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어떤 수산물을 먹는 것이 좋을까요?"

 

수산물, 아는 사람은 알아서 찾아 먹고,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는 것이 수산물 관련 정보지만, 사실 '9월 제철 수산물'만 쳐도 글마다 내용이 상반되기 때문에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알쏭달쏭합니다. 게다가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수알못'이 많지요. 수산물을 잘 아는 사람이 이것저것 추천해주거나, 편하게 따라가서 먹고만 싶은데 현실은 먹먹할 겁니다.

 

그래서 알아봅니다. 수산물 잘 모르는 이들이 참고해야 할 '9월에 제철인 수산물'. 오늘은 추천 요리까지 짚어드립니다.

 

 

꽃게찜

 

꽃게 양념게장

 

#. 꽃게

가을은 살 오른 수꽃게가 제철을 맞이합니다. 금어기가 풀리는 8월 21일부터 조업이 시작되는데요. 초반 시즌인 지금은 살 수율(살이 꽉 찬 정도) 약 70~80%를 보이며 kg당 10,000~15,000원 선에 판매됩니다. 살이 완전히 차지 않았고 크기도 들쑥날쑥하지만, 추석 시즌이 오기 전인 지금이야말로 일 년 중 꽃게를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입니다.

 

가을 꽃게는 암꽃게보다 수꽃게가 살이 많은데요. 11월부터는 암꽃게도 제법 살이 차고 알도 있어 암수 구분 없이 소비됩니다. 그전에는 수꽃게 위주로 드시길 권하며, 추천하는 꽃게 요리는 꽃게찜과 양념게장, 꽃게탕, 꽃게죽, 꽃게 라면 등이 있습니다. 9.1~9.16 기간에는 충남 서천 홍원항에서 자연산 전어, 꽃게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가을 대하

 

가을 하면 왕새우 구이

 

#. 대하와 왕새우

가을 하면 찾아오는 진객, 대하가 빠질 수 없습니다. 요즘 대하는 양식이 거의 없는 자연산으로 충남 홍성 앞바다와 안면도 천수만을 중심으로 어획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8.31~9.13일까지는 남당항에서 대하 축제가 열리고, 9.29~10.14일까지는 안면도 백사장항에서 대하 축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문제는 해마다 줄고 있는 어획량입니다. 이 기간 대하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잡히질 않으니 '자연산 대하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그나마 부족한 수량을 양식 새우로 메꾸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대하란 이름으로 곧잘 둔갑하는 '양식 새우'입니다. 양식 새우는 대하가 아닌 '흰다리새우'를 말합니다. 흰다리새우는 우리 바다에 서식하지 않는 외래종으로 원래는 지구 반대편인 남미에 분포합니다. 지금은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에서 대량 양식하고 있으며, 해마다 가을이면 대하 축제에서 부족한 대하 공급량을 채우고 있습니다.

 

양식이기 때문에 대부분 살아있는 상태로 유통합니다. 그래서 원통형 수조에 살아있는 새우는 모두 양식 흰다리새우입니다. 자연산 대하는 잡자마자 수분 이내 숨을 거두기 때문에 죽은 상태로 판매된다는 사실, 잊지마세요.

 

흰다리새우든 왕새우든 혹은 자연산 대하든 가을에 살이 오르고 맛이 좋음에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추천하는 요리는 가장 기본적인 소금구이를 비롯해 새우탕, 새우장, 새우튀김, 대하찜 등이 있습니다.

 

 

가을 하면 전어구이

 

폰즈 소스 끼얹은 전어 튀김도 별미다

 

전어회

 

#. 전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 온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 말'. 이러한 속담은 모두 가을 전어가 다른 계절보다 월등히 맛이 좋음을 말해줍니다. 실제로 전어의 지방 함량을 측정한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요. 봄 전어보다 가을 전어에서 무려 3배가량 높은 지방 함량을 보였습니다.

 

생선은 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맛이 좋아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비린내가 적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여전히 전어 굽는 냄새를 싫어하는(?) 며느리도 있고, 가을 전어를 먹느니 차라리 깨를 먹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추석을 전후하여 잡히는 전어 맛에 한 번 길들이면, 그때의 고소함이 다시 생각날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지요.

 

 

전어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산지별 맛 차이가 있기로도 유명합니다. 전반적인 인식으로는 남해산(진해)이 가장 맛이 좋고, 서해와 동해 순이며 양식도 일부 출하하지만, 맛은 자연산에 비할 수 없습니다. 전어 드시고 생각보다 비렸거나 맛이 없다고 느끼셨던 분들은 일부 신선도가 떨어진 전어를 드셨거나, 자연산보다 고소함이 덜한 양식 전어를 드셨을 확률도 있습니다. 현재 충남 서천 홍원항에서는 전어 축제가 한창입니다.

 

 

얼큰한 낙지 전골

 

매콤한 낙지찜 

 

낙지 탕탕이

 

#. 낙지

낙지는 단년생이자 한해살이입니다. 봄에 태어난 새끼가 무럭무럭 자라서 가을에 다다르면 적당히 살이 오르고 먹을 만한 크기로 성장하는데요. 가을에는 겨울잠에 대비해 영양분을 비축하게 됩니다. 낙지는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지요. 무안낙지, 조방낙지, 세발낙지, 기절낙지, 묵은낙지 등이 있는데 이러한 이름은 종류가 아닌 지역 이름(무안, 조방)을 따거나 상태(기절, 묵은), 신체적 특징(세발)에 따른 명칭일 뿐, 우리가 먹는 낙지는 '낙지(학명 : Octopus variabilis)'라는 단일종입니다.

 

주산지는 갯벌이 발달한 목포와 신안 일대이며, 최근에는 충남에도 어획량이 늘고 있습니다. 다만, 시중에 흔히 파는 낙지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원산지와 가격 형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확인해서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가을에 추천하는 낙지 요리는 낙지 전골, 낙지찜, 탕탕이, 연포탕, 호롱구이, 갈낙탕, 낙곱(낙지와 곱창) 등이 있습니다.

 

 

갑오징어

 

갑오징어회

 

#. 갑오징어

정식 명이 '참갑오징어'인 갑오징어는 봄과 가을 두 차례 제철을 맞습니다. 가을에는 낚시에도 많이 잡혀 9~10월 서해 일대 포구에는 주꾸미, 갑오징어를 잡으려는 강태공들로 활기를 띱니다. 가격은 일반 오징어보다 다소 비싸지만, 특유의 쫀득한 식감과 단맛이 일품이기 때문에 어떤 요리에 활용해도 맛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갑오징어를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은 회가 빠질 수 없고요. 숙회(데침 회)나 먹물 찜, 볶음, 오삼불고기, 탕, 냉채 등이 있습니다.

 

 

갈치회

 

갈치구이

 

제주도 토속 음식인 갈칫국

 

#. 갈치

고등어와 함께 국민 소비량 1~2위를 다투는 갈치는 7~8월부터 기름기가 올라 초겨울까지 이어지므로 가을이 체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을 중에서도 어획량이 많고 추석 시즌 장바구니 가격이 상승하기 전인 지금이 갈치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올해는 갈치 어획량이 무려 40% 가까이 올라 엄청난 풍어를 기록 중입니다. 이렇게 갈치가 한꺼번에 많이 잡히면 경매 단가가 훅 떨어지면서 어민들이 손해를 봅니다. 심지어 기름값이나 인건비, 시간 등을 생각했을 때 오히려 갈치를 잡는 것이 손해일 수도 있어서 출항을 고민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만큼 올해는 갈치가 대풍인 만큼 가격은 폭락했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작년 대비 약간 저렴해진 정도) 이유는 중간 유통에서 그만큼 해처먹기(?) 때문인데요. 아무쪼록 유통 구조가 개선돼 어민도 웃고 소비자도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갈치는 뭐니 뭐니 해도 구이가 최고이고, 가을에는 갈치회도 별미입니다. 다만, 회는 당일 조업한 은갈치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제주도 및 통영 등 일부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밖에 제주도 토속 음식인 갈칫국, 갈치조림, 갈치 강정도 이 계절에 맛봐야 할 제철 음식입니다.

 

 

흔히 '객주리'라 불리는 말쥐치와 쥐치

 

객주리 회

 

푸아그라에 비견될 만큼 고소한 풍미를 자랑하는 쥐치 간

 

말쥐치로 만든 객주리조림

 

전갱이회

 

전갱이 난방즈케

 

#. 말쥐치와 전갱이

경남에서는 말쥐치와 전갱이를 각각 '객주리'와 '메가리'로 부릅니다. 말쥐치는 쥐포(알포)재료이며, 그보다 작은 쥐치는 흔히 '참취지'라 하여 말쥐치보다 좀 더 고급 어종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그러나 말쥐치와 쥐치는 최근 몇 년 사이 개체 수가 감소했고, 지금은 양식으로 수요를 감당하는 처지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시중 횟집에서 먹는 말쥐치와 쥐치는 대부분 양식입니다.

 

말쥐치와 쥐치는 모두 가을이 제철입니다. 싱싱한 것은 살이 매우 단단하기 때문에 쥐치회는 복어처럼 얇게 저밀수록 맛있습니다. 특히, 쥐치 간은 아귀 간과 홍어 애와 함께 바다에서 나는 3대 푸아그라로 여길 만큼 고소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싱싱한 간은 날것 그대로 먹으며, 갈아서 생선회 소스로도 활용합니다.

 

또한, 쥐치 하면 생각나는 국민 간식 '쥐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쥐포 중에서도 최고급은 통영과 삼천포에서 생산되는 '알포'입니다. 알포는 두 장으로 뜬 말쥐치를 통째로 말린 쥐포로 우리가 시중에서 사 먹는 쥐포 중 단연 으뜸이지요. 경남과 제주도는 말쥐치를 객주리라 부릅니다. (사실 객주리란 어종은 따로 있지만) 말쥐치와 포슬포슬한 감자, 불린 콩이 들어간 '객주리조림'이 별미죠.

 

'아지', '각재기', '메가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전갱이 또한 여름에서 초겨울까지 기름기가 올라 맛이 좋은데요. 싱싱한 전갱이는 회로 먹는데 그 맛이 참치 뱃살 부럽지 않습니다. 몸길이 35cm가 넘어가는 일명 '슈퍼 전갱이'는 감성돔과도 안 바꾼다는 낚시꾼의 일화가 있을 정도로 가을 전갱이는 우리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과 기름기가 가득합니다.

 

전갱이 많이 나기로 유명한 제주도에는 일명 '각재깃국'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소금구이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저는 요즘 작은 전갱이를 통째로 튀겨 각종 채소와 소스를 버무린 '난방즈께(찬음식)'를 즐겨 먹습니다. 조만간 레시피 올리겠습니다.   

 

 

뿔소라

 

흔히 '전복치'라 불리는 괴도라치

 

#. 뿔소라와 전복치

뿔소라와 전복치도 9월에 먹어야 할 제철 수산물입니다. 뿔소라는 회와 구이로 즐기고, 전복치는 회와 매운탕으로 즐기는데 아마도 잡어회 중에서는 이 녀석만큼 비싸고 맛이 좋은 어종도 드물 것입니다. 뿔소라는 남해 통영과 제주도가 산지이고, 전복치는 우리나라 삼면에 고루 분포합니다.

 

해안가와 인접한 횟집이나 수산시장이라면, 반드시 이 녀석이 들어와 있으니 기다랗고 못생긴 얼굴이 보이면 손가락을 가리키며 '전복치 주세요.' 하세요. 그럼 상인은 '어떻게 전복치를 아네?'하면서 좀 더 신경 써 줄 것입니다.

 

이로써 9월에 먹지 않으면 손해 보는 제철 수산물에 관해 상세히 짚어봤습니다. 개중에는 가을이 제철인 수산물도 있지만, 대하나 전어처럼 9월이 아니면 안 되는 수산물도 포함되기 때문에 9월이 지나기 전에 맛보시기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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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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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13 14:0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오~ 예전에 찍으신 것 같은데, 저 대하사진 정말 예쁘게 나왔네요. 저렇게 색깔이 살아있는 대하를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대하에겐 인생샷(하생샷)이라 해도 되겠는걸요. 이미 고인(고하)이 되긴 했지만....
    영정사진으로라도 쓰라고 하고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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