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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탈도 낚시, 황당한 실수에 아찔했던 순간
부제 : 개허접 조행기, 초심으로 돌아가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옛말과 달리. 지금은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되는 세상. 특히, 인터넷과 SNS에서 보이는 글, 사진은 현상에 대한 성찰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면만 부각하기에 손쉬운 수단이 돼버렸습니다. 사람이든 제품이든 장점만 보이고 결점은 가리는 포장력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낚시도 훌륭한 조과, 즐거웠던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꾼의 마음은 다 같을 것입니다. 저조한 조과, 실수, 뼈아픈 경험담을 올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사람은 없겠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이미지 때문에 은근슬쩍 가리겠다면, 이날에 있을 교훈 역시 우리끼리만 묻어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날이 그랬는데 지금까지 쓴 조행기 중 오점이 될 만한 실수가 있었고,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이를 공유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정보가 된다면, 그걸로 만족하고자 합니다. '개허접 조행기'라는 다소 파격적인 표현이 아깝지 않았던 에피소드는 다른 곳도 아닌 관탈도에서 벌어졌습니다.
제주도 애월 구엄포구
전날 섶섬에서 낚시를 마친 우리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느지막이 일어나 서진낚시로 향했습니다.
관탈도 출항 시각은 오전 10시라 여유가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밑밥을 개고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고, 또 근처 식당에서
아침밥까지 먹는 여유를 부렸는데요. 이날은 기나긴 주의보가 해제되어 오랜만에 관탈도 낚시가 재게된 날이고 또 주말과 겹치니
평소보다 많은 꾼이 관탈도를 찾았습니다.
동양콘도 앞 구엄포구
해경이 승선명부를 확인하기 위해 나와 있는 모습.
그런데 바닷가 포구에 웬 붕어가?
어딘가로부터 떠밀려 온 붕어 한 마리에 꾼들이 신기한 듯 보고 있습니다.
근방에 붕어 낚시터가 있다고 하지만, 정말 거기서 떠밀려 온 것인지 아니면 누가 갖다 버린 것인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당시 제주도는 연일 기상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뭐든 육지에서 떠내려올 수 있었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이곳에 붕어는 참으로 어색해 보입니다. ㅎㅎ
방파제에는 낚시 체험을 하러 온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낚시할 자리는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일부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물색 중이고 일부는 인솔자와 함께 등대 앞 석축을 밟고 내려오는 데 어찌 좀 불안해 보입니다.
마른 갯바위라 미끄러지진 않겠지만, 군데군데 구멍이 깊게 패서 갯바위를 타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고,
또 이런 곳에서 릴도 없이 저 짧은 낚싯대로 낚시하려면 최대한 석축을 밟고 내려가서 해야 하는데 여기서 해봐야 밑걸림 투성입니다.
이런 낚시 체험은 해당 지역의 지자체가 모집하고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위 사진은 해당 지자체가 제 아내 사진을 무단 도용해
'낚시입문체험(강태공 되기)' 현수막을 내 건 모습입니다. 비록, 공지한 시간대는 다르지만, 시간이야 충분히 변경될 수도 있어 시기와
요일로 보아 이 지자체가 운영하는 낚시입문체험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제 아내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은 현수막 업체의 잘못이지만, 초상권 침해가 우려되는 사진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내 건
지자체의 잘못도 있고, 저작권법 위반을 떠나 안전 장구 하나 걸치지 않은 아이들이 방파제 석축을 밟고 내려가서 하는 낚시체험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낚시 체험 프로그램을 하려면 적어도 낚시 전문가를 초빙하고 안전 장구를 걸치고, 어랭이든 자리돔이든 낚시가 될 만한 포인트를
사전에 섭외해 안전하게 낚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잡히는 고기에 대해서도 설명해줄 수 있어야 낚시 체험에 대한 취지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곳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낚시 체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생각을 품으며 관탈도로 향합니다.
배는 전속력으로 달리니 어느새 한라산 일부가 보이기 시작.
멀리 소관탈도와 선상낚싯배가 보인다
관탈도는 진작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렇게 다가오기까지는 한참 걸립니다.
구엄포구에서 관탈도까지는 약 40여 분이 소요. 조금 지루하지만, 앞으로 8시간 동안 낚시할 생각에 기분은 두근 반 세근 반이지요.
관탈도 마당여
이날은 웬일인지 관탈도 명당인 마당여가 비어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관탈도로 출조하는 유어선은 78낚시와 서진낚시로 보통은 새벽에 출조하는 78낚시 손님들이 들어와 있기 마련인데
이날은 다들 추자도로 들어갔는지 마당바위를 제외한 관탈도의 주요 포인트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마당여에 하선한 꾼들
비어 있는 서북코지
원래는 마당여에 내릴까 하다가 몇 가지 이유로 인해 포기했습니다.
첫째로 촬영을 위해 마당여에 내리면 적어도 3~4명이 내려야 하기 때문에 현지꾼과 함께 로테이션을 하지 않으면 서로 불편합니다.
둘째로 부시리가 포인트 내로 들어와 있어 돌돔과 긴꼬리벵에돔을 노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발목을 잡습니다.
그래서 저는 둘이서 오붓하게 낚시할 수 있는 서북코지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서북코지에서 바라본 풍경
절해고도란 말이 실감 나는 관탈도
이날 밑밥은 8시간 낚시를 염두해 크릴 5장, 파우다 1.5봉, 빵가루 3봉씩을 섞어왔습니다.
첫수로 놀래기
상원아빠님은 낚시 입문하고 처음으로 뺀찌를 낚습니다.
이어서 제게도 뺀찌가 올라와 줍니다. 씨알이 조금만 더 크면 좋겠는데 말이죠.
이날 우리가 정한 대상어는 긴꼬리벵에돔이 아닌 뺀찌입니다. 25~35cm 사이의 돌돔을 마릿수로 잡아내는 것.
그래서 채비도 밑밥 품질도 모두 거기에 맞췄습니다. 하지만 뺀찌는 예상했던 것보다 씨알이 잘고, 바닥에는 어랭이가 입질합니다.
이날 수온은 24도로 다소 높았고 만조는 1시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지금은 한창 들물이 진행 중이며, 조류는 바깥으로 나가고 있어 뺀찌
낚시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는 돌돔(뺀찌) 찌낚시 원고를 쓰고자 이곳을 찾았고, 서북코지는 예전에 아내와 함께 내려본 경험이 있어 뺀찌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는 알고 있었는데 찌를 태우면 곧바로 난바다로 흘러가니 직벽을 공략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제 경험으로 돌돔은 조류가 바깥으로 나가면 꽝이라서 반드시 안으로 들어와줘야 합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1시. 계속되는 방생급 뺀찌와 어랭이의 입질에 별 재미를 못 보던 찰나 우악스러운 입질이 들어옵니다.
물이 바깥으로 나가고 있어 베일을 열고 흘리는데 KTX가 물고 달리는 듯한 입질이 들어오자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낚싯대를 세우는
데는 성공. 순식간에 대를 빼앗기면서 레버 브레이크를 하염없이 풀어줄 수밖에 없으니 이건 무슨 경주마를 건 느낌이네요. 스풀은
한도 끝도 없이 풀리고 어떻게 손 쓸 틈도 없이 팅! 채비를 걷어보니 목줄이 깔끔히 잘렸는데 느낌상 돌돔은 아니고 대부시리로 추정.
생각해 보니 조류는 돌돔을 낚는 데 있어 우리 편이 아니니, 이왕 이렇게 된 것 부시리라도 낚아보자 싶어 채비를 통째로 바꿉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원다 벵에 스페셜 1.7-530
릴 : 오쿠마 2500번 LBD
원줄 : 기자쿠라 이글 3호(세미 플로팅)
어신찌 : 쯔리겐 전유동 X원투 B호,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토레이 도요부론 수퍼 L EX 2.5호
바늘 : 감성돔 바늘 3호, 벵에돔 바늘 7~8호
봉돌 : 쯔리겐 간다마 B, g2 적절히 가감.
전층을 탐색해보니 바닥에는 어랭이, 중층에는 뺀찌, 그리고 상층에는 입질이 없어 B봉돌로 내리는데 속조류가 상당해 7~8m 바닥에는
당도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난바다로 흘러가고, 그 채비에 부시리가 연신 달려들면서 목줄이 연달아 터져나갑니다.
입질 시 줄 나가는 속도, 걸었을 때의 힘으로 보다 60cm급 부시리인데 가끔 대부시리가 섞였는지 감당할 수 없는 입질이 들어옵니다.
조류가 바깥으로 뻗어 나가고 있어 밑밥은 철저히 발 앞 품질.
포인트 근처까지 부시리가 들어와 휘저으니 잡어란 잡어는 대부분 숨어버린 상태.
이렇게 되면 벵에돔이든 뺀찌든 낚시가 매우 어렵습니다.
부시리라도 노려야 할 상황일까? 잠시 후 '후루루룩'하며 무서운 속도로 줄이 치고 나갑니다.
대를 세우니 이번에는 상대해볼 만한 녀석이 무는데.
비록, 부시리지만 손맛은 일품. 적당히 레버 브레이크를 놀려가며 제압해 나가지만, 그때마다 욱하며 처박는 녀석.
발 앞까지 끌고 오자 한 차례 위기가 오고, 녀석은 수중턱에 바짝 붙어 우악스럽게 발버둥 치며 줄을 긁어댑니다.
버티느냐 버티지 못하느냐 그것이 문제. 버틸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풀어줘야 할 위기의 순간.
이쯤 되면 목줄이 얼마나 긁혔는지 올려보면 알겠죠. 지금까지 부시리를 걸 때마다 앞쪽 수중턱에서 대부분 터트렸는데 이번에는
녀석의 움직임에 장단을 맞추며 힘을 빼 나갑니다.
어렵사리 60cm급 부시리를 획득하고
1호 반유동으로 채비 교체
이후 바닥층에서 기이한 입질을 받고 파이팅하다 허무하게 바늘이 벗겨졌는데 그 힘이 바윗돌 같았고, 움직임과 입질 패턴이 부시리와
달라서 대물 돌돔이 의심. 채비를 한번에 중하층으로 내릴 수 있게 1호 반유동으로 바꿉니다.
부시리 손맛은 충분히 봤으니 이제는 원하던 녀석과의 조우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한편, B 전유동으로 중하층을 훑던 상원아빠님이 오랜 정적을 깨고 그럴싸한 입질을 받는데
난데없이 감성돔이 올라오니, 어쨌든 부시리가 활개 치는 이곳에서 결정해야 할 것은 부시리만 계속 노리다 터트리기만 할 것이냐,
아니면 채비를 깊이 내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대물급 돌돔이나 벵에돔을 노려볼 것이냐의 기로에서 저는 후자를 선택합니다.
이 와중에 상원아빠님이 엄청난 입질을 받아내고 베일을 닫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대를 세우지 못합니다.
드랙은 정신없이 풀리고, 양손으로 버텨보지만, 스풀 안쪽으로 원줄이 꼬이는 바람에 채비 전체가 날아가 버리고 원줄도 일부 손실되는
불상사가 발생.
그나저나 좀 전부터 석연치 않은 생각이 듭니다. 이때가 오후 2시 반이라, 시간상 썰물이 시작되고도 남아야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수위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입니다. 인터넷으로 물때를 확인하려고 해도 전파가 터지지 않으니 확인할 길이 없고.
가끔 너울성 파도가 들어올 때마다 이 자리가 위협받곤 했지만, 시간상 물이 빠질 것이므로 굳이 자리를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집요하게 중하층을 노려보지만 올라오는 건 상사리 몇 마리에
용치놀래기 몇 마리 뿐. 이쯤 되니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시간이 충분히 흘렀는데도 초썰물이 시작될 기미가 안 보이는 기이한 현상.
조류는 시종일관 바깥으로 나가고 있으니 원하는 공략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왜 수위가 낮아지지 않는 걸까? 하고 생각하기를 수분째. 결국, 이 장면을 끝으로
모든 게 날아가 버렸습니다. 석연치 않은 느낌에 낚시가방과 중요한 짐을 올려 그나마 손실을 줄였는데요.
당시 상원아빠님은 올라가 쉬고 있었고, 저 혼자 낚시하다가 파도를 맞았는데 밑밥통이 모두 휩쓸리면서 상원아빠님의 낚싯대가
바다에 빠졌고 저는 그거라도 간신히 잡아서 건진 다음, 몸을 대피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은 라이브웰, 밑밥통, 주걱, 주걱통만 날렸다는 것.
제 귀에는 우울한 음악이 들리고
이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가 걱정
크릴이라도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백크릴까지 싹 쓸어갔으니 이 상태로 낚시가 종료되고.
철수 때까지 세 시간을 이러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허무함이 밀려옵니다.
이제 곧 초썰물이고 해가 기우면서 좋은 기회를 맞이할 텐데, 여기서 낚싯대를 접어야 하는 심정. 그 누가 알리요.
철수길에서 바라본 소관탈도의 일몰
이날 실수는 예견되었습니다. 전날 서귀포 섶섬에서 낚시한 데이터로 섣불리 관탈도의 만조 시간을 예상한 것이 화를 불렀던 것.
오후 1시로 알고 있었던 만조가 알고 보니 오후 3시 30분이었던 것. 관탈도는 북제주군에 속해 물때가 서귀포와 두 시간 이상 차이가
날 뿐더러, 추자도 물때 특성상 공시된 시간보다 한 시간 더 늦을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서귀포에서 낚시하다가 다음 날 관탈도나 추자도로 출조했을 때, 혹은 그 반대일 때의 시간 차는 3시간 가까이 벌어진다는 사실.
그냥 인터넷으로 확인해도 될 문제를 예측으로 넘겨짚다가 화를 당한 이번 조행은 부제가 말한 "초심으로 돌아가다."가 아닌
"초보로 돌아간" 사건이었습니다. ㅎㅎ
어쨌든 다음 날 새벽에는 형제섬 넙데기로 들어가야 해서 우리는 밑밥을 미리 개어놔야 했습니다.
근방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밑밥통을 빌리고 우리는 마지막 출조를 위해 숙소로 들어갑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관탈도 출조 문의
서진낚시(064-711-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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