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벵에돔 낚시, 3시간에 15마리 폭풍 입질


    좀 지난 이야기인데 이제서야 올립니다. 때는 10월 중순, 형제섬으로 벵에돔 낚시를 다녀오고 난 직후였어요. 그 놈의 낚시 촬영이다 뭐다 해서 카메라를 들고 하다 낚시를 그르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에 눕는데 모처럼 받은 대물을 카메라 때문에 놓쳤다 생각하니 여간 허탈한 게 아니더군요.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지만 한번쯤은 카메라 없이 자유롭게 낚시해 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낚시꾼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하루는 작심하고 나섰습니다. 저에겐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를 과감히 놓고 말입니다. 바로..

    "아내와 카메라"

    그래서 오늘 벵에돔 낚시 조행기는 사진이 많지 않습니다. 철수직전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 숙소로 돌아와서 찍은 사진이 전부랍니다.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기에 낚시하는 과정샷은 일절 없고 글로 상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애월 동양콘도 앞 갯바위

    10월의 일요일 오후. 언제나 끼고 다녔던 카메라와 아내를 모처럼 두고 홀로 출조길에 나서봅니다.
    발걸음을 옮긴 곳은 숙소에서 가까운 애월의 전분공장 앞 갯바위. 그런데 일요일 오후다 보니 이 일대는 현지꾼들로 자리가 없었죠.
    할 수 없이 차를 몰아 해안도로를 타자 제법 그럴싸하게 생긴 갯바위가 나옵니다.
    제주도 낚시를 잘 아는 지인께서 "모양은 그럴싸한데 포인트로써 매력도는 떨어진다"는 바로 그 곳이였지요.
    아니나 다를까 다른 곳은 낚시꾼들로 꽉 찼는데 이곳만 덩그라니 비어있어 영 불안합니다.


    내가 선 자리는 전방에 방파제와 마주하는등 만곡진 지형의 내항성 포인트이다

    저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일요일이고 어딜가도 사람이 많을테니 그냥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 듯.
    저는 근처 낚시점에 밑밥을 개어 다시 왔습니다. 낚시 할 시간은 3시간 뿐이여서 밑밥은 조금만 갰습니다.

    크릴 3장 + 빵가루 1장 + 집어제 1장

    지금 시각이 오후 3시. 물때는 만조로 가고 있습니다.
    포인트로써 매력은 떨어질지 모르나 벵에돔을 노리기엔 괜찮은 물때.

    채비 만들기에 앞서 밑밥을 10주걱 가량 포인트 앞에 뿌려놓습니다.
    밑밥을 뿌림으로써 조류 방향도 파악하고 어떤 종류의 잡어가 피어오르는지도 알기 위함이지요.
    벵에돔 낚시에서 밑밥은 항상 발 앞에 뿌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잡어를 유인하기 위함인데요. 지형을 보니 이곳은 발앞에다 밑밥을 뿌리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발 앞쪽은 수심이 2m 남짓밖에 안나오는데다 전방으로 여뿌리가 길게 뻗어나가 있어 저는 그 곳에다 잡어를 모으기로 합니다.

    잡어 유인용 밑밥은 여뿌리가 끝나는 지점인 전방 10m에다 투척.
    행여나 각재기(전갱이)라도 나오면 어떡하나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워낙 각재기한테 시달려 벵에돔 낚시를 망친 경우가 많았던지..
    이제는 각재기만 보면 노이로제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게 불안한 맘으로 물속을 살펴보는데 다행히도 각재기의 개체수는 적어 보였고 대부분이 자리돔과 범돔, 돌돔 치어무리가 보였습니다.

    "잘하면 벵에돔 낚시가 되겠구나"

    저는 서둘러 채비를 만들고 크릴을 끼워 던져봅니다. 
    10초도 안되 잡어에게 털립니다. --;;
    다시 크릴을 끼워 던지는데 이번엔 좀 더 멀리 던져봅니다. 대략 20m 전방..
    그리고 찌 부근에다 밑밥을 2주걱을 던져 넣습니다. 한번은 제대로 들어갔고 한번은 약간 벗어났네요.
    곧바로 10m 전방에 밑밥 3주걱을 좌우로 주면서 잡어를 유인합니다. 순간 원줄을 휘리릭 풀고 나가는 입질이 옵니다.
    베일을 닫고 챔질하니 중간까지는 질질 끌려오던 녀석이 발 앞에서 꾹꾹~! 합니다. 올려보니 25cm급 벵에돔.^^

    잠시후 옆 갯바위에 젊은 조사분이 오셔서 벵에돔 낚시를 준비하는군요.
    저는 잡은 벵에돔을 재빨리 두레박에다 넣고 크릴을 끼워 던집니다.

    "평소엔 카메라 잡느라 하지 못했던 마릿수를 오늘 한번 해보자"

    이후 몇 번의 캐스팅은 잡어에 털리며 무효로 끝이 납니다. 저는 공략거리를 25m로 늘리고 밑밥은 10m부근에 꾸준히 넣어 잡어를 묶습니다.
    벵에돔 낚시는 패턴낚시라고들 하지요. 밑밥을 치는 횟수, 양, 간격까지 일률적으로 지켜나가며 잡어들에게 학습효과를 던져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채비를 던지기에 앞서 10m 전방 여자락이 끝나는 부근에다 좌우로 3번의 밑밥을 넣습니다.
    그리고 채비는 멀리 20~25m 전방에 던져넣은 후 찌에다 2주걱의 밑밥을 정확히 넣습니다. 곧바로 다시 10m 전방에 좌우로 밑밥을 3주걱을 넣어줍니다.

    저는 한번 캐스팅에 밑밥을 총 3-2-3으로 하여 8주걱씩 던져넣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벵에돔의 반응이 오기 시작하는군요.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
    한낮이라 씨알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부분 씨알이 22cm급 정도고 조금 크다 싶으면 27cm까지 나옵니다. 

    이제부터는 밑밥 양을 줄여나갑니다. 방금전 3-2-3으로 쳤던 밑밥을 2-1-2로 대폭 줄였습니다.
    밑밥을 줄이는 이유는 활성도를 보이는 벵에돔들로 하여금 밑밥을 두고 개체간 경쟁을 부추기기 위함입니다.
    녀석들이 성급하게 먹이활동을 할수록 입질은 더욱 더 시원해 질것이고, 이 상황을 좀 더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함이지요.

    그래서 10m 전방에 밑밥을 2주걱 쳐서 잡어를 불러모으고 20m 전방에 채비를 던져 넣은 후, 그 곳에다 딱 한 주걱을 꽂아 넣습니다.
    컨트롤이 많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찌를 맞추면 가장 좋고 찌를 못 맞추더라도 근방에 떨어져야 입질 받을 확률이 늘어나겠죠.
    그리고 다시 10m 전방에 밑밥을 2주걱 넣어 빠져나가는 잡어를 다시 묶어둡니다. 이쯤되면 잡어들은 일정 간격으로 떨어지는 밑밥에 어느정도 
    학습되어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씨알이 잘아지거나 혹은 입질이 전무하더군요. 몇 번을 시도해 봤지만 상황은 비슷합니다. 
    저는 다시 밑밥 양을 아까와 같이 늘려보기로 합니다. 3-2-3으로..
    그러면서 공략거리를 20m에서 25m로 늘렸더니 씨알이 조금 나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대략 정리해보자면..
    밑밥 양을 줄여서 개체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효과는 결국 보지 못했습니다.
    밑밥 양을 늘리면 벵에돔이 물기는 하나 씨알은 잡니다.
    밑밥 양을 늘린 상태에서 공략 거리를 좀 더 멀게 설정하니 벵에돔 씨알이 조금 나아짐을 느낌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밑밥 제구력이 필요하겠죠.

    한동안 낚시에 열중하다 보니 손가락이 아파옴을 느낍니다.
    그간 낚시를 열심히 했고 쉬지 않고 밑밥질을 했더니 약지 손가락의 피부가 벗겨져 버렸군요.
    주걱을 휘두를 때 가장 많이 덧대는 부위였습니다. 이거 엄청 쓰라리네요. ㅠㅠ

    손가락 피부가 벗겨지자 밑밥을 멀리 치는 게 부담이더군요. 정확도도 많이 떨어져 갑니다.
    찌 언저리에 떨어져야 할 밑밥이 자꾸만 엉뚱한데로 떨어지자 미끼는 잡어들에게 따이는 상황입니다.
    어쩔 수 없이 공략거리를 줄이자 잡어와 20cm 남짓한 벵에돔이 섞어 올라옵니다.
    벵에돔 얼굴을 본 저는 그나마 다행, 옆 조사님은 지형이 더욱 만곡져 있어 어랭이와 씨름중이군요. 멀리쳐도 15m 남짓된 거리니 이래가지고선
    벵에돔 낚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6시. 해가 지려고 하자 방파제에 있던 꾼들이 철수하기 시작합니다.
    희한하네요. 제주꾼들이 말하는 "해창(일몰직전)"의 시간이 왔는데 철수를 하다니..

    물때는 만조에서 초날물로 빠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연히 해질녁이라 낚시가 더 잘 될줄 알았는데 왠걸요. 썰물로 돌아서며 조류 방향이 바뀌자 벵에돔 입질이 뚝 끓겨버린 것입니다.
    확실히 현지꾼은 현지꾼이네요. 아무리 해창이라도 입질 들어오는 물때를 정확히 알고 있는듯 합니다.
    이후 30분 가량을 더 쪼아봤지만 추가 입질을 받는데는 실패하였습니다.

    단 한번의 낚시로 판단하기는 섣부른 감이 있지만, 적어도 오늘 낚시에서 얻은 결과로는 동양콘도 앞 일대의 입질 타이밍은 시간과 관계없이
    "중들물에서 만조까지"다라는 결과가 도출되는 군요. 그것은 내항의 조건을 갖춘 곳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행여나 이 근방에서 낚시하실 분들에겐 참고되시길 바랍니다.^^


    철수를 하며 조과 사진을 찍어 봅니다.
    총 15수지만 잔씨알은 모두 방생하고 둘이서 먹을 것만 챙겼습니다. 비율은 긴꼬리보단 일반 벵에돔이 90% 가까이 되네요.


    제가 사용한 채비입니다.
    1-530 낚시대 - 2500번 릴 - 1.8호 원줄 - 0(제로)찌 - 조수우끼고무 - 직결 - 1.2호 목줄 2.5m에 벵에돔 바늘 5호로 시작했다 4호로 바꿨습니다.
    마침 쯔리켄에서 신상품이 나와 필드 테스트를 하였는데요. 모델은 "N원투"라고 하는 제품으로 20.2g의 원투용 모델입니다.
    제주도 애월 일대는 수심이 낮기에 공략거리가 상당히 멉니다. 20m는 기본이고 30m, 심지어 40m 초원투까지 하니 무겁고 멀리 나가는 찌가 좋겠지요.
    봉돌은 아무것도 안물렸습니다. 벵에돔 입질층은 목줄이 정렬되면서 들어온 것으로 보아 2~3m층으로 추정됩니다.
    그나마 이 일대는 내항이지만 수심은 조금 나오더군요. 가까운 곳은 2m 남짓하지만 조금만 멀리치면 금새 4~5m로 떨어집니다.


    제가 낚시한 자리입니다. 조금 어수선하지요.


    물청소로 낚시했던 흔적을 지우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철수합니다.
    지금쯤이면 숙소에서 토끼같은 아내가 조황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지요.^^


    싱크대에 줄을 세운 후 한방 찍고 곧바로 회뜨기에 들어갑니다.


    그 전에 다친 손가락부터 치료하구요.
    주걱질 할 때 저 부분이 자꾸 덧대어 쓰라리는데 이때는 낚시 스케쥴이 줄줄이 있기에 걱정되더군요.
    밴드를 붙였더니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


    이 날의 소박한 밥상입니다. 결코 소박하지 않다구요? ^^


    저희부부가 제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이 김치를 먹고 힘냈습니다.
    이웃 블로거이신 파르르님 사모님께서 담그신 김치인데 정말 맛있더군요. 왠지 오늘은 벵에돔이 아닌 돼지고기를 삶아 먹어야 할 분위기.^^
    덕분에 김치 잘 먹었습니다.^^


    집에서 챙겨온 토치로 벵에돔 숙회를 만들었습니다.
    요것도 처음 했을 땐 껍질이 골고루 안익어 일부는 질겅거리곤 했는데 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기더군요.
    약한 불로 골고루 지져내는 게 포인트인데 숙회 정말 맛있습니다. ^^



    이 날은 벵에돔, 양파, 김치와의 삼합으로 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거 먹고 힘내서 내일 또 낚시가야죠!!!!
    .
    .
    .

    라고 한지가 벌써 한달이 넘었네요. 지금은 서울에 있어 이때가 더욱 그립기만 합니다. ㅠㅠ
    그래서 결국 비결이 뭐냐? 고 물으신다면 다소 허무한 결론이지만 "이 날 카메라를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낚시에 집중할 수 있었다"로 결론을
    지을까 합니다.


    정말 카메라 없이 낚시를 해보니 낚시가 너무 편하고 쉬울 수가 없군요.^^
    카메라 놔둘 위치, 파도에 튈 걱정, 촬영으로 인한 시간 손실, 카메라가 없음으로 생기는 여유와 군더더기를 줄인 동작까지..
    촬영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니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고 낚시에 집중할 수 있어 너무 좋군요.^^*

    며칠간 회를 못먹었더니 또 다시 그리워지네요. 그렇다고 이 서울바닥에서 돈 써가며 횟집은 못가겠고..
    일도 바빠 낚시도 못가겠고.. 얼마전 일이 있어 홍대의 어느 뷔페를 들렸는데요.
    그곳에서 먹은 초밥은 솔직히 "사람이 먹을 상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봐서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구요. 당분간 낚시계획은 없지만 조용히 살면서 기회를 엿봐야겠습니다.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 편을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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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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