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회무침과 돌게장이 끝내주는 맛집


제가 요근래들어 가장 감명깊게 먹었던 맛집이 있었는데요. 한자리에서 오랜 세월동안
맛을 지키며 계셨던 곳입니다. 이 집은 여러 메뉴가 있지만 가을철 밴댕이 회무침과
돌게장(박하지) 이거 하나로 설명되는 집이랍니다.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음식이 맛있지는 않지만 맛을 느끼는 혀의 감각기관에는 우리가
느끼는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말고도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인가가 있는거 같습니다.
이 날 먹었던 밴댕이 회무침과 돌게장이 왜 감동이였는지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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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회무침과 돌게장이 끝내주는 맛집


오늘 사진은 평소와는 좀 다를거예요. 
이 날은 백령도 투어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랍니다. 2박 3일간의 여정끝에 저의 메인 카메라는 베터리가 전부 나가 수면상태에 들어갔구요
다행히 세컨 카메라인 똑딱이가 있어서 촬영이 가능했답니다. ^^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을 나와 왼쪽으로 10여분간 걷다보면 이렇게 밴댕이 회무침 거리가 나옵니다.
저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인천에 올 기회가 별로 없어 잘 몰랐는데 여기 유명하다고 하더라구요.





아닌게 아니라 낚시 좋아하고 회 좋아하는 제가 여지껏 밴댕이회도 못먹어봤지 뭐예요.
그러다가 함께 여행하셨던 보라미랑님께서 저에게 밴댕이회맛을 보여줄 기회를 주셨답니다. ^^ 
이렇게 건물안으로 들어가면 끝에 보이는 연백식당
오늘 맛집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몇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서너테이블이 고작인 이곳은 맛있는 밴댕이 회무침에 소주 한잔 걸치고 갈 수 있는 서민들의 작은 쉼터였습니다.
근처에 있는 밴댕이 회집들도 이와 비슷한 풍경입니다.





허름한 외관에 비해 음식점 내부는 매우 깔끔하고 청결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곳에 메뉴는 다양하지만 식사가 아니라면 밴댕이회와 돌게장이 가장 대표적일거 같구요. 
그 집의 대표음식만 맛봐도 음식의 수준을 알 수 있듯이 먹어보진 않았지만 조기매운탕이나 병어조림도 내공이 상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에 가게되면 한번 시켜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밴댕이회무침과 기본상차림

원래 계획엔 없었는데 백령도 여행을 마치고 집에 가려니 뭔가 아쉬워서 이렇게 뒷풀이로 보라미랑님과 술한잔할 수 있었는데요.
밴댕이 회무침(小)짜를 시키자 이렇게 기본상이 차려집니다.




열무김치와 고추장아찌

열무김치와 고추장아찌를 맛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짧은 외마디 감탄사가 나옵니다.

"아!"

그리고 저의 반응은 이걸로 끝입니다. 더 이상 맛봐선 안되겠다 싶었죠.
만약 첫맛이 2% 부족했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번 더 맛을 봤겠지만 
혀끝에 감겨드는 어우러짐을 느끼는 순간 더 이상 맛볼 필요도 없었던 것입니다.
너무 맛이 좋았기 때문에 일단 한쪽으로 밀어놓고 아껴먹을 심산인거죠. 고추장아찌는 장아찌 초보들에게도 부담이 없을 만큼
달짝지근함도 함께 느껴졌습니다.




멸치볶음과 된장으로 무친 참나물

자극적이지도 않고 아주 삼삼하니 무~~난 합니다. ^^




밴댕이 젓갈

곰삭은 밴댕이 젓갈의 녹진한 맛.. 사실 짠맛이 강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저거 살짝 얹혀서 먹어보니 이거 원~ 
저는 이런 젓갈류는 살짝 부담이라 잘 못먹겠는데 이집 밴댕이 젓갈 맛을 보니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이런거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어설피 맛보는 저보다 우리 어머니를 앞세워 다시 맛을 봐야 좀 더 명확하겠지만
일단은 아주 괜찮은 편이였어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적당히 균형진 맛이였습니다.




밴댕이 회무침(小) 15,000원

원래 밴댕이의 제철은 5~6월이지만 가을에 잡히는 밴댕이도 그렇게 맛이 뒤쳐지지가 않는거 같습니다.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며 표준명은 '반지'입니다. 내만성 어류로 우리나라의 서해와 남해, 동중국해
그리고 일본의 북해도등 주로 모래바닥이나 강하구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을 섭취하며 자랍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생선의 제철은 산란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밴댕이는 6~7월에 산란이 이뤄집니다.
대부분의 어종들이 산란기 직전에 맛이 있고 산란직후는 맛이 없으며 2~3달이 지나면 새살이 돋기 때문에 다시 맛이 차오르는 기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밴댕이가 가장 맛있는 제철은 5~6월이 되지만 지금 9~11월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원래 밴댕이는 청어와 같은 과에 속하기 때문에 청어처럼 잔가시가 많은 어종인데 식초에 담가두면 먹기가 편하다 하구요.
이렇게 초무침을 하면 가시의 느낌은 거의 느낄 수 없고 연한 살맛만이 부드럽게 씹힌답니다.
근처에 있는 다른 밴댕이 회무침을 맛보지 못해 밴치마킹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제가 생애 첨으로 맛본 이 밴댕이 회무침은
부드러운 회를 좋아하시는 분과 이가 약하신 분들에게 아주 탁월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거기에 씹힘이 좋은 미나리의 향이 입맛을 돋구어 주구요. 양념도 그렇게 강하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밸런스진게 맘에 들었어요.





곧바로 공기밥이 나오는데 저 상추그릇에 엎어서 회무침과 함께 먹으면 밴댕이 회덮밥이 됩니다 ^^
저는 섞어서 먹는걸 그닥 선호하지 않는 탓에 원형 그대로의 밴댕이 회무침을 즐겼구요. 
사실 밴댕이 회무침보다 더 감탄스러웠던게 하나 있었답니다. 




돌게장(박하지)

전 꽃게장보다 이걸 더 강추하는데.. 간장맛이 보통 내공이 아니더군요.
이전에도 간장게장집을 가본적도 있었고 사먹어 본적도 있었지만 이 집 게장은 제가 먹은 게장중 가히 최고라고 해도 될거 같습니다.





제가 뭘하려는지 아시죠? ^^;





사실 저는 간장게장보다는 양념게장을 더 선호했답니다. 왜냐면 간장게장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게 특유의 비릿한 향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해산물 비린내에 취약하신 분들도 간장게장을 잘 못 드시더라구요. (이 좋은걸..)
조만간 게장 못먹는 울 와이프를 한번 데려가봐야겠습니다. 어디 이것도 못먹나..
간장 양념이 정말 혓바닥에 쩍~! 하고 달라붙어서 그 여운이 떨어지지 않는데.. 목넘김이 있을때 살짝 비릿한 향이 나기 마련이거든요.
근데 이건 그것마저도 허용하지 않은 철처한 단속이랄까..
대체 어떻게 단속시켰길래 이렇게 신선한 게장맛을 유지하는지 모르겠지만..





또 한가지 맘에 들었던건.. 게장을 좋아해도 껍질 깨 먹는것도 일이잖아요.
손에 간장 다 묻혀가면서.. 그러면 비닐장갑이라도 끼고 먹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근데 여기 돌게장은 껍질이 반쯤 까져서 속살이 저렇게 드러내어져 나옵니다.





저 알과 살이 토실한 돌게장을 가차없이 한입 베어물때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수분이 엄청 많은 과일을 한입 베어물때 쩍~! 하면서 입안 가득 과즙이 나오는걸 느낄때 참 행복하잖아요.
저 돌게장에서 그와 비슷함을 느꼈다는..
대신 과즙이 아니라 육즙이라 해야 할지..





앞에 보이는것만 살이 아니라 보이는거 통째로 살이예요.
그냥 입에 넣고 한두바퀴 돌리다 보면 사르르 녹으면서 달착한 게살 맛이 느껴질껍니다.
오늘 제가 입발인 칭찬이 좀 많았나요? 원래 까칠한 말도 서스름 없이 하는 편인데
간만에 기분이 좋은 맛을 봐서 그런지 술이 술술 넘어가더라구요. ^^;





나중에 보라미랑님 블로그에서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집 사장님도 한고집으로 30년 이상 꾸준하게 맛을 지켜오셨습니다.
일찍이 바깥분을 여읜탓에 홀로 살아오시면서 이 밴댕이 하나로 집안도 세우고 자식들 대학교육까지 모두 시켰다고 합니다.
기나긴 세월동안 꾸준한 맛을 지킬 수 있다는건 참 좋은 일이지만 가정과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부단한 노력과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자랑스러운 어머니상입니다.





밴댕이 회무침의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하는 질문에 그 분의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도 확고했습니다.

"바로 이 손에서 나오는 손맛이지"

그런 분의 손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고 수많은 밴댕이들이 저 손에 무쳐지면서 지금의 맛에 다다랐다는 지극히 당연스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렇게 사진 한장을 위해 손수 무치시는 연출까지 해주셨지요.





음식맛에 감동받으면 주량이 무의미해 진다는 생각을 이 날 처음 해봤습니다.

"저의 적정 주량은 소주 1병입니다."

두병을 먹으려면 밤새도록 천천히 먹어야 취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날 겨우 한시간 반동안 저는 두병 이상을 마셨습니다.
안주가 좋으면 술이 안취한다던데 정말 그 말이 맞나 봅니다.
아니면 함께 마셨던 분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안취하는 것인지도 ^^
 




마치며..
맛이란 아무리 잘 다듬어져도 세월이 흐르고 가게가 번성하다보면 변질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옛명성에 비해 변질되었다며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맛집들도 꽤 있을거라고 봅니다.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지만 비싼 가격에 비싼 재료를 사용하는 집은 그냥 고급 음식점이지 맛집이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고
사람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매운양념으로 중독성을 유발하는 음식들은 맛을 느끼는 감각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며 캡사이신의 알싸함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뿐 그걸로 진정한 맛집이라고 단언하기도 애매합니다.
진정한 맛집이란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있어야 하며 긴 세월동안 한결 흐트러짐 없는 맛을 지키는게 아닌가 생각이 싶습니다.
어찌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겠지만 먹어보면 대충 알거든요.
조미료가 과한지, 식재료를 싱싱한걸 쓰는지, 냉동인지 생물인지, 조금 맛 간 재료에다 고추가루 양념 범벅으로 간사하게 땜빵한건지,
찌개가 맵고 강하니 쌀은 정부미를 써도 손님들이 모를꺼란 얄팍한 생각, 어차피 비빔밥 재료인데 고추장에 버무리면 잘 몰라 하는 생각들까지..
그래서 먹는 순간에만 맛있다고 느끼는것과 먹고 난 다음에도 맛있다고 느끼는건 천지차이라고 봅니다. 
담엔 어머니 모시고 한번 더 가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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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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