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당일치기 제주도 낚시, 기준을 제시하다


 

 

 

 

 

"당일치기로 떠나는 제주도 낚시"

 

처음 이것을 제안받았을 때는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비행기 타고 그 먼 곳을 날아가 반나절 낚시하고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니, 아까워도 이렇게 아까울 수가 없죠. 그런데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주말에는 집안의 대소사나 잦은 경조사로 인해 스스로 힐링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이라면, 단 하루라도 제대로 된 곳에서 실컷 낚시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것입니다. 특히, 수도권에 사는 이들에게는 손맛과 힐링을 단 하루 만에 만족하고 돌아오기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지금 이 시기, 서울 근교에서 손맛 볼 만한 곳은 마땅치 않고 그나마 유료 낚시터나 하우스가 있지만, 인공으로 조성된 곳인 데다 그곳 역시 자리싸움이 치열해 모처럼 월차 내고 온 기분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차를 몰고 남해나 동해를 다녀오자니 운전의 부담과 체력이 걸립니다. 그래서 감히 제시해 보는 직장인의 당일치기 제주도 낚시. 오늘은 그 효용성에 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이른 아침, 김포 공항

 

당일치기 제주도 낚시는 일곱 시행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될 수 있으면 첫차를 이용하는 것이 낚시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날 밤, 미리 싸 놓은 낚시 짐을 들고 김포 공항에 도착하니 6시. 함께한 일행 중 한 분은 직장인이라 월차를 냈고, 다른 한 분 역시 직장인 만큼 바쁜 사업가이기 때문에 이날은 제가 이들 스케줄에 맞췄습니다.

 

 

7시에 출발한 제주행 항공기가 8시 05분쯤에 도착합니다. 짐을 찾아 공항 로비로 나오면 넉넉잡고 8시 30분. 바로 렌터카가 영업을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제주도에 사는 지인의 도움으로 자가용을 빌려 탈 수 있었지만, 평상시에는 렌터카를 이용하며 비용은 1/n로 했을 때 매우 저렴해질 텐데, 이러한 경비 내역은 본문 말미에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전 9시 30분, 사계항의 한 낚시점

 

우리는 곧장 사계항으로 달려왔습니다. 아침은 공항에서 보딩 시간을 기다릴 때 간단히 요기해도 좋고, 제주시에 있는 맥드라이브를 이용해 달리는 차에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단축하는 이유는 그만큼 낚시 시간을 늘리기 위함도 있지만, 제주도는 기본적으로 평일에도 몇몇 꾼들이 포인트에 들어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사수해야 합니다. 선장에게 10시에 출발한다고 말해놓았기 때문에 서둘러 밑밥을 갭니다.

 

 

이날 밑밥은 약 7시간의 낚시 시간을 고려해 크릴 4장, 파우더 2장으로 비볐습니다. (이렇게 했더니 조금 모자랐는데 다음에는 5장을 비벼야겠습니다.) 미끼는 백크릴 하나로 나눠 쓰면 되고, 빵가루는 지금 이철에 벵에돔이 쉬이 부상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생략했지만, 점도 조절용으로 1봉지씩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전 10시 출항, 서귀포시 사계항

 

선장에게 미리 전화를 넣고 포인트를 예약해 두었기에 이렇게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이날 우리가 가려는 포인트는 형제섬입니다. 형제섬 중에서도 일급 명당인 넙데기는 일주일 전부터 예약하고 새벽부터 움직여야 들어갈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날은 배제했습니다. 대신 상대적으로 한산한 작은 형제섬의 코너 포인트에 내리기로 합니다.

 

 

형제섬은 사계항에서 약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가까운 부속섬입니다. 가는 길에는 산방산을 비롯해 사계리 해안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 모처럼 월차를 내고 가는 낚시인의 기분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아직 낚시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제 입가에는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형제섬

 

이윽고 형제섬에 다다릅니다. 왼쪽이 큰형제섬, 오른쪽의 깎아지른 바위섬이 작은형제섬.

 

 

작은형제섬의 코너 자리는 처음 가보는 데 느낌으로 보아 저기 사람 한 명이 서 있는 곳으로 보입니다. 수심이 꽤 깊어 보이죠?

 

 

내리자마자 짐부터 정리하고

 

오전 10시 30분, 낚시 시작

 

아침 7시 혹은 그보다 빠른 비행기를 타고 오면, 10시 30분부터 철수 시각인 오후 6시까지 꽤 긴 시간 동안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000(쓰리제로)찌 채비로 벵에돔 공략에 나서 봅니다.

 

 

 

밑밥을 넣고 첫 캐스팅 했을 때의 설렘. 낚시를 자주 다녔지만, 늘 두근거리는 순간입니다.

 

 

시야가 좋은 날에는 국내 최남단 섬인 마라도와 가파도가 보이기도 합니다.

 

 

안테나여와 넙데기 그리고 그 옆에는 홍합여가 살짝 나와 있다

 

뒤쪽으로는 형제섬의 최고 명당인 안테나여와 넙데기가 보입니다. 예상대로 많은 꾼들이 이른 아침부터 들어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날 만큼은 하나도 부럽지 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 예약은 필수이고, 꼭두새벽부터 자리 쟁탈전을 하면서 들어가는 곳이다 보니 다른 팀들과 섞이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당시 바람은 북동풍으로 꽤 성가시게 몰아치고 있어 안테나여에 내린 세 명은 모두 남서쪽으로 몰린 모습이고, 넙데기에 내린 꾼들(4명으로 추정)은 아예 바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온몸으로 맞아야 할 것입니다. 이날 만큼은 큰 고기를 덜 잡더라도 한적한 곳에서 우리끼리 오붓하게 즐길 생각으로 왔기 때문에 '코너'를 선택한 것은 꽤 괜찮았습니다.

 

 

저 멀리 송악산이 보인다

 

코너가 좋은 이유는 북서풍과 북동풍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발판은 굉장히 불편하지만, 자리는 상당히 넓어서 북서풍 혹은 북동풍에 따라 바람을 피해 낚시할 자리가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첫수로 앙증맞은 자리돔

 

 

 

 

 

전투낚시 같았던 지난 대마도 낚시와 달리 이날은 여유가 철철 흘러 넘칩니다. 고기를 많이 잡아야 한다는 강박도 없고, 하루 낚시라는 점 때문인지 낚시 자체를 즐기게 되며, 그러한 심리가 표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듯합니다. 이날 우리가 노리는 대상어는 벵에돔이지만, 사실 잡어라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낚시를 즐긴다는 점과 점심때 도시락과 함께 먹을 횟거리만 나오면 된다는 사실. ^^

 

 

 

큰 고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서울에서 번개처럼 날아와서 잔 손맛을 본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입니다.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

 

 

비록, 원하던 벵에돔은 아니지만, 담그기만 하면 제주도산 볼락이 퍽퍽 하고 물어줍니다.

 

 

그 사이 상원아빠님은 용케도 벵에돔을 잡아내셨네요. 아직 시간이 시간인지라 씨알은 잘지만, 우리에겐 해질 때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마음이 급하지 않습니다. 해질 때 한바탕 쏟아질 대물 벵에돔도 은근히 기대되고요. 하지만 지금은 다 같이 썰어 먹을 횟감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날 특별히 사진 촬영을 도맡아주신 분도 계시고 해서 오랜만에 갯바위에서 회를 썰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전날 특제 쌈장과 김을 구워오기도 했는데 이것이 어떤 맛을 주는지는 다음에 자세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잡아 놓은 벵에돔과 볼락은 포를 떠서 이렇게 토치로 껍질만 살짝 굽습니다.

 

 

그리곤 적당히 썰어서 도시락과 함께 먹으면 왕의 진수성찬 부럽지 않지요. ^^ 이러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다행히 오전 낚시에서 횟감이 좀 나와줘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이렇게 먹고 나서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청소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겠지요.

 

 

이후 우리는 해질 때까지 열심히 낚시를 즐겼습니다. 조과에 대한 부담을 지우고 홀가분하게 떠난 낚시다 보니 이렇게 바닷바람 쐬는 것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이날 우리는 9시 20분 행 비행기를 끊어놨기 때문에 6시에 철수하고도 시간이 제법 남았습니다. 제주시로 올라와 고기국수 뚝딱 해치우니 8시.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해 당일치기 제주도 낚시를 마무리합니다. 이날 있었던 자세한 조행기는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직장인을 위한 당일치기 낚시의 기준을 제시하고자 제가 쓴 경비 일체를 공개하겠습니다.

 

#. 당일치기 제주도 낚시 경비

- 김포 제주 왕복 항공료 : 55,000원

- 밑밥과 미끼 : 20,000원

- 점심 도시락, 음료 : 7,000원

- 저녁(고기국수) : 7,000원

- 렌터카 1/n : 10,000원

- 선비 : 20,000원

- 김포 공항 주차료 : 10,000원

- 총계 : 129,000원

 

여기서 관건은 항공료입니다. 이보다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면, 총 경비는 더 내려가겠지요. 그러려면 반드시 평일이어야 하며,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첫 비행기와 마지막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저렴합니다. 또한, 한 항공사에서 반드시 왕복으로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각 항공사 홈페이지를 모니터에 띄우고 가장 저렴한 표값을 위주로 구입하면 됩니다. 지금부터는 제주도가 성수기에 들기 때문에 날짜를 미리 잡고 충분히 여유를 둔 상태에서 항공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급하게 구입하는 것보다 이득이겠지요. 끝으로 당일치기로 추천하는 제주 부속섬의 유어선 연락처를 적어두면서 글을 마칩니다. 자세한 조행기는 조만간 올라올 글을 기대해 주세요.

 

1) 차귀도(한라호 011-697-4245) :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 3~4명 모이면 수시 출조한다.
2) 형제섬(길성호 011-9663-7652) : 서귀포시 사계리에 위치, 역시 수시 출조한다.(예약 필수) 
3) 범섬(해조호 010-8929-1774) : 서귀포시 법환동에 위치, 수시 출조한다.
4) 섶섬(볼래낭개 010-8201-8401) : 서귀포시 보목동에 위치, 수시 출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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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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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원아빠
    2016.04.04 12:1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당일치기의 매력은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덜 피곤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하루를 제공해준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고기를 많이 잡든 못잡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바다를 보고 낚시대를 드리울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즐거움이고
    고기를 많이 잡으면 그 고기를 최대한 빨리 집으로 실어와 가족들과 즐거운 회파티를 할 수도 있고
    - 실력이 미천하여 그런 일은 별로...- 다음 날 일정 소화에 무리도 없고...
    물론 입질님은 돌아오는 길에 하루 밖에 못해 아쉽다고 얘기하시지만 전 그것도 괜찮습니다.

    대마도 갈 땐 정말 심적인 부담이 아주 많습니다.
    전화라도 잘 터지면 괜찮겠으나 갯바위로 나가면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안터지는 신호를 찾느라 낚시를 하는건지 마는건지도 모를 땐
    이 때가 많이 그리워집니다.^^;
    4월에도 시간을 내서 한번 가야겠습니다. 남해권 감성돔도 그립지만...
    빨리 로또 당첨되서 제주도에 집 샀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16.04.05 10: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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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줄 진심을 담은 말 같습니다.
      제가 로또되면 뉴칼레도니아에다 집을 짓고 왕래할 것 같습니다. ^^
      그날 수고 많았고요. 회가 그리울 땐 회 살 돈으로 종종 당일치기 이용해야겠습니다. ㅎㅎ
  2. 한량 공돌이
    2016.04.04 12:4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저도 봄철에 제주도를 몇번 예약하고 다녀왔지만, 평일이나 주말에 항공권만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면 당일치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년 4월에 무려 4박5일 낚시를 예상하고 한달전에 항공권과 호텔을 여행하고 혼자서 당당하게 제주도 갔다가...5일 모두 주의보 수준의 바람과 비로 낚시가방을 열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저가항공이 많아져서 몇일전이라도 급출발하는 것도 메리트가 있는 만큼 한번씩 도전? 할만한 낚시 같습니다.


    좋은 글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같은 갯바위에 서보는 날이 있기를....

    감사합니다.
    • 2016.04.05 10:5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5일 모두 주의보를 만나시다니... 안타깝네요.
      요즘 겨울 날씨가 삼한사온 이런 게 없어진지 오래라 진짜 운이 나쁘면
      연달아 그런 날씨더군요. 당일치기는 5월 중순 이후에 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때부터 벵에돔 입질이 나아질 겁니다.
  3. 일루바타
    2016.04.04 12:4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으으으 드디어 올라오는군요 ㅋㅋㅋ
    본편을 더욱 기대해야겠습니다.

    본편이 올라오면 제 블로그에 포스팅도 작성 시작해야겠네요 ^^

  4. 세련이아빠
    2016.04.05 04:4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입질님 매번 좋은글 많이 보고 있습니다.

    하루만에 저런 낚시코스도 괜찮군요, 직장인들에겐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교대 특성상 여수가지 밤 늦게 도착해서 담날 오전까지 낚시하고 오는 코스를 사용하는데
    근무 후에 가는것이기에 보통 35시간 정도 무박 2일이라 너무 몸에 피로가 많이 오더군요...
    또한 위에 적힌 가격보다 더 들어가구요...

    좋은 코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6.04.05 10:5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고기를 잡았을 때도 바로 싱싱한 횟감으로 집에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이 일정은 항공료가 관건이라
      6~7만원 이상 넘어가게되면 그때부터는 가성비가 떨어지게 되겠지요. ㅎㅎ
  5. 2016.04.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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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 2016.04.05 10:5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섶섬이나 차귀도는 가격이 줄어드는데 형제섬은 무조건 인당 2만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6. 2016.04.06 13:3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역시 관건은 항공권! 평일날 쉬는 직업이라 저도 가끔 평일날 하루 이틀정도 다녀오곤 합니다. 입질님 블로그와 또 입질님 블로그 통해 알게된 아일락님 블로그 통해 많은 도움 받고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7. 입톡톡
    2016.04.06 21: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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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한번 추억님하게 당일치게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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