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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농어 루어낚시(1), 초짜의 사고
"농어 루어낚시"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경험 없는 이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 갯바위 낚시를 주로 하던 제가 그랬으니까요. 막연하게나마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졌어도 막상 실천하려니 장비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가
걸림돌이 되어 미루고 있다가 마침 기회가 와서 다녀왔습니다.
농어 루어낚시 하면 남해보다 서해를 떠올리고 서해권 중에서도 격렬비열도나 외연도 같은 섬에서 따오기급 농어를 낚는 것을 생각합니다.
서해에서 가장 먼 섬 중 하나다 보니 경비며 시간이며 적잖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지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농어가 내만에 완전히 붙기 시작할 이때(7월)부터 11월까지는 가까운 근해 이를테면, 안면도와 안면도 근처 부속섬에서도 충분히 따오기급 농어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열쇠는 농어 루어낚시 포인트에 일가견 있는 선사의 섭외.
단순히 농어 출조배가 아닌 그 지역에서 수년간 낚시하면서 터득한 '개척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낚시를 편하게 즐길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으며 조과도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이는 선상 낚시를 위주로 하는 전문꾼들이라면 아는 부분일 것입니다.
개척자가 포인트를 개발한 뒤부터는 그것을 따라 하거나 모방하는 선사들이 생겨나겠지만요.
예를 들어, A라는 선사가 포인트를 개발해 A 선사만이 알고 있는 곳과 B, C, D, F 선사가 함께 공유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어느 쪽에서 포인트 경쟁이
치열한지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고기 나오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배는 많고 하다 보면 이래저래 잡음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재수가 좋아 포인트를 차지한 선사는 그날 조황이 좋을 것이고 경쟁에 밀려 B나 C급 포인트를 돈다면 조황이 아주 떨어질 테고.
이런 현지의 속사정을 뜨내기손님들이 알 수 없으니 여기도 이용해 보고 저기도 이용해 보고 하면서 자기에게 맞는 선사 찾느라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입니다.
그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것은 역시 사람이 되겠지요. 오랫동안 단골로 다녔던 전문꾼이나 현지 사정을 아는 현지꾼을 따라다니면 불필요한 고생을
덜하게 되는 게 비단 농어 루어낚시뿐만이겠습니까? 갯바위 낚시도 다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래서 낚시는 내가 노력해서 경험하여 얻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 바닥에 정통한(?) 노하우가 있는 꾼과 함께하는 것이
더 빠르겠지요.
1박 2일로 다녀온 안면도 농어 낚시. 제 블로그에서는 처음 소개해 올리지만 좋은 간접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시작하겠습니다.
전날 밤, 저는 미리 안면도로 가서 민박을 잡았습니다.
출항이 새벽 5시다 보니 새벽같이 달려가야 하는 피곤한 일정보다는 미리 도착해 여정을 풀었습니다.
그렇게 하니 저녁 시간에 여유가 생겨 일행과 함께 소라 한 마리 삶아 소주 한 잔 하는 여유도 부릴 수 있었지요.
안면도 영목항
다음날 새벽, 일찌감치 일어나 항으로 달려왔습니다. 이날 예보된 물때는 오전 8시가 만조라 서둘러야 했습니다.
어차피 농어는 아침저녁으로만 입질이 활발하고 특히, 만조 전후로 낚이는 경향이 있어 물때, 시간, 여기에 기상까지 삼박자를 맞춰야 했습니다.
사실 내 딴에는 삼박자를 다 맞춰서 온 것 같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상의 삼박자일 뿐 바닷속 사정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수온이 내려갔다거나 물색이 지나치게 맑아졌다거나 하는 것은 단순히 예측만으로는 할 수 없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불가항력적인 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실력 좀 있다는 꾼들이 뻣뻣하게 가오를 잡고 떵떵거리는 모습을 보면 낚시라는 취미가 사람 인성 다 배려 놓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
수온이 내려가고 물색이 좀 맑아지면 그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을 거면서.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누구는 고기를 뽑는데 누구는 고기를 못 뽑고 있다면 그건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같은 환경, 같은 자리에 한해서는 그래도 실력 차가 존재하는 게 낚시이니까요.
저는 처음 접해보는 농어 루어낚시, 늘 그랬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배움의 자세로 도전해 보았습니다.
요란한 굉음을 내며 힘차게 달리는 배
흐린 날, 안면도의 일출
이 더운 여름날, 날씨가 흐린 게 기가 막히네요. 적당한 바람에 잔물결밖에 없는 고요한 바다.
올여름은 출조 갈 때마다 날씨 복이 따라주는 것 같습니다. 좋아요. 좋아~!
달리는 망망대해에서 채비 준비에 여념이 없는 꾼들
형형색색의 미노우
이날 사용하게 될 미노우는 농어의 활성도가 좋은 계절을 맞아 싱킹보다는 세미 플로팅 타입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농어 루어낚시의 핵심은 그날 기상과 활성도를 고려한 색상 선택.
물색이 탁하면 상대적으로 화려한 색상을 써주고 물색이 맑으면 덜 화려한 색상을 골라 쓰는 것이 좋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일 뿐.
필드에서의 정답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농어 맘일지도요.
그래서 저는 커닝하기로 했습니다. 대부분 이렇게들 하는데 옆 사람이 농어를 낚았을 때 사용된 미노우 색상을 봐두면 도움이 되겠지요.
이윽고 포인트에 도착, 속력을 낮춘다.
이곳은 안면도 서쪽 해안의 작은 부속섬. 영목항에서 출항한 지 15분 만입니다.
굳이 외연도까지 멀리 나가지 않아도 따오기급 농어를 낚을 수 있다는 선장의 말씀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가까운 곳이었네요.
포인트 주변은 온통 자갈밭. 지금 시즌에 전형적인 농어 포인트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포인트에서의 복병은 다름 아닌 개소리. 바다 게가 아닌 육지 개. ^^
개가 나와 저리 짖어대면 낚시가 잘 안 된다는군요. ㅋㅋ
낚시하면서 여러 가지 복병을 만나봤지만, 개소리가 복병이 될 줄이야 쩝.
이날 조행은 낚시 전문 방송인 FSTV의 젊은 피디님들과 함께하였습니다. 제 앞에 서신 분은 이장진 피디님.
작년부터 전화 통화로만 인연을 맺어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안면을 트고 함께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젊은 여성 피디님.
평소 배스 낚시를 다닌다던 이 분은 이날 바다낚시 자체가 처음이라는데요. 낚시 시작하자마자 농어를 거는 사고를 쳐버립니다. 와우!
농어 힘이 센지 낚싯대가 쭉 펴버리네요. 바늘털이에 점핑하는 농어를 달래며 짜릿한 손맛을 보고 계십니다.
옆에서 지켜보자니 부럽네요. 나도 농어 낚을 줄 아는데 ㅎㅎ
농어가 가까스로 제 미끼를 피해 이 여성 피디님의 미노우를 덜커덕 물어버린 듯.
이날 첫 농어가 랜딩에 성공
70cm급 농어를 올린 피디님. ^^ (날짜는 세팅을 안 해서 그런 거니 양해 바랍니다.)
바다낚시 입문 첫날, 낚시 시작한 지 30여 분 만에 70cm급 농어로 첫수를 올리는 여성 피디님
"이런 게 초짜의 사고 ^^"
농어 루어낚시. 쉬우면 쉽고 어려우면 어려운데요.
여기서는 현란한 액션보다는 그저 삼치 낚시처럼 던지고 감아드리고를 반복하는 패턴이라 캐스팅 연습만 된다면, 초심자가 적응하기에도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똑같이 던지고 감고 했는데도 누구는 입질을 받고 누구는 입질을 못 받고.
사실 여기에는 운도 필요하지만, 그 운도 실력의 한 축이라 좀 더 면밀히 뜯어보면 작은 차이 하나로 인해 큰 결과로 이어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미노우를 던지고 감고 할 때는 한 끗 차이에 희비가 엇갈리는데요.
2~4m의 간격을 두고 물속을 헤엄치는 여러 미누어 중 농어 눈에 띄는 것은 일부일 것입니다.
일단 그 자리에 농어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당연하겠고요. 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미누어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연출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한 속도로 릴링해야하고 특히, 미누어 훅이 쇼크리더(목줄)에 걸린 채 입수되면 릴링했을 때 자연스러움이 떨어져 입질 빈도 역시 낮아지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초반에 캐치했어야 했는데 한참 뒤에나 알아차려 불필요한 삽질을 하게 되었죠. 이 부분을 아래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동영상은 캐스팅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영상 막판에는 미누어 액션을 줄 때 줄꼬임 현상이 있었는데요. 이 부분을 유념해야 농어 낚시에서 입질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캐스팅.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정확도와 비거리가 사실 농어 조과의 반절 이상은 차지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롱캐스팅에 알맞은 장비를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초반에 캐스팅 감을 못 잡다가 금방 감을 찾아 원하는 곳 구석구석에 찔러 넣을 수 있었습니다. 비거리는 어림잡아 40~50m.
대여한 장비가 워낙 고품질이라 가능했기도 했고요. 아래 캐스팅 영상을 올렸으니 참고하시기 바래요.
약 40~50m 비거리가 나오는 농어 낚시 캐스팅
표준명 농어
이곳 안면도권에서 낚이는 농어 종류로는 8:2 비율로 점농어가 득세.
하지만 지금 낚인 건 그냥 농어입니다. 꾼들은 점농어와 차이를 두려고 '민농어'라 부르기도 하지요.
농어 루어낚시 채비
방금 낚은 여성 피디님의 미노우는 '레드 헤드'.
서양권에서는 물고기 대가리에 핏물을 뒤집어쓴 모양을 본떴다 하여 레드 헤드라 부르는데요.
이 색상이 스탠다드일 정도로 범용성이 좋고 무난하다고 해서 사용했는데 이른 아침에 적중한 것입니다.
그러자 근처 꾼들이 대부분 레드 헤드로 바꾸는 현상이. ^^ 저는 조금 고집을 부려 컬러풀한 미노우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미노우에 광어가 물고 올라온다.
농어 루어낚시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광어나 쥐노래미 등 바닥 어종이 세미 플로팅 계열의 미노우를 물고 올라온다는 거였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서해권 대부분이 얕은 여밭 지형이기 때문. 특히, 이곳은 수심이 깊어야 5m. 얕을 때는 1m밖에 안 되는 여밭에 배를 띄우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공격성이 강한 광어와 쥐노래미가 바닥에서 위로 솟구치며 공격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봤습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낚시하니까 굉장히 흥미진진하더군요.
이번 출조를 통해 안면도권의 갯바위 낚시도 가능성을 충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안면도의 서쪽 해안에는 크고 작은 무인섬과 간출여가 많이 산재해 있습니다.
딱히 하선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안면도 낚시 패턴의 대부분 선상이라 갯바위 손님이 거의 없다고 해요.
갯바위 손님이 없는 이유는 포인트 개발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낚시하면서 둘러본 많은 부속섬들은 그 모양과 형태로 보아 갯바위 낚시가 아주 잘 될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수심은 2~5m로 낮고 바닥은 울퉁불퉁한 암초와 자갈이 적절히 섞여 있어 자원도 상당히 많을 것 같습니다.
안면도 근처의 다양한 갯바위들
아직은 개발이 안 된 갯바위 포인트
이곳 안면도권은 꾼의 발길이 닿지 않은 갯바위 포인트가 지천에 널렸다.
갯바위 낚시가 전무하니 밑밥 친 흔적도 없고요.
아직 때 묻지 않은 포인트의 전형을 보여주므로 낚싯배로 진입만 할 수 있다면, 대형 농어, 쥐노래미, 광어, 우럭, 감성돔까지 다양한 대상어로 손맛을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제 욕심 같아서는 가을에 탐사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잘만 공략하면 어렵지 않게 낚을 수 있는 광어 자원
그런데 배를 보니 반 자연산이네요. ^^
근처에 광어 양식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끼 때 양식장을 탈출한 개체이거나 혹은 인공 종묘인 것으로 보입니다.
입질이 없자 결국은 나도 레드 헤드로 바꿨다.
농어 루어낚시의 채비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요.
낚싯대는 농어 전용 루어대, 그리고 릴은 시마노 스텔라 2500번(이날 처음 써봤는데 명기는 명기더군요.), 1.5호 합사 원줄, 그리고 쇼크리더는
갯바위 낚시할 때 쓰는 후로로 카본 4호 목줄을 직결, 마지막에는 레드 헤드 미노우로 채비를 마감했습니다.
농어 루어낚시를 하다 보면 사진처럼 보일링 현상을 만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농어 낚시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위 보일링은 함정입니다. 베이트 피쉬로 형성된 보일링이 아닌 얕은 수심의 여밭이나 자갈밭 때문에 생긴 보일링이지요.
보일링과 아닌 곳의 경계가 아주 확실합니다. 보일링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물속을 살펴볼 수는 없지만.
이어지는 지형으로 보일링의 이유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얕은 자갈밭이 서서히 들어가 물속에서 방파제 벽처럼 막게 되면 조류가 부딪혀서 물이 끓는 모양이 됩니다.
만약, 이곳이 자잘한 자갈이 아닌 수중여로 형성되었다면 훌륭한 포인트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광어와 노래미는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나오고 있는데 정작 농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
다시 미노우를 바꿔봅니다. 가라앉는 타입도 여러 가지인데요. 무게가 있고 잠형이 되는 것으로 골라봅니다.
바로 이때, 이장진 피디가 심상치 않은 뭔가를 낚고 파이팅에 들어갔습니다.
대 휨새로 보아 일단 노래미나 광어는 아닌 듯.
"헉! 이것은.."
파이팅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녀석의 출현으로 배 안이 술렁이고
수면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바로 옆에 제 미노우가 헤엄치고 있었는데 어째서 이 녀석은 내 것을 안 무는 건지. ^^;
어쨌든 이날 조과 중 가장 큰 사이즈의 출현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 씨알이면 팔 전체가 바르르 떨릴 듯.
수면에서는 연신 철퍼덕 소리를 내며 대형 물고기 한 마리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처럼 발버둥 칩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자 "대~~~박"이라는 환오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중요한 순간을 제가 동영상으로 담았다는 게 아닙니까? ^^
안면도 농어 루어낚시 이야기, 다음 회로 이어지면서 영상도 함께 공개하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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