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장어

 

최근 방영된 <식샤를 합시다>, 먹방'아나고회'가 실검에 떴습니다. 전체 영상을 보지 못했기에 해당 방송분에서 '아나고'란 언급이 얼마나 나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공식 페이스북도, 인터넷 기사도 붕장어란 우리말을 두고 아나고를 적극적으로 쓰는 현상이 씁쓸하였습니다.

 

국어사전에 '아나고(あなご)'는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로 사용을 지양해야 하는 순화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나고를 우리말 착각해서 쓰거나, 혹은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립니다. 그 증거는 포털 검색 결과를 통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는데요. 네이버 블로그에서 '붕장어'와 '아나고'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건수는 꽤 심각하게 벌어집니다.

 

붕장어 : 44,544건

아나고 : 97,231건

 

이것도 단일 문장으로만 검색했을 때 차이일 뿐, 우리가 일생 생활에서 자주 쓰는 'OOO회'를 붙이면 더욱 처참하게 벌어집니다.

 

붕장어회 : 1,271건

아나고회 : 40,260건

 

 

'아나고회'를 검색했을 때 네이버 지식백과

 

'아나고회'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지식백과두 눈을 의심케 합니다. 공신력을 가져야 할 두산백과는 애초에 '아나고회'를 제목으로 썼을 뿐 아니라 '아나고조림'이란 단어까지 일제의 잔재를 여과 없이 사용했습니다.

 

 


'붕장어회'를 검색했을 때 네이버 지식백과

 

'붕장어회'로도 검색해 보았지만, '아나고회'란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두산백과가 선두에 검색되었고, '붕장어회'는 관련어로만 잡힙니다. 이 글에는 붕장어와 아나고의 관계를 설명한 대목이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붕장어회라고도 하는데, 부산 지역에서는 붕장어를 가리킬 때 쓰는 '아나고'는 본래 붕장어의 일본말이다." 

 

글의 뉘앙스는 마치, 아나고를 붕장어회라고도 부른다는 느낌입니다. '아나고회'를 실검에 올린 주체인 <식샤를 합시다.> 공식 페이스북은 붕장어란 말 대신 아나고란 단어를 썼고, 이에 많은 기자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아나고회'를 키워드로 잡고선 지금 이 시각에도 적잖은 기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 일본의 말(외국어)을 쓰는 것과 일제의 잔재는 구분해야

부산은 매년 10월 '붕장어 축제'를 열만큼 산지로서의 명성이 자자합니다. 그만큼 부산의 붕장어 인기가 대단한데요. 지리적으로 일본과 인접해 일본 관광객의 유입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이고, 패션을 비롯한 다양한 일본 문화가 먼저 닿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 문화의 유입과 영향을 아예 안 받았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청산해야 할 일본의 잔재'란 것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일본의 말을 쓰는 것과 일재의 잔재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가령, 우리 나라 고유 음식인 '불고기'를 일본이 제멋대로 자기네 말로 바꾸어 '야끼니쿠'라 부르는 것은 한국의 고유한 음식과 고유명사를 무시하는 결과를 넘어, 그 나라 음식의 고유성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야끼니쿠를 자기네 방식으로 개발해 '원래 우리 음식이 원조'라고 우기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온 선어회 전처리 방식 중 하나인 '이케시메'를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신경 절단'이나 '척수 마비'쯤으로 해석하여 부를 수는 있지만, 이케시메는 일본에서 유래된 고유한 방식이므로 이를 존중해 '이케시메' 그대로 표기해도 문제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붕장어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붕장어는 일본의 고유한 생선이 아니며, 일본에서 파생된 그 무엇도 아닙니다. 붕장어를 비롯한 여러 수산물은 일식의 주요 재료였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때부터 그리 부르게 하였고, 광복 후 73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진 단어들입니다.

 

적잖은 횟집 메뉴판에는 붕장어란 말 대신 '아나고'를 쓰고, 갯장어를 하모라 부르는 것이 당연시되고, 여기에 돌돔과 참돔을 각각 '시마다이'와 '아까다이'라는 일본 본토에서도 쓰지 않는 국적 불명의 단어를 쓰고. 바로 이런 것이 청산해야 할 일제의 잔재가 아닐런지요?

 

제가 글을 쓸 때는 한 가지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일식에서 온 조리 용어나 순 일본말은 그것을 존중해 그대로 표기합니다. 다만, 우리말이 버젓이 있거나 대체 가능한 단어라면, 우리말을 전면에 내세우고 일본말을 괄호 안에 넣어 부연 설명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아나고는 알지만, 붕장어는 모릅니다. 그러므로 이 둘의 관계를 명확히 하면서 우리말과 일본말을 구분 짓게 하려면 제목이든 본문이든 '붕장어(아나고)' 식으로 표기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금도 수많은 기자와 블로거들이 일제의 잔재를 의식하지 못한 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일본은 인접한 이웃 나라이고 그들의 언어를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말로 대체 가능한 단어를 구석에 밀치면서까지 일본말을 쓸 이유는 없겠지요자라나는 아이들은 물론, 후세에도 올바른 우리 말을 전파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아나고란 말은 지양하고 붕장어란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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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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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닥터방음
    2018.09.07 19:1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뒤늦게본 글이지만 100프로공감합니다
    갯장어하모
    붕장어아나고
    왜 우리말로못하고 일본발음으로 불리는지 참 씁쓸하네요..
    좋은글 공감하고 잘보고갑니다 지민님^^
  2. 1412
    2018.09.11 15:5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이건 정말 바꿔야 할 점이 맞는것같아요. 일본어에만 있는 특수한 표현은 일본어를 써야겠지만, 우리나라 말로 멀쩡히 있는걸 일본어로 굳이 쓰는건 별로 좋아 보이진 않네요ㅠㅜ 특히 잘난척 하려는 사람들이 일부러 외래어써서 지식 많아 보이는 척도 많이 하고..
  3. 선동그만
    2018.10.01 17:0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무슨 불고기가 일본껍니까?
    과거 일본은 1872년까지 육류 섭취를 금지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에 들어온 서양인이 자국민들보다 체격이 월등히 크자
    일본 왕실은 육류 섭취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 전격적으로 육식 해금령을 내렸다.
    일본의 요리나 음식관련 고서나 고대 기록물에 전혀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대한 기록인 전무한 상태다

    조선시대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지은 ‘산림경제’에서는 ‘소고기를 저며 칼등으로 두들겨 연하게 한 뒤 대나무 꼬챙이에 꿰어
    기름과 소금을 발라 충분히 스며들면 숯불에 구우면 연하고 맛이 좋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며
    “이 음식은 설야멱적으로 불렸는데 설야적, 설리적 등으로 칭하다가 너비아니구이로 발전했으며
    오늘날 불고기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고서에 전해지는 불고기의 기록
    김홍도의 <설후야연> (雪後夜宴)에서는 양반가 집안에서 불고기를 먹는 모습이 나온다
    4세기 진대(晉代)의 수신기(搜神記).  최남선‘조선상식문답’,  음식디미방’기록‘설야멱(불고기)’,  필원잡기 (筆苑雜記)(1487년),
    산림경제 (山林經濟)(1715년)는 설야멱 ,  시의전서(是議全書),  추재집 (秋齋集)(1839년) 소고기를 먹는 법과 조리법 ,
    임원경제지 (林園經濟志) (1842년),  해동죽지 (海東竹枝)(1925년)에는 설야적,
    조선요리제법(1939년)에서는 우육구이(너비아니) 만드는 법에 대하여 ,
    고사통 (故事通)(1943년) 맥적(불고기)의 기록
    • 2018.10.02 18:3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불고기가 일본의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런 구절도 없죠.
      문제는 한글을 못 읽은 당신입니다. 난독증은 치료 받아야 할 병입니다.
    • 2018.10.03 11:2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ㅎㅎ 진정하시고 본문을 다시 천천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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