처럼 세련된 기교는 없어 보여도 지역 사람들이 즐겨찾는 맛집이라는 사실과 또 인디언 후손들이 레스토랑을 유지시키면서 팔던 인기 메뉴란 사실만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 알버타에선 그 존재가치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유명하다던 알버타 AAA 등급의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우리가 생각하는 "혀에 살살 녹는" 그런 스테이크완 거리가 멉니다. 방목해서 키운 소들이라 그런지 육질이 쫄깃한 편. 여기에 바짝 익혀 나오는 바람에 다소 퍽퍽했고 육즙의 풍미도 그닥 느낄 수 없었지만 쇠고기 자체에서 나오는 맛은 진한편.
우리가 닭을 먹더라도 일반 닭과 토종 닭의 차이 정도로 비유하면 비슷하려나..알버타 쇠고기는 마치 토종닭을 먹는듯한 식감이였습니다. 하지만 원래는 이렇게 나오지 않는다던데(좀 더 성의있게 나온다고 합니다만) 아마도 지금 주인이 없어서 그런거 같다고 합니다. ^^
한가지 독특했던건 감자튀김에 그레이비 소스를 잔득 뿌려 먹는다는 것. 이곳 인디언 부족들이 감자튀김을 즐겨 먹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레이비 소스는 쇠고기 육즙을 이용한 소스로 살짝 간이 되어 있어 짭조름하면서 쇠고기 육즙의 풍미가 감자튀김과 어울렸던 기억이 납니다.
뒤늦게 합류한 투어사 사장님. 주문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나온 스테이크는 같은 메뉴라도 우리가 받은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때는 레스토랑 사장님이 들어오셨을 때인데 같은 메뉴지만 이렇듯 계실 때와 안계실 때엔 적잖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빵 종류라던가 베이비 채소등이 말이죠. 이런게 단골의 효과인걸까요. ^^
우리나라돈으로 1인당 만원가량 했던 스테이크 한접시.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먹었던 스테이크 중 가장 저렴했지만 이렇게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즐겨 이용하는 맛집에서 인디언들의 맛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였습니다.
치니키 추장이 죽으면서 유언을 남겼던 "이 땅위에 물과 바람까지 모두 되돌려 받으라"는 부분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슬픔의 땅이였던 이곳 인디언 지역에서 저는 고스트 레이크의 바람을 맞으며 이곳에서 나오는 물을 마셔봅니다. 이곳에서 나는 식수는 인근 호수와 강에서 끌어올린 '영혼의 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합니다. 마치 미네완카 호수(밴프 국립공원 미네완카 호수)도 '영혼의 물'이라 불리게 된 전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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