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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잡학사전 어류 이야기, 14번째는 서로 다른 두 어종의 교잡에 관한 내용입니다.
<사진 1> 강담돔(위)과 돌돔(아래)
<사진 1>을 보면 위쪽 교련 무늬가 강담돔이고, 아래쪽 줄무늬가 돌돔입니다. 두 어종은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생선회의 최고봉'이기도 하지요. 잘 보면 무늬를 제외한 생김새가 매우 닮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두 생선이 교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실제로 제주도 앞바다에서는 강담돔과 돌돔의 교잡종이 자연 채집으로 잡힌 적이 있습니다.
제주도의 한 횟집 수조에서 발견된 강담돔, 돌돔의 자연산 교잡종
교잡종은 강담돔의 점무늬와 돌돔의 줄무늬가 동시에 나타납니다. 강담돔도 아닌 것이 돌돔도 아닌 것이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돌강돔? 강돌돔? 돌담돔?
강담돔과 돌돔은 모두 '농어목 돌돔과'에 속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촌지간으로 여기지만, 종은 엄연히 다른 '이종'으로 분류됩니다.
- 돌돔의 학명 : Oplegnathus fasciatus
- 강담돔의 학명 : Oplegnathus punctatus
이러한 이종이 야생에서 생식능력을 갖추고 번식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강담돔과 돌돔은 지금도 꾸준히 자연 번식을 이어나가며, 일본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혼획된다는 것이 그곳 어부와 상인들의 전언입니다. 실제로 오사카와 도쿄 지역 수산시장에서는 드물게나마 어획 및 입하돼 판매되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가능해진 걸까요?
#. 교잡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
일본에서는 돌돔을 '이시다이(イシダイ)', 강담돔은 '이시가키다이(イシガキダイ)'라고 부릅니다. 이 둘을 인공적으로 교배하여 탄생시킨 것이 바로 '킨다이(キンダイ)'. 한자어로는 '近大(근대, 현대)'라 부릅니다.
근대(近大)는 '긴키대학 수산연구소(近畿大学水産研究所)'의 이름을 딴 것으로 전 세계 최초로 참다랑어 완전양식에 성공한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양식된 참다랑어 역시 긴키대학의 이름을 딴 '근대(近大) 참치'로 부릅니다. 2002년 야생에서 채집한 참다랑어 치어로 인공 부화해 성공했으며, 지금은 절찬리 판매 중이죠.
돌돔과 강담돔의 교잡종도 긴키대학 수산연구소의 끊임없는 연구와 교잡 시도 끝에 성공한 사례입니다. 이때가 1969년도였으니 한참 전의 일이었죠. 아시다시피 돌돔과 강담돔은 흰살생선회의 최고봉입니다. '생선회의 황제'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맛과 식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자연산은 희소가치도 있어 고가에 거래되는 고급 횟감이지요.
지금도 일본에서는 두 어종을 양식하는데(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돌돔과 강담돔은 대부분 일본산 양식) 문제는 성장 속도와 번식력입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돌돔의 번식력과 강담돔의 성장속도를 결합해 양식의 효율과 타산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 '킨다이(キンダイ)'의 탄생 배경입니다.
이것으로 긴키대학은 '교잡종 개발 및 양식'에 관한 특허를 취득합니다. 돌돔은 강담돔보다 번식력이 강하고, 강담돔은 돌돔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어, 두 어종의 장점만을 결합한 교잡종을 연구하게 되었고, 양식에 성공함으로써 지금은 온전한 상품화가 되었습니다. 맛도 돌돔, 강담돔에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고 알려졌습니다. 생선회는 그야말로 일품 다만, 자연산의 경우는 가열 조리 시 특유의 갯내가 나기도 해 호불호가 갈릴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아직 국명이 없는 돌돔 강담돔의 이종교배종, 킨다이(キンダイ)
#. 양식 활어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잡 연구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긴키 대학이 방어와 부시리도 교잡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방어(부리)와 부시리(히라마사)의 교잡종을 일본에서는 '부리히라(ブリヒラ)'라 부릅니다. 방어의 고소한 맛과 부시리의 단단한 식감을 결합하기 위한 종이죠. 더 흥미로운 것은 긴키대학이 이렇게 양식한 활어를 이용해 해산물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오사카 우메다역 근처에는 '긴키대학 수산연구소'라는 이름의 양식 물고기 요리점이 호응받고 있습니다. 수산 연구소가 키운 완전 양식 참다랑어를 비롯해 돌돔과 강담돔의 교잡종, 방어 부시리의 교잡종 등이 판매됩니다. 이 식당은 음식 사업에 정통한 산토리 그룹이 운영, 와카야마 현과 협력해 와카야마 현에서 나는 식재료와 긴키대학 수산연구소가 제공하는 양식 활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제공합니다. 2013년에는 도쿄 긴자에 2호점을 내기도 했죠.
긴키 대학은 킨다이 종묘를 바다에 방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킨다이는 야생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자생 및 번식으로 이어졌고, 일본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낚시와 조업에서 간혹 잡힌다고 알려졌습니다. 제가 발견한 돌돔 + 강담돔 교잡종은 7월경 제주도 근해에서 혼획된 것인데요. 이것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돌돔과 강담돔은 야생에서 서로 교잡을 할 수 없으나, 이미 교잡에 성공한 킨다이(돌돔 + 강담돔)끼리는 번식이 가능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일본 남부에서만 소수 번식하던 킨다이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제주도까지 올라왔다는 사실. 특히, 엘니뇨 현상이 두드러지는 해는 쿠로시오 난류가 크게 발달하면서 일본 남부지방에 서식하던 긴꼬리벵에돔과 돌돔이 한반도 해역으로 유입됩니다. 그 결과 제주도, 여서도, 추자도, 국도, 좌사리 등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는 도서권에서는 전례 없는 씨알의 긴꼬리벵에돔과 돌돔이 호조황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다만, 아직은 킨다이가 완전한 성체로 자랄 수 있다는 보고가 없습니다. 애초에 이 어종이 만들어진 배경이 강담돔의 최대 성장 크기인 80~90cm를 염두에 두고 성장 속도를 촉진하기 위함이지만, 아직은 야생에서 이렇다 할 대형 개체가 발견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성장 크기에 한계점이 있지 않겠냐는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비록, 킨다이가 강담돔만큼의 크기로 성장할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앞서 소개한 부리히라(방어+부시리)의 완전 상용화가 말해주듯 교잡 연구는 미래 양식 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최첨단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중국인들이 수산물에 입맛이 길들면서 나타나는 엄청난 수요나 빠르게 확산하는 글로벌 외식 문화를 보아도 앞으로 수산물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인류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해마다 고갈되는 어자원을 극복하고, 상품성과 타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잡 연구가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앞서 일본은 1969년에 돌돔 강담돔의 교잡에 성공해 판매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교잡에 성공했거나 판매한 사례조차 없기에 앞으로 이 분야에 관한 인력 양성 및 국가적인 지원과 투자가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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