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키] 재스퍼 국립공원 피라미드 호수에서 낚시를 하다


    낚시를 좋아하는 꾼으로서 설레임을 안고 찾아간 캐나다 로키! 수많은 호수들 중에서도 특히 낚시가 유명한 곳들이 있는데요, 이에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재스퍼 국립공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피라미드 호수"입니다. 피라미드 호수는 피라미드 산(해발 2,763m)을 정면에 두고 아름다운 반영을 자랑하는 호수로 송어 보트낚시가 유명합니다. 하지만 제가 찾은 날은 아쉽게도 시즌이 끝났습니다. 할 수 없이 저는 집에서 챙겨온 낚시대를 이용해 도보낚시를 시도해 보는데..





    [캐나다로키] 재스퍼 국립공원 피라미드 호수에서 낚시를 하다



    밴프 국립공원과 레이크 루이스를 거쳐 재스퍼 국립공원에 당도하면 미묘하게나마 달라진 분위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거리와 맞먹는 정도의 위도가 높아지면서 산세가 수려해지고 좀 더 시골스러워졌다고 해야 할까. 그 전에도 밴프 국립공원은 캐나다 로키의 수려한 경관을 보여줬다지만 재스퍼 국립공원은 뭐랄까..

     

    깊은 산골짜기를 약간은 벗어나 평지가 드문드문 보이면서 크고 작은 호수들로 전원풍경을 이루는 듯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밴프보다는 야생동물을 관찰하기가 수월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전날밤 숙소에서 여정을 풀고 이른 아침 서둘러 찾아간 곳은 거대한 피라미드 산이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는 피라미드 호수. 저는 집에서 가져온 낚시대를 들고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도로에서 만난 사슴들


    머리가 가려운건지 나무에다 문지르는 행동을 하는 사슴

    갑자기 요가를 시도하는 사슴

    피라미드 호수, 재스퍼 국립공원 캐나다 로키

     

    피라미드 호수는 패트리샤 호수와 함께 재스퍼 시내에서 자가용으로 10~15분이면 당도할 수 있는 가까운 곳입니다. 동이 트고 아침 햇살을 받자 호수의 모습은 기대했던 것 만큼 수려한 풍경을 뽐내고 있습니다. 흔히 사진빨 잘 받는 풍경이 있는데 갠적으로 피라미드 호수가 그렇지 않나 생각이 들구요.


    백두산(해발 2,750m)보다 13m가 더 높은 저 피라미드 산은 재스퍼 국립공원에 들어설 때 부터 환하게 우릴 반겨주었는데 막상 호숫가로 접근하니 독특한 모양의 산이 호수의 반영과 잘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이룬듯한 느낌입니다. 피라미드 호수는 피라미드 산에서 따온 이름으로 겹겹이 쌓아 놓은 듯한 모양이 마치 피라미드 형상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붙여진거 같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피라미드 호수는 산의 독특한 모양과 아기자기해 보이는 보트 선착장이 호수를 더 돋보이게 하니 이러한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사진 포인트가 형성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카누, 카약, 낚시용 보트를 렌탈할 수 있는 선착장

    선착장에서 바라본 피라미드 호수

    모터가 달려 있는 보트에만 뜰채가 있는 걸 봐선 이것이 낚시용 보트임을 알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도 거의 없어 이 넓은 대지를 전세 낸 기분이랄까요. ^^ 하지만 지금 한가로이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곳을 방문한 목적은 바로 "낚시". 이곳에선 어떤 어종이 잡힐지 벌써부터 설레이기만 합니다. 우리는 낚시 포인트를 잡기 위해 호숫가를 쭉 둘러봅니다.


    아직까진 이렇다할 지형지물이나 맘에 드는 포인트가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전 위성지도를 보며 호수의 구조를 대략 살펴봤지만 한가지 맘에 걸렸었던 건 호수 중심부를 제외하곤 뭇가의 수심은 다소 낮다는 점. 아니나 다를까 직접 와서 빙 둘러보니 수심이 1m채 되지 않은 곳이 태반입니다. 허허..이거 꽤나 난감한걸



    금강산도 식후경. 저 김치는 몇 일 지나다 보니 안에 가스가 차서 빵빵해졌네요. ㅎㅎ 아니나 다를까 시큼한게 제대로 익었습니다. 시큼한 김치와 함께 캐나다의 호숫가에서 라면냄새 좀 풍겨주고요. ^^;


    식사를 마치고 첫 캐스팅을 해봅니다만 이곳은 수심이 낮아 도저히 낚시를 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장비를 챙겨서 차를 타고 반대편으로 이동합니다.


    피라미드 호수, 재스퍼 국립공원 캐나다 로키

    건너편엔 호숫가 입구로 리조트와 보트 선착장이 보이고 있습니다. 낚시대를 챙겨 차에서 내리는데 가족끼리 놀러온 캐네디언이 눈에 띕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발견한 순간입니다. ^^;


    그런데 한 청년이 우릴 보자마자 "헤이~ 가이" 라고 하더니 뭐라고 쏠라쏠라~ 말을 하는데 대충 듣자하니 낚시시즌이 종료되서 해봐야 소용없다? 암튼 잘은 모르겠지만 시즌 종료라는 말이 들어왔어요. 흠.. 그것이 단순히 보트 낚시 시즌이 종료됐다는 건지 아니면 현재 낚시시즌이 종료되었기에 낚시를 하면 안된다는 얘긴지 모르겠어요.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전자쪽인거 같아 일단 오케이~를 해주고 우린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선


    이쯤에서 채비를 날려봅니다. 후루룩짭짜~~~앗싸비오~! 드디어 재스퍼 국립공원의 얼굴인 피라미드 호수에서 낚시를 하다! 아무리 호수 경관이 수려 어쩌고 해도 역시나 저는 낚시를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


    오늘을 위해 몇일전 켄모어에서 낚시 라이센스까지 사뒀었는데 시즌 종료라고 포기할 순 없으니깐요. 시즌은 종료됐을지 몰라도 고기들의 먹이활동이 종료되진 않았을테니 입질의 추억이 캐나다를 향해 캐스팅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피~~~~유~~~우~~~~우~~~~~ 첨벙!"

    아따~ 멀리도 던졌네! 이제 입질만 기다리면 됩니다. 오늘 사용한 낚시채비는 다소 실험적으로 한국에서 쓰던 벵에돔 채비 그대로 입니다. 제로찌를 달고 수중쿠션을 물린 다음 호수물이 흐르지 않는 점을 감안해 목줄에 봉돌은 달지 않고 대신 송어입은 크기 때문에 벵에돔 바늘이 아닌 감성돔 4호 바늘로 채비를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미끼는 전에 카나나스키스 지역에서 낚시하다 얻은 송어 전용 미끼를 사용했구요.


    뒤에 피라미드 산을 배경으로 낚시 포즈를 취해보다.

    그런데 바닥을 보니 좌절스럽습니다. 이곳 수심도 1m가 채 안되는 지형이 꽤 멀리까지 뻗어 있습니다. 앞서 방문했던 밴프 국립공원의 호수들은 산 계곡에 위치해서 그런지 지형이 가파르고 수심도 깊어보였는데 피라미드 호수는 거기에 비해 굉장히 평탄합니다. 어쨌든 낮은 수심대가 뻗어 있어 물색이 얕지만 30m이상 넘어가는 부근의 물색은 진해보여 수심이 깊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멀리 롱 캐스팅을 한 후 살살 끌어오다 턱 부근이다 싶은 곳에 다소곳이 채비를 내려보는데 그렇게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 정말 시즌 종료인건지 입질 받는건 실패로 돌아가니 이쯤에서 고민되기 시작합니다. 겨우 한시간 해놓고 입질 못받았다고 낚시를 계속 해야하나 이런 생각 보단 낚시를 계속 하느냐, 아니면 촬영을 해야 하느냐의 기로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왜냐하면 피라미드 호수의 수려한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선 이른 아침부터 촬영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좀 더 늦었다간 원하는 사진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들고 있는 낚시대를 접어야 하니 갈등이 생긴것입니다.






    피라미드 산(해발 2,763m), 재스퍼 국립공원 캐나다 로키

     

    따사로운 햇빛을 받자 피라미드 산은 더욱 두드러진 음영을 드리우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이곳을 방문할 기회는 지금이 유일한 기회. 결국 저는 하던 낚시를 멈추고 촬영쪽으로 가닥을 잡습니다. 저는 한번 시작한 낚시를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요. 기상이 나쁘지 않다면 그 자리에서 세시간이고 여섯시간이고 끈덕지게 합니다. 그런데 이 날은 낚시하면서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풍경에 결국 두손 두발 들고. 낚시대 대신 카메라를 쥐고 돌아다녀 봅니다.

     

    풍경사진을 찍을 땐 누누히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자신이 방문하고자 하는 곳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가는 촬영 포인트가 아침에 찍어야 좋은지 혹은 오후에 찍어야 좋은지를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될 수 있으면 다른 작가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촬영 포인트 위치를 숙지하고 또 그곳에 가면 꼭 담아와야 할 요소들을 머릿속에 정리한 다음 촬영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피라미드 호수의 촬영 포인트는 아침입니다.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피라미드 산의 입체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좋으며 바람이 없다면 호수의 반영까지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세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시도했습니다. 낚시까지 더해서요 ^^;


    하지만 이런 수려한 경관을 앞에 두고 너무 과욕을 부린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낚시를 통한 짜릿한 경험은 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멋진 곳에서 낚시대를 드리웠단 사실만으로도 저에겐 상징적인 의미였습니다.


    오후 시간대에서 바라본 피라미드 산의 모습

     

    위에서도 말했지만 왜 피라미드 호수가 아침에 촬영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보정을 해도 이정도 밖에 느낌을 못살렸는데 오후 시간대에 담아 본 피라미드 산의 모습은 아침에 찍은 것관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바로 윗 사진과 비교해 보시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데요. 이렇듯 "빛"의 방향에 따라 산의 굴곡과 색감, 입체감등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잘 알게 해줍니다.


    재스퍼 국립공원의 호수들은 월아이를 비롯 다양한 종류의 송어낚시를 즐길 수 있습니다. 피라미드 호수를 비롯한 이 근방의 낚시 시즌은 6월~8월까지가 최대 성수기입니다. 호수 중심부를 제외한 수심은 낮은 편이여서 보트낚시가 주효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수려한 경관속에서 송어낚시를 즐기는 것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피라미드 호수, 재스퍼 국립공원 캐나다 로키

     

    사진은 약간의 보정으로 눈이 쌓여 있는 산자락의 모습을 표현해 봤습니다. 촬영한 시기는 9월인데 아마도 지금은 눈으로 가득 덮혀져 있을거 같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풍경 때문에 낚시를 포기하게 만든 피라미드 호수. 이런 곳에서의 낚시라면 입질이 없어도 마냥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제목 그대로 낚시하다 넋을 잃게 만든 풍경이였습니다. 피라미드 산을 필두로 한 이곳 풍경이 어째서 재스퍼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호수인지를 잘 알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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