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 4부, 대물 생포 작전


 

 

 

 

 

#. 지난 주 이야기

대마도 낚시 2일 차는 호수처럼 잔잔한 미네만에서 대물 벵에돔을 대상으로 낚시로 이어갔습니다.

앞서 선상낚시에서 참돔을 보지 못했고 원하던 벤자리도 들어오지 않은 데다 아내는 울렁이는 선상낚시를 부담스러워해 갯바위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갯바위에 발을 내딛자 바람과 너울에 위아래로 흔들리는 선상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조용한 환경이 반깁니다.

아내는 "이제야 내 페이스대로 낚시해 보겠군."이라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습니다.

이곳은 잡어 천국일 정도로 포인트 주변을 애워쌌지만, 밑밥을 꾸준히 발 앞에 넣고 마침 벵에돔의 활성도가 좋아 분리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낚시 시작 2시간 후, 벵에돔이 상층까지 피어오르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게 중에는 4짜를 넘나드는 대형 벵에돔이 눈에 보일 정도로 다가와 밑밥을 주워 먹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우리 부부는 이곳에서 낚았던 4짜 중후반 사이즈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입질을 무려 다섯 번이나 받았는데 전부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리 부부가 안고 있는 낚시 촬영의 빈틈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이고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했습니다.

 

시간은 오후 4시. 하늘은 흐리고 군데군데 먹구름이 꼈습니다.

날이 어두우니 벵에돔이 예상 시간보다 빨리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들어온 입질.

이번에는 강력하지 않습니다. 0c(제로씨) 부력의 찌는 이미 물속에 잠겨 보일락 말랑한 사이 수면에 U자를 그리던 원줄이 살며시 펴집니다.

어림짐작으로는 미끼가 수심 8~9m까지 들어갔다가 뭔가가 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뒷줄을 살며시 잡아 살짝 당겨 보았습니다. 그러자 슬그머니 펴지던 원줄이 이제는 제법 팽팽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더는 가져가지 않네요. 그냥 문 채로 가슴지느러미를 움직여 약간의 후진과 전진을 오가며 간을 보고 있을 벵에돔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바늘은 이미 녀석의 입 안으로 들어갔겠다. 챔질을 안 할 이유가 없겠죠.

 

 

 

"챔질! 우와아악!"

 

무슨 바윗돌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낚싯대를 바짝 세우며 제압에 들어가야 하는데 초기 제압을 설렁하게 하는 바람에 녀석이 그대로 파고듭니다. 하지만 거기는 수심 18m의 허당.

여유 공간이 있으니 저도 날을 바짝 세워 힘 빼기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몇 초간의 실랑이 끝에 녀석이 끌려오다가 방향을 틀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발 앞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여뿌리로 파고들 심산인데요. 낚싯대를 오른쪽으로 틀어 녀석이 더이상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조용한 호숫가에서 받은 강력한 입질

 

그런데 이 녀석, 박아버렸네요. 앞으로 쭉 뻗은 여뿌리 안쪽에는 굴 같은 게 있나 봅니다.

이곳 포인트에서 벵에돔을 걸면 죄다 그쪽으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요. 1.7호 목줄로는 그 힘을 제압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낚싯대를 흔들어도 나오지 않네요. 좌우 상하 다 흔들어 봤지만, 밑걸림이 생긴 것처럼 꼼짝을 안 하니 줄을 풀고 잠시 쉬어갑니다.

 

30초 지났을까요? 다시 흔들어서 빼내려는데 꼼짝을 안 합니다. 녀석도 놀랬는지 굴에 박혀 좀처럼 나올 생각을 안 하네요.

어쩌면 장기전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그냥 터트리고 다시 시작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터트리기에는 아까운 씨알인데 쩝.

이 녀석에게 미련을 못 버린 저는 조금만 더 지켜보기로 합니다.

 

"1분, 2분, 3분"

 

여전히 나올 생각을 안 하네요. 아내는 그냥 포기하라고 재촉합니다.

저는 딱 3분만 더 기다려보기로 하였습니다. 줄을 충분히 풀고 낚싯대를 내려놓은 뒤 스트레칭을 하며 애써 여유를 가져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까치 두 마리와 물수리가 공중전을 펼치고 있네요. 허걱.

그런데 일방적으로 물수리가 쫓기고 있습니다. 전에도 그러더니만.

덩치는 물수리가 까치의 3배쯤 되는데 두 마리의 협공에 꼼짝없이 쫓기는 신세. 물수리 체면이 말이 아니네요.

 

시계를 보니 4시 15분. 녀석이 굴속에 박힌 지 6분이 지났습니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꺼내기가 어려울 듯.

곰곰이 지형을 살피는데 오른쪽에 곳부리 비슷하게 나온 지형이 있네요. 그곳에 서서 최대한 바깥쪽으로 낚싯대를 놀려봅니다.

그랬더니 꿈쩍도 하지 않던 낚싯대에 투툭거리는 느낌이 전달되네요. 그것으로 보아 녀석은 아직도 물고 있습니다.

이후로 저는 지속해서 낚싯대를 바깥쪽으로 밀어서 녀석을 빼내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자 꿈쩍도 안 하던 녀석이 슬금슬금 나오더니 굴 밖으로 빠지면서 다시 한 번 요란하게 몸부림치네요. 일단 빼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 녀석도 6분간 체력을 비축했는지 다시 힘을 쓰는데 이제는 안 당하죠.

낚싯대를 바짝 당겨 파고들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 실랑이 끝에 뜰채에 담는 데 성공.

 

 

준수한 씨알의 벵에돔

 

이번 출조에서 두 번째로 큰 벵에돔입니다. 기대했던 5짜는 아니었지만, 거의 놓칠 수도 있었는데 빼낼 수 있어 기분이 좋네요.

낚시하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아마 이때가 아닌가 싶은데요. 마침 산들바람이 불어 몸은 물론 머릿속까지 시원하였습니다.

며칠 만 있으면 한여름에 놓이게 될 대마도지만, 이때는 정말 쾌적하고 시원했어요.

 

섬이지만 산세가 깊어 습도가 높지 않고 산들바람을 맞으며 낚시할 수 있는 온난한 기후.

호수처럼 잔잔한 어촌 마을 어귀에 누가 이런 게 낚일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이곳은 가능했습니다.

 

 

그 사이 아내도 마릿수를 더하고 있습니다.

 

 

또 한 번 아내에게 들어온 입질. 이 각도에서는 잘 안 찍었는데 1.75대 휨새 보십시오.

제법 힘을 쓰고 올라온 녀석은.

 

 

독가시치(따치)

 

이곳 미네만에도 독가시치 자원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독가시치도 잘 해 먹으면 맛있는 어종이지만, 여기서는 잘 해 먹을 자신이 없어 방생합니다.

 

 

어복부인 신났네요. 이런 사이즈는 1타 1피.

여기에 플러스 1방생으로 릴리즈하는 낚시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우리 부부가 정한 방생 씨알은 25cm. 하지만 마릿수가 이어지면 상황 봐서 30cm가 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그날 조과가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다른데요. 매우 좋은 날은 30cm 이하 방생. 안 좋은 날은 25cm 이하 방생.

또한, 가져가기 불편한 사이즈들(23~28cm)은 살려놨다가 전부 쏟아붓고 빈손으로 오기도 합니다.

이유는 벵에돔 씨가 마를까 봐서 어족자원을 보호하자는 게 아니고 그냥 손질하기 귀찮아서 ^^;

 

잔씨알 손질도 한두 마리지. 처음에는 좋다고 넙죽 가져와 손질한 저도 지금은 부엌 싱크대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 됐습니다.

비늘 치고 내장 따고 하면 그 비린내가 며칠은 가잖아요. 여기저기 튄 비늘에 하수구까지 막혀버리는 불상사. 그리고 아내 잔소리까지.

부엌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억장이 터집니다. 그 과정을 몇 번 겪다 보니 비늘과 내장은 무조건 현장에서 손질하고 가져오게 되더군요.

 

집 냉장고에도 충분히 먹을 만큼의 생선이 있는데 굳이 챙겨와야 할 필요성도 못 느끼고요.

처음 바다낚시에 재미를 들일 때는 고기 욕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집에서 회와 초밥을 싱싱하게 먹을 만큼만 가져오게 됩니다.

결국, 저의 고기 욕심은 우리 집 냉장고 사정에 따라 그때마다 달라진다는 것. 대부분은 어머니가 생선을 너무 좋아해 챙겨오는 편이죠. ^^

 

 

아내 또다시 입질을 받습니다.

저 자세는 여뿌리로 파고드는 벵에돔에게 한 치의 틈도 주지 않으려고 바짝 세운 모습.

 

 

1.75호대에 1.7호 목줄이라 30cm가 조금 넘는 벵에돔은 들어뽕.

그나저나 이날 아내는 마릿수는 되는데 사이즈가 영 아니었습니다.

아내도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자 조금 더 깊이 내리기 위해 봉돌을 하나 더 달고 더 멀리 캐스팅합니다.

 

 

그리고 받은 강력한 입질.

어어어 하면서 발 앞 여뿌리로 파고드는 녀석을 달래는 중입니다.

 

 

씨알은 30cm에서 30cm 중반으로 다 고만고만.

이후 벵에돔 낚시에서 황금 시간인 5시가 왔지만, 어찌 된 일인지 씨알은 점점 작아지고 입질 빈도도 떨어져 갑니다.

5시부터 6시까지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인데 잔 씨알 몇 마리(25~27cm)에 그쳐 아쉬운 마음으로 낚싯대를 접었습니다.

이날 살림통이 다 찰 만큼 잡지는 못했지만, 적당히 잡아도 철수길은 늘 아쉽군요. ^^ 

 

 

이날 최대어는 아쉽게도 5짜에 조금 못 미치는 벵에돔으로 마무리.

 

 

많은 마릿수는 아니나 적당히 먹을 만큼은 잡았던 것 같습니다.

이날 사용한 찌는 토너먼트 아크로 01번과 02번으로 기존 부력체계로는 제로 알파와 제로씨 정도 됩니다.

원줄은 1.5호, 목줄은 1.7호를 끝까지 사수했는데요. 다음에 이 자리에 내릴 기회가 있으면 2호에 2호 혹은 2호에 2.5호로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튿날 대마도에서의 저녁 식사

 

이 중에서 우리 부부가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 있습니다. 회? 아닙니다. 초밥도 제 입맛에는 그냥 그렇더군요. (늘 먹는 거라 ^^;)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저는 소스 발라 구운 닭고기 구이가(맨 위) 가장 맛있었고 아내는 감자 샐러드(맨 아래)에서 눈이 하트 뿅뿅이 되더군요.

저 감자 샐러드, 레시피를 배우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는데요. 일드에서 자주 나오는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여도 오이를 소금에 절이고 감자를 으깨야 하는 등의 조금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메뉴예요.

이후 집으로 돌아와 아내가 만들어 줬는데 이 맛이 안 났습니다. ^^;

 

 

읔. 이거 보고 맥주를 좀 더 사올걸 하고 후회가.

하지만 아내는 제가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맥주는 자기도 못 먹는데(임신이라) 옆에서 홀짝홀짝 마시면 오죽 괴롭겠습니까? ^^;

 

 

벵에돔, 말쥐치, 뿔소라

 

제주도 횟집 가면 최소 몇만 원은 줘야 먹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먹다가 남깁니다. ㅠㅠ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너무 자주 먹으면 그렇게 되네요. 벵에돔이 아니라 다금바리라 해도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 입맛은 참 간사해요.

 

 

최근 먹어 본 것 중 최고였던 감자 샐러드. 맛의 균형짐이 퍼펙트.

 

 

일본식 발음으로 뭐라고 하던데 (닭튀김은 가라아케이고 닭구이는 ???)

하여간 제가 데리야끼 소스 종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역시 맥주를 충분히 사오지 못했다는 점.

대마도에 가시는 분들, 중간에 마트에 내려줄 때 자신이 먹을 주류와 간식은 충분히 챙겨오시기 바랍니다. 민박집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회만 얹어서 먹으면 되는 초밥.

이왕이면 고추냉이를 '303'이나 '705' 같은 일식집에서 쓰는 생고추냉이를 썼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가격도 저렴한데 맛은 훨씬 좋으니까요.

 

 

벵에돔 지리

 

옆 테이블 손님이 끓여달라고 해서 나온 벵에돔 지리. 싱싱한 벵에돔 서더리로 끓인지라 국물 맛이 담백합니다.

원래는 잘 안 끓인다는데요. 개인적으로 맑은탕은 매 저녁 식사 때마다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역국, 지리, 콩나물국 종류는 대량으로 끓여야 국물 맛이 우러나는데 손님이 몰리는 시즌에 한 솥에다 다 때려 붓고 반나절 푹 끓여서 내면 제대로

진국을 맛볼 수 있는 품목이니까요.

 

 

대마도 낚시 3일 차, 아침

 

아침 출조를 싫어하던 아내가 이번에는 모처럼 나섰습니다. 이유는 아내가 좋아하는 긴꼬리벵에돔을 치러가기 위해.

그런데 아직은 긴꼬리벵에돔이 갯바위에 붙지 않았다고 해요. 바로 전날에도 민박집 스탭분들이 필드 테스트를 했는데 잔씨알만 나왔다고 합니다.

 

이때가 6월 중순이니 붙을 시기가 되었는데도 윤달의 영향인지 하여간 이르다고 하네요.

반면, 대마도 남단에서는 긴꼬리벵에돔이 호황이라고 합니다. 그 개체들이 북쪽으로 올라와야 이곳도 호조황을 맞을 텐데요.

아직은 시즌이 이르지만, 그렇다고 계속 미네만에서만 낚시할 수는 없으니 꽝을 무릅쓰고 외해로 나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씨알급 긴꼬리벵에돔을 여러 마리 낚아서 여름 시즌 첫 조황을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배는 미네만을 벗어나 포인트로 진입 중

 

AM 6:25분 포인트 도착

 

저 멀리 등대가 있는 곳이 미네만 입구입니다.

우리는 만을 벗어나 오른쪽으로 돌아 나온 곳에 내렸습니다.

 

 

이곳 포인트 지명은 '와보'라고 합니다.

현지에서는 '벵에돔 훈련소'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벵에돔이 잘 물어줘 초심자들이 연습하기에는 이상적인 곳이라고 합니다.

씨알보다는 마릿수가 강세지만, 겨울이면 씨알 굵은 긴꼬리벵에돔도 잘 문다고 해요.

 

현재 시각 6시 30분. 물때는 끝들물로 두 시간 후에는 만조에 이릅니다.

짐은 가장 높은 곳에 두고요. 낚시 준비를 하는데 포인트 정하기가 만만치 않네요.

원래 이곳에서 잘 되는 포인트는 A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난바다를 향해 던져야 하는데 물때가 물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B코스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낚싯대를 뽑는 아내

 

저는 아내와 공략 지점에 대해 상의한 뒤 밑밥통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사이 아내는 뜰채를 조립하고 채비를 만들고요. 저는 마릿수 조과에 신속히 대응하고자 라이브웰에 물을 채우고 여차하면 기포기를 꼽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초여름의 대마도 낚시. 아직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긴꼬리벵에돔이 이날 우리 부부에게 인사를 건네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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