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반유동 막대찌 채비를 준비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30분. 저는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시화방조제에 도착해 있습니다. 집에서 출발하면 평소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요. 이 시간에 내비를 찍어보니 53분이라는 환상적인 시간이 나옵니다. 어디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평소 낚시가면 통영이나 고흥으로 수 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하거나, 혹은 대마도 갈 때 KTX를 타고, 제주도는 항공편을 이용해야 했던 낚시.

 

물론, 이들 지역에서 낚이는 조과를 시화방조제와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해볼 만한 시기이기에 앞으로는 시간이 되는대로 시화방조제를 공략해 볼 생각입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준비한 채비를 꺼냅니다. 1.5호 반유동 채비에 목줄과 바늘을 달고요. 설레는 기분으로 던지는데..

 

 

25cm 오버 사이즈 우럭

 

시작하자마자 돼지 우럭이 물고 늘어집니다. 아~ 손맛 좋습니다. 왜냐하면, 시화방조제에서는 25~30cm면 제법 큰 편이라(간혹 35cm급도 나오긴 합니다만) 최대한 가늘고 낭창한 낚싯대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공략하는데 채비가 정렬되면 이런 우럭이 물어줍니다. 여기선 애럭이라고 하죠. 방생.

 

 

그리고 또 한 번의 입질이 들어오는데 사실 이번에는 입질을 캐치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물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수준. 흐르던 찌가 멈추길래 조류가 수중여 부근에 가로막혔나 싶어 낚싯대를 살짝 드니 '툭툭' 합니다. 채보니 꾹꾹 하면서 제법 괜찮은 손맛을 선사하는 돼지 우럭.

 

 

중간에 밑걸림으로 목줄 교환 후 다시 우럭을 공략. 먹을 만한 우럭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혼자서 사진을 찍어봐야 비슷한 장면만 나오니 이후로는 촬영을 생략, 마릿수에 집중해 봅니다.

 

중간중간 밑걸림이 있어서 세 번인가 터트렸습니다. 시화방조제 우럭 낚시는 밑걸림과 싸움인데 그렇다고 밑걸림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럭이 바닥에만 있을 줄 알고 바닥까지 내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여건만 맞으면 밤에는 제법 떠서 다닙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바닥층을 공략하기보다는 중층을 한두 번 두드려보고 그래도 입질이 없을 때 하층이나 바닥권을 공략하는 것을 권합니다.

 

미끼는 크릴도 써보고 지렁이도 써봤는데 오징어 미끼가 갑입니다. 마치 흰색 웜처럼 기다랗게 썰면(껍질 벗겨야 합니다.) 속조류에 살랑살랑 움직이는데 이게 우럭의 먹성을 자극합니다. 예전에는 오징어를 직접 사다 썰었는데 요즘은 오징어가 금값이라 그냥 낚시점에서 파는 걸 사다 씁니다.

 

이날 잡은 우럭은 15마리 정도. 그중 절반은 작아서 방생했습니다. 잘 가던 조류가 멈추면서 입질도 뚝. 몇 번 더 던져봤지만, 아무래도 우럭 낚시는 이걸로 마무리해야 할 듯합니다. 곧 있으면 일출이 시작되니 삼치 채비를 해야겠죠.

 

 

잠시 쉬어가는 시간. 확실히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경기권은 9~11월로 시즌이 매우 짧아요. 이 시기만 되면 시화방조제도 북적북적. 아예 텐트 치고 야영하는 분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채비를 살피면 50% 정도가 루어, 나머지 30%는 찌낚시, 20%가 원투낚시 비중입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았는데 새벽부터 일정 간격으로 자리가 찬 모습. 올 때마다 느끼지만, 뒤쪽에 쓰레기 놓고 간 이들은 낚시할 자격 없습니다. 어떨 땐 아주 쓰레기 소각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쌓여있는데요.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 되가져가는 게 그렇게 힘든가 봅니다.

 

 

시화방조제에는 집어등을 켜고 낚시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음악을 시끄럽게 틀어놔서 이 근방은 꽝 확정. ㅠㅠ

 

 

이곳은 나래휴게소에서 약 500m 떨어진 곳. 날이 밝아오면서 더 많은 행락객들이 시화방조제를 찾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만석. 이른 아침, 삼치를 노리고자 보일링을 찾는데 제법 가까운 곳에 보일링이 일고 있습니다. 곧바로 카드채비에 스푼을 달고 열심히 던지고 감는데

 

 

시화방조제에 웬 갈치가?

 

시작하자마자 발 앞으로 끌고 온 채비에 덜컥합니다. 대를 세워보니 삼치라 하기에는 약한 손맛이 전해지고, 이후 천천히 릴링해서 끌어올리자 갈치가 등장!

 

 

비록, 선상에서 잡는 갈치에 비할 순 없지만, 시화방조제에서 갈치를 보니 반갑네요. 사실 시화방조제에서 갈치가 잡히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난류를 타고 북상한 갈치가 경기권에 이르는데 이때가 딱 9~10월이죠. 가을이라고 무조건 붙는 것은 아니고 그해 해류에 따라 달라요. 어떤 해는 갈치가 붙고, 또 어떤 해는 갈치가 안 붙고...

 

올해는 난류의 확장으로 갈치가 붙은 듯한데 얼마나 붙었는지는 이것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 좋은 물때가 있어 한 번 더 공략할 기회가 있는데 만약, 갈치가 붙었다는 가정하에 집어등을 켜고 물결채비로 공략한다면 마릿수 조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전 6시 30분, 시화방조제에서 바라본 풍경

 

이어서 두 번째 갈치가 걸려듭니다. 이번에는 50m 전방에 안착한 채비를 감자마자 물었는데요.

 

 

 

"사진 찍는데 가만있어라 쫌!"

 

 

이 정도면 2.5지는 충분할 듯한 사이즈.

 

 

해가 뜨자 더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서 시화방조제는 그야말로 내려앉을 기세입니다. 

 

 

열심히 던지고 감았는데 삼치 소식은 없습니다.

 

시화방조제.. 확실히 만만한 필드는 아닙니다. 이날 제가 본 생명체라곤 저 멀리 고등어만 한 삼치 한 마리 올리는 것과 제가 잡은 갈치 두 마리가 이 부근에서 유일한 조과였으니 말입니다. 오전 7시까지 던져봤는데 입질이 없어요. 저 멀리 삼치가 뛰는 걸 보아 시화에 삼치가 있기는 한데 문제는 가까이 붙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전 7시 30분에 낚시를 종료합니다. 다시 찌낚시 채비로 우럭을 노릴 수도 있지만, 밤을 꼬박 새웠기에 지금 너무 졸립니다. 가서 일도 해야하고..

 

 

시화방조제서 잡은 풀치급 갈치 두 마리. ㅎㅎ 다음을 기약하며 철수합니다. 아침에 만조가 겹치는 물때를 찾아보니 10월 15~20일까지가 괜찮아 보이는군요.

 

 

이날 시화방조제 조과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질 및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둡니다. 이렇게 보면 우럭 크기가 가늠이 안 되는데..

 

 

딸과 인증샷을 찍으니 크기가 대충 가늠됩니다. ㅎㅎ

 

 

아직 살아있는 우럭은 회를 썰었습니다. 점심은 자연산 우럭 회덮밥. ^^

 

 

자연산 우럭 회덮밥을 첫 끼니로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

 

너무 졸린 나머지 머리가 띵하네요. 낚시 때문이 아니더라도 요즘 과중한 업무로 수면이 부족한 상태. 하루 날 잡고 잠이라도 푹 잤으면 하는 게 요즘 제 소원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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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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