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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지방에서 가장 맛있는 겨울 제철 생선회, 모두 모여라
※ 원래는 천고마비의 계절에 이 글을 올렸어야 하는데 많이 늦어졌습니다. 이 칼럼은 작년 봄에 썼던 봄 여름, 자연산 제철 생선회 총정리의 연장이며 가을부터 겨우내 맛이 좋은 자연산 생선회를 총망라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9월부터 12월을 거쳐 이듬해 4월까지 맛이 좋은 자연산 생선회를 전국 각지의 '검증된 식당'에서 찾아드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특정 업소에 대한 정보가 나갈 수 있습니다. 본 글의 취지는 검증된 식당에서 검증된 자연산 제철 생선회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 있습니다. 내용이 방대해 1~4편으로 나뉘어 발행될 예정입니다.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는 제철 생선회"
"흔한 생선회부터 귀한 자연산까지 총정리"
겨울 하면 생각나는 국민 먹거리, 생선회가 빠질 수 없다.
찬바람이 불고 바다 수온이 내려감에 따라 바닷물고기는 월동 준비에 들어간다. 산란을 위해 살집과 지방량을 늘리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암놈은 난소(알)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수놈은 이리(정소)를 찌운다. 여름에는 그 존재감이 미미한 '청어'를 떠올려보자.
겨울이면 일부 횟집과 주점에서 청어구이를 내는데 어떤 놈은 알주머니가 가득 들었고 또 어떤 놈은 이리(정소)가 가득 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겨울은 많은 물고기가 새끼(난태생)를 낳거나 혹은 알을 부화하기 위해 지방을 축적하는 시기이다.
수많은 해수어 중 절반 이상이 봄에 산란하게 되니 생선에게 있어 겨울은 종족 번식을 준비하는 성스러운 시기일 것이다.
그 성스러운 시기를 우리는 '제철'이라 부르며 미식을 취한다.
"생선회는 가장 살쪘을 때 먹어야"
쇠고기로 따지면 한 마리에 살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보는 '육량'과도 같다.
쇠고기야 육량 검사를 통해 A, B, C 등급을 매기고 있지만, 활어는 그런 게 없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지역에서 잡힌 자연산 활어라면 육량의 차이가
크지 않기에 구분 없이 먹는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잡힌 자연산이라도 '지역'에 따라 맛과 살집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예로 숭어, 도다리, 광어, 우럭, 감성돔, 전어 등을 꼽는데 이들 어종은 지역에 따른 맛 차이가 분명히 나고 또 수급량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산지에서 직송으로 받는 자연산 전문 횟집은 대게 남해산(통영, 충무, 진해, 완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특산물은 선택의 여지 없이 그 지역에서 공수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횟감으로 '실치, 망둥어, 간재미, 과메기, 개복치, 도루묵'이 그러하다. 이 장에서는 제철 자연산 생선회를 지역에 따라 나눴다.
오늘은 서해 편에 이어 남해에서 나는 제철 생선회를 알아보았다.
■ 남해(9~12~4월로 이어지는 제철 생선)
"쏨뱅이, 열기, 멸치, 감성돔, 참돔, 광어, 가숭어, 줄가자미, 돌가자미, 범가자미"
#. 쏨뱅이(양식 안 함)
삼뱅이, 수수감펭이, 쏨펭이, 곤지, 돌우럭 등 불리는 이름은 다양하지만, 보통은 쏨뱅이로 통한다. 쏨뱅이에서 '쏨'은 '쏘다'의 의미.
등지느러미 가시에 찔리면 약한 독에 의해 한동안 손이 붓고 쓰라리다. 맨손으로 쏨뱅이를 만질 때는 늘 주의해야 한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독이 있고 바다 생물에도 몇 가지 독이 있지만, 섭취했을 때 마비를 일으키는 독은 따로 있다.
복어의 '테트로도톡신', 해파리와 날개쥐치의 '팔리톡신'. 이 두 가지는 맹독성으로 신경 마비와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보다 약한 '시가테라독'은 아열대 해양생물에서 종종 볼 수 있으며 식중독을 일으킨다.
그런데 볼락과 쏨뱅이, 그리고 독가시로 악명 높은 쑤기미와 미역치는 가시에 찔려야 통증이 생기는 독이므로 섭취와는 무관하다.
이들 종류 중 가장 심각한 통증을 유발하는 건 라이언피쉬(쏠배감펭)와 통쏠치이며 그다음은 쑤기미와 미역치, 독가시치가 있으며 쏨뱅이는 그보다
독성이 낮아 일시적인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도 쏘여봤는데 한 시간 동안 아프다가 조금씩 진정됐다.)
여러 맹독성의 해양 생물을 생각하자니, 쏨뱅이 독은 독도 아니라는 것.
낚시 중 즉석에서 썰어 먹는 쏨뱅이(사진은 붉은쏨뱅이)
부드러움 속에 탱글탱글함이 숨어 있는 쏨뱅이회
"한 개의 독과 아홉의 맛을 지닌 쏨뱅이"
쏨뱅이의 차진 식감은 일부 미식가들과 낚시꾼에 의해서만 간간이 전해지고 있다.
양식이 안 되고 어획량도 적으니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되며, 살아있을 때 썰어 먹는 쏨뱅이의 차진 맛은 일부 낚시꾼들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낚시를 하지 않은 일반인이 쏨뱅이 회 맛을 보려면 통영 중앙시장이나 부산 자갈치 시장 등 산지의 재래시장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르다.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이 독특해"
회 맛은 어떨까? 식감은 정말 '예술'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우럭과 함께 놓고 씹어보면 더욱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자연산 우럭도 갓 썰어내면 쫄깃하기로 일가견이 있다. 아마 쫄깃함만 따지면 우럭이나 쏨뱅이나 난형난제일 것이다.
하지만 씹을 때 이가 들어가는 느낌이 다르다. 쏨뱅이의 식감은 차짐을 넘어 특유의 탱글탱글함이 있다.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이 있으면서도 질기지 않다. 좀 더 오래 씹으니 단맛도 느껴진다. 쏨뱅이 고유의 어즙 맛은 한 마디로 기품이 있다.
차진 식감과 단맛은 저층의 찬 수온을 견디며 살아온 횟감의 특징이다.
주 서식처는 남해이며 이 시기(겨울) 우리나라 남해 연안은 수온이 10도 안팎으로 떨어지게 된다.
다른 회유성 어종이었다면, 따듯한 물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가겠지만, 쏨뱅이는 정착성 어종이어서 그 지역에 계속 머문다.
수온이 내려가도 꼼짝 않고 자리를 지키는 습성 탓에 저수온을 견디며 축적된 근육의 결이 특유의 사각거리는 식감으로 나타난 것이다.
쏨뱅이(위), 붉은쏨뱅이(아래)
"쏨뱅이와 붉은쏨뱅이는 서로 다른 어종"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쏨뱅이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낚시꾼과 어부들은 이 둘을 구분 없이 쏨뱅이로 취급하지만, 엄연히 서식 구역이 나뉘어 있으며
종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쏨뱅이는 얕은 연안 저층에서 낚시나 그물에 혼획된다. 성장 크기는 30cm가 한계인 탓에 여러 마리를 썰어야 한 접시가 나온다.
대가리는 큰데 몸집은 작으니 횟감보다는 매운탕에 주로 쓰인다.
반면, 붉은쏨뱅이는 수심 50m 전후의 깊은 수심의 바닥에 사는 저서성 어류로 얕은 내만에서는 잘 잡히지 않는다.
낚싯배가 씨알 굵은 쏨뱅이를 낚기 위해 먼바다 어초를 찾아다니는 이유도 이와 관계가 있다.
성장 크기는 무려 60cm를 넘나드니 양볼락과 어류 중에서는 대형에 속하며 30cm만 넘어가도 훌륭한 횟감이 된다.
하지만 이를 맛본 이들은 일부 낚시꾼과 어부로 매우 한정돼 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이를 취급하는 일부 횟집과 산지 재래시장이
아니면 구경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귀한 생선이 붉은쏨뱅이가 아닐까 싶다. 제철은 12~4월.
쏨뱅이회 문의
마포 갯배(02-312-6561)
붉은쏨뱅이 회는 산지 재래시장을 탐문해 보기 바란다.
#. 열기(양식 안 함)
열기는 억울하다. 옆집 볼락과 늘 비교가 되며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하니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맛을 보면, 열기는 볼락보다는 한 수 아래다. 살이 약간 무르다는 평가가 있고 고소한 맛도 볼락만큼 특출나지 않아 언제나 '볼락 대신'이라는
인식이 따라 붙는다. 열기로서는 이만저만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름도 그렇다. 볼락과 닮은 탓에 사람들은 열기를 볼락으로 불러주지만, 진짜 볼락이 아니 열기는 열등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볼락'으로 불리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표준명은 '불볼락'으로 따로 있지만, 잘 불리지 않는다.
이름이 비슷해 볼락과 혼용해 불리지만, 맛과 가격 면에서는 차이가 나므로 볼락과 열기(불볼락)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어디까지나 '맛과 가격'이라는 점에서지만, 사실 이 두 어종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관계이다.
두 어종은 쏨뱅이라는 조상을 두면서 사촌 팔촌 관계이니 학계에서는 이들 어종을 '쏨뱅이목 양볼락과'라 규정했다.
양볼락과 집안의 공통점은 키가 작고 성장 속도도 느리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대형 우럭과 띠볼락, 그리고 위에 소개한 붉은쏨뱅이는 60cm가 넘도록 성장하므로 이 가문의 체면을 지켜주고 있지만, 열기와 볼락은 이들 집안의
평균 키를 깎아 먹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안쓰럽다. 작고 아담한 크기로 인해 양식어로서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남도지방을 제외한 내륙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 어종의 훌륭한 맛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다.
낚시로 잡은 열기(불볼락)
뱃전에서 바로 썰어 먹는 싱싱한 열기회
어부와 낚시꾼들에게는 변덕이 심한 어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상과 주변 환경에 예민하니 일단 줄줄이 낚이면 대장쿨러가 찰 만큼 호조황을 보이면서도
일단 바람이 터지고 파도가 높아지면, 활동을 멈추고 서식지에서 은둔 생활에 들어가 빈작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그런 열기를 일단 잡아서 회를 치면 말캉말캉한 속살이 주는 깨끗하고 담백한 맛에 열기 낚시를 또 하게 된다.
회도 회지만, 한번에 많은 양을 잡아들일 수 있으므로 한 달 치 반찬 장만이 손쉬운 편이다.
회는 철저하게 활어회 중심으로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열기는 크기가 작아서 장시간 숙성 회로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열기의 최고 장점인 '차진 식감'이 숙성으로 쉬 물러지기 때문이다. 제철은 12~4월.
열기회 전문점 문의
광주 촌놈회포차(062-655-9630)
#. 멸치(양식 안 함)
막걸리로 헹궈낸 생멸치회
평소 곰장어(표준명 먹장어)로 유명한 기장이지만, 해마다 4~5월이면 대변항 주변은 '햇멸치'를 맛보려고 모인 식도락가들로 분주해진다.
"멸치도 횟감이다."
일반적으로 멸치 하면 국물과 볶음용을 떠올리지만, 봄에 지방이 가득 밴 햇멸치는 한입 크기로 적당하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물론, 산 멸치를 바로 잡아서 먹는 건 아니다. 성질 급한 멸치는 그물에 잡히자마자 몇 번을 펄떡이더니 이내 숨을 거둔다.
다시 말해, 죽은 멸치를 회로 먹는 것이지만, 불과 수 시간 전만 해도 대양을 누비고 다녔을 만큼 싱싱해 전혀 비리지가 않다.
그 비결 중 하나가 막걸리에 있다. 막걸리로 헹궈낸 생멸치는 잡내가 빠져 먹기가 한결 편해진다.
이를 그냥 먹어도 되지만, 갖은 채소와 함께 버무려 먹는 멸치 회무침은 멸치회가 낯선 이들에게도 별미로 손꼽힌다.
사실 멸치는 식감이 물러 씹히는 맛은 덜하지만, 이맘때 나는 멸치는 맛이 좋아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
해마다 12월에서 4월 사이면 손질된 횟감용 생멸치를 대변항으로부터 배송받을 수 있다. 어느 지역이든지 가정에서 받아 먹을 수 있어 편리해졌다.
회를 먹고 남은 멸치는 묵은지와 함께 '멸치 김치찌개'를 끊여도 별미이고 조림으로 멸치쌈밥을 만들어 먹으면 남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제철은 4~5월이지만, 겨울철 내내 횟감으로 먹을 수 있다.
대변항 빈티할매(010-5126-7577)
미조식당(055-867-7837)
기장 이화장횟집(051-723-1819)
#. 감성돔(양식 가능)
일반인에게 있어 감성돔은 도미(참돔)과 견줄만한 아니 그 이상의 고급횟감으로 인식되고 있다.
횟집에서 다루는 가격만 봐도 그렇다. 참돔회보다는 1~2만 원을 주고 먹어야 하는 감성돔. 그러나 대부분 양식이고 그중에서도 중국산이 많다 보니
자연산 감성돔을 맛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감성돔은 낚시꾼들에게도 환상의 물고기로 꼽힌다.
바다의 왕자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애착이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뻥치기 불법 조업으로 무분별하게 잡아간 탓에 개체 수가 다소 줄었다.
그 때문인지 이제는 감성돔 한 마리 잡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낚시로 잡은 감성돔은 은빛 광채가 난다.
자연산 감성돔 숙성회
"갓 낚은 감성돔은 은빛 광채가 나"
뭐니뭐니해도 자연산 감성돔은 맛을 보기 전, 외형으로도 시선을 압도하는 매력이 있다.
은빛을 번쩍이며 수면에 모습을 드러낼 때 설레는 낚시꾼들이 얼마나 많던가? 회를 떠보면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다.
근육 곳곳에 퍼진 검은 실핏줄로 인해 거무튀튀해 보이는 양식 감성돔과는 시각적인 모습부터 다르다.
외형도 차이가 있다. 특히, 중국에서 들어온 양식 감성돔은 전반적으로 채색이 짙고 배 쪽은 누리끼리하다.
어두운 수조에 여러 날을 지내니 그 환경에 보호색을 띤 것이다. 실제로 자연산 감성돔 중에서도 붙박이는 거뭇거뭇하다.
반면에 갯바위 주변을 회유하는 감성돔은 밝고 희미하게나마 줄무늬가 보이기도 한다. 동해의 모래사장에서 낚이는 감성돔은 그보다 더 밝은 은색이다.
이렇듯 감성돔은 주변 환경에 따라 자기 색을 바꾼다. 산지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나며 여기에는 '맛'의 비밀도 숨어 있다.
필자는 동, 서, 남해에서 나는 자연산 감성돔을 모두 맛봤지만, 그중 으뜸은 남해산이었다.
여수, 완도, 그리고 통영에 이르는 남해가 가장 나았고 그다음이 동해와 서해 순이다.
5~6월은 산란기인 탓에 제철은 늦가을부터 겨울이 가장 맛있다.
2월까지는 감성돔의 지방이 알이나 정소로 가지 않아 배지근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3월부터는 지방이 차츰차츰 빠지기 시작하며 5월이면 대부분 암컷으로
성전환한 감성돔의 배가 알로 볼록해진다. 전에도 말했지만, 임신한 생선은 횟감으로 매력이 없고 산란을 마친 생선도 살은 홀쭉하고 푸석해져 맛이 없다.
그래서 '오뉴월 감성돔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나돌지 않았을까?
자연산 감성돔회 문의
부산 대영횟집(051-759-9002)
서울 보물섬(02-540-3563)
#. 참돔(양식 가능)
농어목 도미과(참돔, 감성돔, 황돔, 붉돔) 중 단연 으뜸은 참돔이었다. '백어(百魚)의 왕'이란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진짜'란 의미의 '참'짜는 예부터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말로 정말로 맛있는 진품에나 붙이는 단어였다.
실제로 참짜가 붙은 음식재료는 값어치가 높으면서 맛이 훌륭한 재료다. 그런데 오늘날은 '참'짜의 남용으로 여기저기 없는 이름에 갖다 붙이면서
참짜 노릇을 하게 된 음식 재료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다. 대표적인 어종이 가숭어와 개서대, 용가자미 등이 있다.
이들 어종은 산지에서 각각 참숭어, 참서대, 참가자미로 잘못 불리고 있는데 이러한 예를 수없이 보아왔다.
어쨌든 참돔은 대표적인 양식산 횟감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남해(충무, 통영)를 중심으로 양식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산 양식 참돔의 품질이 가장 우수해 특별히 일본산만 고집하는 업소도 있다.
양식산 참돔의 품질은 곧 단가의 차로도 정확히 드러나고 있다.
작년(2014년) 기준으로 양식산 참돔 단가는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본산이 kg당 27,000원, 중국산이 18,000원, 국산은 16,000으로 가장 낮았다.
육질과 향도 일본산이 단연 앞섰고 그다음이 중국산이다. 물론, 국내산 양식 참돔의 경쟁력도 예전과 달리 많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때 일본산만의 전유물이었던 大도미가 지금은 국내산도 어느 정도 쫓아감으로써 약 2.5~3kg 정도의 참돔을 출하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산 품질을 쫓아가기에 역부족인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도미가 횟집에서 선호하게 된 이유는 '방사능'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와 동시에 저렴한 단가가 크게 한몫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양식산 참돔의 사정은 이러이러한데 자연산은 어떨까?
자연산 참돔의 사정은 조금 더 복잡한데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어설픈 자연산 참돔을 먹느니 차라리 양식산 참돔이 낫다는 것.
이를 따지기 위해서는 참돔의 성장 크기를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야생에서 자란 참돔은 전장 1m 이상까지도 자란다.
사람 나이로 치면 80살 이상인 셈이니 노성어다. 노성어가 되려면 20년 이상은 족히 걸린다.
그런데 참돔 수명이 몇 년인지는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마츠카와 타이(참돔 숙회) 만드는 과정
야들야들한 껍질의 질감을 살린 참돔 숙회(일명 마츠카와 타이)
"참돔은 20년 이상 사는 몇 안 되는 물고기"
참돔이 40~50cm까지 자라는 데는 몇 년이 걸리지 않지만, 80cm까지 자라는 데는 12년 이상이 걸리며 그 이후로는 성장 속도가 급격히 둔화돼 수년이
지나도 고작 몇 cm 정도 자랄 뿐이다. 필자는 바다낚시를 즐기면서 1m짜리 참돔이 낚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우리나라의 갯바위 참돔 기록이 1m 10cm가 채 못 되는데 이 정도면 몇 년산인지 감히 추정하기가 어렵다.
알려진 바로는 1m 크기로 성장하는데 20년 정도라고 하지만, 이후로는 크기가 늘지 않으니 최소 20년 산으로 추정할 뿐 어쩌면 그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어떤 학자는 참돔의 수명이 40년에 이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니 참돔은 장수의 상징이다.
일본에서는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 복(福)과 장수의 상징인 참돔을 대접하며, 우리나라에서도 훌륭한 횟감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참돔을 자칭(?) 전문 낚시꾼이라 말하는 이들은 도외시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낚시에서 흔히 낚이는 씨알은 30~50cm 사이. 이 정도 씨알은 우리 주변의 횟집 수조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양식이 아닌 자연산일 경우 보관상의 방법이
잘못되면 쉬 물러져 횟감으로는 쓸 수 없게 된다. 한 번 생각해보라. 낚시하기도 바쁜데 잡은 참돔을 어찌 고이 모셔놓을까?
대부분은 쿨러에 처박거나 살린다 하더라도 고생사(苦生死)로 죽어가니 육질이 물러질 수밖에.
반면, 일식집의 참돔 취급 요령은 낚시꾼의 그것과 완전히 상반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활도미를 가장 활력이 좋을 때 잡아서 피를 빼고 포를 뜬 다음 저온에 숙성하니 시간이 지나도 육질이 탄력을 잃지 않게 된다.
참돔 맛의 비밀은 성장 크기와도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
참돔은 일정 크기로 성장할 때까지는 맛이 오르다가 어느 정점을 기준으로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
어떤 생물이든 노년기에 접어들면 살이 질기고 맛이 떨어지듯이, 참돔도 1m에 이르는 대형급은 맛이 떨어진다.
내 생각에 가장 맛있는 크기를 꼽으라면, 50~70cm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나 자연산 참돔의 경우이다.
참돔 회를 가장 맛있게 음미하는 방법은 '숙회'에 있다. 유비끼와는 개념이 다르다.
유비끼는 살에서 완전히 분리한 껍질을 데친 것이지만, 숙회는 뜨거운 물로 껍질만 살짝 익혀 썰어낸 생선회를 말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야들야들한 껍질의 맛을 살리기 위함도 있지만, 껍질과 살 사이의 지방과 약간의 콜라겐을 열로 녹여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하면 껍질이 없는 회보다 조금 더 고소하면서 야들야들한 식감을 즐길 수 있어 일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만약, 수산시장에서 참돔 한 마리를 잡게 되면, '마츠카와 타이'로 부탁해보는 건 어떨까?
자연산 참돔회 문의
서울 청수횟집(02-562-8881)
노량진 수산시장, 강서수협, 그 밖에 지역 수산 시장
#. 광어(양식 가능)
어떻게 보면 널따란 모양이 일반적인 물고기 모양에서 벗어났으니 독특할 만도 하지만, 사실 이 어종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취급되는 횟감이다.
표준명은 '넙치'. 하지만 넓을 광(廣)자를 써서 우리에게는 '광어'로 더 잘 알려졌다.
광어는 대량 양식의 지표를 연 어종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어종이기도 하다.
양식 대국인 일본에서도 광어만큼은 한국산의 품질이 좋아 수입해 먹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양식산 횟감 생산율 1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광어가 국민 횟감이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맛에 있다.
여기에 더하여 대가리가 작고 몸집이 커서 살이 많이 나오니 업소에서는 효자 생선이다. (이를 수율이 높은 어종이라고 말한다.)
광어의 수율은 대략 50~55%. 다시 말해, 한 마리를 손질하면 뼈와 내장을 제외한 순수 살 양만 절반가량 나오며, 나머지 부산물은 매운탕에 활용된다.
이는 수율이 30% 내외인 우럭과 참돔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이러한 이유와 더불어 대광어는 특별히 숙성해서 먹었을 때 감칠맛이 오르므로 일식 업계에서도 아주 선호하는 횟감이 되었던 것.
2~3kg급 양식(충무산) 광어
광어의 양식 산지는 제주도와 완도를 비롯해 우리나라 전 해안에 걸쳐 있으며 산지에 따라 빛깔과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그런 차이점을 구분하고 먹는 소비자는 사실상 없지만, 대표적으로 완도산과 제주산만 놓고 보아도 장단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편이므로 미식가들은
한 번쯤 알아둘 필요는 있겠다.
- 완도, 충무 등 남해산 광어의 특징.
색은 짙은 겨자색으로 매우 어두운 편이다. 이는 양식 환경을 따라가는 광어의 보호색 때문에 그렇다.
실내 양식이거나 혹은 햇빛의 투과를 막는 천(아케이드)가 처진 곳에서 사육된 광어는 대개 어두운 빛깔을 띠게 되는 것.
4kg대의 대광어 생산율이 많은 편이며, 제주산보다 낮은 수온에서 사육되기 때문에 육질이 더욱 쫄깃하다.
- 제주산 광어의 특징.
색은 모래색을 닮아 밝은 황색 계열이 많다. 양식 환경은 아케이드가 처진 실내도 있지만, 모래(사니질)를 깔아 실제 자연 환경과 비슷하게 조성한 다음
자연광을 받으며 사육한 광어도 있어 양식 광어에서만 나타나는 흑화현상(배에 나타나는 검녹색 이끼)이 적거나 거의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출하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광어 육질은 찬 수온에서 기른 완도산보다 덜할지 몰라도 양질의 사료와 영양 상태로 인해 맛이 풍부한 편이다.
12월에 낚시로 잡은 2kg짜리 자연산 광어
그런데 이 글의 목적인 '자연산'으로 화재를 옮기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제철은 감성돔과 같은 늦가을부터 겨울까지이지만, 문제는 이 시기에 자연산 광어 어획량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광어는 가장 맛있을 때 어획량이 떨어지는 모순을 가져"
다른 어종도 마찬가지지만, 광어의 회 맛도 산란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반적으로 제철이라 함은 알과 이리(정소)를 불려 나가는 시기와 일치한다. 이 시기에는 많은 영양분이 살에 집중되면서 소위 빵(체고)가 두꺼워진다.
이때 회를 쳐보면 같은 길이라도 육량이 많이 나올 뿐 아니라 지방이 배 회 맛도 풍부하다.
이 같은 시기를 광어에 대입해 보면 대략 11~3월까지이다. 4월이면 양식 광어들도 배에 알집이 차 몸이 비대해지는 시기다.
눈썰미 있는 횟집 사장들은 어른 주먹만 한 알집이 찬 광어를 고르지 않는다. 알을 불려 나가는 시기를 넘어 알이 꽉 들어차 산란이 임박했으므로
이때부터는 회 맛이 떨어짐을 알기 때문이다.
자연산 광어의 경우는 위도에 따라 산란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보통은 5~6월로 알려졌지만, 8월에 필자가 어청도와 외연도에서 낚인 광어를
살펴봤더니 이제야 산란이 임박한 개체도 더러 있었다. 주로 남해로 내려갈수록 산란이 빠르며, 서해는 수온이 늦게 오르는 탓에 그만큼 산란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 광어의 산란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제철도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연안에서 잡힌 광어는 서해산이라도 대부분 5~6월에 산란하는 것이 일반론이다.
광어도 도다리처럼 산란하러 가까운 바다로 들어오는데 이때 정치망에 많이 잡힌다.
5월이면 서천에서 도미, 광어 축제를 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조업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철이 5~6월인데 이때를 '제철'이라 하여 축제를 열고
손님 몰이를 하지만, 이때 맛보는 자연산 광어는 제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조금 뒤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다.
대신에 많이 잡히는 시기인 만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어쨌든 축제는 축제다.
그러나 정말로 맛있는 자연산 광어를 먹고자 할 때는 바로 지금 이 시기(한겨울)를 추천한다.
이때 잡힌 광어 중 3kg 이상 나가는 소위 '빨래판 광어'라면 더욱 좋다. 양식산 광어도 최소 2kg 이상은 돼야 제맛이 난다.
자연산 광어회 전문점 문의
부산 오뚜기 식당(051-257-0944)
부산 중앙 식당(051-246-1129)
노량진 수산시장, 강서수협, 그 밖에 지역 수산 시장
#. 가숭어(양식 가능)
참숭어 또는 밀치로 불리는 이 어종의 표준명은 '가숭어'이다.
"참숭어, 밀치의 본 명칭은 가숭어이다."
우리나라에 나는 숭어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숭어와 가숭어. 그 중 이 녀석의 본명은 가숭어지만, 가숭어를 아는 상인은 없다.
본래 숭어는 양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숭어는 대량 양식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산지가 경남 하동이다.
지금 철, 횟집 수조에 눈이 노란 숭어가 있고 그 크기가 길이 50cm를 넘지 않는다면, 양식 가숭어라 보면 된다.
이렇게 양식된 가숭어를 양식업자와 상인은 '참숭어', 혹은 '밀치'라 부른다, 언제부터 어떤 이유에 의해 이렇게 불리게 된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숭어와 가숭어의 설명이 서로 뒤바뀌다 보니 그때부터 착각한 것이 아니냐는 설이 있으며, 사실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각 지역이 앞다투어 자기네 수산물에다 '참'짜를 붙여 상품성을 부각하려다 보니 그리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주요 양식 어종인 가숭어는 시장에서 '밀치'와 '참숭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겨울철 대표 횟감이다.
겨울에 먹는 양식 밀치회(표준명 가숭어)
이 밀치(가숭어)를 썰어보면 위 사진처럼 선홍색 혈합육 위에 허연 기름층이 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한창 물오른 맛이라는 증거가 된다.
씹어보면 약간의 살의 탄력과 함께 고소한 맛이 도미와도 견줄만하다. '겨울 참숭어'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
그런데 이 가숭어가 자연산일 경우에는 광어와 똑같은 문제를 갖게 된다.
한겨울에 잡힌 자연산 가숭어 맛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감성돔 못지 않은 탄력과 맛을 느꼈다. 그때의 가숭어는 크기가 80cm는 족히 되었을 듯.
최대 전장은 1m까지 자라며 가끔 낚시에도 걸려들지만, 문제는 가장 맛이 좋을 한겨울에는 이 어종의 어획량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럼 언제 가장 많이 잡힐까? 남해는 3~4월부터이고 그보다 수온이 찬 서해는 5~6월에 많이 잡힌다.
특히, 아카시아 꽃이 필 무렵에는 개펄을 흡입해 유기물을 취하는 가숭어의 특성 때문에 특유의 갯내가 나서 먹기가 몹시 불편해진다.
그러므로 겨울에 잡힌 자연산 가숭어가 있다면, 그것이 최고일 것이다.
가숭어와 달리 숭어는 검붉은 혈합육 위에 푸르스름한 껍질막이 있는 게 특징이다.
숭어와 가숭어. 생김새는 한 끗차이지만, 썰어보면 꽤 많은 차이를 보인다.
선홍색 혈합육에 허연 기름층이 밴 가숭어는 지금 시장에서 밀치와 참숭어란 이름으로 절찬리에(?) 판매되는 겨울철 제철 생선인데 반해, 숭어는 보다시피
검붉은 혈합육 위에 푸르스름한 껍질 막이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숭어는 '개숭어'로 불리고 봄에는 '보리숭어'로 불린다.
제철은 4~5월 진도 앞바다에 난 것을 최고로 치지만, 사실 이 숭어도 한겨울에 맛있기는 가숭어와 똑같다.
설명하다 보니 숭어를 둘러싼 용어가 조금 복잡해졌는데 이것만 기억해 두자.
표준명 가숭어 : 밀치, 참숭어로 불리며 양식이 된다. 제철은 겨울
표준명 숭어 : 개숭어, 참숭어(개나 소나 참짜 붙이는 건 이제 지긋지긋하다.)로 불리며 양식을 안 한다.
봄에 잡힌 건 보리숭어라 한다. 제철은 겨울에서 봄까지
밀치회 전문점 문의
부산 수정횟집(051-467-9909)
부산 용광횟집(051-255-6859)
노량진 수산시장, 강서수협, 그 밖에 지역 수산 시장
#. 호래기(양식 안 함)
겨울이 제철인 호래기
호래기는 통영에서 유명한 겨울철 낚시 대상어로 해가 갈수록 점점 주목받고 있다.
호래기란 말이 생소하지만, 실은 꼴뚜기, 오징어 새끼를 통칭하는 경상남도의 방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반원니꼴뚜기', '화살촉오징어'를 일컫는 말인데 이 지역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방파제든 선상이든 호래기 낚시가 성행한
덕에 12~1월에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낚시 어종으로 자리 잡았다. 잡히는 지역도 삼천포, 통영, 거제에 한정돼 있어 귀하다.
갓 잡은 건 회로 먹고 일부 남은 것을 '먹물 호래기 라면'으로 끓여 먹으면 별미다.
그런 호래기를 산지와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미리 알아둔다면, 언젠가는 유용할 것이다.
호래기회 전문점 문의
부산 다락방(051-761-2855)
부산 춘하추동(051-851-7277)
서울 진동둔횟집(02-549-2179)
#. 줄가자미, 돌가자미, 범가자미(돌가자미만 양식 가능)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가자미는 총 20여 종이며 그중 TOP3를 꼽으라면 줄가자미, 범가자미, 그리고 돌가자미를 꼽을 수 있다.
맛과 가격순으로는 같은 크기로 한정했을 때 줄가자미와 범가자미가 대동소이하고 그 아래에는 돌가자미가 있다.
모두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제철이지만, 워낙 귀하고 값비싼 횟감이다 보니 이들 횟감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횟집이거나 혹은 산지의 수산시장에 가야
맛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가끔 볼 수 있지만, 매일 들어오는 게 아니므로 단골을 둔 상회에서는 단골손님에게 연락을 취해
'줄가자미가 입하됐으니 맛보러 오시라.' 정도로 비밀리에(?) 거래되기도 했다.
줄가자미는 등에 엠보싱 모양의 딱딱한 각질이 붙어 있는 게 특징이다.
돌가자미는 비늘이 없으며 매끈한 등에 길쭉한 각질이 2~3개 붙어 있는 게 특징이다.
우선 줄가자미부터 알아보자. 일어명은 '사메가레이'이지만, 우리에게는 겨울철 별미로 손꼽히는 '이시가리'로 더 많이 알려졌다.
이시가리는 돌가자미와 혼동이 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왜냐하면, 돌가자미의 일본명이 '이시가레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시가레이란 명칭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이시가리가 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늘날 방송과 칼럼, 그리고 대다수의
상인이 인식하는 이시가리는 돌가자미가 아닌 줄가자미란 사실이다. 그러므로 돌가자미와 이시가리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돌가자미는 그냥 '이시가레이'일 뿐이고, 우리가 아는 겨울철 명품 횟감인 이시가리는 모두 줄가자미를 가리키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를 구분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가격에 있다. 가격은 횟감의 가치를 상승하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자연산이라고 해도 1kg 미만의 돌가자미와 줄가자미는 가격 차가 그렇게 크게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이 1kg이 넘어가는 성어일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돌가자미와 줄가자미는 둘 다 60cm 이상 자라는 대형 가자미지만, 같은 크기로
한정했을 때는 줄가자미가 돌가자미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진다. 맛이야 주관적이니 어느 것이 낫다고는 규정하기 어렵지만, 지방이 밴 정도와 독특한
식감은 줄가자미가 가장 좋은 호평을 받고 있다.
줄가자미회(왼쪽), 돌가자미회(오른쪽)
회소가치로는 최고인 범가자미는 배와 지느러미에 흑점이 다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그런 돌가자미와 줄가지미 조차도 범가자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회소성'에 한해서지만 미식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줄가자미와 범가자미, 그리고 돌가자미가 모두 자연산이라 가정할 경우 1kg 이상이면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1kg 이하일 때는 줄가자미가 단연 앞섰고 돌가자미는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유는 지방 함유량과 더불어 돌가자미가 중국산 양식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며, 손바닥만 한 크기로 키우면 바로 출하해 횟집에서 '봄도다리 세꼬시'의
주요 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돌가자미의 가치가 희석된 점도 없잖아 있다. 그보다 조금 큰 사이즈는 통영과 거제도 일대로 들어와 봄철 '봄도다리 쑥국'
재료로 대체하여 쓰이고 있다. 이는 문치가자미의 시세가 3~4월 고공행진을 펼치기 때문에 일부 얌체 업소에서 중국산 돌가자미를 가져다가 그것을
봄도다리 쑥국으로 끓이게 된 것. 물론, 그렇게 판다 하더라도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돌가자미도 '도다리'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는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만, 진짜 봄도다리(문치가자미)로 알고 먹은 손님에게는 양식산 돌가자미의 단가가 훨씬 저렴하므로 같은 가격을 주고 먹는 봄도다리 쑥국과 비교하면
손님 입장에서 손해라 볼 수 있으며 상도덕에도 어긋난다.
양식은 돌가자미만이 유일하다. 그래서 길이 40cm 이하는 이것이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알 길이 없다.
만약, 길이 40cm 이상이고 무게도 1kg 이상의 돌가자미가 있다면 상품(上品)이다.
줄가자미는 동해와 동남해, 그리고 욕지도 인근 해역에서 저인망에 잡힌다.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어획고를 올리고 있어 지금 철에 희귀한
횟감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반면, 범가자미는 1/1000의 확률로 잡힐 만큼 귀하고 그중에서도 1kg 이상 나가는 성어를 사수해 먹었다는 이야기는
일부 미식가들의 입담에 오르내릴 만큼 화제가 되곤 했다. 이 범가자미를 상인들은 '멍가레'란 이름으로 취급된다는 점도 알아두자.
줄가자미, 돌가자미, 범가자미 전문점 문의
대구 정이품(053-752-6228)
서울 해오름 자연산 횟집(02-523-9592)
노량진 수산시장, 강서수협, 그 밖에 지역 수산 시장의 상회에 문의
다음 편은 동해에서 나는 겨울철 대표횟감에 대해 알아봅니다.
전복치로 알려진 괴도라치, 청어, 학공치, 연어, 횟대, 등가시치, 과메기, 개복치, 도치(뚝지), 도루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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