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 태풍 쁘라삐룬이 북상하면서 한반도에 많은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장마전선까지 겹치면서 집중호우가 염려됩니다.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면 판매량이 급감하는 품목이 있습니다. 바로 수산물입니다.

장마철을 비롯해 무더운 여름에는 생선회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옛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말을 그냥 넘기지 못한 탓인지 지금도 비 오는 날에는 생선회를 멀리하는 분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 증거로 비 오는 날, 횟집의 매출 하락입니다. 일부 입소문 난 맛집을 제한다면, 평소보다 한산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마철에 먹는 생선회는 얼마나 안전할까요? 팩트체크를 통해 알아봅니다.

 

 

1. 장마철(여름철) 생선회를 먹고 탈이 나는 경우

장마철에 생선회를 먹고 염려되는 것은 장염 비브리오, A형 간염, 기생충 감염, 그리고 각종 식중독균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세균은 여름에 가장 많이 번식하며, 감염 확률도 높습니다. 그렇다면 생선회를 멀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1) 장염 비브리오 및 식중독 → 고위험군은 주의

장염 비브리오는 해수온이 20도 이상 오르는 여름철에 급증합니다. 그러나 장염 비브리오를 비롯한 각종 식중독균은 대게 생선 비늘과 아가미, 지느러미 같은 표면에 붙어 있어서 우리가 회로 먹는 생선 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상처 없는 건강한 활어'라는 전제라면 이러한 세균들이 살 속으로 침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선 표면에 붙은 균들이 칼과 도마를 통해 살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위생관념이 취약하고 관리가 부실한 경우인데 여기에 비브리오는 면역력이 결핍된 고위험 환자군(간질환자, 만성 알코올중독, 신부전증, 고혈압, 당뇨 등)이 감염될 확률이 있는 만큼 고위험 환자군은 여름철(장마철) 생선회를 드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2) A형 간염 → 전반적인 몸 상태가 좋지 못할 때는 주의

A형 간염은 B형과 C형 간염과 같이 혈액으로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감염되며, 7~20일가량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납니다. 평소에는 이러한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해도 면역 체계가 막아주는데, 여름철 비위생적으로 처리한 생선회를 그것도 몸 상태가 좋지 못할 때(몸살감기, 과음, 과로 등) 섭취하면 약해진 면역력을 틈타 발병률을 높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몸이 안 좋다."고 생각되면 여름철 생선회를 멀리하기를 권합니다.

 

 

주로 생선 내장에 기생하는 기생충(사진은 고래회충)

 

3) 기생충 감염 → 양식은 없어, 위생 처리된 자연산도 문제없다

해수온이 높은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한반도에 서식하는 생선 내장에 기생충이 기생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연산에 한해서이고 우리가 주로 먹는 생선회는 양식인 점을 고려할 때 기생충 감염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더욱이 우리가 먹고 조심해야 할 기생충은 주로 고래회충(아니사키스)인데 이 기생충은 대부분 생선 내장에만 기생하기 때문에 자연산 생선회를 먹는다고 하더라도 '위생적으로 처리된 생선회'를 통해 감염될 확률은 희박합니다. 

 

 

부경대 생선회학 자료

 

2. 습도에 따른 세균 증식 → 문제없다.

습도에 따른 세균 증식도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경대 교수이자 생선회 박사인 조영제 교수의 실험 결과에서는 습도가 세균 증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습도가 매우 높은 장마철, 회를 먹으면 탈이 난다는 인과관계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여서 눈길을 끕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습도가 아닌 시간에 따른 세균 증식입니다. 초기부터 1시간까지는 세균 증식이 미미하다가 2시간 이후 급속히 늘어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생선회를 2시간 이상 실온에 방치할 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적어도 손님이 두 시간이나 실온에 두고 먹을 일은 없음)

 

 

 

3. 태풍으로 인한 결항과 어획량 감소 → 일부 자연산에만 해당, 대체로 문제없다.

비가 많이 오거나 태풍이 올라오면 출항을 하지 못해 어획량이 감소합니다. 어획량이 감소하면 한동안은 기존에 잡아 두었던 오래된 활어를 횟감으로 쓰게 되니 신선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횟집이 밀집된 해안가 포구나 자연산만 취급하는 일부 횟집만 적용됩니다. 요즘 우리가 소비하는 생선회는 90% 이상 양식이므로 이 기간에는 잘 관리된 양식을 이용하는 것이 여름철 안전하게 생선회를 드시는 방법입니다.

 

4. 여름 바다에 박테리아 급증 → 문제없다.

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비가 뿌려지고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서 바닷물에는 박테리아가 급증한다는 속설입니다. 저층에 있던 바닷물이 위로 올라오는 용승작용으로 박테리아는 수면을 떠다니게 되고, 이를 물고기가 마시면서 보유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에 불과합니다. 물고기는 아가미를 통해 산소를 제외한 각종 불순물을 거릅니다. 용승작용은 바람과 파도에 의해 조류가 순환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박테리아가 물고기 비늘이나 아가미에 붙어있는 것도 이 계절에는 으레 생기는 현상입니다.

 

 

여름에 생선회를 먹고 탈이 나는 경우는 대부분 위생 사각지대에서 일어난다(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장마철 및 여름에 먹는 생선회가 안전하지 못한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1) 비위생적으로 처리된 생선회.

2) 면역력 결핍 및 고위험군이 1)번을 섭취할 경우.

3) 2시간 이상 실온에 방치한 생선회를 섭취한 경우.

 

3)번인 '실온 방치'는 손님 테이블에서 일어날 확률이 매우 드뭅니다. 결국, 이 문제도 1)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 여름철(장마철) 생선회는 위생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수산물과 생선회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으니 그리 고민거리는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생선회를 좋아하는 분들입니다. 이 시기는 본격적인 피서철과 겹치면서 관광지와 포구, 해수욕장 인근 횟집과 수산시장 이용객이 증가합니다. 이 시기 회를 먹고 탈이 나는 경우는 대부분 오염된 음식물 섭취에서 비롯된 것이니 위생 사각지대에 놓인 일부 횟집과 일부 난전, 일부 좌판의 위생관념에 각별히 유의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시기는 위생이 중요합니다. 자체 검열이 엄격한 대형 마트나 고급 일식집, 여기에 검증된 맛집(횟집 포함)을 위주로 이용하는 것도 여름철 생선회를 즐기는 현명한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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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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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루바타
    2018.07.02 17:0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비오는날 무슨 회를 먹어?'
    라고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수 있습니다.

    무지에서 기인한 맹신은 참 껄끄럽지요
  2. 회가좋아
    2018.07.17 20:0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항상 유익하고 재밌는글 잘보고있습니다! ^^
    여름엔 항상 좋아하는 횟감을 못먹어서 그랬는데 이제 지인들에게 설득해서 같이 먹으러 갈수 있겠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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