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도 비박낚시(1) - 딴여 포인트에서 벤자리 낚시 


    지난 주말, 아내의 불참으로 블로그 독자님 한 분과 함께 여서도 비박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일정은 오후 3시 반 갯바위에 도착해 다음 날 아침 9시에 철수하며 주로 밤낚시를 위주로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낚시 촬영과의 궁합은 맞지 않아요. 대신 지금 시즌에 밤낚시로 잡을 수 있는 여러 고급 어종을 노릴 생각입니다.
    대표적인 어종으로 '긴꼬리 벵에돔'과 '벤자리'가 있는데요. 특히 벤자리는 시즌이 짧고 지금 이 시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귀한 어종으로 그 맛 또한
    특출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어지간한 돔 어종보다도 낫죠. 다만, 그 황홀한 회 맛을 보기 위한 전제는 '돗벤자리'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습니다.
    돗벤자리는 40cm가 넘어가는 벤자리를 말하는데요. 갯바위로 좀처럼 붙지 않아 선상낚시가 매우 유리하지만, 한여름 야간 낚시라면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3년 전 여서도에서 당한 굴욕도 있어 복수전을 위해서라도 여서도로 출발해 봅니다.





    오후 1시, 전라도 백반 정식으로 식사를 하고

    #. 버스 고장, 출발부터 삐거덕
    이번 여서도 비박낚시는 출조점을 이용해 다녀왔는데요. 새벽 6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1시가 돼서야 전남 완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한 시간 먼저 도착해야 했지만, 중간에 버스가 고장 나(파워핸들이 나감) 손님을 실은 상태에서 카센터에서 점검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체됐는데요. 문제는 이날이 토요일. 최근 호조황을 보인다던 여서도이기에 주말을 맞아 비박낚시 출조객들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
    포인트 진입이 늦어지면, 좋은 포인트는 전부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날 제가 내리고 싶은 여서도 포인트가 있었는데 시간을 보니 택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오후 2시면 여서도 출조배들이 출항한 뒤입니다.
    우리는 3시가 돼서야 출항했습니다. 제 포인트로의 진입은 물 건너 간 셈입니다.

    "마음을 비워야겠군"

    이렇게 여서도 비박낚시는 시작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서도는 완도항에서 낚시 유어선으로 약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원도권이에요.
    위도상 추자군도, 거문도와 나란히 하고 있으며, 쿠로시오 난류가 지나가기에 난류성 어종인 긴꼬리 벵에돔, 부시리, 벤자리, 참돔 등을 낚을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탄 배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말하면 통통배 수준. 마력이 딸리는 것인지 힘껏 안 밟는 것인지 느립니다. 느려~
    안 그래도 늦게 출발했는데 이렇게 가서 제대로 낚시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날 함께 내리게 될 독자님과 출조점에서 만난 또 다른 독자님이 서로 얘기 중이다.

    멀리 여서도가 보이고

    망망대해를 달린 지 한 시간 반이 지났을까? 멀리 여서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계가 좋으면 여서도 남단에서 남쪽을 바라봤을 때 제주도가 보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시계상 힘들 것 같아요.


    테트라포트에서 낚시를 즐기는 꾼들, 전남 여서도

    첫 팀은 등대 앞 뜬 방파제에 내리면서 하선이 시작됐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생겼습니다. 섬 곳곳의 포인트마다 하나둘씩 점령당한 상태.
    여서도가 섬은 커도 포인트는 보기보다 많지 않아요. 부속섬이라던가 여 같은 게 없어 대부분 본섬에서 낚시가 행해집니다.
    그래서 2~3척의 선단이 돌면 이 섬은 낚시할 자리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는 포인트보다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자리를 찾아야 할 처지.
    섬을 빙빙 돌면서 다른 선단이 남겨둔 생자리에 꾼들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사진의 포인트가 보기에는 그럴싸할지 모르지만, 다른 선단이 내리지 않고 남겨둔 건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그래도 이 정도의 직벽이라면 뭐라도 해 볼 만한 포인트 같아요.


    우리가 내린 자리는 여서도 서편에 자리한 '딴여'라는 포인트

    여서도 동편에서 돌기 시작한 배는 어느새 서쪽으로 와 우리 팀이 가장 마지막에 내렸습니다. 원래 가고자 했던 포인트는 작은 무생이.
    3년 전 이맘때 였죠. 당시 서울에서 온 우리 부부와 김문수님의 바다낚시교실 촬영팀이 한 배에 탔는데요. 원래는 촬영팀이 작은게 자리에 내리려다
    그 포인트를 우리부부에게 양보해 주고 건너편 작은 무생이에 내렸는데 그날 밤 만조에 대박을 쳤던 것입니다.
    FTV 바다낚시교실을 찾아보면 2010년 9월 초쯤에 올라온 자료에 '상하 편으로 나뉜 여서도 야영낚시'가 있습니다.
    여기 우리 부부가 잠시 나오는데 저는 선장과의 신호가 맞지 않아 엉뚱한 곳을 노렸고, 거기에 만조 시각을 간조로 착각하며 낚시를 그르치는 동안
    김문수 프로님은 한밤에 40~50cm급 긴꼬리 벵에돔과 벤자리를 타작해 대형 쿨러를 채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3년 전 낚시가 너무 아쉬워 이번에는 제가 작은무생이에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마침 물때도 그때와 거의 비슷합니다.

    "자정에 만조"

    이것은 야간에 돗벤자리를 노릴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그때 당시는 제로찌 전유동 낚시에 대해 제대로 정립이 안 된 상태였지만, 오늘은 분명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꾼들로 불야성을 이루니 작은무생이는 커녕 B급 포인트라도 내리면 다행인 상황이지요.
    포인트가 없자 갯바위 라인을 따라 쭉 돌던 배는 '사람이 내릴 수 있을 만한 자리'를 맨눈으로 보며 뱃머리를 갖다 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내려서 지형을 둘러본 후 "이곳은 안돼, 힘들 것 같아"라며 도로 타기를 두어 번. 그렇게 하다가 여서도 서편에 있는 어느 떡바위에 내렸습니다.


    갯바위에 내리면 밑밥통을 제외한 나머지 짐들을 가장 높은 곳으로 옮겨 정리해 놓는 게 첫 번째 일이다.

    아내는 요즘 계속되는 철야 작업에 동반 출조가 일찌감치 물 건너간 상황.
    이날 함께한 분은 닉네임 '최필'로 제 블로그 단골손님인데요. 지금은 형님 아우하며 낚시에 대한 열의를 보이는 젊은 친구입니다.
    벵에돔 낚시 경험이 많지 않고 지난번 매물도에서도 크게 손맛을 못 봤기에 한번은 같이 내려 손맛을 보게끔 해 주고 싶었습니다. 


    내린 자리는 수심이 매우 얕아 찌낚시가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일행이 그늘막을 설치하는 동안 저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 포인트 지형을 숙지해 놓습니다.
    몇 시간 뒤면 어두워지므로 볼 수 있을 때 봐둬야 합니다. 그런데 지형이 가당치가 않네요. 수심 보십시오.
    지금이 간조로 이어지는 상황이라 수위가 많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1~2m밖에 안되는 여밭지대가 전방 20m까지 펼쳐져 있습니다.
    노란 화살표는 수심이 잘 나와야 2m.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편광 안경을 쓰고 보면 그곳에는 여지없이 여뿌리가 이어져 있습니다.


    이 자리는 돌돔 포인트로 최소 30m 이상 원거리를 공략해야 하는 포인트다.

    가이드 말로는 배 댄 자리가 아닌 좀 더 왼쪽으로 치라고 했는데 그쪽도 수심이 낮기는 마찬가지.
    조류 방향이 사진과 같이 흐른다면 그렇게 캐스팅해야겠지만, 현재 상황은 조류가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갯바위를 살피자 돌돔 낚시의 흔적이 있네요. 보아하니 전방의 얕은 여밭을 피해 최소 40m 이상 원투를 해서 잡는 돌돔 포인트로 보입니다.
    찌낚시도 최소 25~30m는 던져야 공략이 가능할 것 같아요. 발 앞에는 수많은 인상어 무리가 밑밥도 안 쳤는데 피어 있습니다.



    "20m 전방의 수심이 고작 2m"

    왼쪽이 만만치 않자 저는 반대쪽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이곳도 사정은 마찬가지.
    편광 안경을 쓰고 보면 지뢰밭이 꽤 멀리까지 뻗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해보지만, '원투공략'외에는 딱히 떠오르지가 않군요.
    조류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고 있고, 그나마 직선거리로 20m를 넘겨야 하는 이곳이 나을 것 같아 자리를 이쪽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밑밥을 보는데 상태가 엉망이에요. 시간이 없자 출조점은 크릴을 모두 반죽해 봉지에 담아 놓도록 했는데 그 비율이 크릴 6장 + 파우더 2봉입니다.
    이는 출조점의 기본 비율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벵에돔 낚시에서 이렇게 하면 크릴이 녹아서 나온 물에 밑밥이 죽됩니다.
    죽되면 원투력을 상실해 멀리 날아가지 않아요. 그래서 예비로 사온 빵가루를 이용해 점도를 맞춰봅니다.


    이날 채비는 원거리 공략을 해야 하므로 자중이 많이 나가는 원투형 제로찌를 사용했다.

    <<필자의 채비>>
    로드 : 로젠기 1.75호 530
    릴 : HDF 제니스 릴 2500번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호 서스펜드 타입
    어신찌와 수중쿠션 : 쯔리겐 N원투 0호, 잠공스토퍼 L사이즈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1.5호를 3m 직결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6호로 시작, 계속 6호를 유지
    봉돌 : 처음에는 무봉돌 체제 → g5 하나 물렸다 두 개 분납 → 야간에는 g3 1~2개를 사용했다 뗐다를 조류 상황에 맞춤.

    채비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색은 쿠로시오 난류라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한 색입니다. 아마도 연안류와 섞인 듯한데요. 물을 만져보니 생각보다 차갑네요.
    반면, 수면에는 자리돔 새끼, 인상어 무리가 시커멓게 피어오르고 있어 벵에돔 활성도가 괜찮을 것으로 보고 제로찌 채비로 꾸려봅니다.
    오늘은 간만에 1.75호 대를 꺼내들었는데요. 밤낚시로 접어들어 씨알이 굵어지면 목줄 호수를 2호 이상 올리기 위함입니다.


    첫수로 인상어

    "낚시하기 정말 고약한 상황이네"

    30m 캐스팅하고 밑밥도 30m 던져 원거리 공략을 하는데 조류가 발 앞으로 밀려옵니다.
    캐스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찌는 발 앞으로 밀려오는 상황. 이래서는 공략이 될 리 없습니다.


    최필님이 첫수로 벵에돔을 낚았다. 여서도 비박낚시

    우리가 늦게 도착하긴 했나 봅니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낚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해가 저무네요.
    좀 전까지 조류가 발 앞으로 밀려오다가 지금은 다행히 횡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제야 한 마리 낚았습니다. 26cm급 벵에돔입니다.


    저도 계속 고전하다가 이제야 신발짝만 한 벵에돔을 한 마리 올렸습니다. 이후 최필님이 비슷한 씨알로 한 마리 더 올려서 현재까지는 총 세 마리. 
    그런데 세 마리 모두 긴꼬리가 아닌 일반 벵에돔이네요. 안 좋네요. 안 좋아.
    지금 저녁도 거르고 낚시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반드시 횟감을 잡아야만 완성되는 메뉴가 있기에"

    이제 배가 슬슬 고파옵니다만, 잡은 벵에돔은 피를 빼지 않아 횟감으로 쓰기가 뭐합니다.
    이제부터 나오는 녀석들을 가지고 회를 쳐야 하는데 입질이 전~~혀 없네요.

    "우리 이러다 굶는 거 아냐?"

    원래 야간에는 갯바위 벽면에 바짝 붙여서 대형 긴꼬리 벵에돔을 노리지만, 이 포인트는 소용없을 거 같습니다.
    이제 막 초들물이 받치고 있어 전방의 수심은 여전히 2~3m 수준. 만조가 되도 3~4m 수준을 넘지 않습니다. 
    이런 얕은 곳까지 대물이 들러올리가 만무할 터. 그래도 혹시나 몰라 가까운 곳을 노려보지만, 밑걸림만 있을 뿐 반응이 없습니다.
    결국, 야간에도 30m 이상 장타 쳐야 하는데 주변이 깜깜해 밑밥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알 수가 없으니 감으로 낚시.
    그러다가 빨갛게 빛나던 전자찌가 자물거리더니 서서히 내려갑니다.

    "챔질"

    어라? 뭔가 꾹꾹 하는데 벵에돔은 아닌 것 같고, 잡어라 하기에는 그래도 손맛은 조금 있는데 뭘까?


    신발짝만 한 왕볼락

    오예! 드디어 그럴싸한 횟감이 나왔습니다. 이 정도 볼락이면 씨알이 괜찮네요.
    밤이 되니 볼락이 활동을 시작했는지 연이어 입질이 들어옵니다. 또다시 위 사진과 같은 볼락이 올라오고.

    "이제 고기 나오기 시작했으니깐 잡을 수 있을 때 얼른 잡자!"
    "네. 형님"



    이어서 올라온 녀석은 25cm가 될까 말까 한 돌돔.
    원래 이 정도 사이즈면 방생하는 편인데 오늘은 최소한의 식량 확보를 위해 잡아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ㅠㅠ
    시각은 밤 11시, 어느덧 물때는 만조를 향하며 수위가 제법 높아졌습니다.

    "벤자리 타임이 왔다. 이론상으로는"

    우리는 30m~40m를 장타로 날려 벤자리를 노려보는데 갑자기 원줄이 쏜살같이 풀립니다.

    "옳거니! 챔질"

    쏜살같이 풀리는 원줄에 한껏 기대했지만, 막상 대를 세워보니 좀 미적지근하네요. 또다시 볼락 같기도 하고 일단 얼굴이나 보자.


    33cm급 벤자리

    처음에는 볼락인 줄 알고 '나 볼락 기록 경신했어'라며 좋아했는데 불을 비추니 벤자리였네요.
    애초 기대했던 돗벤자리 급은 아니었지만, 이것으로 우리의 저녁 식사 재료는 대충 마련되고 있습니다.



    이날 여서도 밤낚시 조과

    이후 우리는 뺀찌급 돌돔과 벤자리 몇 수 했지만, 뺀찌는 너무 작아 방생하고 벤자리도 기대에 못 미치는 씨알입니다.
    어쨌든 이걸로 식사거리는 마련했습니다. 벤자리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일 때 얼른 식사하고 잠시 휴식을 한 뒤 새벽에 열심히 쪼아봐야죠. ^^

    이때부터 우리는 "먹기 위해 왔나?" 싶을 정도로 무진장 먹기만 했습니다. 낮부터 체력 소진이 컸기에 비박낚시는 잘 먹어야 하거든요.
    땀으로 쏟은 수분과 염분도 잘 보충해야 하고요. 그래서 일부러 '짠 음식'을 챙겨 왔습니다.
    이제부터 이어질 내용은 "비박낚시의 하이라이트인 야식 퍼레이드!" 
    먹기 위해 왔나 싶은 여서도 비박낚시, 그 이야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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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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