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ㄹ' 마트에서 판매되는 국산 자반고등어입니다. 제가 전에 알려드렸죠. 아무리 국산 고등어가 노르웨이산 고등어보다 맛에서 밀린다 해도 제철인 가을~겨울 사이에 잡히는 몸길이 35cm 이상 특대 크기는 지방함량이 높아 맛이 좋다고. 사진의 자반고등어는 몸길이 35cm가 넘어가는 특대 크기입니다. 가격은 어떨까요? 놀라지 마세요.

 

 

35cm가 넘어가는 大 고등어 2손이 고작 5,600원입니다. 2손이면 4마리입니다. 4마리에 5,600원이면 엄청나게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여기에 현혹돼 구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지금부터 알아봅니다.

 

 

'ㄹ'마트에서 구매한 국산 염장 고등어

 

#. 믿었던 자반고등어의 배신

문제의 자반고등어입니다. 고등어를 잘 아시는 분이라면 여기서부터 갸우뚱할 겁니다. 일반 소비자라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구매 당시 팩 포장 상태에서는 고등어가 서로 겹쳐 있었기 때문에 몰랐는데, 이렇게 한 마리씩 꺼내 도마에 올리자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걸 본 제 아내도 대뜸 그럽니다.

 

"고등어가 왜 이리 삐쩍 말랐어?"

 

 

고등어를 구매한 시기는 11월 중순. 고등어가 한창 살이 오르고 기름질 때입니다. 고등어는 제철일 때와 제철이 아닐 때, 살집을 비교하면 육안으로도 확연히 구분될 만큼 차이 납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를 수 있으며, 고등어가 겹쳐진 채 포장되기 때문에 크기와 가격, 그리고 국산 천일염으로 염장했다는 문구만 보고 구매할 확률이 높은 상태입니다.  

 

제철 고등어가 아니라는 강력한 의구심이 드는 상황인데요. 일단은 구워보는데 그 결과는 다소 처참합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수분마저 날아가면서 이런 상태가 돼버립니다.

 

 

일부러 이렇게 구운 것이 아닙니다. 평소 고등어 구울 때와 비슷한 조리 시간을 지켰는데 결과는 뻣뻣한 나무토막처럼 돼버렸습니다.  

 

 

뒤집었을 때 상태입니다. 굉장히 뻣뻣하고 푸석해 보이죠. 속살은 어떨까요?

 

 

예상했던 것처럼 굉장히 뻣뻣하고 푸석한데 이는 냉동 고등어의 특징입니다. 더욱이 고소한 맛이 전부 빠져 지방 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요. 이런 고등어는 산란 후 가장 맛이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죠. 아시다시피 고등어는 계절에 따른 맛 차이가 제법 큽니다지방 함량에서 무려 30%나 차이나. 제가 "봄~여름에는 국산 고등어를 사 먹지 말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 제철임에도 '자반(염장)고등어'를 함부로 사면 안 되는 이유

여기서 제가 확신한 것은 "'ㄹ'마트의 자반고등어는 '냉동'을 해동해서 만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반고등어는 냉동 고등어로 만듭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제철에만 잡도록 허용해 개체 수를 조절하지만, 우리나라는 애초에 이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는 국가죠.

 

제철이든 아니든 일단 고등어가 잡히면 잡히는 대로 냉동고에 비축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해동한 다음, 염장해서 납품하는데요. 이를 판매처가 2~3일 안에 팔면, 법적으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위 경우도 해당 마트는 법적 책임이 없습니다. 소비자만 맛 없는 고등어를 사 먹을 뿐이지요. 그리곤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고등어가 제철이라 사 먹었는데 너무 퍽퍽하고 맛이 없었다. 역시 국산 고등어는 제철에도 맛이 없구나."

 

 

이런 경험을 한두 번 하게 되면, 다시는 국산 고등어를 사 먹지 않게 됩니다. 앞서 제가 국산 고등어의 품질 경쟁력이 노르웨이보다 뒤처진다. 그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엄격한 자원 관리 부재와 복잡한 유통망, 선도 관리 부재를 꼽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자반고등어가 '언제 잡힌 것인지', '얼마나 냉동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심지어 '해동'이란 문구조차 없습니다. 저는 해당 'ㄹ'마트 지점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고, 본사 식품 MD와도 통화해 봤지만, "이미 해동해서 염장한 고등어를 납품받아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선 냉동 창고에 얼마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해동' 표기를 하지 않고 판매한 부분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 아래는 국내 식품 표기법입니다.

 

"(8) 기타표시사항

해동한 수산물은 ‘해동’ 이라는 표시와 함께 냉장 진열 시작 일시를 표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해동한 수산물의 해동 표시 등은 별도의 표지판을 사용하여 표시할 수 있다."

 

그런데 "비닐랩으로 포장하여 관능으로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포장한 것은 한글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며 예외를 두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런 O같은 법 때문에 대형마트는 생물을 염장하든, 오래된 냉동 고등어를 해동해서 염장하든, 고등어만 보이도록 팩 포장만 하면 법적 책임이 없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이를 보고 고등어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판단하냐고요.)

 

게다가 냉동 기한도 12~24개월로 광범위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제철인 지금도 봄~여름에 잡힌(지방 20~30%가 빠진) 맛없는 고등어를 먹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냉동된 것인지 모를 해동 자반고등어(왼쪽), 제철에 어획된 신선한 자반고등어(오른쪽)

 

#. 모든 국산 자반고등어가 냉동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물론, 마트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반고등어가 오래된 냉동을 쓰지는 않습니다. 국산도 제철에 어획된 신선한 자반고등어가 있습니다. 특히, 포항, 부산 쪽에 많이 유통되죠.

 

자반고등어가 얼마나 오래됐는지는 눈알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눈알이 하얗고 불투명하면 해동 제품이며, 동공이 까맣고 투명하면 냉동 기간이 매우 짧거나 신선한 고등어로 염장한 것입니다. 또한, 안동 간고등어처럼 매일매일 신선한 고등어를 받아서 염장하는 일부 브랜드는 대량으로 유통되는 염장 고등어(해동)보다 맛과 품질면에서 뛰어나니 이 부분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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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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