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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나스키스 국립공원은 익히 알려진 밴프나 재스퍼 국립공원에 비해 규모면에선 작지만 쿠트니와 요호 국립공원을 합친것보단 큽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순수한 면적이 넓다는 것을 의미할까.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지역을 둘러보면서 격었던 촬영 에피소드랄까요. 해외에서 여행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팁이 아닌 촬영 실패기를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 해외에서 여행사진을 망치는 주범 일곱가지
[해외여행사진찍기] 카나나스키스 국립공원의 여행사진들
사진으로 블로그 컨텐츠를 꾸려나가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봤음직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왜 남들보다 사진을 못찍을까?" 꾸준히 그리고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해 왔고 사진을 찍어왔지만 1년전이나 지금이나 사진실력은 그대로 정체되어 있는 듯한 느낌.
저 역시 그런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DSLR 카메라를 영입하고 사진을 찍어온지 이제 2년 정도 되지만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사진을 잘 찍고자 하는 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열정만 가지고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란걸 실감했으니 그것은 "단순히 잘 짜여진 메뉴얼만 가지고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사진 감각들" 입니다.
비싸고 좋은 카메라와 렌즈를 구입해서 찍는다면 "화질"부분에선 단연 압도적일지 몰라도 그것만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것이 '사진'인거 같습니다. 만약 나의 색감 표현력이 부족하다면 포토샵에서 사진보정을 하거나 색상필터를 이용해서 촬영하면 커버가 될 수 있겠지만 찍는 사람의 생각을 호소력있게 전달해야 할 사진이라고 봤을때 보정이나 필터는 보조적인 역활에 불과할 것입니다. "좋은 사진은 곧 시선에서 나온다."
제게 부족한건 바로 이런 점이였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촬영 여건도 매우 중요하다는걸 절실히 깨닭았습니다. 그 여건이란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말하는 것이 아닌 "촬영 컨디션"을 말합니다.
카나나스키스 국립공원에 위치한 웨지펀드"Wedge Pond"
구름 한점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한 풍경 속 반영이 아름다웠던 웨지펀드
촬영 컨디션이란 촬영 환경부터 심리적인 요소까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날은 캐나다 여행 2일차. 열 몇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저는 여정을 풀고선 곧바로 2일차를 맞이하게 됩니다.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차를 끌고 나온 곳이 이곳 카나나스키스 국립공원. 당시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은 이제껏 보지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이였으나 그것을 눈으로 보고 생각으로 받아들이는덴 약간의 적응이 필요했습니다.
몸 컨디션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였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가 멍하다 보니 순간순간마다 좋은 컷을 담아내야 할 부분에서 머리회전이 빠르게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랄까..그리고 렌터카 여행이라 언제 어디서든 전천후 촬영이 가능한듯 보였지만 도로 사정도 생각해야 했고(예컨데 갓길이 없을 경우 함부로 차를 세우고 촬영하기엔 위험하다던가) 또 이 날은 가이드와 함께 하다보니 설명 듣는것 따로 촬영하는것 따로 행한다는게 익숙치 않았습니다.
카나나스키스 국립공원에서 본 이름모를 호수
푸르름이 덜한 한낮의 시간대지만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풍경이였다.
얼핏보기엔 잘 찍은 것 처럼 보이는 풍경사진. "사실은 제가 안찍었습니다. 캐나다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그렇게 찍히도록 했을 뿐입니다."
도로를 달리다 만난 야생 염소들
이때가 오후 2~3시. 해의 길이가 긴 캐나다에서 사진 찍기엔 가장 안좋은 시간대입니다. 이럴때 내가 방문해야 할 촬영지가 이 시간대에 해를 등지는지 아닌지를 사전에 알고 가는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게 만약 호수이고 좋은 사진포인트가 있는데 때마침 역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찾아올지도 모를 상황에서 그야말로 낭패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늘이 하얗게 날라가버리는 사진을 찍을 수도 없을테고.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야생동물을 만났을 경우. 차에서 내려 다가가서 찍어도 되는 경우면 모를까 대부분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찍어야 할 동물이 많기에 이런 경우 해의 방향은 운에 맡기는 수 밖에요. ^^
카나나스키스를 비롯 캐나다의 호수가 근처엔 이렇게 야외에서 바베큐를 즐길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 많다.
저의 캐나다 여행 일정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지만 한낮에도 방문한 곳이 많아 이런 빛의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저의 한계일런지두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역광을 피해 촬영하게 되는데 실은 그것이 "독"이 되었을 줄이야.
역광을 피해서 찍은 사진처럼 밋밋해 보이는건 없는데도 한낮의 역광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풍경이 아름답다해도 하얗게 깨지는 하늘과 강렬한 플레어 현상을 이기지 못해 결국은 등을 지며 밋밋한 느낌의 사진들만 찍어야 했던..
CPL필터의 부적응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사진
많은 분들이 실수하는 여행사진의 예
아직 여행의 감도 없고 몸도 덜풀렸던 캐나다 여행 2일차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였습니다. 어두운 실내에 있다가 밖으로 나올 경우 혹은 그 반대일 경우 ISO와 조리개 수치를 그때그때 조절하는 것도 머리가 빠릿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까먹기 일쑵니다.
CPL필터 부적응 사례
또한 오랫만에 사용하게 된 CPL필터. 아시다시피 CPL필터는 물의 난반사를 줄여주거나 파란 하늘을 더욱 파랗게 돋보이는 효과를 내지만 때론 이렇게 적응못해 사진을 죄다 망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날 적잖은 사진들이 이렇게 핀이 나가버리거나 과다노출로 인해 화이트홀이 생기는 등 이제 좀 자라나는
사진초보의 기를 팍팍 꺾어버렸습니다.
문제는 CPL필터로 인해 팍팍 깍여버린 셔터스피드의 수치. 그로인해 과다노출로 사진이 흔들리고 하얗게 떠버리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빨리 찍고 넘어가다 보니 일일이 체크하지 못하였고 나중에 집에 와서 모니터로 확인해 보니 이건 뭐..좌절스럽네요. ^^;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고정관념화 되어버린 메뉴얼링이라고 봅니다. 한낮에 풍경사진은 ISO 100, 조리개는 F9~13으로 찍어라! 와 같은 판에 박힌듯한 메뉴얼을 습득하다 보니 이렇게 밝은 대낮에서도 CPL필터가 깍아먹는 셔터스피드를 간파하지 못한 채 찰~~칵! 거리는 아둔한 셔터음을 그대로 방치해버린 것입니다. 왜 한낮에도 ISO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사진에서 주제를 찾기가 애매한 구도의 예.
표지판을 보여주려고 한걸까요. 뒷 산을 보여주려고 한 걸까요. 늘 풍경사진에 맞는 조리개 셋팅으로 찍다 보니 이럴때 살짝 뒷 배경을 날린다거나 하는 센스를 보이지 못한 채 어디에다 초점을 둬야 할지 모르는 사진이 탄생하였습니다.
실내 인테리어를 찍은걸까 사람을 찍은걸까, 주제가 불분명한 예
카나나스키스 국립공원에서 낚시를 하기 위해 들린 관광안내소. 이곳에서 낚시와 관련된 책자를 보며 포인트 지도와 잡히는 어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프레임에 담고 싶어 셔터를 눌렀는데 정면엔 등짝이 커다랗게 보이고 ^^; 맞은편에서 좀 더 들이대고 찍어야 할 생각을 이땐 왜 못했을까요?
구도의 애매한 예, 그대는 욕심쟁이 우후훗?
하늘과 땅, 물과 도로를 정확히 3등분 해버린 완벽한 밸런스의 예
정말 제가 찍었지만 이처럼 완벽한 밸런스를 가진 사진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사진은 뺄셈의 미학이라는데 이 사진에선 덧셈밖에 안보이는 한심한 구도만이 보일 뿐.
차를 끌고가다 풍경이 독특해서 잠시 세웠습니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던 중이라 흙먼지가 꽤 많이 일고 있는 상황.
뭔가 독특한 느낌이 들거 같아 찍으려고 했더니 역광님께서 행차하십니다. 역광이라도 좋다. 따사로운 느낌을 한번 담아보자라고 찍어봤지만 영 밋밋합니다. 망원렌즈로도 담아봤는데 느낌을 살리는덴 역부족입니다. 차라리 누워서 찍었다면 어땠을까. 더 좋은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흙먼지가 일어나니 그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단지 옷이 더러워지는 문제 때문이라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을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놓친 셈이 됩니다. 어찌됐든 이 날은 여러가지로 촬영 컨디션이 따라주질 못했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캐나다 여행 2일차에서 망원렌즈로 찍었던 분량들을 제 실수로 인해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노트북으로 옮긴줄 알고 메모리를 포맷해 버렸고 다음날 또 그 다음날 같은 메모리로 계속해서 촬영을 해댔으니 복구 가능성은 "제로"일 수 밖에..
정면에 보이는 산은 한때 큰 산불이 난 후 거뭇거뭇해졌다고 한다.
아직은 여행사진에 대해 뭐라뭐라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되지만 오늘과 같은 시행착오를 포스팅으로 남김으로써 다시한번 그 날의 아픔(?)과 실수에 대해 각인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또 이러면서 성장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여행사진을 잘 찍는 팁"이라고 말하는데 목적을 두지 않습니다. 그럴만한 실력도 없구요.
이것은 "해외 여행사진 실패기"입니다. 제가 경험한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분들이 사전에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면 이 글의 목적은 다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해외에서 여행사진을 망치는 주범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뼈져리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정리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1. 풀프레임 바디, 고성능 카메라와 비싼 렌즈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믿는 분들 좋은 화질만으론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여행자의 독특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사진이 더 우선시 됩니다.
2. 필터 의존도가 높은 경우 적시적소 용도에 맞는 필터를 사용하되 그것을 맹신해선 안될 것입니다. 특히 필터 의존도가 높으면 계속 필터에 의한 사진만을 생산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3. 어설픈 메뉴얼 지식
아침, 대낮, 저녁등 시간대에 맞는 카메라 셋팅과 인물, 풍경등 사진 성격에 맞는 카메라 셋팅을 외우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 버리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처럼 어설픈 사진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세팅능력이 필요할거 같습니다. 오늘이 이야기엔 오토모드로만 찍거나 Raw가 아닌 Jpg 파일만을 선호하는 분들도 포함됩니다. 오토에서 Tv, Av, M모드로 과감히 진출해보세요. 또 Raw파일로 찍는걸 귀찮아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4. 한낮 시간대를 피하는 경우
여행자가 사진때깔 잘나오는 새벽과 저녁에만 다닐 수 있을까요? 그것은 무리입니다. 또한 삼각대도 부담스런 짐짝이 될 수 있기에 들고 다니면서 찍는 스냅샷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사진이 될 수 있다란 믿음을 가진다는게 중요할거 같습니다. 원래 사진이란 "순간의 기록"이였지 처음부터 장시간 노리고 찍는 예술사진은 해외여행에선 맞지 않으니깐요.
5. 역광을 무서워하는 경우
초심자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게 역광. 저 역시 그랬으니깐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세상을 보는 시선이 천편일률적일 수 있다라는 것에 우리는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광에서 찍힌 사진이야 말로 가장 극적이고 다이나믹하다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6. 방문하는 여행지에 대한 이해 부족
이왕 촬영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방문 예정인 곳이 아침 포인트인지 저녁 포인트인지 정도는 알고 가는게 좋습니다. 대게 이른 아침에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온다라고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예를들어 캐나다의 모레인 호수의 경우 아침에 찍어야 예쁜 사진을 담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구체적이지 않은 정보"입니다. 캐나다 알버타 지역은 4계절에 따라 낮과 밤의 길이가 확연히 다릅니다.
한여름 이른 아침부터 찍어야 잘 나온다는 말을 듣고 9월경 모레인 호수를 찾았다면 오전 7시가 되어도 벌벌 떨면서 해가 뜨길 기다려야 합니다. 오전 9시는 넘어가야 온전한 햇빛을 받기에 오히려 늦은 아침시간대에 촬영하는게 더 좋습니다. 반면에 오후에 가야 역광을 피할 수 있는 관광지도 있는 만큼 해당 여행지의 일출과 일몰시간을 반드시 체크하고 빛의 방향을 염두해둬야 합니다.
7. 자꾸 덧셈을 하려는 경우
사진은 뺄셈의 미학이란 말이 있듯. 빼면 뺄 수록 설득력을 얻는 사진이 나옵니다. 물론 광각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체를 중심으로 나머지 불필요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제외시킬 수 있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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