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섶섬에서 한겨울 대물 벵에돔 낚시


 

 

한겨울의 벵에돔 낚시는 여름 시즌과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한 마리를 걸어도 우직한 손맛이 있고 특히, 해넘이에 갯바위 가까이 들어오는 굵은 씨알의 긴꼬리벵에돔은 생각만 해도 짜릿합니다. 하지만 감내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겠지요. 겨울에 벵에돔 낚시가 이뤄지는 지역은 대단히 한정적이기에 저처럼 서울에 산다면 늘 원정 출조를 가야 할 것입니다. 대표적인 겨울 벵에돔 낚시터는 제주도를 비롯해 추자도, 거문도, 국도, 욕지도 등이며 가까운 해외로는 대마도가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미미하지만, 겨울에도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기에 수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벵에돔에게 훌륭한 서식처를 제공합니다. 또 다른 어려움은 날씨인데 한겨울에는 좋은 날을 골라서 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늘 바람을 마주해야 하고 파도를 걱정해야 합니다. 한 번씩 한파가 강타하기라도 한다면, 출조를 포기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집 나와서 개고생이다."란 말을 실감하는 계절이기에 즐겁자고 가게 된 낚시가 어느새 고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 낚시는 노련한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한 자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 바로 대물 벵에돔의 당찬 손맛이겠지요.

 

 

 

2015년 마지막 출조가 될 12월 말경의 일입니다. 갑자기 제가 NS 모자를 쓰고 나와서 어리둥절한 분들이 있을 줄 압니다. 이미 잡지와 방송을 통해 알게 된 분도 계시겠지만, 블로그에서 공식으로 NS 필드스텝이 되었다고 알리는 것은 지금이 처음입니다. 작년 10월, NS로부터 필드스텝 제의가 들어왔을 때 제가 활동을 이어나갈 만한 역량을 장담할 수 없어 거절하려 했지만, 지인의 권유도 있고 해서 고심 끝에 수락하였습니다. 사실 모르겠습니다. 요즘 시대에서 필드스텝은 예전과 달리 '홍보 대사' 개념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필드 스텝은 그 회사의 '얼굴'이란 사실입니다. 그 회사의 옷과 모자, 구명복을 입고 낚시하기 때문에 필드에서는 늘 모범이 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타인과 문제를 일으켜선 안 되며, 낚시 전반의 활동을 통해 신제품을 테스트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개발 중인 제품에 반영시키기도 합니다. 또 다른 형태로는 방송 출연이나 잡지 기고를 통해 활동을 부각하기도 하며 특히, 지금은 영향력 있는 블로그나 SNS를 통해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기도 합니다. 어떤 쪽이든 필드 스텝이나 필드 테스터는 낚시 이론과 실전 경험은 물론, 인격적으로도 완성된 자들이 해야 한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과연 제가 여기에 부합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필요한 인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여차여차 활동하게 된 것이니 아무쪼록 좋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기존에 활동했던 쯔리겐 필드 테스터는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하며,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현재 쯔리겐 필드 테스터는 저를 포함해 여섯 명이 있고, 필드 스텝은 두 명이 있는데 본의 아니게 제가 가장 오랫동안 활동하게 된 사람이 되었군요. ^^; 필드 스텝이나 테스터는 권력도 벼슬도 뭐도 아닙니다. 그런 점을 내세우는 시대도 이미 끝났습니다. 제가 NS 필드 스텝에 관해 거론하는 일도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릅니다. 알릴 것은 알려야 하기에 알린 것뿐이며,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조용히 제 일만 묵묵히 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제 조행기에 등장하는 제품을 참고만 하십시오. 쓰다가 불편하면 저도 안 씁니다. 낚시를 불편하게 하는 기준 미달의 제품은 애초에 사용하지도 않겠지만요. 

 

 

서귀포 보목항

 

그리하여 이번 제주도 출조는 NS 갯바위 스텝진들이 마련한 워크샵에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2박 3일 일정이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하루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제주도까지 와서 하루 낚시하고 바로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 속은 쓰리지만, 가정의 평화와 원활한 업무를 위해 하루 낚시로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그래서 이번 제주도 조행기는 이 글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오늘은 2박 3일 가파도 출조가 예정돼 있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취소했습니다. 신년부터 크게 액땜할 일이 생겨서 첫 출조가 많이 늦어지고 있는데요. 자초지종은 액땜을 해결하면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필드스텝 조인식에서 한번 뵙고, 이번에 함께 동출하게 된 한승헌 프로님과 정철규 프로님.

 

 

멀리 서귀포항과 문섬이 보인다

 

 

출조지는 보목리 앞 간출여입니다. 작은 낚싯배나 보트로 진입할 수 있는 여치기 포인트로 목줄 2~3호가 맥을 못 출 정도의 대물 벵에돔이 곧잘 출몰한다고 합니다. 시간도 시간인지라 기대가 되는데요.

 

 

여기서 몇 사람이 내렸고, 두 분은 선상 벵에돔 낚시를 위해 떠납니다.

 

 

우리가 내린 간출여는 지형이 거칠고 가파른데 날씨도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 네 명이 내렸는데 자리가 협소하니 적당히 분산해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이고요.

 

 

이날은 월간 낚시춘추의 이기선 기자님과 동행하였습니다. 사진의 오른쪽은 김선구 NS 갯바위 프로스텝 팀장.

 

 

적당히 만 벵에돔 밑밥. 시간 부족에 모두 일괄로 맞추느라 어떻게 배합했는지는 모릅니다.

 

 

이곳 여치기 포인트에는 대물 출현이 잦은 만큼, 평소보다 한 단계가 아닌 두 단계 정도 목줄을 강화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합니다. 사용 호수는 2.5호. 찌는 이곳 수심이 3~4m로 낮아서 0호로 시작합니다.

 

 

첫수는 자리돔

 

이어서 이기선 기자님이 앙증맞은 긴꼬리벵에돔을 한 수 올립니다.

 

 

이곳에서 본 고기는 이게 전부입니다. 자리돔이 지천에 깔렸고, 그것을 뚫고 내리면 여지없이 어랭이가 물고 늘어지는 잡어 무법천지의 상황.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선 잠에서 깨어난 벵에돔이 갯바위 가장자리에 붙기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최대한 멀리 쳐서 깊은 심층을 공략하는 것인데 보다시피 기상이 점점 험해지고 있어 포인트를 옮겨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앞쪽 간출여를 가뿐히 넘으면서 우리가 선 자리까지 위협하는 너울성 파도에

 

 

결국은 섶섬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물론, 자리를 옮기지 않고 낚시했다면 대물 입질을 몇 차례 받았겠지만 그래도 낚시는 안전이 우선 아니겠어요. 조용한 곳으로 옮겨 편안한 마음으로 낚시를 이어나갑니다.

 

 

섶섬 서편에 내려 포인트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승헌 프로님과 정철규 프로님은 선상낚시를 위해 갯바위를 떠나고 남은 프로스텝들은 이곳에서 벵에돔 낚시를 시작합니다. 전보다 훨씬 안전한 곳으로 옮겼지만, 이날은 남동풍이라 먼바다에서 간간이 밀려오는 너울에 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530호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호(세미 플로팅 타입)

어신찌 : 쯔리겐 치누화전차 00호,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2호

바늘 : 긴꼬리 벵에돔 바늘 5~6호

봉돌 : g7~g2까지 상황에 따라 가감

 

바다가 거칠고 뒷바람이 섬을 타고 돌아 나오며 수면에 영향을 주고 있어 잠길찌로 공략합니다. 전날 상원아빠님이 홀로 이곳을 찾아 낚시한 정보도 참고하고 현재 상황도 체크한 결과 찌는 잠길 타입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혹시 모를 대물 입질에 처음부터 목줄을 2호로 올려서 시작합니다.

 

 

첫수부터 긴꼬리벵에돔이 물고 늘어지지만

 

줄을 쫙 가져가는 시원한 입질에 대를 치켜세우지만, 잔 씨알의 벵에돔만이 연신 물고 늘어집니다. 발 앞에는 다수의 자리돔이 수면 가까이 부상했는데 정작 벵에돔의 입질 수심층은 잠깐 2~3m 층에서 반짝 입질한 것 외에는 4~5m 혹은 그 이하에서만 들어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씨알이 잘다는 점. 좀 더 먼 곳으로 캐스팅해 밑밥 동조를 시도해보지만, 거기서도 비슷한 씨알의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그러던 중 섬 모퉁이에 자리한 원성조 프로님의 대가 크게 휘어집니다. 사진을 미처 찍지는 못했지만 45cm급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참고로 이분은 고영종 부산낚시 대표와 강병규 프로와 함께 제주도에서 탑 클래스를 달리는 벵에돔 전문가입니다. 중간에 제게 오시더니 이곳의 낚시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제가 낚시하는 자리를 청소해주시더군요. 당시 배에서 내려 포인트 상황부터 파악하느라 미처 둘러보지 못했는데 청소할 때 주위를 둘러보니 제 자리에는 널브러진 생선 뼈와 밑밥 찌꺼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낚시 시작 전에 대충이라도 물청소를 하는 것이 미관상으로나 본인에게도 좋은 일인데 현장에 있다 보면, 이런 부분에 대해 소홀히 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성조 형님이 와서는 제 자리를 일일이 청소해주시는데 낚싯대 들고 서 있기가 무척 민망하더군요. ^^; 제가 하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청소를 마무리하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분. 이 대목에서 낚시를 대하는 진중한 마음가짐이 느껴집니다. "프로란 이런 것이다."라고. 

 

 

 

30cm급 벵에돔

 

어쨌든 낚시는 다시 시작됐고 줄도 가져가지 않는 미적지근한 입질에 녀석과의 신경전으로 타이밍을 잡아 대를 세우니 꾹꾹 하며 제법 손맛을 주는 듯하지만, 제 채비가 강하다 보니 쉬 끌려 나옵니다.

 

 

27cm급 벵에돔

 

연달아 몇 마리의 벵에돔을 낚았지만, 원하는 씨알은 도통 모습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제 옆에서 잠잠하던 김선구 팀장님의 대가 크게 휘어집니다. 보자마자 "오 크다."를 외쳤는데

 

 

표준명 독가시치(따치)

 

아.. 다른 분들은 몰라도 벵에돔 낚시꾼들에게는 힘 빠지는 장면이 아닐런지요. ^^; 물론, 산 채로 잡아가기만 한다면야 이것도 훌륭한 횟감이지 되지만.(제주시에 독가시치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횟집이 있는데 반찬 포함해서 한 접시에 6만원 합니다.)

 

 

그리고 잠잠하던 서용순 프로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간출여 근처에서 4짜 벵에돔을 올립니다. 이날 조류는 뾰족하게 생긴 간출여 쪽으로 흐르고 있었고, 뒤쪽인 섬 모퉁이에는 훈수지대가 발생해 조류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었습니다. 앞서 45cm급 벵에돔도 그 자리에서 나왔고, 그보다 더 큰 녀석을 걸고 오랫동안 파이팅 하다가 터트리는 장면이 속출하기도 했지요. 이 모든 순간의 장면이 월간 낚시춘추의 카메라에 담겼을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자 보다 못한 팀장님이 자리를 옮깁니다. 순간 나도 옮길까 잠시 고민했지만, 저까지 옮기면 자리가 많이 비좁을 것 같아 이때부터 외로이 분투하게 되고.

 

 

현장에는 잡지 촬영이 한창입니다. 저도 얼른 4짜를 잡아서 저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훈수가 지는 저 자리에 밑밥이 집중되는 한, 제가 일취월장할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지 않나 싶습니다. 원래 벵에돔 낚시가 그렇습니다. 불과 몇 미터 거리지만, 자리 유불리가 극명히 갈리는 물론, 실력 차를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요.

 

 

조류가 맴도는 저 자리에서 계속해서 입질이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이기선 기자님의 대가 크게 휩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리 향하는 가운데 파이팅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어 5짜 벵에돔을 기대했지만.

 

 

올라온 것은 뜻밖에도 줄삼치. 그래도 손맛 하나는 찐하게 봤겠습니다. 이후 성조 형님이 45cm 정도 되는 벵에돔을 추가했고, 저는 줄줄이 방생급만 낚다가 낚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항으로 돌아오자 구경꾼이 몰리고

 

 

이날 우리 팀이 사용한 로드와 섶섬 조과

 

팀장님은 개발 중인 낚싯대를 사용했는데 이날 낚시에서 초릿대 휨새에 문제가 발견돼 스텝들과 함께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선상낚시를 하러 간 두 분은 짧은 시간 동안 45cm 전후의 벵에돔을 비롯해 마릿수 조과를 올리고 돌아왔습니다.

 

 

이날 섶섬 벵에돔 낚시 및 워크샵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고, 저는 다음을 기약하며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이로써 2015년은 첫 수인 쥐노래미로 시작해 벵에돔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분들과 함께 갯바위에 서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그것은 꾼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생자리에서 미지의 포인트를 탐사하는 기분과도 비슷합니다. 포인트마다 낚시 기법을 달리해야 하듯이, 사람마다 낚시 스타일도 천차만별입니다. 더욱이 실력이 출중한 분들과의 동출은 보고 배울 점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만약 시간과 여력이 주어진다면, 쯔리겐이든 NS이든 이런 분들과의 지속적인 출조를 통해 저 자신을 돌아보고 낚시를 다듬어나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의 성격상 지나치게 전문꾼다운 조행기는 지양하려고 합니다. 그런 내용은 인터넷 바다낚시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며,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지금껏 그래왔듯이 '초심자의 희망'이 되고자 하는데 비중을 두었습니다. 사실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나아간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적당히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초보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낚시를 즐기자는 것이 애초 이 블로그가 만들어진 목적인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유지해나가는 일을 2016년도에 좀 더 다듬어 나갈 계획입니다. 이날 저를 따듯하게 환대해주신 NS 프로 스텝진들에게 감사의 말을 올리며 2015년 마지막 조행기를 마칩니다. 새해에는 좀 더 알찬 내용과 생동감 있는 여러 경험담을 들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본 조행기는 월간 낚시춘추 2월호에서 이기선 기자님의 글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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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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