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송어낚시] 캐나다의 송어회가 특별했던 이유


    계획했던 낚시투어가 무산되자 늦게라도 호수를 찾아 개인장비를 가지고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캐나다 여행 2일차는 이렇게 집에서 가져온 낚시대로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얼마 안됐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실험적인 채비로 테스트나 해보자 싶었는데 비록 한마리지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찌 낚시 채비에도 송어가 문다는 사실 ^^

    참고로 캐나다에선 낚시하기 위해 "낚시 라이센스"가 필요한데 이곳 카나나스키스 지방에는 인근에 있는 도시인 "캔모어"의 상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하루치 혹은 일주일, 일년 단위로 낚시 라이센스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올리겠구요.

     

    또 한가지는 잡히는 어종과 체장을 준수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낚시했던것 처럼 잡으면 무조건 먹을 수 있는건 아니고 1인당 몇 마리 혹은 몇 파운드 이상은 되어야 집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살린 상태로 가져올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은 지역마다 낚시관련법에 있어 약간씩 차이가 있으므로 해당 지역을 방문하여 관련법을 참고하는게 좋습니다.


    아내가 잡은 30cm급 무지개 송어

     

    어쨌든 이날은 3시간 정도 낚시를 하다가 아내가 무지개 송어 한마리를 잡았는데요. 보통 팬사이즈라고해서 후라이팬에 들어가면 알맞는 사이즈부터 어획을 허용합니다. 한국이였다면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집으로 가져왔겠지만 해외다 보니 놔주거나 그자리에서 바로 먹거나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송어는 프라이팬에다 구워도 맛이 좋지만 이때는 그럴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야생적 본능을 드러내며 회를 치는 것입니다. ^^; 아시다시피 송어는 1급수에서만 사는 깨끗한 고기입니다. 민물고기지만 이런 청정지역에서 잡히는 송어는 회로 먹어도 크게 상관없는데 문제는 회를 치기엔 매우 열악한 환경입니다. 칼은 과도뿐이였고 도마는 당연히 없습니다. ^^;


    그래도 꾸역꾸역 회를 떠보겠다고 나서보는데.. 우선 내장을 제거하고 호수의 물을 이용해깨끗히 씻은 후 포를 뜹니다. 접시는 점심을 먹었던 인디언 부족의 레스토랑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원래는 이렇게 포를 뜨면 키친타올로 포를 감싸 수분을 흡수해줘야 하는데 이곳에선 그냥 생략해야 했구요.


    한참을 열심히 뜨고 있는데 한 백인이 저의 수상한 동태(?)를 보고 다가옵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회를 계속 뜨고 있는데 함께 낚시하셨던 사장님께서 회치는걸 잠시 중단하자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곳 사람들에겐 적잖은 문화적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캐나다에서의 낚시는 손맛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 도로 놔주는 신사적인 스포츠로써 인식되고 있습니다. 즉, 캐치 앤 릴리즈를 표방하는 것이 그들의 낚시매너이며 단지 먹기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양만을 잡아서 익혀 먹는것이 그들의 낚시문화라면 문화라 할 수 있는데 잡으면 바로 회를 떠서 먹는건 아무래도 그들의 눈엔 매우 이상하게 보여질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저는 오히려 보여주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이니깐요. 요즘은 '스시'와 같은 일본음식이 대중화되었기에 옛날 만큼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하진 않을거 같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이곳은 도심지가 아닌 꽤 한적한 시골이므로..하여간 그러한 연유로 잠시 덮어두었다가 계속해서 회를 쳤습니다. 걍 보여줄껄 그랬나..그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약간 후회가 ^^;


    그리하여 완성된 캐나다표 송어회. 오늘 저희부부와 함께 낚시하면서 어느누구든 송어를 잡게 된다면 제가 회를 쳐주겠다고 호언장담 하였습니다. 함께 낚시하셨던 사장님은 10년 가까이 캐나다에 살면서 회맛을 못 본지가 정말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생선회가 너무나도 그립다던 사장님에게 이렇게 회 한접시를 보여드릴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사진은 아내가 찍은건데 우연찮게 저리 찍혔습니다.(절대 포토샵 아님ㅎㅎ) 비슷한 각도로 찍은게 두 세장 있지만 저렇게 하늘에서 빛 받은 모습은 첨 보는 ^^ 비록 볼품없는 한접시이긴 합니다만 회뜬다고 애쓴 저에게 하늘이 준 작은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마워요. 햇빛님!"

    그런데 옆에 있는건 초고추장이냐구요? 여행자에게 그런게 있을리가 ^^ 잘하면 오늘 회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사장님께서 핫소스를 준비해오셨더라구요.


    이 날 이래저래 컨디션 난조로 유난히 핀 나간 사진이 많았지만.. 어쨌든 초고추장.. 아니 핫소스에 찍어 먹는 캐나다의 송어회는 정말 각별한 맛이였습니다. 이것도 한점 두점 먹다보니 꽤 오묘한 느낌이랄까. 확실히 초고추장과는 다른 매운맛이지만 송어회의 고소한맛도 느낄 수 있었구요. 먹다보니 초고추장과 비슷한 느낌도 듭니다.


    저쪽에서 낚시하던 금발머리 청년이 이쪽을 종종 쳐다봅니다. 뭔가를 포크도 없이 손으로 집어먹는 모습에 계속 관심을 보이더군요.^^ 그런데 몇 점을 먹다보니 다들 손을 놔버리는 사태가 발생.. 저도 4점까지만 먹고 스톱했습니다. 역시 어린 송어라 그런지 "흙맛"이 나는게 계속 먹기가 좀 껄끄럽더라구요. 사장님께선 수년만에 그리웠던 생선회를 먹어본다며 기대가 크셨을텐데 생각보단 기대에 못미치는 맛에 뭐라 말도 못하시고.. 저도 아내도 똑같이 그런 회맛을 느꼈으니깐요. 셋이서 그저 웃고 맙니다. ^^

    여행이든 낚시든 취미든 그것을 즐기다 보면 스스로의 힘만으론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거 같습니다. 이 날도 아내가 한마리 잡았으니 핫소스에 찍어먹는 특별했던 추억이 생겼지만 만약 아무도 못잡았다면 모처럼 해외에서의 낚시가 허무함에 조용히 묻힐 뻔 했습니다. 게다가 낚시투어가 무산되어 공중에 붕 뜬 상황인데도 저희부부와 함께 끝까지 책임지고 가이드를 해주셨던 Prime World Tour의 배주운 사장님께 감사의 말 전합니다. 더불어 캐나다의 맑은 호수에서 자라 이제 곧 성인식을 앞두고 있는데 현지사정에 어두운 이방인에게 낚여버린 운 없는 송어한테도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합니다.

     

    우리는 날이 어두워지기전에 로키산맥의 관문인 밴프 국립공원으로 들어섭니다. 캐나다 2일차..지금까진 워밍업이였습니다. 이제부터 멋진 풍경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PS : 지금 제주도에서 어복부인과 함께 낚시중입니다. 다녀와서 인사올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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