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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섶섬 벵에돔 낚시(상), 한라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힐링 낚시
아침 6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 공항에 도착해 렌터카를 인수받으니 8시 30분. 그 길로 저는 공항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밑밥을 갠 다음, 서귀포로 향했습니다. 애초 범섬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배를 피항해 두었다고 해서 섶섬으로 목적지를 바꾸고, 보목항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이미 몇몇 꾼들이 시동을 건 배에서 대기 중입니다. 부랴부랴 구명복을 입고 짐을 챙겨 타는데 선비가 2만원이라 하시니. 둘이서 4만원이겠다 싶어 현금을 주는데 1인 만원이니 2명이면 2만원이라고 합니다. 호오. 싸다.
근래에 만원짜리 배를 타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착한 가격인데 물론, 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섬이라 그럴 수 있지만, 선비를 담합한 남해 어디와 항에서 코앞인 등대여를 2.5~3만원씩 받아먹는 서해 어디는 제주도를 보고 뭔가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보목항을 떠나며
섶섬, 서귀포
섶섬은 서귀포 보목동에서 3km쯤 떨어진 무인도로 180여 종의 희귀식물과 450종의 난대식물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며 네이버 지식백과는 말하고 있습니다. 숲이 우거진 섬이라 하여 '숲섬'이지만, 변음되어 현재는 '섶섬'으로 불립니다.
배는 몇 분 달리지도 않았는데 섶섬의 동편을 향해 뱃머리를 대기 시작합니다. 이날은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서풍이 강하게 불었고
너울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때만 해도 제주도 각 지역의 유어선들은 수일 간 운항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해요.
지금은 주의보가 해제되고 나서 첫 운항인데 저쪽을 보니 아침에 들어온 손님이 낚시 중입니다.
바다 건너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
우리를 포함해 배에 탄 사람들은 서풍을 피해 모두 동편에 내렸습니다.
섶섬은 처음이다 보니 어디가 잘 되는지 몰라서 갯바위 모양새를 살피고 자리를 잡아야 했습니다.
짐 정리를 마치고 채비를 하려던 찰나, 동편 곳부리에 선 현지꾼이 멋지게 파이팅을 합니다.
그런데 벵에돔이 갯바위 안쪽으로 박았는지 꼼짝을 못하고, 이 벌건 대낮에 이리 큰 씨알이 나오나 싶어 유심히 봤더니 대부분 손바닥
만한 벵에돔만 올리는 가운데 유독 저분만 밑걸림을 자주 당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채비를 많이 가라앉혀 좀 더 큰 벵에돔을 잡으려다
보니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벵에돔 낚시에서 한 지점에 여러 번이나 밑걸림을 당하는 것은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고.
이번에 2박 3일 제주도 낚시는 블로그 독자이신 상원아빠님과 함께 했습니다.
최근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두 달 간 머무르며 벵에돔 낚시를 자주 다녔던 상원아빠님.
도보 포인트도 몇 군데 섭렵하면서 나름대로 벵에돔 낚시에 자신감을 갖고 재미를 붙이는 중이죠.
지금은 들물이기 때문에 이곳이 언제 잠길지 모릅니다. 주요 자리는 현지꾼들이 차지하고 있어 우리는 그저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
낚시할 수밖에 없는데, 역시 이곳이 비어 있는 이유가 있겠죠. 제주도는 고저 차가 2~3m 정도라 이렇게 발판이 낮으면 만조 때 지형
대부분이 물에 잠깁니다. 뒤로 후퇴하면서 낚시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에 발판이 높으면서 평평한 지형을 사수하는 것이 우선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리가 없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은 사진에 밑밥통이 놓인 자리에서 낚시하겠지만, 물이 차게 되면 구명복을 벗어놓은 자리 옆으로 삐쭉삐쭉 솟은 바위에 올라가
불편한 낚시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고려해 낚시 짐은 완전히 후방에 둬서 만조가 되어도 신경이 쓰이지 않도록 배치하고,
라이브웰과 뜰채를 놓는 지점도 안전과 동선의 간소화 사이에서 적절히 합의점을 찾아 놓아야 합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시마노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 세미 플로팅 타입
어신찌 : 쯔리겐 대정흑 칸츠키 0호, 조수우끼고무 M
목줄 :토레이 SS 토너먼트 1.5호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5호
봉돌 : 7번과 5번으로 가감
서풍을 피해 내렸다곤 하나 옆 바람이 계속해서 새 들어와 종종 낚싯대를 가누지 못할 만큼 괴롭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이른 아침의 활성도가 어느 정도 사그라지는 시간대로 좀 더 멀리 채비를 보내지 못하면 잔씨알의 벵에돔이거나
잡어 밭에서 의미 없는 낚시가 될 확률이 높기에 처음부터 자중이 나가는 제로찌를 사용했습니다.
원투 공략이다 보니 바람통에 채비가 잘 내리지 않는 문제를 극복하고자 찌홀더에 특별히 '칸츠키(고리찌)'를 달아 채비 내림을
돕고자 합니다.
채비를 만들고 사진을 찍는 도중 먼저 낚시를 시작한 상원아빠님이 벵에돔으로 스타트를 끊습니다.
잠시였지만, 제주도에 살다시피 하더니 그새 실력이 많이 늘었나 보네요. ^^
이어서 제게도 손바닥만 한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섶섬에서 낚은 벵에돔은 9:1 비율로 긴꼬리가 우세한 만큼 입질도 시원하게 들어옵니다.
스풀에 댄 손가락을 경쾌하게 치고 나갈 만큼 시원해 씨알에 대한 기대를 불렀지만, 걸면 대부분 이런 씨알로 전부 방생합니다.
이어서 상원아빠님이 두 번째 벵에돔을 올립니다. 이번에는 25cm가 될 것으로 보여 계측해보지만 아쉽게도 24cm.
안타까운 마음으로 방생 조치 합니다. 실은 이날 상원아빠님이 제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벵에돔 낚시를 자주 하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한판 붙어보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는데요. ㅋ
25cm 이상 마릿수로 만원빵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상원아빠님이랑 함께 시합을 뛸 짬밥은 아니기에
먼저 다섯 마리 잡으면 그때 시작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으면서 지금은 백크릴 대신 물러터진 밑밥 크릴로 상대하는 중입니다.
이에 상원아빠님은 혹시 질 수도 있으니 핑곗거리를 만들어 놓는 게 아니냐고 대응하시네요. ㅎㅎ
물때는 어느덧 끝들물에 접어들면서 바다는 성난 표정으로 낚시 자리를 위협합니다.
허연 포말이 그칠 줄 모르고 급기야 바람 방향이 동풍 계열로 바뀌면서 상황이 매우 혼잡하게 돌아갑니다.
제가 사용하는 찌는 상당한 비거리를 자랑하지만, 옆 바람이 워낙 강해 고작 20m 날아가는 데 그쳤고, 그마저도 조류가 안쪽으로 급속히
밀리면서 찌는 수초 만에 발 앞으로 당겨와 공략을 어렵게 하니 결국, 우리는 자리를 옮겼습니다.
낚시에 필요한 짐만 들고 바람을 피해 좀 더 서쪽으로 걸어 들어갔더니 이런 근사한 곳이 있네요.
다만, 삐쭉삐쭉 솟은 갯바위를 타고 몇 십 미터를 걸으려니 무릎이 시큰시큰. 이젠 저도 늙어가나 봅니다. ㅠ
짐을 옮기기 전, 사전 답사를 했는데 근사한 홈통도 있고 해서 검색해 보니 '황개창'이라 불리는 포인트였습니다.
저 홈통 깊숙한 곳에는 왠지 씨알 굵은 일반 벵에돔이 쉬고 있을 거란 예감이 드는데요. 그 예감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밑밥을 수 주걱을 품질해 보아도 좀처럼 생명체 반응이 없는 황량한 홈통.
물론, 늘 그렇지는 않겠고 계절에 따라 집주인이 바뀔 수도 있지만, 이때만큼은 주인 없는 빈집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밑밥이 들어가자 피어오른 것은 벵에돔 대신 자리돔과 고등어 새끼, 그리고 아열대성 잡어까지.
촉촉하게 반죽한 빵가루로 공략
바람을 피해 잔잔한 곳에서 낚시하니 좋기는 한데 영 생명체 반응이 없자 차라리 바람통이라도 벵에가 나오는 곳에서 하자 싶어
포인트를 원래 자리로 옮기고, 이때부터 우리는 한바탕 잡어와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온갖 종류의 잡어가 설치는데 벵에돔이 피질 않자
20m 또는 30m 이상을 날려도 그곳에 밑밥이 들어가면 시커멓게 여가 생기니 벵에돔 낚시에서 가장 대면하기 싫은 상황과 마주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남겨둔 빵가루를 반죽해 크릴 대신 미끼로 써봅니다. 그 결과는
역시 빵가루의 효능이 좋은지 벵에돔을 몇 마리 올렸는데 전부 23cm, 24cm.
제주도까지 왔는데 1점 내기가 왜 이리 어려운가요.
채비를 00(투제로)로 바꾸고 심층을 공략하기 시작
시간은 오후 3시. 예보 상으로 주의보가 해제되고 바람이 잦아들 것이라 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됐습니다.
우릴 줄기차게 괴롭히던 옆바람이 잦아들어 좋기는 한데, 좀 전까지 피던 벵에돔이 쑥 들어가버렸습니다.
처음에는 피었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입질이 아예 뚝 끊기고.
채비를 00호로 바꾸고 봉돌도 5번 두 개로 분납한 다음, 전방 20m로 캐스팅.
조류는 여전히 발 앞으로 밀려들어 오기 때문에 밑밥은 찌보다 훨씬 앞쪽에 집중해서 품질 합니다.
채비가 내리면서 중하층을 더듬으며 서서히 안쪽으로 훑고 들어오는 찰나, 초반의 시원함과 다른 미적지근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통영, 거제권에서와 같이 줄이 살며시 펴지는 소심한 입질에 원줄을 사리면서 허공을 가르니.
이번에는 득점권에 들 만한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순간 상원아빠님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 듯, 서둘러 계측하는데 24.6cm.
아 4mm가 부족합니다. ㅠㅠ 발로 밟으면 4mm는 늘어나지 않을까 싶지만, 굳이 그렇게 해서까지 득점하고 싶지는 않으니.
어쨌든 입질은 소강상태지만, 그래도 멀리 던져 깊은 곳을 노리니 득점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시간은 오후 4시. 빵가루가 잡어에 털려도 지금은 이 외에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 계속해서 30m 권을 공략하는데요.
사실 찌는 전방 30m로 날리지만, 결국은 들어오는 조류에 말려들어 오면서 입질은 전방 10~15m 앞에서 받게 됩니다.
다만, 채비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에 하층을 공략한다는 점이 초반과는 다르고, 어차피 지금은 온갖 잡어가 수면에 판을 치고 있고
설령, 그 가운데 벵에돔이 섞여 있다고 해도 잔씨알 임이 분명해 지금으로써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판단.
저는 채비를 하층에 가두어 두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비거리를 늘리며 캐스팅하였습니다.
밑밥도 주걱으로 꾹꾹 눌러가면서 비거리를 늘려나갔고, 그럴 때마다 잡어는 거리 관계없이 시커멓게 몰리지만, 송곳 같은 바늘을
품은 빵가루는 빠르게 내려가 바닥에 있을 수중여나 암반층을 두드리고 있을 것입니다.
찌는 밀려 들어와 어느새 전방 10m까지 들어오고, 자칫 그대로 두면 밑걸림이 생길 시점에서 채비를 살짝 뽑아 올리는데 만약에
빵가루가 여전히 붙어 있고 그 근처에 벵에돔이 있다면 뭐라도 입질이 들어와야 할 시점이겠지요.
하지만 반응이 없어 걷어야 하나 싶은데 혹시 뭐라도 물고 있을지 모르니 확인차 낚싯대를 천천히 들어봅니다.
순간 초릿대에 텐션이 생기니 밑걸림이거나 혹은 물고 있거나 둘 중 하나. 살짝 들어보니 밑걸림이 아닙니다. 달려있군요.
"왔다."
이건 계측하지 않아도 25cm는 넘으니 패쓰 ^^
결과적으로는 좀 황당한 시츄에이션. 이 정도의 씨알, 그것도 긴꼬리벵에돔이 빵가루를 입에 머금은 채 바닥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스코어는 1 : 0이 됐지만, 한점 한점 득점하기가 정말 까다로운 상황이 아닐 수 없네요.
물이 차다는 상원아빠님의 말에 손을 대보니 가을 수온치고는 상당히 찹찹한 기운입니다. 아무래도 썰물이 들면서 수온이 급하강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 그래도 일몰 피팅 타임이 간조라 신경이 쓰였는데 이대로라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할 듯.
표준명 거북복
계속해서 바닥층을 두드려보면서 이번에도 채비를 회수하려던 찰나 쓰레기가 달린 것처럼 올라오니 웬 거북복.
앞모습이 정말 희한하죠. 오키나와인지 규슈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근방에는 거북복이 별미로 요리법을 개발해
현지음식화했다고 전해집니다. 거북복은 일반 복어와 달리 독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눈알부터 내장 곳곳에까지 정말로 독이 없는지는
좀 더 정밀한 확인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독이 없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는 꾼의 레시피 목록에 들지도요. ^^
시간은 오후 4시. 해녀들이 포인트 앞에서 물질하길래 지금은 멀리 던지지 못하고 앞쪽만 공략 중입니다.
저는 그나마 한 점을 득점하면서 체면치레 중인데 상원아빠님은 여전히 소식이 없어 답답한 상황입니다.
저는 오후 4시를 기점으로 목줄을 1.7호로 올렸습니다. 혹시 모를 대물 입질에 대비해서입니다.
그런데 옆을 보니 상원아빠님이 연신 입질을 받는데 휨새가 상당한 씨알을 걸고 파이팅 중이네요?
과연 이 승부는 어떻게 나게 될지. 섶섬에서의 벵에돔 낚시,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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