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섬 벵에돔 낚시(상), 수면에서 춤추는 벵에돔 낚아내기


 

 

 

시월 초에 있었던 2박 3일 제주도 낚시를 한 달 내내 우려먹는 입질의 추억. ^^; 그 정도로 시월은 개인적으로 바빠서 출조하지 못했습니다. 한창 고기 나오는 시즌에 말이죠. 어쨌든 2박 3일 제주도의 마지막 날은 오후 5시 30분 비행기 탑승 시간을 앞두고 짧게나마 오전 낚시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 무대는 제주도 최고 포인트 중 하나인 형제섬 넙데기(넙덕여).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대마도에 버금갈 만큼의 조과를 올리는 몇 안 되는 포인트입니다. 그러다 보니 평일에도 자리싸움이 치열하지요. 일주일 전 예약은 기본인데 형제섬으로 출조하는 길성호와 동명호 선장들이 다들 고령이고 예약자 성함을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서 피드백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조금 번거로워도 출조 하루 전에 확인 전화를 주면 인원수는 파악해 놓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방에서 제주도로 벵에돔 낚시를 하러 왔다면 형제섬 넙데기는 한 번쯤 들려볼 만한 곳으로 주저 없이 권해 봅니다.

 

 

 

AM 5:30분, 사계항

 

외로이 등불을 켜고 달리는 유어선

 

가까운 거리지만, 배가 느려서 10~15분 정도 달려야 닿는 형제섬.

형제섬은 본섬보다 부속섬에서 낚시가 이뤄집니다. 가장 유명한 포인트는 넙데기이고 안테나여는 차선책.

넙데기에서 다량의 밑밥이 들어가면 안테나여에서 굵은 씨알의 벵에돔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넙데기로 들어가기 위해 보이지 않은 신경전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 결과가 이런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뱃머리에 떡하니 올려진 밑밥통 좀 보십시오.

배가 접안하면 원하는 자리에 찜하기 위해 밑밥통을 들고 뛰어내릴 기세입니다.

이날은 우리 일행 외에도 현지꾼이 몇 명이 더 있어 자리 쟁탈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6명 이상 넙데기에 내리게 되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 2~3명이 손맛을 보게 되며 나머지는 들러리를 하게 됩니다.

몇 평도 되지 않은 저 자리에서도 자리에 따른 유불리가 확연히 나뉘는 것이죠. 그래서 일부 꾼들은 배를 대자마자 뛰어내려 밑밥통을

들고 자리를 선점합니다. 그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그러한 눈치작전은 출항하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저처럼 1순위로 출항신고서에 이름을 적고 배에 낚시 짐을 실어놔도 소용없는 이유는 나중에 온 사람들이 제 짐 위로 올려놓기 때문에

저는 꼼짝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위 사진처럼 그 좁은 뱃머리에다 밑밥통을 올려놓음으로써 여차하면 들고 뛰어

내릴 태세입니다. 배가 출항하자 우리 일행 3명과 현지꾼 3명은 배가 달리는 동안에도 뒤쪽 의자에 앉아있지 않고 앞으로 나와서 서로를

마주한 채 대치 중입니다.

 

자! 누가 먼저 뛰어내려 자리를 선점할 것이냐? 좀 그렇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여섯 명이 협의 하에 돌아가면서 낚시하는 건데 순순히 받아줄지도 의문이고, 것도 독기 품고 들어오는 꾼들하고는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기 싫어서 말을 섞지 않기도 해 개인적으로는 외지꾼들과 함께 하는 편이 편합니다.

아무래도 형제섬은 제주도 현지꾼들도 사전 예약에 새벽잠을 포기하면서 오는 것이라 이미 이곳에 온다는 것 자체가 고기 욕심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양보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죠. 

 

이윽고 배를 대자 예상대로 현지꾼 한 명이 뛰어내립니다. 저는 두 번째로 내렸지만, 좋은 자리는 이미 선점당한 상황.

이제는 포기하고 남는 자리에 밑밥통을 놓습니다. 좀 처절하죠?

이래서는 체면도 서지 않고, 낚시 전부터 모양새가 썩 점잖지 않습니다.

지하철 문이 열리면 자리를 놓칠세라 무작정 비집고 들어와 앉는 사람과 뭐가 다를 게 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아름답기만 한 형제섬의 일출

 

이날 넙데기에는 총 6명이 내렸다.

 

넙데기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전방에 홍합여를 바라보았을 때 가장 오른쪽과 그 옆자리입니다.

물론, 조류가 산방산 쪽으로 흐르면 그 반대가 되겠지만, 이날은 오전부터 썰물이 진행 중이어서 당연히 산방산 쪽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들물이 받친 이후에도 조류는 시종일관 가파도 쪽으로 흘러가는 바람에 왼쪽에 선 우리는 흘리다 감고, 흘리다 감아야

하는 등 자리의 불리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제주촌놈닷컴의 운영자 아일락님

 

이날은 상원아빠님외에도 제주촌놈닷컴의 아일락님과 함께 했습니다. 작년에 범섬에서 한 차례 낚시한 이후 두 번째 동출이네요.

 

 

제가 준비한 밑밥은 이게 전부입니다. 전날 관탈도에서 밑밥통과 라이브웰을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에 밑밥통을 급히 빌렸습니다.

그래서 저와 상원아빠님은 이거 하나로 벵에돔 낚시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제가 주걱을 잡았으니 두 사람 분량에 해당하는 품질을

해야 합니다. 혼자서 1인 2역 하느라 아주 바쁜 낚시가 되겠군요.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시마노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호 세미 플로팅

어신찌 : 쯔리겐 슈퍼 엑스퍼트 0c, 쯔리겐 목줄찌 쿠와세구레,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1.7호

바늘 : 벵에돔 바늘 6호

봉돌 : g7 → 제거

 

처음 시작은 g7 봉돌을 조수우끼고무 바로 아래에 달아 자연스러운 채비 내림을 시도했으나 이후 벵에돔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바람에

바늘 위 50cm 부근에 목줄찌를 달았습니다. 

 

 

첫 번째 어신은 상원아빠님이 받아냅니다.

 

 

상원아빠님의 경우 형제섬 넙데기와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모처럼 찾았는데 자리가 차서 할 수 없이 안테나여에 내리는가 

하면, 지난 5월에도 이곳을 오고자 했지만. 기상 악화로 배가 묶였고, 이후 제주도를 제집 드나들 듯 다녔지만 유독 형제섬과는 인연이

닿지 못했던 곳을 이번에는 어렵사리 들어왔기에 포인트에 거는 기대가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달리 첫수는 독가시치.

섶섬에서부터 시작된 독가시치의 저주가 아직도 풀릴 기미가 없는지 연신 독가시치만 골라서(?) 낚아냅니다.

 

 

이어서 두 번째 입질은 아일락님이 받았습니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역시 독가시치. 상황을 보니 조류소통이 가는 둥 마는 둥 썩

좋지 않습니다. 보아하니 가까운 자리에서는 독가시치가 물고 늘어지는 것 같아 저는 조금 멀리 던져봅니다.

 

 

조금이라도 멀리 던지니 긴꼬리벵에돔이 반겨주는데 씨알이 너무합니다. 방생하고.

 

 

이어서 제게도 독가시치가 걸려듭니다. 독가시치는 등과 배지느러미에 독을 품고 있어 바늘을 빼낼 때 찔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플라이어로 바늘을 빼고요. 만약, 삼켰으면 목줄을 자른 뒤 꼬리자루를 힘껏 쥐고 들어 올리면 이 녀석은 힘을 쓰지 못합니다.

물가가 가까우면 발로 살짝 밀어서 방생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고기가 다치지 않게 꼬리를 잡아 던지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어서 상원아빠님이 연속으로 입질 받는데 (손맛은 좋아 보이네요. 과연 뭘까?)

 

 

또다시 독가시치가 물고 올라옵니다.

 

 

계속되는 입질. 와우!

절체절명의 위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 휨새면 갯바위 자락에서 연신 처박는 녀석이 상상이 됩니다. 손맛이 좋을 때도 바로 이때.

 

 

하지만 이번에도 독가시치가 반기고. 아니 독가시치 귀신이 쓰였나요? 독가시치만 골라서 낚는 것도 어려운 일일 텐데.

올해 5월이었지요. MBC 어영차바다야 촬영팀과 함께 독가시치 취재차 제주도를 들렀는데 그때는 아무리 열심히 낚시해도 보기 힘든

독가시치가 지금은 담그면 나오는 수준입니다.

 

 

옆 현지꾼들은 독가시치와 벵에돔을 번갈아가며 낚습니다.

이때부터 홍합여 주변으로 수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보일링 현상이 생겼는데 그쪽으로 밑밥을 넣고 편광으로 자세히 살피니

자리돔 반, 벵에돔 반입니다. 자리돔이 벵에돔과 함께 섞여 노는 것으로 보아 벵에돔 씨알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확인차 던져서

수면에서 노는 벵에돔을 낚아봅니다.

 

 

전방 20m로 캐스팅한 찌는 얼마 못 가 사라지면서 원줄이 쫙 당기는 입질이 옵니다.

일일이 사진으로 담을 순 없었지만, 1타 1피에 가까운 입질이 연속해서 들어옵니다.

정확히 1타 1피가 되지 않는 이유는 자리돔이 섞여 미끼가 자주 도둑맞기 때문입니다.

럴 때 빵가루를 쓰면 좋았을 텐데 물이 콸콸 흐를 형제섬 넙데기다 보니 챙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요.

 

 

이번에도 한 마리 올리고

 

던졌다 하면 어김없이 들어오는 입질.

채비를 종전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바늘 위 50cm 부근에 목줄찌를 하나 달아준 채비로 입질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25cm가 될 만한 긴꼬리벵에돔.

씨알이 들쑥날쑥한데 희한하게도 멀리서 받아낸 벵에돔이 1~2cm 정도 큰 편입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말이지요.

그래 봐야 5m 정도 거리 차인데 씨알에서 미묘한 차이가 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조류는 어느새 살아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시냇물 수준이 돼버렸습니다.

찌를 던지고 10초를 새면 어느새 X 지점으로 흘러가는데 거기서 입질 받지 못하면, 옆 사람과 채비가 엉키므로 더 흘리고 싶어도 흘릴

수가 없습니다. 제 채비가 그렇게 대각선으로 뻗어있으면 옆 사람이 캐스팅하기를 주저하며 회수하기를 기다리곤 하는데요.

그냥 교차 캐스팅을 해도 이런 조류에서는 순서대로 걷으면 되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잘 모르기 때문에 예의상

캐스팅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에서 저는 "교차 캐스팅을 해도 된다."고 일러줍니다. 

 

 

어린 벵에돔은 심심치 않게 물어주고 있다

 

벵에돔은 심심치 않게 낚여주는데 씨알 선별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오른쪽 끝자리에 서서 마음껏 흘리고 싶은데 자리상 그러질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고, 또 그쪽이 조류의 하류다 보니

밑밥이 전부 그쪽으로 흘러들어 감에 따라 벵에돔의 히트 지점도 그쪽으로 수렴되고 있어 상원아빠님과 아일락님은 독가시치 외에

재미를 못 보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횡조류에서 여러 명이 밑밥을 뿌리기 시작하면, 결국은 조류 하류에 선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류 쪽에 선 사람들은 밑밥이 떠내려간 빈 공간에 흘리다가 자리돔에 도둑맞거나 혹은 채비 엉킴에 도로 걷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렇다 할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갑니다.

 

그나마 저는 조금이라도 하류로 흘려 잔 씨알이나마 벵에돔을 낚는데 사실 이런 상황일수록 캐스팅과 흘림 여건이 받쳐준다면, 씨알

선별이 가능하겠다란 생각에 아쉬움만 늘어납니다.

 

 

저는 물론이고 옆 현지꾼들도 벵에돔을 잘 잡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원아빠님에게만 입질이 없어 애만 태웁니다.

벵에돔 낚시는 밑밥 동조가 최우선인데 그 밑밥을 제가 쥐고 있으니 낚시가 제대로 될 리 없겠지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자리에 내리면 밑밥 양과 품질 능력이 키포인트가 되는데 아무래도 전날의 여파가 이날까지 미치나 봅니다.

자리도 아일락님과 상원아빠님이 가장 불리한 곳에 섰습니다. 다섯 명에 의해 밑밥이 연신 던져지면 벵에돔도 밑밥띠를 따라 움직이기에

조류 상류에는 소수의 잡어와 소수 벵에돔이 남게 되면서 낚아낼 확률을 낮추며, 더욱 정교한 품질과 동조를 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상원아빠님이 캐스팅할 때마다 밑밥을 지원사격해 주지만, 혼자서 1인 2역을 하자니 이것도 힘이 부칩니다.

 

 

그러다가도 간만에 반가운 입질이 들어왔다 싶으면 독가시치 ㅎㅎ

이때였습니다. 난데없이 배가 한 대 들어오더니 우리가 흘리는 곳에다 닻을 내리고선 떡하니 채비를 흘리는 게 아닙니까.

순간 옆에 있던 제주 현지꾼들과 배에서 한바탕 고성이 오가자 그제야 꽁무니를 빼며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시간은 어느새 10시. 철수시각까지는 2시간 정도 남겨둔 시점입니다.

벵에돔이 가을 소풍을 나왔는지 일제히 수면까지 피어올라 시원하게 입질하고 있습니다.

개체 수가 얼마나 많은지 물이 부글부글 끓고, 상어 마냥 지느러미를 보이기도 하면서 한바탕 춤사위가 벌어집니다.

이런 날은 씨알이 잘아서 그렇지 개인 조과 당 40~50수가 기본입니다. 다만, 그것도 여건이 받쳐줬을 때나 가능한 일이겠지요.

제게는 긴꼬리벵에돔이 심심찮게 물지만, 문제는 상원아빠님. 수면에는 벵에돔이 춤을 추는데 왜 나만 입질이 없을까?

예전에 저도 똑같은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잘 낚는데 나만 낚지 못 하는 심정.

이쯤 되면 멘붕이 올만도 하겠지요. 저도 낚시하랴 밑밥 치랴 사진 찍으랴 정신이 없어 제대로 챙기질 못해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형제섬에서 벵에돔 낚시,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더보기>>

제주도 낚시여행(2), 낚시하기 좋은 날, 모처럼 신선놀음

제주도 지귀도 낚시(1), 풍경으로 압도하는 힐링낚시

한 시간 동안 폭풍 입질(벵에돔 초밥, 벵에돔 숙회)

벵에돔 낚시 시즌과 잘 낚이는 포인트

바다찌낚시 입문(3), 바다낚시 물고기(대상어) 총 정리

 

페이스북 친구맺기+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4)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3)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28 19:42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