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30분, 경기도 시화방조제

 

작년 12월에 우럭 낚시를 하고 9개월 만에 찾은 시화방조제. 이 시기에 시화방조제를 찾는 이유는 삼치, 그리고 밤낚시에서 우럭과 농어 때문일 겁니다. 이날은 이른 새벽부터 짐을 꾸리고 나왔습니다. 속칭 '나와바리'란 이런 기분일까요? 집에서 한 시간 만에 닿는 유일한 바다이자 낚시터가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시화방조제는 낚시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주차 단속이 심해서 늘 나래 휴게소에서 차를 대고 포인트까지 걸어와야 하지요. 보시다시피 많이 걷지는 못하겠고, 대략 500m 걸어와서 적당히 자리 잡는데요. 

 

 

월요일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삼치를 잡으러 왔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즈음에는 소위 찌바리(소시지 찌 채비분들이 밤낚시를 마치고 빈손으로 철수 중이었죠.

 

 

에깅대에 2500번 릴, PE 합사 1호를 장착했다

 

지금 해가 뜨고 있으니 서둘러 채비합니다. 농어대로 하면 더 좋겠지만, 올여름 농엇대가 부러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에깅대로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캐스팅 대라는 것. 제발 비거리가 나와주길 바라며..

 

 

삼치 채비는 시화방조제만의 특화된 채비가 있습니다. 삼치 카드채비를 다는데 너무 길기 때문에 바늘 두 개만 잘라서 달고요. 그 끝에는 중량감이 있는 스푼을 답니다.

 

 

저보다 먼저 시작한 일행. 이날은 그룹 엑시트의 리드 보컬인 김영준 씨와 함께합니다. 무척 오랜만이죠. ^^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입질을 받아버렸습니다? 오~ 그런데..

 

 

잉~? 첫수부터 조짐이 ㅎㅎ

 

그나저나 바람이 꽤 성가시게 부네요. 북서풍이라 맞바람에 가깝습니다. 이는 비거리에 악영향을 주는데 아니나 다를까 던져보니 20m 날아갑니다. 이런..

 

첫 캐스팅을 날리고 릴링이 시작되자마자 갑자기 '트드득' 합니다. 순간 반사적으로 챔질! 아~ 빠졌다. ㅠㅠ 바다에 보일링이 없어서 좀 불안했는데요. 그래도 이 바다에 삼치가 있기는 한가 봅니다. 

 

그렇게 던지고 감고, 다시 던지고 감기를 3번 정도 하자 이제야 몸이 풀리는지 30m를 넘기네요. 그리고 다섯 번째 캐스팅에서 제대로 '덜커덕' 합니다.

 

"왔다!"

 

 

낚싯대를 옆으로 뉘었다 세웠다 하며 끌어내자 날렵한 삼치 한 마리가 올라옵니다. 주변 시선이 제게로 집중되고 ㅎㅎ 그래~!  아무리 고기 없는 시화방조제라지만 그래도 가을만큼은 배신하지 않는 법.

 

 

 

구워 먹기 적당한 삼치 한 마리 납시오, 대부도 시화방조제에서

 

이때 옆 사람도 비슷한 씨알의 삼치 한 마리를 걸어 냅니다. 이제 슬슬 피딩타임이 시작된 걸까 싶어 열심히 던지고 감는데 이상하게도 입질이 없습니다.

 

 

허허 이상하네요. 분위기로 봐선 몇 마리 더 들어올 듯한데요. 중간에 또다시 숏바이트가 나면서 희망고문만 할 뿐입니다. 수심 공략을 바꿔보기도 하고 액션에도 변화를 줬지만, 음.. 소용없네요. 이날 소시지와 음료로 아침을 때우면서 열심히 던지고 감는데..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삼치 루어낚시는 확실히 운동이 되는 기분입니다. 새벽에 바닷바람 쐬면서 무념무상으로 즐기기 딱 좋죠.

 

 

시간은 오전 7시. 캐스팅을 잘못하는 바람에 스푼이 제 팔에 걸렸고 그때 모르고 낚싯대를 젖히다가 느닷없이 '뿌욱~'. 제가 낚싯대를 해먹은 적은 있어도 낚시복을 해먹은 적은 낚시 인생 처음 있는 일입니다. ^^;

 

삼치낚시는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삼치를 낚은 사람은 저와 옆 사람뿐. 그렇게 시화방조제는 단 두 마리만 내어준 채 오전을 맞습니다. 이때가 7시 30분. 더는 해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한 저는 이른 아침, 석축을 따라 회유할 전어를 노리기로 합니다.

 

 

채비는 2호 반유동에 전어 카드채비. 처음에는 맨 바늘로 했다가(바늘에는 반짝이는 깃털이 달렸음) 입질이 없어 크릴을 썼는데

 

 

크릴 쓰자마자 찌가 쏙~! 제법 시원한 입질이 옵니다. 그때마다 채는데 계속된 헛챔질. 전어나 물어 재낄 작은 바늘에 우럭이 물어 재끼는지 계속되는 헛챔질에 술래잡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9시. 이제 일하러 갈 시간이네요. ^^;

 

 

귀한 삼치 한 마리입니다. 반으로 갈라 소금을 뿌린 뒤

 

 

이날 저녁에 구워 먹었습니다. 씨알이 크지 않아 맛이 맹할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고소하고 살도 보드랍네요. 우리 딸이 한 조각을 거뜬히 먹는 모습을 보고 결심했습니다.

 

"조만간 또 가자고 ^^"

 

※ 추신

그래서 이 글이 발행될 즈음에 저 시화방조제에서 낚시를 마치고 집으로 복귀 중일 겁니다. 그냥 사 먹어도 되는 삼치, 굳이 잡으러 가는 이유. 시화방조제는 수도권 바다 낚시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거리 빼곤 별다른 장점도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이 시기만큼은 삼치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과연 이날은 어땠을까요?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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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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