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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맛이 오른 제철 생선회를 소개합니다. 기억해 두셨다가 여러분의 미식 생활에 참고되길 바래요.
강담돔 회
1. 강담돔(깨돔)
첫 번째로 추천하는 겨울 제철 회는 돌돔과 함께 고급 횟감으로서 한자리를 꿰차는 강담돔입니다. 원래는 여름~가을 사이 잘 잡히는 어종이고 그만큼 서식지가 남쪽(제주, 일본 규슈)이다 보니 한겨울에 맛이 오는 제철 회지요.
가격은 돌돔과 비견될 만큼 고가로 kg당 7~10만 원 선을 호가합니다. 식감과 맛 또한 돌돔과 비슷해 뭔가 특별한 제철 회를 원할 때 한 번쯤 먹을 만한 횟감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서울, 수도권에서는 '범돔'으로 잘못 불리고 있어요. 지역에 따라 깨돔, 교련돔이라고도 불립니다.
참홍어 회와 애(간)
2. 참홍어
겨울은 목포, 신안의 진미인 참홍어가 제철을 맞습니다. 서울, 수도권에도 참홍어를 취급하는 식당이 있는데 대부분 남미산 홍어를 팔기에 제대로 된 참홍어 맛집을 수소문해서 가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목포, 신안 일대 참홍어 전문점을 이용하는 것이겠지요.
참홍어는 대부분 삭혀 먹지만, 산지(흑산도)에서는 삭히지 않은 회맛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애(간)는 날로 소금장에 찍어 먹고, 봄에는 보리순을 넣어 끓인 홍어애탕이 별미로 선꼽힙니다.
가숭어 회
3. 가숭어(밀치, 참숭어)
밀치, 참숭어라 불리는 이 숭어의 본명은 '가숭어'. 즉, 보리숭어와는 다른 종으로 눈 주변이 노랗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숭어는 대표적인 양식 활어로 지금 이 시기 수조 속을 빽빽이 채운 고만고만한 크기라면, 양식 가숭어로 봐도 될 만큼 흔합니다. 다만, 가숭어의 '가'자가 가짜 가란 뉘앙스를 풍기다 보니 판매하는데 썩 좋은 어감은 아닙니다. 그래서 상인들은 참숭어나 밀치로 부르고 있다는 점, 참고하세요.
가숭어를 권하는 이유는 지금이 가장 맛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산은 최대 1m까지 성장하지만, 주로 어획되는 크기는 60~80cm 정도입니다. 한겨울에 자연산 가숭어는 돔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만큼 기름지고 맛있습니다.
양식 가숭어도 지금 이 철 만큼은 참돔회와 견줄 만큼의 식감과 맛을 가지며, 오히려 영양가 높은 사료를 매일 공급받기 때문에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자연산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숭어는 철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큰 어종입니다. 산란철인 3~5월을 보내면, 살이 빠지면서 몸에 뻘 냄새가 뱁니다. 5월의 가숭어는 맛이 없고, 여름 가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란 속담이 들어맞을 만큼 천대받기도 합니다. 여름 내내 홀대받던 가숭어는 가을을 거쳐 겨울이 되면, 다시 활력을 되찾습니다. 이를 매년 반복합니다.
참다랑어 대뱃살
4. 참다랑어
흔히 '참치'라 부르는 것은 참다랑어를 비롯해 눈다랑어, 황다랑어 같은 다랑어과 어종입니다. 횟집에서는 새치(황새치, 청새치)류까지 포함시켜 참치회라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는 '참치'라는 이름만으로도 소비자에게 어필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참치는 '참다랑어'를 의미해요. 우리가 주로 먹는 참치회 대부분은 자연산이 아닌 축양입니다. 지중해(스페인), 멕시코, 호주 등지에서 축양된 참치가 계절 상관없이 수입되며, 원양산까지 가세해 냉동 상태로 비축해 두었다가, 블록 형태로 가공돼 유통됩니다. 그래서 참치회 종류는 대부분 계절 상관 없이 유통되고 있지요.
여기서 말하는 참다랑어는 겨울에 제철 맞은 생물 즉, 북태평양 참다랑어(혼마구로)에 한해서입니다. 난류를 타고 대한 해협을 지나친 참다랑어 무리는 많은 먹잇감을 먹으며 일본 본섬을 타고 올라가 홋카이도에 당도합니다. 그리고 초겨울부터는 쓰가루(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해협) 일대에서 잡히는데, 이때 잡히는 참다랑어가 최고의 상품성을 지닙니다.
최근에는 그렇게 잡히는 참다랑어 무리 중 일부가 동해와 제주도 인근 해역에 잡히면서 국내로 유통되기도 합니다. 한시적이긴 하나 지금 철에 잡히는 참다랑어 회는 제철에 기름기가 오른 생참치이기 때문에 겨울 제철 회로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긴꼬리벵에돔 회
5. 긴꼬리벵에돔
긴꼬리벵에돔은 벵에돔보다 좀 더 난류성이며, 세찬 조류를 타고 많은 거리를 회유하는 군집성 어종입니다. 주로 동해 일부 지역과 남해, 제주도에 분포하며, 일본 남부지역이며 더 크고 더 많은 개체가 서식합니다.
겨울철 제철 회로 긴꼬리벵에돔을 추천하는 이유는 산란철인 3~4월부터 맛이 없어지기 때문. 뒤집어 말하면, 산란을 준비하는 이때가 가장 몸집을 불리고 맛이 오를 때라는 것.
다른 어종도 그렇지만, 긴꼬리벵에돔은 서식지에 따라 먹잇감이 조금씩 다릅니다. 지금은 갯가에 붙은 김을 뜯어먹거나 갑각류 위주의 식성을 가지기 때문에 살에 잡내가 없고 식감도 매우 단단합니다. 이 맛은 늦가을부터 겨우내 이어지며, 3~4월부터는 산란을 준비하느라 잘 잡히지도 않을 뿐더러 맛도 떨어집니다.
긴꼬리벵에돔 회를 맛보려면, 제주도를 찾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횟집마다 일본산 양식이 판을 친다는 점입니다. 일본산 양식이라서 문제라기보다는 사실 제주도는 벵에돔의 주산지지만, 지금도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팝니다. 긴꼬립에에돔을 생각하고 온 손님으로서는 이것이 긴꼬리인지 일반 벵에돔인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가능한 모슬포, 가파도, 마라도, 지귀도에서 잡힌 벵에돔인지 확인하고 드시길 권합니다. 적어도 이 지역에서 잡힌 벵에돔은 긴꼬리벵에돔일 확률이 매우 매우 높기 때문이지요.
대방어 배꼽살
6. 방어
방어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방어는 크기가 클수록 맛이 있는 생선입니다. 시장에서는 대방어라고 하는데 같은 대방어라도 8kg 이상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진은 10kg 대방어의 배꼽살입니다. 참다랑어 배꼽살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꼬득한 식감과 기름짐이 특징인데요. 이 기름은 우리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므로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요즘은 대방어를 소분해서 파는 곳이 늘었습니다. 대방어 맛집만 쳐도 관련 정보가 쏟아지고 있으니 아직 대방어 맛을 못 보신 분들은 겨울이 지나기 전에 한 번쯤 맛보시기 바랍니다.
독가시치(따치)
7. 독가시치
12~1월, 제주도로 여행 가신다면 독가시치 회를 권해 봅니다. 제주도에서는 '따치'라 불리는데 등과 배, 옆 지느러미 가시에 독을 품고 있어서 취급시 주의해야 하는 생선입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우리가 먹는 살과 껍질에는 독이 없으니까요.
독가시치는 주로 해조류를 뜯어먹고 사는 초식성 어종이라 이를 잘못 취급하면 살에 갯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향이 사람에 따라서는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해 호불호가 갈리죠. 식감은 참돔보다 단단하며, 한두 시간 숙성해서 먹으면 더욱 좋습니다. 회를 뜨고 남은 뼈는 된장 매운탕이 끓이는데 이게 별미입니다.
꽃새우 회
8. 독도 새우
독도 새우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이름이며 원래 이름은 물렁가시붉은새우(꽃새우), 도화새우, 가시배새우(닭새우)를 통틀어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독도새우는 독도 근해에 서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뿐이니 새우 고유종으로 오해하지는 마세요.
어쨌든 이들 새우는 현재 양식이 없어 전량 자연산에만 의존합니다. 그말은 즉, 어획량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달라진다는 뜻. 여기에 살려서 오는 운송비를 포함하게 되니, 서울, 수도권에서는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독도 새우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드시려면 속초에서 포항에 이르는 동해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광어 회
9. 넙치(광어)
한창 소개하다 보니 이제야 국민 횟감 광어가 등장했습니다. 광어는 한국에서 가장 소비가 많은 횟감이며, 양식의 경우 수입산이 들어오지 않는 유일한 어종이기도 합니다. 제철은 11~3월까지이며, 이는 자연산 양식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광어는 최소 2kg 이상은 돼야 적당히 차진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은 광어 세 마리보다 큰 광어 한 마리가 훨씬 낫다는 얘기지요.
개인적으로는 완도산 광어를 선호합니다. 현재 완도 해역은 제주도보다 수온이 낮아서 육질이 좋습니다. 광어를 고를 때는 배에 피멍자국이 없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횟집을 이용할 때는 수조를 살피는데 어림짐작으로 50cm(2kg)는 넘는 광어를 취급하는 곳을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꽁치 과메기
10. 과메기
비록, 제철 회라 할 수는 없지만, 이 철이 아니면 제대로 된 맛을 보기 힘든 과메기를 1월 제철 회에 포함했습니다. 원조인 청어 과메기도 있지만, 특유의 비린 맛에 호불호가 갈립니다. 여기서는 잘 말린 꽁치 과메기를 길쭉하게 썰어 여러 재료와 곁들이는 방법을 권해요.
꽁치 자체도 겨울이 제철이긴 합니다. 동해 일부 지역에서는 생물 꽁치회를 먹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권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먹는 꽁치 과메기는 대부분 수입산(대만)이 많습니다. 그것도 생물이 아닌 냉동 꽁치를 해동해서 말리는 것이므로 '제철 생선 회'에 포함시켜야 할지 망설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알고보면 과메기만큼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별미도 없어서 포함시킨 겁니다.
주산지(건조 및 생산)는 포항 구룡포인데 지금처럼 유통망이 발달한 시대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과메기 맛을 볼 수 있으며 서울, 수도권에도 과메기 맛집이 제법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인 만큼, 이왕이면 비리지 않고 좋은 과메기를 드시는 것이 좋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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