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올린 돌가자미 영상을 보고 몇몇 분들이 이런 문의를 했습니다. 여러 댓글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를 올릴게요.

 

"입질의 추억님 글에는 항상 산란철은 횟감으로 맛이 없다고 되어 있던데 돌가자미가 지금이 산란철이고 영상에도 알이 있는데 제철 맞나요?"

 

일반인의 시선에서 본다면, 이런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알밴 생선은 맛이 있는지? 제철과 산란철의 관계에 관해 간략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성체가 된 생선이 1년 동안 겪는 생태 리듬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짝짓기 및 알을 키우는 시기

2) 산란

3) 산란 후 다시 살을 찌우는 시기(새 살이 돋는 시기)

 

영상을 찍은 시점은 11월 중순입니다. 보시다시피 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알은 50%도 크지 못한 상태입니다. 위에서 말한 주기로 보면 1)번에 해당합니다.

 

생선은 알을 찌우는 과정에서 먹이활동이 왕성합니다. 그 결과 살을 찌우고요. 살을 찌우니 살밥(살 두께 및 수율)도 좋아집니다. 이렇듯 살과 알을 찌우는 기간에는 몸속 영양분을 가두기 때문에 가장 맛이 좋은 제철이 됩니다.  

 

그러다가 이 알은 시간이 지나면 더욱 비대해집니다. 산란이 임박한 생선은 임신 말기의 모습처럼 배가 상당히 부풀어 있는데요. 전체 중량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알을 방사하기 직전에 이른 것이지요. 이렇듯 산란철이 오면, 먹이활동을 중단하거나 매우 소극적으로 하며, 몸속에 가둔 영양분을 알과 산란에 쏟습니다.

 

 

알이 꽉 찬 용가자미(일명 포항가자미)

 

산란이 임박한 생선은 겉으로 표시가 날 만큼 배가 부푸는데요. 사진은 말린 가자미라 알이 검게 변했지만, 살아있는 가자미와 광어의 경우 배가 볼록하게 나와 육안으로도 티가 납니다. 이때는 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굽거나 조리거나 알탕으로 먹는 것이 좋겠지요.

 

 

12월에 잡은 볼락과 감성돔(볼락은 알이 들었다.)

 

그렇다면, 생선은 알을 키우는 시기(제철)와 산란 시기를 어떻게 구분 짓느냐? 사실 명료한 답은 없습니다. 교과서로 규정하기 어려운 생물이니까요. 개체마다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어종에 따라 알을 키우는 시기와 산란철도 저마다 다릅니다. 같은 어종이라도 서식지 수온에 따라 편차가 발생합니다.

 

공통적인 사항으로 생선은 짝짓기를 한 후 적게는 2~3개월에서 많게는 5~6개월 정도 알을 키우고 산란합니다. 볼락의 경우 11~12월에 짝짓기하면, 이듬해 1~2월 사이 뱃속에서 새끼를 부화해 방사하는 난태성 산란이 이뤄집니다.

 

감성돔과 조피볼락(우럭)은 늦가을에 짝짓기해서 5~6개월 동안 알을 키웁니다. 보통 5월 전후로 산란철을 맞죠. 그래서 저는 감성돔과 우럭의 제철을 알이 비대해지기 직전인 3월까지로 보는 것입니다.  

 

 

11월 중순, 돌가자미의 비육 상태

 

다시 돌가자미 이야기로 돌아와서, 제가 돌가자미의 제철을 11~2월로 말한 것은 이 시기 감성돔 낚시가 이뤄지면서 손님 고기로 가끔 돌가자미가 잡히는데, 이 시 돌가자미는 도다리(표준명 문치가자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이 뛰어났음을 경험적으로 느꼈습니다. (문치가자미는 12~1월이 산란 시기라 맛이 떨어질 때.)

 

11~1월은 돌가자미가 알을 찌우는 과정으로 살밥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산란철은 지역에 따라 다른데 이르면 1~2월, 수온이 늦게 오르는 서해는 2~3월 이후가 됩니다. 전반적으로 12~1월에 산란하는 문치가자미보다 약 2~3개월가량 늦기 때문에 제철은 늦가을부터 한겨울 사이에 형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내용도 산 생물이 하는 일이기에 제철을 정확한 시기로 구분 짓기가 쉽지 않습니다. 돌가자미를 비롯한 몇몇 어종은 알이 어느 정도 차더라도 살 맛에 타격을 주지 않고요. 그걸 맛으로 구분하는 것도 보통의 미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허나 생선회 맛이 가장 떨어지는 시기는 공통으로 존재합니다. 바로 산란 직전이 되겠지요. 알을 낳은 암컷, 정액을 방사한 수컷 모두 산란 이후가 되면, 배가 홀쭉해지며, 살이 쪽 빠져 볼품 없이 변합니다. 그나마 암컷보다는 수컷이 살 수율에서 조금 낫다는 정도.

 

1) 짝짓기 및 알을 키우는 시기

2) 산란

3) 산란 후 다시 살을 찌우는 시기(새 살이 돋는 시기)

 

3)번의 경우도 산란 직후와 산란 후 새 살이 돋는 시기로 나눌 수 있는데요. 대부분 생선이 산란 후 최소 2~3달은 지나야 새살이 돋고 맛이 찹니다. 1~2월에 산란하는 볼락은 4~5월이 돼야 맛이 좋아지고, 12~1월에 산란하는 문치가자미는 4~5월을 넘겨야 맛이 좋은 이유죠. (흔히 봄 도다리라고 하지만, 봄에 먹는 도다리는 산란 직후로 새살을 찌우는 과정이라 회보다 쑥국을 끓여 먹는 것이지요.) 

 

결론은 생선회를 먹기 가장 부적합한 시기는 3)번 산란 직후를 유의해야 합니다. 이것으로 알밴 생선은 무조건 맛이 없다가 아니라, 알을 키우는 과정과 산란철을 구분하여, 생선의 제철을 규정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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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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