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길바닥에서 벌어진 웃지못할 진풍경, 이게 바로 꾼의 자세야^^


    지난주에 모처럼 감성돔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계속되는 어한기에 날씨마저 좋지 못해 3월달 출조는
    그렇게 한번으로 마감했는데요. 인천에서 황제도까지 가는 동안에도 웃지못할 사연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난감했던 절대절명(?)의 상황! 한밤 중에 길바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요?
     



    2012년 3월말 황제도에서

    요즘은 전국적으로 조황이 저조합니다. 연안의 수온은 8도에서 7도, 심지어 그 밑으로도 곤두박질 치고 있어 사실상 낚시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돈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나와주는 대물 감성돔 소식에 모두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출조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한 버스는 스무명에 가까운 낚시꾼들을 태우고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황제도로 떠났습니다.
    밤 9시에 출발, 새벽 3시까지는 전남 마량의 항구에 도착해야 제 시간에 갯바위로 진입할 수 있기에 조금이라도 착오가 생겨선 안되는 일정입니다.
    중간에 목포의 낚시점에 들러 필요한 소품을 사고 미리 예약한 식당에서 새벽찬을 든 후 거기서 다시 마량의 노력항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하는 일정인 것입니다. 그렇게 새벽 1시쯤 목포의 어느 낚시점에 도착.
    약 10분간 정차하면서 필요한 낚시 소품을 사도록 했는데 여기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리무진 버스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한밤에 발길이 꽁꽁 묶여버린 것입니다.
    시간도 시간인지라 차를 맡기고 수리하기가 힘들게 됐습니다. 늦어도 4시까지는 항에 도착해야 하는데 전력 공급이 끊긴 버스를 타고 어두운 국도를
    달리는 건 극도로 위험한 일이므로 어떻게든 고쳐서 움직여야 할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밤 중에 수리공을 부르거나 카센터에 맡길 수도 없는 상황.
    여차저차 잘못되면 오늘 낚시일정에 차질을 빚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해 뜰 때까지 꼼짝달싹 못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모두가 발을 동동 굴리고 있지만 시간은 그런 우리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지체했다간 오늘 낚시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이때 누군가의 도움으로(아마 낚시점주의 도움이 아닐까 생각) 봉고차 3대를 급파
    했습니다. 봉고차로 이동해서 낚시하는 동안 버스를 수리하려는 것입니다.

    끼니도 문제입니다. 원래는 예약된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기로 했지만 차로 이동해서 먹기엔 시간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차라리 봉고차가 오고 있는 동안 거기서 배달시켜 먹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어요.
    이윽고 주문한 식사가 배달되었는데 문제는 이 많은 꾼들이 먹을 자리가 없네..
    그래서 ^^


    한밤 중 낚시점 앞에서 라면박스를 깔고 먹는 진풍경을 연출하네요. ㅋㅋㅋ 
    이렇게 새벽밥을 노상에서 먹으니 기분이 묘합니다.


    제가 이러한 풍경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자 한바탕 웃음이 터집니다.
    몇몇 분들은 제가 왜 카메라를 드는지 알고 계시는 눈치예요. 그래서 그런가요.
    이런 상황에서도 쌍 브이질까지하며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네요. ㅋㅋ
    앞쪽엔 낚시계의 금발머리로 유명한 맨땅의 헤딩님. 어쩜 일년내내 저렇게 순도 높은 금발머리가 유지될 수 있는거죠?
    물론 미용실 원장님이셔서 가능한거겠지만 ^^

    봉고차로 낚시짐을 옮겨 싣는 꾼들

    낚시하러 오신 분들과 몇 마디 나누다보면 왠지 블로그 이웃 모임과 비슷하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가 사회에서 각자의 포지션들을 갖고 계십니다.
    비록 연령도 다르고 직업도 살아온 배경도 모두 다르지만 이곳에선 그저 낚시가 좋아서 모이게 된 사람들이지요.
    몇 시간 후 일출을 맞이할 때 대물 감성돔을 손에 쥐는 그런 상상들을 하면서 말입니다.


    새벽 4시, 전남 마량의 노력항에서

    봉고차 3대로 나눠 탄 꾼들은 그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늦을 수도 있었던 시간을 만회하며 무사히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황제도는 여기서 다시 배를 타고 한시간 반 정도 달려야 닿는 꽤 멀리 떨어진 섬.


    빠른 수습으로 인해 예정보다 한시간 정도 늦게 배를 타며 무사히 황제도로 갈 수 있었습니다.
    늦게 탔더니 예상대로 현지꾼으로 보이는 분들이 이미 자리를 선점하고 누워있네요. 비록 좁디 좁은 선실이지만 앞으로 한시간 반동안 새우잠을 자면서 
    가야 할텐데 자세라도 편하게 잡으려고 해봅니다만, 쉽지는 않네요.
    차라리 다리를 펴주면 마주 앉은 사람이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는데 꿋꿋하게 저 자세로 끝까지 가시는 ㅠㅠ 

    버스의 갑작스런 고장에 여차하면 낚시 일정이 틀어질 수도 있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지만 이를 슬기롭게 대처한 출조점과 회원들간의 노력에 별 탈 없이 
    낚시 할 수 있었습니다. 출조점이 고장난 버스를 수리하는 동안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3대의 봉고차를 운전했고, 낚시를 마치고 나서도 식사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는 여정까지 차분히 진행되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출조점과 회원들간의 끈끈한 유대관계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처음 오셨던 분들도 계셨지만 대부분 하루 이틀 얼굴 본 사이는 아니니 말입니다.
    다음편 황제도 조행기는 '여섯시간 동안 감성돔을 꼬득이기 위한 공략편'정도로만 글을 쓰겠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 어느정도 예상이 되시겠죠? 흑흑흑 ㅠㅠ

    PS : 지난주에 이어 내일 있을 통영 어초낚시가 취소되면서 14일로 연기되었답니다. 기상 때문에 벌써 두번째 취소랍니다.
           14일은 제발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14일까지 마냥 기다리긴 뭐해서 그 사이에 한번 정도는 어디로든 낚시를 다녀올 계획입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모임 없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조만간 회를 좋아하는 분들에 한해서 번개모임을 가지려고 합니다.
           모임과 관련해서는 오늘 오후에 블로그에다 공지할께요. (장소는 어쩔 수 없이 서울이 될 것 같습니다. 지방에 계신 분들은 죄송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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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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