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인 고사리 민어탕

 

어느 페친(페이스북 친구)분의 제보로 이마트에서 고사리 민어탕을 구입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점은 '없어서 못 판다는 것'. 보도 자료에 의하면 '여름 보양식 민어'를 탕으로 기획해 누구나 손쉽게 끓여 먹을 수 있도록 했다는데요. 다른 제품은 켜켜이 쌓여있는 데 비해, 이마트가 야심 차게 내놓은 민어탕은 달랑 한 개 남아 있었습니다.

 

워낙 인기 품목이었던 걸까요? 행여나 누가 집어갈까 봐(?) 얼른 집었습니다고사리 민어탕의 인기를 실감했던 순간이죠. 이마트가 그토록 강조하던 '여름 보양식' 또는 '양반 보양식'이라 불리는 고사리 민어탕은 보시다시피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 구성품을 살피면..

 

 

민어 네 조각이 진공으로 포장되었고요. 양념장과 고사리, 바지락, 대파가 들어있습니다. 설명서를 봐야 알겠지만, 이걸로도 단번에 느낌이 옵니다.

 

"한꺼번에 때려 넣고 끓이면 완성되는 간편한 음식이란 점을"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사실 민어탕을 맛보고 싶어도 여건상 맛볼 수 없는 분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홀로 사는 오피스텔 거주민부터 고시생, 직장인, 바쁜 맞벌이 부부 등등등.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마트가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하..

 

 

지는 않습니다. 단돈 만 원에 육박하는 이 음식의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냄비에 물 6컵을 넣고 대파를 제외한 나머지를 20분간 끓인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넣고 5분간 더 끓이면 양반들이 먹던 바로 그 고사리 민어탕이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인제 와서 새삼스럽지만 세상 참 편해졌습니다.

 

 

이마트는 민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산 '꼬마민어'라는 유사종으로 민어탕으로 기획했다

 

민어살을 개봉했습니다. 두둥~!

 

그런데 제가 아는 민어와는 다르게 생겼군요. 뭐 다르게 생기면 어떻습니까? 다른 곳도 아닌 우리나라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이마트가 민어라고 하면 그리 알고 먹어야 합니다. 게다가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 기획전 아닙니까? 과거 양반들이나 먹던 고사리 민어탕을 저렴하게(9,980원)에 제공하겠다니 넙죽 받아먹어야죠.

 

안 그래도 방송과 뉴스에서 지겹도록 듣는 말이 '여름 보양식 민어'인데, 이쯤이면 평소 민어 구경도 못 한 백성들이 궁금할 법하겠죠? 

 

※ 참고

사용된 어종은 민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산 꼬마민어라는 유사종입니다. 다시 말해, 민어와 비슷하게 생긴 유사종으로 민어탕을 기획한 것. 이것이 적절한지는 소비자의 판단으로 돌리겠습니다.

 

 

해서 끓여보았습니다. 고사리가 들어가서인지 민어탕보다는 육개장에 가까운 비주얼을 뽐냅니다. 보기만 해도 얼큰해 보이는데요. 죄송하지만, 여기서도 지겹도록 듣는 그 문구를 저도 쓰겠습니다.

 

"옛 양반들이나 먹었던 여름 보양식 민어탕! 그 맛은 어땠을까?"

 

※ 우선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지극히 주관적이고도 개인적인 맛 평가라는 것을 알려둡니다.

 

 

식탁에 올린 이마트 고사리 민어탕, 아니 인도네시아산 열대성 어류인 꼬마민어 조미료

 

사실 고사리 민어탕을 끓이면서 반신반의했습니다. 뼈도 없는데 어떻게 국물맛을 낼까 싶었죠. 그런데 그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국물 한 숟가락 뜨는데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이 말은 객관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 음식은 양념이 신의 한 수다."

 

민어 뼈가 들어가지 않음에도 깊은 국물맛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낌없이 들어간 MSG 때문. (물론, MSG 들어갔다고 욕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민어도 아닌 '수입산 짝퉁 민어'를 헐값에 냉동으로 들여와 살만 발라 씁니다. 그리고선 백성들에게 "이것이 요즘 핫하다는 민어탕이니 만 원에 사 가거라"하는데 국물 맛은 어느 정도 내야하니 답은 MSG 아니겠습니까? 

 

생선탕은 국물 맛이 생명인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뼈나 대가리 없이도 국물 맛을 내야 하는 기획자들의 고민이 이 비린내 나는 국물에 녹아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수)

 

MSG가 주도하는 국물이라고 해서 '수입 짝퉁 민어'가 맛에 관여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국물 맛에는 냉동과 해동을 거친 수입 민어의 비린내가 제대로 녹아 있어서 최소한 이것이 생선 매운탕임을 알게 해줍니다. 음식의 정체성도 지키고, 맛도 적당히 내면서, '여름 보양식'으로 파는데 우매한 소비자는 이것도 민어탕이라면서 팔아주니 일거양득인 셈이죠.

 

"보양식의 모든 것"

 

이 말은 최근 이마트가 여름 복날을 겨냥해 내건 행사 문구입니다. 몇몇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마트가 '여름 대표 양반 보양식'인 민어를 선택해 보양식을 내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설명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어는 6월~8월 산란기를 앞두고 몸집이 커지고 기름이 올라 맛이 좋아 조선시대부터 양반들이 보양식으로 즐긴 것으로 알려진다.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이쯤이면 지랄 옆차기가 울고 가겠네요.

 

※ 추신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상품을 구매한 겁니다. 맛으로는 만 원이 아까웠지만, 글을 쓰고나니 만 원이 아깝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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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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