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갈치가 대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작년에도 나왔습니다. 뉴스를 보면 "올해 갈치 대풍. 산지 가격 폭락에 어민들 울상." 실제로 갈치가 너무 많이 잡히다 보니 일부 선장들은 출항을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갈치 조업에 드는 경비, 여기서는 배 유류비에 선원들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한일 어업협상이 결렬되면서 평소 조금만 가면 나오는 갈치어장을 이용하지 못하고, 더 많이 이동해야 하니 결국에는 장거리 조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졌습니다.

 

 

 

#. 갈치 가격 폭락, 소비자와는 상관없어

그렇다면 우리가 사 먹는 갈치는 얼마나 저렴해졌을까요? 이렇게 갈치가 많이 잡히고 헐값에 거래될 정도면, 소비자도 체감하는 것이 맞는데 실제로는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뉴스와 신문에서는 갈치가 풍어를 기록해 가격이 무려 40%나 저렴해졌다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평소 15,000원 하던 제주산 은갈치 한 팩이 9,000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실제 구매가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마트에서는 한 팩에 9,000원짜리도 있고, 이보다 더 저렴한 갈치도 팝니다. 이런 갈치는 표기상으로만 '大' 크기라 적혔을 뿐, 실제로 구워보면 작고 왜소해 살점이 많지 않죠. 제가 말하는 15,000~16,000원짜리 한 팩은 그래도 좀 먹을만한 크기를 말합니다.

 

뉴스와 신문에서는 사실을 왜곡보도하면 안 되니까 '소비자가'로 쓰지 않고 주로 '산지 가격이 폭락했다.'라는 식의 표현을 씁니다. 결국, 갈치 대풍에 가격이 폭락했다는 그 많은 기사들은 애초부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없는, 그다지 상관없는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갈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마트에서 판매되는 '정부비축 갈치'

 

#. '중간 상인의 버티기 한판'으로 만드는 갈치 물가

다름 아닌 대형 냉동고에 비축합니다. 현재 제주도와 부산에 있는 수협 냉동고에 차곡차곡 쟁여두는데요. 이를 '정부비축'이라고 합니다. 품목은 오징어, 갈치, 꽃게 등 다양합니다. 많이 잡힐 때 비축해 뒀다가 안 잡힐 때 물량을 풀어 유통을 선순환시키는 것이므로 물가 안정에 기여합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언론 플레이로 국민을 기만한다는 점과 제값 다 받으려는 과도한 욕심이 문제입니다. 이 정부비축 갈치는 기본적으로 냉동 생선입니다. 보관 기간에 따라 품질과 신선도 차이가 있으며, 마트에 내놓을 때는 이미 해동한 상태로 판매합니다.

 

그런데 갈치는 생물일 때와 냉동일 때 가격 차이가 큽니다. 결국, 정부비축 갈치는 그해 갈치가 얼마나 잡히든, 산지 가격이 몇 퍼센트 하락했는지는 상관없이 판매하는 수단이 되었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상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살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15,000이면 구매할 수 있었던 제주산 은갈치 특대가 지금은 11,000원이니 약 26% 저렴해졌죠? 그럼 저렴해진 것이 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잘 따져봐야 합니다. 좀 전에도 썼지만, 갈치는 생물일 때와 냉동일 때 가격과 품질 차이가 큽니다. 그 말은 즉, 맛과 수율(살코기 양)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정부비축 갈치는 말 그대로 냉동고에 비축한 냉동 갈치라 생물과 비교할 품질이 아닙니다. 단지 해동했기 때문에 생물처럼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는 냉동 갈치를 조금 저렴하게 파는 셈입니다. 그러면서 "거봐, 작년보다 싸진 게 맞잖아"라고 생색내는 것이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마트에 갔더니 230g 짜리 제주산 생물 갈치 1마리가 1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100g당 가격으로 치면 한우 1등급과 맞먹으니 여전히 금갈치임을 입증한 셈입니다. 지금은 '갈치값 폭락'이란 기사들이 쑥 들어갔습니다. 5~9월 사이 대거 잡힌 갈치들은 냉동고 보관해 물량을 꽁꽁 묶어 놓았고, 향후 가격만 찔끔 내려서 판매될 예정입니다.

 

 

페이스북에 있었던 정부비축 갈치 논쟁(해당 댓글러는 수산물 중간 유통업자로 밝혀짐)

 

#. "주는 대로 사 먹어"라고 말하는 정부비축 갈치

갈치가 안 잡히면 그해 갈치 값은 폭등합니다. 반대로 갈치가 많이 잡혀도 비싸긴 마찬가지입니다. 올해처럼 갈치가 산더미처럼 잡히게 되면 산지 경매 가격이 폭락하기 때문에 유통하지 않고 꽁꽁 묶어 둡니다. 

 

대로 유통하면 소비자들에겐 좋을지 몰라도 갈치 어민들은 힘들어집니다. 그러니 이렇게 물량을 묶어놨다 적절한 시점에 푸는 것은 물가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것 없습니다.

 

"적당히 좀 해쳐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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