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뭐가 맛있다, 맛없다를 구별하자는 내용이 아님을 밝힙니다.

 

 

<사진 1> A 점포에서 판매되는 고등어(배를 주목)

 

우리는 고등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만, 사진이나 실물을 빤히 바라보는 일은 드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중에서 조금이라도 크고 신선한 고등어를 고를 수 있을지 정도. 그러면서 눈짐작으로 크기를 재고, 동공의 투명도를 살피어 신선도를 가늠하는 것이 소비자로선 최선일 것입니다.

 

<사진 1>은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국내산 고등어입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고등어와 별반 차이는 없지만, 아직은 손질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를 소비자가 고르면 손질 여부를 묻고 조리 용도에 맞게 손질해 주는 식이죠.

 

그런데 사진의 고등어 특히, 배 부분을 잘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고등어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이렇다 할 특징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사진으로 넘어갑니다.

 

 

<사진 2> B 점포에서 판매되는 고등어(역시 배를 주목)

 

<사진 2>는 같은 재래시장 B 점포에서 판매되는 고등어입니다. 역시 배 부분을 주목해볼 때, 좀 전에 보았던 고등어와 차이점을 아시겠나요? 이 둘은 모두 국내산이나 종류는 분명 다른 고등어입니다. 어떻게 다를까요? 좀 더 상세히 짚어봅니다.

 

 

국내산 고등어 A

 

여기 국내산 고등어 A가 있습니다. 갓 잡은 고등어는 은백색의 광택으로 빛나지만, 서울 수도권으로 유통되는 고등어는 대개 이런 빛깔을 띱니다. 신선도로 치면 상, 중, 하, 중에서 중간 정도에 속하겠지요.

 

 

국내산 고등어 B

 

이것도 똑같은 국내산 고등어인데 A와 다른 점은 배에 깨알 같은 반점이 찍혀있다는 점입니다. A와 B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1) 고등어 A

- 표준명 고등어(학명 : Scomber japonicus)

- 방언 : 참고등어

- 분포 : 태평양, 인도양온대 및 아열대 해역

- 제철 : 가을~겨울

 

2) 고등어 B

- 표준명 망치고등어(학명 : Scomber australasicus)

- 방언 : 점고등어

- 분포 : 태평양, 인도양의 아열대 및 열대 해역

- 제철 : 여름

 


#. 종류별 맛의 차이가 나는 고등어

망치고등어는 고등어보다 지방 함량이 낮고 맛과 영양 면에서도 조금씩 뒤처집니다. 평소처럼 고등어를 몇 마리 사서 먹었는데 이날따라 유난히 살이 무르거나 맛이 없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날그날 신선도가 달라서일 수도 있지만, 모두 한곳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단순히 신선도 문제로 넘기기에는 맛과 식감에서 평소 먹던 고등어와 적잖은 차이를 느끼는데요. 

 

이는 '망치고등어'가 섞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망치고등어는 배에 검은 반점이 깨알처럼 나서 상인들은 '점고등어'라 부릅니다. 망치고등어는 일반 고등어보다 좀 더 따듯한 바다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고등어인데요. 어떻게 열대성 고등어가 우리 식탁까지 오르게 되었을까요?

 

아시다시피 망치고등어는 해수온 20도 이상 따듯한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해수온이 상승하는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잡힙니다. 한창 바닷물이 따듯할 지금 시기(7~9월)는 일반 고등어와 함께 혼획되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잡혀도 따로 분류하거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서 판매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판매처와 상인들은 두 고등어가 어떻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굳이 달리 판매한다고 이득은 없는 것이죠. 

 

 

일반 고등어와 망치고등어가 섞인 채로 판매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위 사진과 같이 섞어 팔아도 소비자는 쉬이 넘기기 마련입니다. 집에서 드실 때도 함께 섞어버리면 어떤 건 조금 비리다는 느낌을 받아도 그 차이가 명료하지 못해 넘기기 일쑤죠.

 

하지만 두 고등어를 각각 따로따로 조리해 먹어보면 살점의 단단함과 맛, 지방의 풍미에서 확연한 차이가 남을 알게 됩니다. 위에도 썼지만, 망치고등어도 제철이 있습니다. 맛이 좋은 계절이 여름이라 봄~여름에 맛이 떨어지는 일반 고등어와의 격차는 그나마 줄어드는데요. 가을부터 겨울 사이는 일반 고등어의 기름기가 절정에 오르기 때문에 이 둘의 맛 차이가 현격히 날 수 있습니다.

 

 

#. '점' 찍힌 고등어를 고르면 안 되는 더 중요한 이유

배에 '점' 찍힌 고등어를 고르면 안 되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국 전쟁을 치른 후 70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일궈냈고, 국민 총생산량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습니다. 삶의 질이 오른 만큼 음식 문화와 먹거리의 질적 성장도 발전하기 마련인데요.

 

아직도 우리나라가 다른 먹거리 선진국보다 발전이 더딘 것이 있다면, '식재료의 세분화'와 그로 인한 '시장가치 형성'입니다. 한 마디로 식재료를 품종별로 구분하거나 세분화해 그에 맞는 용도로 음식을 발전시키는 디테일이 아직은 떨어집니다. 당장 유럽의 선진국이나 일본을 예로 들지 않아도 됩니다. 말레이시아만 가더라도 사과 품종만 6~8종으로 분류하고쌀 품종도 우리나라보다 몇 배 이상 다양하며, 품종에 맞는 조리법도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언뜻 보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생선이지만, 엄연히 종류가 다르고 서식지가 다르며, 그에 따른 맛과 품질도 장단점을 가지기 때문에 이에 맞는 시장가치도 다릅니다. 이러한 분류 체계는 이미 유통 단계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눈 가리고 아웅합니다. 

 

저는 이 글을 쓰면서 '단순히 망치고등어가 맛이 없으니 고르지 말자'는 1차원적인 사고보다는 식재료의 세분화와 소비자의 권리에서 우리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도출해 낸 슬픈 결론은 이렇습니다.

 

"유통이 변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제 우리는 맛있는 고등어와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지는 고등어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국민 중 과반이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점' 찍힌 고등어를 꺼리게 된다면,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망치고등어는 계속 잡히는데 팔리지는 않으니 가격은 폭락할 것입니다.

 

흔하니까 가격이 떨어지고, 맛이 없으니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에 있어 당연한 결과입니다. 고등어는 고등어대로, 망치고등어는 망치고등어대로 맛과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며, 이에 따른 수요층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고등어와 망치고등어를 구분해서 팔면, 소비자도 각자 경제 사정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고, 사정상 저렴한 식재료로 단가를 맞추어야 하는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쓸 수 있으며, 식재료에 따른 세분화와 조리법도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내용이 비단 고등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은 고등어란 식재료를 예로 들었지만, 근본은 식재료의 세분화, 그에 따른 시장가치가 나누어지면서 소비자와 기업의 선택지를 넓히고, 관련 조리법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이 글에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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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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