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여행] 캘거리의 프린스 아일랜드 공원
캐나다 알버타엔 주도인 에드먼턴이 있고 1988년 동계올림픽으로 유명해진 도시 캘거리가 있습니다. 해마다 7월 초면 카우보이들의 축제가 열리는 카우보이의 도시 캘거리. 그리고 중심지인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보우강(Bow River)엔 프린스 아일랜드 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바쁜 도시인들에게 여유와 활력을 주고 있는데요. 캐나다 여행 첫날, 아직 여행을 받아들이기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산책하게 된 프린스 아일랜드 공원으로 사진여행을 떠나봅니다.
#. 캘거리 공원에서 본 상의실종,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 [캐나다여행] 캘거리의 프린스 아일랜드 공원
드디어 꿈에 그리던 캐나다 여행이 시작! 저는 반 비지니스석이나 다름없는 비상구 앞 좌석에 앉아 들뜬 마음으로 이륙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리를 쭈욱 펼 수 있어 좋았던 비상구 좌석. ^^ 아주 약간의 차이이긴 하지만 앞으로 10시간을 비행해야 하기에 여기서 오는 공간의 차이는 크게 다가왔는데요. 창가쪽에 앉은 아내가 화장실을 갈 때 제가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다리를 꼬아도 넉넉했던 자리여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렇게 10시간의 비행끝에 캐나다 벤쿠버에 도착. 그리고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 1시간 30분의 비행끝에 도착한 곳, 캘거리!
캘거리 다운타운, 캐나다 알버타
캘거리 시간으로 오후 5시. 공항에서 랜터카를 인수받고 익숙치 않은 네비게이션(현지에선 GPS라 부름)을 조작하면서 가까스로 호텔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 퇴근길이 시작되었는지 다운타운으로 들어서자 곳곳은 도로 정체가 시작되었는데 낮선 차에 낮선 도시에서 정체를 맞이하니 살짝 초조하기도 했고 장시간 비행으로 인해 머릿속이 약간 몽롱한 상태여서 집중력이 흐트러질까봐 긴장을 늦추지 못했던 기억들.. 캐나다의 여유있는 자연속에 파묻히고자 왔지만 처음 도착한 캘거리의 첫 인상은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도시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왠지 발모양을 밟고 지나가야 할거 같은 캘거리의 지하 환풍구
파란색이 아닌 흰색으로 표시되는 보행자 신호등
한국에서 캘거리까지의 시차는 14시간 정도..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시차적응이란게 뭔지 모른채 일단 짐부터 풀고 카메라를 들고 나온 첫 장소가 "프린스 아일랜드 공원"이였습니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호텔에서 도보로 15분 가량 걸리는 가까운 곳으로 캘거리를 가로지르는 보우강에 위치한 "섬 공원"이였습니다. 서울 한강에 있는 선유도와 비슷한 개념이랄까요.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어요. 복잡스런 다운타운에 위치한 공원이였지만 왠지 한적한 주택가 공원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은 왠지 모를 편안함으로 다가옵니다. 집에서 막 나온듯한 분들의 모습들하며, 맨발로 다녀도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공원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선 신발실종(?)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함께하는 애완견과 주인이 같은 조건으로 산책을 즐기는 캐네디언들의 여유있는 모습입니다.
가끔 불광천에서 산보를 하다보면 경쾌한 음악에 맞춰 단체로 체조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곳도 그것과 비슷한 풍경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 엄마 할거 없이 인솔자의 동작에 맞춰 스트레칭하는 모습이 꽤나 낮익은 장면들 ^^
바람이 불면서 꽃비가 내립니다. 좀 더 시간을 투자했다면 맘에 드는 컷을 건졌을텐데 이곳에 있는 레스토랑 예약시간이 다가와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던게 아쉬웠습니다. 아직 여행의 감도 없고 몸도 덜풀린 캐나다 여행 첫날.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오늘따라 유난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모든게 낮설고 새로운 환경속에서 몸이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나 봅니다.
이곳을 거닐다 보면 이렇게 과감한 패션의 차림새를 한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실 수 있는데요. 공원을 산책하다 우연히 본 상의실종 패션에 첨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자유분방함속에 여유있는 패션이 아닐까 싶어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용기를 내어 저 여성분 앞에 서서
"저기요 잠깐만요!!"
"왜그러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입질의 추억이라는 여행자입니다.^^ 이곳을 지나다 우연히 봤는데 패션이 넘 멋지셔서요. 실례가 안된다면 사진 한장 담아볼 수 있을까요?"
"하하하..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상상에 그치고 마는 소심한 입질의 추억 ㅠ.ㅠ 아내와 제가 보고선 동시에 "멋지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 동의를 얻고 몇 장 찍을 수 있는 그런 "용기+언어소통"의 부재가 시간이 지난 지금 꽤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럴때마다 영어공부를 그간 열심히 안했던게 후회스럽기도 하구요.
꽃비가 내려 하얗게 된 뭍가엔 오리들이 놀고 있었다.
꽤나 빠른 속도로 흐르는 보우강엔 한 커플이 고무튜브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에서 낭만을 느낍니다. 도심 한가운데서 볼 수 있으리라곤 생각치 못한 신선한 풍경들..
캐나다에서의 첫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해는 거의 지고 있었고 보우강엔 불빛을 따라 들어온 오리들이 수십마리입니다. 위도가 높은 캐나다 알버타는 한여름엔 백야현상으로 오후 11시는 되야 해가 저무는 현상이 있지만 9월은 그나마 해가 짧아져서 오후 9시에 해가 집니다.
캘거리의 야경
프린스 아일랜드 공원을 가로질러 캘거리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사진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조깅과 데이트를 즐기며 활력이 넘쳤던 이곳에서 캘거리의 야경을 찍으려고 하는데 이때 생각났던게 삼각대. 깜빡하고 숙소에 두고 나온게 두고두고 후회됩니다. 그렇다고 숙소까지 갔다오기엔 시간상 안될거 같고.. 해가 지기 시작하는 이때 담지 못하면 안되기에 서둘러 촬영을 해보지만 역시 삼각대 없이 깔끔하게 야경을 담는다는건 무리였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찍을 수 있었던건 길거리 안전팬스 위에다 카메라를 올려놓고선 여권을 깔아 각도를 조정해서 찍었는데 이마져도 흔들려서 전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앞쪽으로 수풀이 있어 구도에 방해가 됐지만 삼각대가 없는 저로선 팬스에 카메라를 고정시켜 찍어야 했기에 구도를 잡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DSLR 카메라를 처음 구입해서 사용해온지 2년 2개월.. 이제서야 처음으로 장노출 사진을 찍어봅니다. ^^; 제 장노출 사진 1호예요. ㅎㅎ
도로는 자가용과 전차가 함께 다닐 수 있는 구조가 이색적이다.
호텔근처로 돌아오자 오후 10시. 그런데 길거리 풍경은 새벽 1시같은 느낌으로 텅텅 비었습니다. 막차를 기다리는 몇명의 시민들만 있을 뿐. 담날 아침꺼리를 사려고 편의점을 찾아봤지만 이 근방엔 문을 연 점포를 찾아볼 수 없었어요. 전차가 한대 오면 찍어보려고 했지만 시간도 시간이라 캐나다 여행 첫날은 5시간의 짧은 기록으로 마무리짓습니다.
그래도 5시간동안 많은 것을 했던거 같아요. 공원 산책도 하고 그곳에서 멋진 식사도 했고 또 상의실종의 멋진 패션도 볼 수 있었고 ^^~ 생애 첫 야경사진을 시도했던 의미있는 날이였습니다. 캘거리를 거쳐가신다면 프린스 아일랜드 공원 꼭 한번 둘러보시길 권해드려요. 사진포인트에서 멋진 야경사진을 찍는것도 잊지마시구요. 캘거리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물론 여유와 낭만까지 두루두루 느낄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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