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은 다양한데 차례상에 어떤 생선을 올릴지 고민됩니다."

 

어느 맘 카페 회원의 고충입니다. 댓글에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지만, 의견을 수렴해 보면 대체로 조기, 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조상을 모시겠다며 명절 때마다 차례상을 꾸리지만, 해마다 치솟는 물가에 점점 부담됩니다. 차례상에 올리는 몇 종류의 생선은 어획량과 상관 없이 작심해서 가격을 올려 받고요. 다른 품목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글은 지역마다 이러이러한 생선을 차례상에 올린다고 말하지만, 사실 정해진 법이나 기준은 없습니다. 그나마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면, 악귀나 영혼을 쫓는 고춧가루나 마늘은 사용하지 않는 것. 삼치, 갈치, 꽁치 등 '치'자로 끝나는 생선과 비늘 없는 생선(장어류), 그리고 등푸른생선(고등어)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서적인 합의는 있습니다.

 

또한, 생선은 저마다 나는 철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상께 바치는 음식인 만큼 종류보다는 살찌고 맛이 좋은 제철 생선을 올리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아래 열거한 생선을 참고해 각자 사정에 맞게 구매하시기 바라면서 지역별 다른 차례상 생선에 관해 알아봅니다.

 

 

참돔(도미)

 

황돔(벵꼬돔)

 

참조기

 

부세

 

통북어(또는 황태)

 

#. 서울 경기, 이 외에도 두루두루 사용하는 제수용 생선

차례상에 올리는 4대 생선으로는 민어, 조기, 참돔(도미), 통북어가 있습니다. 차례상에는 이 4종류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지금 이 철에 구하기 쉬운 생선으로는 작은 민어(통치)와 참돔, 조기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조기는 크게 참조기와 부세로 나뉩니다. 원산지로 보면 참조기는 대부분 국내산이고, 부세는 중국산이란 점이 참고할 만합니다.

 

참조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굴비'의 원재료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전통방식으로 부활한 보리굴비가 인기인데요. 원래는 참조기로 만든 보리굴비가 원조지만, 실용성에서는 참조기보다 크고 살이 많은 부세 굴비가 인기입니다.

 

 

 

차례상에 올리는 참조기는 어느 정도 커야 하는데(참조기는 크기에 따라 품질이 나뉘는데 너무 작으면 품질이 좋지 못할뿐더러 모양새도 떨어지므로) 시중에서 참조기 상품(上品)을 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백화점에 판매되는 참조기는 부르는 것이 값이고요. 때문에 중국산이라도 상관없다면, 참조기보다 크고 살 많은 부세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민어

 

홍어

 

병어

 

서대(또는 박대)

 

#. 전라도 및 충청도

서해와 인접한 충청도 및 전라도는 해산물이 많이 나는 만큼 수도권보다는 좀 더 다양한 생선을 올리는데요. 제수용 생선으로는 민어와 홍어, 병어를 자주 올립니다. 집에 따라 낙지나 꼬막, 전복 같은 해산물이 올라가기도 하지요.

 

차례상에 올리는 민어는 주로 통치를 사용합니다. 통치는 몸길이 50cm 이하인 작은 민어를 뜻하는데, 이것도 추석 시즌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게 뜁니다. 값비싸기로 두 번째라면 서운한 병어도 이 지역에서는 제수용 생선으로 단골손님입니다. 여수 명물인 서대와 박대 같은 납작한 생선은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구워서 차곡차곡 쌓아 올립니다. 간재미를 비롯한 홍어류는 토막 내서 찜으로 올리기도 하지만, 원형 그대로 유지한 반건조 찜을 통째로 올리기도 하지요.

 

 

가자미

 

상어고기(돔배기)

 

문어

 

고래 고기

 

#. 강원도 및 경북

강원도와 경북 지역은 동해에서 나는 제철 수산물을 십분 활용합니다. 대표적으로 돔배기(상어고기)와 고래 고기가 있고, 문어 고장으로 유명한 영주와 안동에서는 차례상에 문어가 빠지지 않습니다. 강원도에서는 가자미를 비롯해 오징어, 명태, 통북어, 황태 등을 올립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상어 고기를 토막 낸 '돔배기'입니다. 돔배기는 토막 낸 상어고기를 일컫는 경북 지방의 사투리입니다. 지금은 돔배기 쓰는 집안이 예전보다 줄었다곤 하나, 그래도 경북 지역의 대표적인 제수용 생선으로는 돔배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경북에서 주로 식용하는 돔배기(상어) 종류로는 청상어와 귀상어 등이 있습니다. 가격은 귀상어가 청상어보다 높습니다.

 

조리 형태는 산적입니다. 상어를 적당한 토막 내 꼬지에 꽂고 기름에 구워내는 형태로 올라가죠. 또한, 상어 토막을 소금에 재워 두었다가 꼬치에 끼워 팬에 굽기도 하고, 찜으로 올리기도 합니다. 같은 경북 지역이라도 영주나 김천, 봉화, 문경, 영양, 울릉 지역에서는 돔배기를 쓰지 않습니다.

 

 

눈볼대(아까무쯔)

 

장문볼락,(적어, 긴따루)

 

#. 경남

경남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수용 생선은 참돔을 비롯해 감성돔, 황돔(꽃돔, 벵꼬돔), 민어, 조기 등 서울 수도권에서 즐겨 쓰는 생선은 대부분 사용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지역적 특색이 들어간 생선으로는 일명 '빨간고기'가 쓰이는데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눈볼대'란 어종인데 음식점에서는 금태, 시장에서는 빨간고기나 아까무쯔, 아까모찌 따위로 불립니다. 다른 하나는 '장문볼락'인데 요즘 시장에 가면 빨간 물감을 칠한 것처럼 새빨간 생선이 눈에 띌 겁니다. 일본에서는 '긴따루'라 부르며, 시장 상인들은 '적어', '빨간고기' 등으로 부릅니다. 

 

두 어종은 수심 80m 이하 깊은 바다에 서식하기 때문에 잡히는 즉시 수압차로 죽는데요. 준 심해성 어류답게 흰살생선임에도 지방감에 의한 풍미가 좋아서 열을 가한 조리에서는 한층 고소한 맛이 나는 고급 생선입니다. 부산에서는 예부터 빨간고기를 차례상에 올렸는데 이것도 집집이 달라서 올리는 집만 올립니다.

 

저의 경우, 친인척이 모두 부산에 있어서 어릴 적부터 차례상을 접하곤 했습니다. 그때 자주 보고 맛보았던 생선이 바로 눈볼대(금태)였죠.

 

 

옥돔

 

#. 제주도

제주도의 차례상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생선이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표적인 제수용 생선으로는 옥돔이 있으며, 집안에 따라 전복이나 상어고기를 올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차례상에 옥돔이 빠지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이를 대체할 만한 생선도 없습니다. 옥돔 빠진 차례상은 제대로 된 차례상이 아니라고 할 정도니까요.

 

옥돔은 제주도에서도 남부 해역에서만 잡히는 귀한 생선입니다. 지금은 남획으로 해마다 어획량이 감소하는 추세인데요. 옥돔 뿐 아니라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사용하던 제수용 생선은 조상께 바치는 신토불이(身土不二)로서 그 의미를 다 하였지만, 해양 환경과 생태계가 급변하는 지금,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생선을 차례상에 올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프리카에서 온 긴가이석태(일명 침조기)

 

대서양에서 온 대서양 조기(일명 민어조기)

 

지금도 우리 식탁과 차례상에는 수입이나 원양산 생선이 오른 지 꽤 됐습니다. 차례상에 올리는 생선이 반드시 신토불이일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저렴한 맛에 외래종을 쓰면서도 정작 본인이 구매한 제수용 생선이 외래종인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는 원산지 표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재래시장의 문제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수입 수산물의 원산지 표기 의무를 전 어종으로 확대하지 않는 현행법도 문제가 있습니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장바구니 물가는 상승하는데 어떤 생선을 올릴지 고민이라면, 여기서 언급된 생선을 참고해 조금이나마 선택의 폭이 넓어지길 바랍니다.

 

#. 관련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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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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