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낚시 21부, 제주도 관탈도(마당여)에서 90분 낚시


    9월에 시작한 "입질 부부의 제주도 낚시"가 어느덧 21부를 맞이합니다. 고새 많이도 썼네요. 별로 잡은 것도 없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감회가 새록새록하겠죠? ^^ 오늘은 제주도 관탈도에 있었던 낚시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때는 11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부부는 지난번 관탈도에서의 낚시가 아쉽게 끝나버려 다시 도전하러 갔습니다. 그것도 관탈도 최고의 명당이라 일컫는 "마당여"로 말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낚시배로 들어온 손님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사람없는 자리로 들어가서 낚시를 하다 그 분들이 철수하면 그때 마당여로 진입해서 낚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낚시 시간이 너무나 짧았습니다. 철수까지 주어진 시간은 고작 90분. 그 사이 우리는 정신없이 낚았습니다. 




    제주도 애월읍 구엄포구

    하다보니 커버 페이지 디자인이 좀 이상하게 됐네요. 무슨 추척 60분도 아니고..^^;;
    관탈도는 제주도와 추자도 사이에 있는 무인섬입니다. 그 곳으로 출조를 가기 위해선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제주시 78낚시를 이용하는 방법과 애월에 있는 서진낚시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78낚시는 새벽 6시에 출항해 오후 3시 30분 경에 철수하며, 서진낚시는 오전 10시에 출항해 오후 6시에 철수합니다.(절기에 따라 차이는 있음)
    우리부부는 충분히 잠을 자고 난 후, 오후 물때를 노리기 위해 구엄포구에서 출발하는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1) 이 날 사용될 미끼(크릴)입니다. 소금을 뿌려둔 이유는 삼투압 작용으로 해동으로 인한 수분의 이탈을 도와 육질을 단단히 만들기 위함입니다.
    2) 사용된 밑밥은 크릴 6장 + 집어제 3봉으로 2 : 1 비율입니다. 집어제는 오로라 + 감성천하 + 뉴타겟을 각각 1봉씩 섞어서 버무립니다.
    3) 숙소에서 자가용으로 10분 거리인 애월읍 구엄포구. 흔히 말하는 동양콘도 앞 방파제이며 관탈도 오후낚시는 여기서 출항합니다.
    4) 조타실도 한컷 찍어봅니다.



    오전 11시, 관탈도 동코지에 도착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원래 가고자 했던 마당여엔 다섯분이나 계셔서 내리질 못했습니다.
    이미 새벽에 출항한 타 낚시점이 관탈도 대부분의 포인트를 섭렵한 상태이므로 우리는 빈자리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일단은 그렇게 낚시를 하다가 오후에 그들이 철수하면 원하는 포인트로 진입이 가능하므로 오늘 낚시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4~6시로 생각해, 밑밥도
    아껴뒀다 그때 가서 집중적으로 사용 할 계획입니다.


    왼쪽을 바라본 관탈도 동코지

    이곳 포인트는 처음 내렸고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옆쪽에 홈통이 꽤 그럴싸해 보이지만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수심이 얕아 이곳은 포기.


    오른쪽을 바라본 관탈도 동코지

    전방에 솟아 있는 동쪽여 사이를 공략지점으로 설정해 놓고 밑밥을 뿌려나갑니다.
    조류는 꽤 빠르게 흘러가네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 날도 조금 물때인데 비해 조류는 방방하게 흘러가줍니다.
    하지만 잠시후 간조를 맞이한다는 점과 물색이 너무 맑다는 건 마음에 걸립니다. 수중여가 눈에 훤히 보일 정도니 어쩌면 이곳에서 재미를 못 볼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이 듭니다.


    포인트 주변으로 김이 엄청 붙어 있다

    조류의 세기를 감안하여 신중하게 수중찌를 골라본다

    아내는 혹시모를 대물에 대비해 8자 더블 직결로 매듭을 한다

    장갑을 끼며 낚시준비를 서두르는 아내

    그간 낚시를 다니다 보니 아내 손이 많이 텃네요. ㅠㅠ
    갯바위도 많이 미끄럽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포인트 주변에는 김이 엄청 붙은 모양입니다. 김이 붙었다는 것은 감성돔의 계절이 왔다는 것. ^^
    바다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돌돔을 낚아 내기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감성돔에 포인트를 맞추고 채비 셋팅을 시작합니다.

    <<입질의 추억 채비>>
    1-530 낚시대 - 2500번 릴 - 3호 원줄 - 면사매듭 - 반원구슬 - 0.5호 구멍찌 - -0.5호 수중찌 - 쿠션고무 - 도래 - 1.7호 목줄 3m - G2봉돌 -
    감성돔 바늘 3호

    <<아내의 채비>>
    1-530 낚시대 - 2500번 릴 - 3호 원줄 - G2 전유동 찌 - 수중쿠션 - 직결 - 2호 목줄 3m - G2봉돌 - 벵에돔 바늘 6호


    오늘의 대상어종은 딱히 대중이 없습니다.
    이곳은 참돔을 제외한 주요 대상어종을 모두 볼 수 있고, 씨알도 굵게 낚인다는 얘기가 있어 목줄은 평소보다 튼튼히 했는데요.
    저는 모처럼 한방을 염두해 바닥층 공략을 해봅니다. 반면 아내는 평소 하던대로 상층부터 하층까지 훓는 전층낚시를 하게되니 뭐가 낚일지는 지금으로서
    알 수 없습니다. 일단 한번 던져보겠습니다.


    첫수로 어랭 놀래기가 올라온다

    두번째는 준수한 씨알의 말쥐치

    그리고 이어지는 입질, 제주도 관탈도 낚시

    또 다시 준수한 씨알의 말쥐치를 올리는 아내

    입질이 아내한테만 이어지자 채비를 바꿨다, 제주도 관탈도 낚시

    옆에서 지켜보니깐요. 들어뽕하기에도 버거울 정도의 말쥐치가 따문따문 물어주고 있는데 저한텐 입질이 없고 아내한테만 물어주는 상황입니다.^^
    꽤 많은 밑밥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말쥐치 외에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걸 봐선 이곳에 대상어가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예요.
    청물도 심합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데 수중여 자락 부근에 돌아다니는 잡어들이 눈에 보일 정도니 아무래도 이곳은 공략이 어려워 보입니다.

    감성돔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홈통과 포말쪽도 공략해 보지만 올라오는 것은 어랭이들 뿐.
    조류가 빨라 기껏 반유동으로 했더만 이제는 조류 소통이 거의 없습니다.
    0.5호로 하기엔 무거운 감이 있어 채비를 00(투제로)찌로 교환, 작은 봉돌을 물려 천천히 탐색전을 펼쳐 봅니다.


    아내는 홀로 말쥐치를 5마리나 낚아 살림망에 보관중입니다.
    이쯤되니 고민이 됩니다. 감성돔을 노릴꺼면 밑밥을 꾸준히 쳐야 하는데 그러자니 나중에 모자를꺼 같고, 감성돔을 포기하자니 아쉽고..
    결국 저는 후자를 선택하였죠. 감성돔이 들어왔는지 확신도 안 든 상태에서 쪼아봐야 지금 상황에선 재미를 못 볼 것 같아 이곳에선 밑밥을 살살 뿌리고
    나중에 마당여로 포인트를 옮겨 짧고 굵게 낚시하기로 합니다.


    다시 아내를 봤는데 뭔가를 걸고 열심히 파이팅 중입니다.
    아니 걸었으면 걸었다고 말이라도 해주지 혼자 조용히 낚고 있네? ㅎㅎ

    "왔으면 왔다고 말 좀 해, 입질도 없는데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두게"

    아내. 고기를 수면까지 올리고 나서야 조용한 목소리로 "왔당" 이럽니다. 이런 오늘따라 촬영 협조가 안되네..


    또 다시 큼지막한 말쥐치를 올리는 아내. 이 녀석들은 입질이 굉장히 약은데도 잘 올리는군요.
    혼자서 벌써 6마리쨉니다. 아.. 미치긋당 ㅎㅎㅎ


    한방을 노리고 낚시했던 저도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전유동으로 채비를 바꾸자 쥐치가 물고 올라옵니다.
    게임을 안했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쥐치잡이 게임이라도 했다면 6 : 1 스코어가 될 뻔했네요.^^;


    잠시후 또 한번의 입질을 받은 아내, 이번엔 앙증맞은 아가야 말쥐치가 올라온다.(방생)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할께요.
    좀 전에 씨알 굵은 말쥐치가 올라왔을 때 아내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위 사진처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바늘을 빼는데 순간 말쥐치의 눈알이 돌아가더니 자신의 눈과 마주쳤다고 합니다. ㅠㅠ
    한마디로 자기를 쳐다봤다는 거예요. 순간 왠지 모를 싸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말쥐치는 눈알을 돌려 쳐다보더니 마치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듯 보였다고 해요.
    아내는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결국 말쥐치를 쥔 아내는 떨리는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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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력망에 넣었다고 합니다.
    "얘야 정말 미안하다 ㅠㅠ" 하면서 ^^;;
    저는 낚시를 하면서 고기와 눈을 마주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쥐치를 잡을 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얘네들은 물밖으로 꺼내졌을 때 자기를 낚아버린 존재에 대해 인지하는 걸까요?


    그렇게 관탈도 동코지에선 크게 재미를 못보고 철수합니다.
    배는 당초 예상보다 늦게 왔어요. 3시 반이면 와야하는데 타 낚시점 손님들의 철수가 늦어지면서 4시가 되서야 포인트 이동을 하게 됐습니다.


    관탈도 명당, 마당여에서 낚시 시작!

    자! 드디어 원하고 원했던 관탈도의 명당, 마당여에 내렸습니다.
    다만 저희 둘만 내린 게 아니라 현지꾼 두분과 함께 내렸는데요. 문제는 마당여 중에서도 명당이 따로 있다는 것이고 거기에 못내리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조과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물때에 따라 다르고 낚는 대상어종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기도 한데요. 일단 지금은 들물에 뺀찌급 돌돔을 낚아야 하므로 저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거기에 맞는 자리를 찾아 밑밥통을 놨습니다. 한마디로 찜 ^^;

    사진속 현지꾼은 오자마자 첫 캐스팅에 뭔가를 걸고 파이팅 중입니다. 할튼 빠르기도 하셔라.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기분좋게 중칫급 긴꼬리 벵에돔 한수를 들어뽕하십니다.
    그 모습을 본 우리부부. 서둘러 낚시 준비를 하는데..


    옆 조사님의 낚시대가 또 휘어집니다. 음메 기죽네~~
    동작이 어찌나 빠르신지 우린 시작도 안했는데 연신 거시네요.
    라고 생각했는데 밑걸림.


    이때 아내가 "왔다!"며 나지막한 소리로 속삭입니다.
    아내의 낚시대가 꺽여 들어간 곳을 보십시요. 자칫 잘못했다간 여 쓸림에 터트릴 수 있어 이곳에서 낚시할 땐 강제집행을 해줘야 합니다.

    "강제집행! 강제집행!"


    손맛 보기에 딱 좋은 돌돔이 올라왔습니다.
    씨알이 좀 더 크면 좋겠지만 어쨌든 출발은 좋습니다.
    시계를 보니 4시 30분, 허거덕..;; 철수 시간까지  앞으로 한시간 반밖에 안남았습니다.


    어복부인 오늘 물 만났군요. 그녀의 낚시대가 연신 휘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번엔 파이팅 시간이 몇 초 더 걸리는 걸 봐선 씨알이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강제집행을 하지 않으면 터트리기 딱 좋은 지형이여서 아내는 한치의 여유도 주지 않은 채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녀석 꽤 앙탈을 부리네요. 아내도 터트릴까봐 조마조마하는데 언틋보니 30cm급 돌돔.
    고작 30cm급(?) 밖에 안되는게 힘은 왜이리 쎈지..
    바빠죽겠는데 뜰채질을 해 말어? 고민하는 찰나..


    들어뽕으로 30cm급 돌돔을 올리는 아내, 제주도 관탈도 낚시

    들어뽕이 쉽지 않습니다. 휘어진 낚시대도 모양새가 좀 아찔해요.
    한번에 들어뽕이 안되자 질질 끌다 시피해 올립니다. 지금 마당여에서 입질 받은 사람은 우리부부가 유일. 
    위 사진에서 아내의 봉돌 위치를 보십시요. 바늘에서 겨우 5cm 간격에 물려있네요. 이런...

    "일부러 그렇게 한거야?"

    아내 고개를 "끄덕끄덕" 합니다.
    바늘에서 5cm위에 봉돌은 듣도보도 못한 조법인데 너무 가깝지 않나? 저러다 밑걸리면 어쩌냐고 했더니..
    다 심오한 뜻이 있다면서 5cm든 10cm든 내 맘이니깐 나한테 잔소리하지 마라네요. -_-;;

    어쨌든 이 모습을 본 현지꾼 왈~

    "아내분 낚시 참 잘하시네요. 빈말이 아니고 아까부터 하는 걸 쭉 지켜봤는데 남편보다 낫소ㅋㅋ"
    "아니 이런~ ^^;"


    A 포인트에만 입질이 있고 B포인트엔 입질이 전무한 상황, 결국 A포인트에서만 세사람이 돌아가며 낚시하기로 한다

    돌돔의 입질이 우리한테만 쏠리자 보다 못한 현지꾼께서 우리쪽으로 오시더니 "로테이션"을 제안합니다.
    이 상황에선 어쩔 수가 없죠. 4명은 무리고 셋이서라도 돌아가면서 낚시하는 수 밖에..


    제주도 관탈도 마당여에서의 낚시 상황

    저희부부가 자리를 잘 잡긴 했나 봅니다.
    돌돔 입질이 한 자리에서만 집중되자 저까지 해서 세명이 한곳을 로테이션하며 낚시합니다.
    바위가 미끄럽고 좁지만 호흡을 잘 맞추면 세명까지는 가능하겠더군요. 4명은 무립니다.
    그래서 옆에 홀로계신 분이 대각선 캐스팅으로 조금이라도 입질을 받으려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채비가 엉키거나 하진 않아요.
    캐스팅한 순서대로 순차적인 회수만 이뤄진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D에 계신 분이 입질 받을 경우 우리가 채비를 회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은
    따를 수 있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고기가 한 자리에서만 나오다 보니 한쪽은 연신 올리는데 한쪽은 그걸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좀 끼어들기로서니 그걸 나무랄 순 없지요. 물론 우리 둘만 있었다면 더 많은 고기를 뽑아 냈겠지만 어쨌든 한배를 탔고 서로 인사도 하면서
    이곳 지형에 대해 어드바이스도 해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나눠먹기가 맞을것 같습니다.


    갯바위에 넘어지는 바람에 초릿대가 박살났다

    그렇게 저와 아내는 연신 돌돔의 입질을 받고 있는데 그러다가 한번은 제가 한마리를 낚아 올린 상태에서 뒤로 미끄러졌습니다.
    순간 낚시대는 박살이 났고 허리를 다쳤는데 당시엔 워낙 정신이 없어 다친줄도 모르고 낚시를 했습니다.
    다행히 카메라는 메고 있지 않아 무사했습니다.

    들물이라 파도가 계속 밀고 오는 상황입니다. 자칫 잘못했다간 밑밥통이 떠내려가거나 뭐 하나 잃어버리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저는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현 상황을 직시하였습니다. 아내와 옆 현지꾼은 연신 돌돔을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카메라를 후방에 놓고 과감히 전원 버튼을 끄기로 결심합니다. 지금은 입질이 있을 때 한 마리라도 더 낚아야 할 상황.
    얼른 낚시대를 교체하구요. 어차피 날도 어두워지고 더 이상의 촬영은 어려울 것 같아 이후의 상황은 사진이 없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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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관탈도 최고의 명당인 마당여에서 주어진 시간은 단 90분. 90분이 9분처럼 느껴졌습니다.
    입질은 생각보다는 폭발적이지 못했습니다. 초반에 서너마리 나오다가 입질 수심층이 변했는지 이후엔 따문따문 물어주는 답답한 상황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세명이 로테이션을 하는데 조류가 갑자기 빨라지는 바람에 채비를 던지고 흘리기까지는 1분도 채 안걸립니다.
    1분안에 입질을 못받으면 걷어들여야 합니다. 옆에는 사람이 기다리기도 하고 더 이상 흘리면 수중턱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입질을 받지 못하면 다시 나와서 크릴을 끼우고 잠시 대기합니다.

    "현지꾼 → 아내 → 나"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흘리다 걷고, 잠시 대기하다 다시 흘리고 걷고를 세명에서 반복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입질을 받으면 다행인데 못받고 지나가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조류의 변화가 심하다 보니 그때그때 판단도 빨리 해야 합니다. 봉돌을 추가로 물렸다가 빼기도 하고, 분납도 해보고 한쪽으로 몰아도 보고..
    상황이 워낙 급변하게 돌아가다 보니 거기에 맞게 해줘야 따문따문 입질이 들어오고 아니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그야말로 혼을 쏙 빼는 낚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후 6시 반, 철수길에서

    사실 이 날 조황은 대부분 안좋았습니다.
    이유는 조금 물때인 탓도 있지만 타 낚시점에서 철수를 늦게 하는 바람에 제 포인트 진입이 매우 늦어졌지요. 그 바람에 다들 낚시 시간이 짧았을 겁니다.
    그래도 막지막 90분 동안 타작하여 조금이나마 살림망에다 채워올 수 있었습니다.
    배에 탄 사람 중에는 일본인도 한 분 계셨거든요. 나중에 아내로 보이는 분이 항구로 마중나와 있는 걸 보니 관광객인데 현직 낚시꾼인 모양입니다.
    배낚시를 하셨다는데 물칸을 보니 부시리 몇 마리에 50cm가 넘어가는 참돔도 한수 하셨더군요.
    아무쪼록 제주도에서 즐거운 추억 갖고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항에 도착한 저는 손질을 위해 고기를 쏟아붓습니다.
    이때 구경꾼들이 몰렸는데요. 타지에서 온 낚시꾼으로 보였습니다.
    파닥거리는 돌돔을 보시더니 안주하게 몇 마리만 팔면 안되겠냐고 했지만 저는 어쩔 수 없이 사양했습니다.

    제가 마릿수 돌돔 낚시를 선택한 이유는 이걸 모아다 서울 올라가기 전에 신세졌던 이웃분들께 나눠주기 위함입니다.
    그 분들은 제 블로그 이웃이기도 하며, 제가 제주도에 머무르는 동안 함께 낚시하기로 했는데 결국은 약속을 못지켜 죄송한 맘도 있었기 때문에 이걸로 
    반찬이라도 썼으면 하는 바램에서 모으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 날은 쥐치 6마리를 포함, 다수의 돌돔을 잡은 아내의 공이 컸다

    지형이 험해 강제집행으로 올리다 보니 무슨 무 뽑듯 올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손맛을 느낄 새는 없었답니다. 아내도 그러더군요. 이게 낚시야? 고기 뽑는 기계도 아니고..


    좋은 조과라곤 할 수 없지만 9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생각하면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씨알은 크진 않지만 25cm이하는 없습니다. 평균 씨알은 27~28cm가량.
    뺀찌급이여서 장원이라 말하긴 머슥하지만 그래도 아내가 잡은 31cm 돌돔이 오늘의 최대어가 됐네요.^^


    90분 동안 조과에 일조한 찌입니다. 요즘 제가 즐겨쓰는 모델로 쯔리켄 '정흑' 0~00
    구경이 작아 굵은 줄을 쓸 때 다소 불리한 감은 있지만, 잠수조법을 이용해 중하층을 노리는데는 탁월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찌는 벵에돔도 좋지만 중하층에서 입질이 잦은 뺀찌급 돌돔이나 감성돔을 사냥할 때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날은 아내가 G2찌로, 저는 00찌로 재미를 봤습니다.


    잡아온 녀석들은 깨끗히 손질해 포장해놨습니다.
    이대로 얼렸다가 서울 올라가기 전에 나눠줄 계획입니다.


    철수하고 손질하고 회까지 치니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때가 밤 10시.
    횟감이 넘쳐나지만 밤이 깊어 시식할 사람들을 부를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결국 우리끼리만 먹기로 하고 회는 두마리만 쳤습니다.



    완전 찰지고 고소한 돌돔회,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


    한 밤에 먹은 돌돔회는 정말 끝장이였습니다.
    낚시 막판에 잡은 녀석들이라 싱싱함은 말할 수도 없고요. 아내가 잡은 돌돔이라 더 맛있습니다.^^
    그 식감이 어찌나 단단하고 쫄깃하던지, 이래서 돌돔이구나 싶습니다.

    몇 일전에 먹은 부시리회요? 그런건 살며시 잊어주고 싶습니다.^^;
    제주도에서 먹은 횟감 중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 씨알급 긴꼬리 벵에돔을 말하지 않을 수 없군요.
    두번째는 요 돌돔이고, 부시리는 뱃살쪽만 맛있지 등살은 >>>>>>>>>>>>>>> 저 밑에 놓고 싶습니다.^^
    솔직히 이런거 먹으면 입 배립니다.
    지금 저를 보십시요. 서울에 올라온지 일주일이 지나 회가 엄청 먹고 싶은데 어디가서 돈주고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겠습니까. ㅎㅎ

    이제 빨리 먹고 잠을 청해야 합니다.
    다음날 새벽엔 그 유명한 '절명여' 출조가 계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폭풍 강행군이 아닐 수 없네요.
    그런데 저는 매우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아까 넘어져서 다친 허리가 이제서야 슬슬 아파오는데 타박상이라 생각은 되지만 정밀 진단을 해보지 않는 한 속단할 수 없기때문.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추자 절명여.. 그 출조가 코앞에 왔는데 여차하면 취소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허용된 날씨는 내일 하루 뿐입니다. 이후론 근 1주일간 주의보가 떨어져 서울 올라가는 그 날까지 숙소에서만 지내야 할 판이니..
    만약 취소하면 절명여 출조는 적어도 올해안은 물건너 가게 됩니다. 
    허리는 아픈데 이번 낚시가 마지막일꺼 같고..갈등이 됩니다. 그렇게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입질부부의 제주도 낚시,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번엔 악마의 편집 없이 시원하게 쭉쭉 진행해봤습니다. 어떻게 만족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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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 중 길바닥에서 벌어진 웃지못할 진풍경, 이게 바로 꾼의 자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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