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시화방조제

 

통영 감성돔 낚시가 기상악화로 연기되는 바람에 스케줄이 공중에 붕 떠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향한 곳은 경기도 시화방조제. 그나저나 올해는 가족이 극과 극 체험을 하려나 봐요. 4월에는 낚시 천국 대마도를 갔는데 10월에는 바다낚시 불모지인 시화방조제로 당첨. 그래도 오랜만에 바다를 본 딸은 출발할 때부터 신이 났습니다.

 

 

자릴 잡는데 고양이 가족이 돌 틈 사이에서 불쑥 나옵니다. 이 장면에 더욱 신이 난 우리 딸. ^^

 

 

이때는 사리 물때라 물이 많이 빠졌습니다. 요 아래 시커먼 돌들 보이죠? 만조가 되면 여기까지 물이 차오르겠죠. 지금 시각이 오후 1시 30분. 이날은 오후 4시 반이 만조로 예고돼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기에는 적당한 시간대, 적당한 물때네요.

 

 

지금 한창 초들물이니 서둘러 던져봅니다. 학꽁치를 노리고 왔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요? 우선 편광안경을 끼고 학꽁치들이 밑밥에 반응하는지를 보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합니다. 학꽁치는 안 보이고 몸길이 10cm 정도 되는 작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밑밥을 주워 먹는데요. 마침 입질이 와서 채보니 

 

 

복어입니다. 지금 바다 상황은 복어 말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치어들이 우루루 몰려서 학꽁치 낚시가 불가할 정도. 이렇게 되면 밑밥 품질이 위축되죠. 그래서 저는 가까운 곳을 포기하고 30m 전방을 던져 혹시라도 돌아다닐지 모를 형광등급 학꽁치를 노려보는데..

 

 

에계? 볼펜 사이즈 학꽁치가 물고 늘어집니다. 어쨌든 먼 곳에라도 학꽁치가 확인되었으니 집중해서 노려봅니다.

 

 

평일 오후의 시화방조제 풍경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다들 어떤 채비를 하나 살피는데 저 처럼 학꽁치를 낚는 사람은 가끔 보이고, 대부분 갯지렁이를 단 원투낚시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밑걸림에 고생하고 있었죠.

 

 

먼 곳을 노린 저는 그나마 먹을 만한 크기의 학꽁치를 잡아냅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활성도는 썩 좋지 못해요. 보통은 학꽁치들이 수면 에서 활개 치다가 던지는 족족 물고 늘어지는데 지금은 밑밥을 찌 주변에 정확히 치지 않으면 뜨지도 않고 물지도 않습니다,

 

 

참고로 채비는 이단찌 채비에요. B부력의 던질찌를 끼우고 찌멈춤봉을 합니다. 원줄과 직결매듭한 목줄에는 0(제로)호 목줄찌를 달았죠. 원줄은 1.5호, 목줄은 1.2호. 바늘은 학꽁치 바늘. 미끼는 곤쟁이.

 

 

어복부인 가세

 

일단 먼 곳에라도 학꽁치가 확인됐으니 아내에게 바통을 넘깁니다. 어린 딸이 있어서 둘이 함께 낚시하기는 곤란해요. 둘 중 한 사람은 얘를 봐야 합니다.

 

 

아내는 학꽁치 낚시를 해본 지 거의 10년 넘었을 겁니다. 처음에는 감을 못 잡다가 뒤늦게 한 수 올리는데요. 학꽁치 낚시는 수면에 똑바로 선 목줄찌를 섬세하게 봐야 합니다. 목줄찌가 쑥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는 눕거나 갸우뚱하는 정도인데 그걸 잘 보고 채는 사람이 한 마리라도 더 잡지요.

 

목줄찌가 반응을 보이기 전에도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그때부터 학꽁치는 곤쟁이를 물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다만, 물고만 있는 상태에서 채면 헛챔질로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입질이 약은 날은 가만히 물고만 있기 때문에 본신을 유도하기 위해 낚싯대를 살살 끌어야 확 가져가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죠.

 

 

엄마 아빠의 낚시 모습에 자기도 낚시 하겠다는 딸. 장난감으로 겨우 진정시켰습니다. 어지간하면 낚시를 시키겠는데 시화방조제 석축은 미끄러질까 봐 겁나요.

 

 

그래도 모처럼 바다 소풍에 즐겁기만 한 딸.

 

 

삼치 채비를 준비하는 입질의 추억

 

이날 학꽁치 낚시는 지지부진합니다. 가뜩이나 활성도가 안 좋은데 갑자기 맞바람이 불면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죠. 슬슬 만조라 혹시 모를 삼치도 노려봤지만, 허사.

 

 

여전히 학꽁치에 미련을 못 버린 아내. 이제는 그 많던 잡어도 꽁꽁 숨었습니다.

 

 

아쉽네요. 그래도 이 시기에 학꽁치 낚시를 하면 못해도 30마리는 잡는데 오늘은 그날이 아닌가 봅니다.

 

 

이윽고 만조입니다. 삼치도 해보고 학꽁치도 해보는데

 

 

반응을 보인 것은 학꽁치. 만조가 되었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도 붙었지만, 입질은 여전히 약습니다.

 

 

오랜만에 학꽁치를 낚으며 즐거워하는 아내.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이렇게 바닷바람 쐬게 해주는 시화방조제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물론, 남해나 제주도로 가면 돔 종류를 잡을 수 있지만, 그만큼 시간과 경비 출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 사는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아요. 물론, 시간이 난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남해나 제주도, 어쩌면 대마도까지 두드리게 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다만, 이제는 딸이 훌쩍 자라서 가족끼리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있어요. 조금만 가르치면 간단한 낚시 정도는 할 수 있을 나이가 슬슬 오고 있습니다. 내년에 우리 가족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되는 대목이죠. ^^

 

 

이날 학꽁치 낚시는 9마리로 끝났습니다. 입질이 약고 밑밥을 많이 뿌려야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쉽지 않은 낚시였어요. (원래 학꽁치 낚시가 쉬운 낚시는 아니지만)

 

 

평균 씨알은 이 정도입니다. 이제 갓 볼펜급을 벗어난 매직급 사이즈. 이 정도만 되어도 통째로 튀겨먹기가 부담스러워서 포를 떠야 하죠. 다소 귀찮은 작업이지만, 결과물은 훨씬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집니다. 만조에 일몰 타임이라 삼치꾼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이날 삼치 잡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역시 시화방조제는 시화방조제!! 그나마 제게 위안이라면,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총 7번을 찾았는데 아직은 꽝이 없다는 것입니다.

 

시화방조제에서는 시간대별로 잘 잡히는 것만 잡으면 돼요. 엄한 시간에 우럭이나 삼치를 노리면 죄다 꽝이니까요. 이런 한낮에 하는 낚시는 학꽁치가 최선일 것입니다. ㅎㅎ

 

 

딸에게 어땠어? 라고 묻자 바다랑 고양이, 물고기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 자주 다니고 싶어요.

 

 

시화방조제의 아름다운 일몰

 

학꽁치 9마리는 간장 소스에 절인 후 선풍기로 건조에 들어갑니다. 제가 실험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학꽁치포' 만들기인데요. 이틀간 말리자 얼추 쥐포향이 납니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레시피를 올려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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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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