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생물 고등어

 

사진은 국산 고등어입니다. 여러분이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구매하는 고등어는 크게 두 가지 상태입니다.

 

1) 자반고등어

2) 생물 고등어

 

자반고등어는 배를 가르고 활짝 펼쳐서 소금을 뿌린 것이므로 구이용에 알맞습니다. 생물 고등어는 말 그대로 가공 처리를 하지 않은 고등어로 조림에 알맞죠.

 

 

<사진 1> 국산 생물 고등어의 상태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경매와 분류를 마친 고등어는 전국 각지로 유통되는데 소매상에 진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4일입니다. 다시 말해, 고등어 산지(포항, 부산)가 아닌 대도시 사람들은 잡힌 지 3~4일이 지난 고등어를 사 먹게 되는 겁니다.

 

그랬을 때 생물 고등어의 상태를 보세요. 직접 손질하지 않아서 잘 몰랐을 , 마트나 재래시장으로 들어오는 생물 고등어는 적든 많든 신선도와 위생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사진 1>은 시장에서 파는 생물 고등어를 가져와 직접 손질한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내장이 녹아 흐물흐물하며, 갖은 악취와 진액이 살 속에 배어든 상태입니다. 이는 가장 먼저 부패하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채 유통했기 때문입니다.

 

 

 

고등어는 잡자마자 금방 죽고 부패가 빨라 선도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생선입니다. 고등어에는 농후한 맛을 내는 '히스티딘(histidine)'란 아미노산 성분이 다량 들었는데요. 우리나라처럼 내장을 빼지 않은 상태로 수일 간 유통하게 되면, 세균에 의한 분해가 급속히 일어나면서 스티딘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으로 변하게 됩니다.

 

히스타민은 고등어 100g당 50mg 이상이 들었을 때 식중독에 걸릴 확률을 높입니다. 세균이야 굽거나 조리면 지만, 그 세균이 뿜어낸 각종 유해 독성은 고스란히 먹게 되며, 우리 몸에서 다양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를 테면, 생목이 올라온다든지, 알레르기나 두드러기가 생긴다든지, 심지어 아이들이 고등어를 잘못 먹고 배탈이 나기도 하지요.

 

 

특히, 기온 높은 여름철 생물 고등어는 아무리 얼음에 올려두어도 내장을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은 최선을 다해 손질했지만, 고등어 살은 이미 물러질 대로 물러진 상태이고, 안 좋은 냄새도 풍겼죠.

 

사진에 보이는 핏기까지 닦아내려면 키친타월 여러 장을 써야 합니다. 그나마 저는 꼼꼼히 손질하지만, 상인에게 맡겼다면 핏기까지 닦아내는 부분까지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고등어구이에서 발견된 고래회충

 

생물 고등어는 굽거나 조리고 나서도 문제가 생깁니다. 국산 고등어의 고질적인 문제죠. 다름 아닌 기생충(고래회충)이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도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유통해서 생기는 문제인데요.

 

 

고등어구이 한 마리에서 나온 고래회충들

 

내장에 주로 기생하는 고래회충은 손질 시 대부분 제거되지만, 일 살 속에 파고들었거나 갈비뼈 부근에 숨어서 미처 발견되지 못할 때는 이렇게 먹다가 발견되는 겁니다.

 

물론, 잘 익은(?) 고래회충은 먹어도 해가 되지 않으며 단백질로 소화될 뿐이지만, 먹는 음식에서 발견되는 기생충은 여전히 이물질로 분류하기 때문에 대부분 혐오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이죠.

 

 

노르웨이산 고등어

 

반면에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봅시다. 애초에 깔끔히 손질해 진공 포장으로 판매됩니다. (쇼핑몰)

 

 

시장과 마트에서 판매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해동)도 내장은 빠져있죠. 그러니 내장이 썩어서 나쁜 냄새가 살에 밸 염려도 없고, 기생충 걱정도 없습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구이

 

이렇게 신선도가 잘 유지된 고등어는 특유의 농후한 맛을 내는 '히스티딘'이 '히스타민'으로 바뀌지 않고 고스란히 유지되는 편입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지방 함량이 국산 고등어보다 많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신선하기 때문에 맛과 영양소(오메가-3 등) 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을 갖게 되는 거죠.

 

맛이 오르는 제철에만 잡도록 허용하는 노르웨이 수산당국의 철저한 자원 관리도 한몫합니다. 고등어를 잡으면 곧바로 해수에 보관해 육지로 이동하는데 이때의 해수는 얼음 물에 가깝습니다.

 

하역을 하고 경매를 마치면, 가공공장으로 신속히 옮겨 일부는 필렛으로 일부는 통째로 급랭해 국내로 수출하죠. 우리나라는 그걸 받아서 가공 및 판매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고등어의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게 일사처리된다는 점과 빠른 가공 및 급랭한다는 것입니다.

 

 

#. 선진 수산국의 시스템을 철저히 벤치마킹해야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제철에만 잡도록 허용하는 노르웨이와 달리 5월 금어기를 제하고 일 년 내내 잡습니다. 큰 것만 잡으면 되는데 작은 고등어도 함께 잡고. 그러다 보니 국산 고등어는 매년 크기가 줄고 개체 수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즉, 자원 관리가 효율적이지 못하니 크기도 줄고 품질도 줄면서 전반적인 상품성까지 노르웨이산 고등어에 밀리는 것입니다. 

 

고등어를 하역하면 그때부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싸움이 전개되는에 우리나라는 경매와 분류에서 시간 다 잡아먹고, 그 사이 고등어는 실온에 방치됩니다. 가공 방식이나 유통 구조도 여전히 구식이고 복잡합니다. 서울, 수도권 사람들이 구매하는 생물 고등어는 기본 3~4일이 지난 것으로 수천 킬로미터를 가로질러 온 노르웨이산 고등어보다 신선도에서 뒤처집니다.

 

그러니 지난 수년 동안 국산 고등어 품질은 노르웨이산 고등어에 밀리는 형국이고, 소비자와 식당 업주의 선택은 크고 일 년 내내 맛 좋은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수출 물량을 더욱 늘렸고, 이제는 국산 고등어 생산량의 70%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의 자원 관리와 가시스템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후진적인지 단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우리 국민은 우리 바다에서 나는 고등어를 맛있게 먹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신토불인데 수입산에 밀려서야 되겠습니까? 무분별한 고등어 잡이는 지양하고, 크고 품질 좋은 고등어만 유통해서 앞으로는 우리 바다에서 나는 고등어도 신선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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