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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제철 생선회] 동해에서만 나는 특이한 제철 생선회
※ 원래는 천고마비의 계절에 이 글을 올렸어야 하는데 많이 늦어졌습니다. 이 칼럼은 작년 봄에 썼던 봄 여름, 자연산 제철 생선회 총정리의 연장이며 가을부터 겨우내 맛이 좋은 자연산 생선회를 총망라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9월부터 12월을 거쳐 이듬해 4월까지 맛이 좋은 자연산 생선회를 전국 각지의 '검증된 식당'에서 찾아드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특정 업소에 대한 정보가 나갈 수 있습니다. 본 글의 취지는 검증된 식당에서 검증된 자연산 제철 생선회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 있습니다. 내용이 방대해 1~4편으로 나뉘어 발행될 예정입니다.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는 제철 생선회"
"흔한 생선회부터 귀한 자연산까지 총정리"
겨울 하면 생각나는 국민 먹거리, 생선회가 빠질 수 없다.
찬바람이 불고 바다 수온이 내려감에 따라 바닷물고기는 월동 준비에 들어간다. 산란을 위해 살집과 지방량을 늘리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암놈은 난소(알)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수놈은 이리(정소)를 찌운다. 여름에는 그 존재감이 미미한 '청어'를 떠올려보자.
겨울이면 일부 횟집과 주점에서 청어구이를 내는데 어떤 놈은 알주머니가 가득 들었고 또 어떤 놈은 이리(정소)가 가득 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겨울은 많은 물고기가 새끼(난태생)를 낳거나 혹은 알을 부화하기 위해 지방을 축적하는 시기이다.
수많은 해수어 중 절반 이상이 봄에 산란하게 되니 생선에게 있어 겨울은 종족 번식을 준비하는 성스러운 시기일 것이다.
그 성스러운 시기를 우리는 '제철'이라 부르며 미식을 취한다.
"생선회는 가장 살쪘을 때 먹어야"
쇠고기로 따지면 한 마리에 살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보는 '육량'과도 같다.
쇠고기야 육량 검사를 통해 A, B, C 등급을 매기고 있지만, 활어는 그런 게 없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지역에서 잡힌 자연산 활어라면 육량의 차이가
크지 않기에 구분 없이 먹는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잡힌 자연산이라도 '지역'에 따라 맛과 살집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예로 숭어, 도다리, 광어, 우럭, 감성돔, 전어 등을 꼽는데 이들 어종은 지역에 따른 맛 차이가 분명히 나고 또 수급량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산지에서 직송으로 받는 자연산 전문 횟집은 대게 남해산(통영, 충무, 진해, 완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특산물은 선택의 여지 없이 그 지역에서 공수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횟감으로 '실치, 망둥어, 간재미, 과메기, 개복치, 도루묵'이 그러하다. 이 장에서는 제철 자연산 생선회를 지역에 따라 나눴다.
오늘은 남해 편에 이어 동해에서 나는 제철 생선회를 알아보았다.
■ 동해(9~12~4월로 이어지는 제철 생선)
"개복치, 횟대, 등가시치, 학공치, 청어, 도치, 전복치, 도루묵, 과메기"
#. 개복치
동, 서, 남해 그리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지역별 겨울 제철 생선을 정리 중이다.
그중에서 동해의 제철 생선은 유난히 다른 지역과 다른 독특한 존재감을 보여주곤 했다.
개복치, 횟대, 등가시치, 도치, 도루묵, 과메기 등이 그랬는데 이러한 어종은 대부분 동해에서만 볼 수 특산물이기도 하다.
먼저 개복치에 대해 알아보자.
실제 학명이 '몰라몰라(Mola mola)'인 것은 개복치의 생태에 관해 알려진 내용이 없어 학자들도 잘 모르는 물고기라는 데서 나온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개복치는 신비에 쌓인 물고기로 매년 한두 번은 인기 검색어로 등장할 만큼 화제가 되었다.
이유는 개복치의 독특한 외모와 습성뿐 아니라 숫자로 남길 수 있는 많은 진기록을 가졌기 때문이다.
복어목에 속한 개복치는 현존하는 척추동물 중 가장 많은 알을 낳는데 그 수가 무려 3억 개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생존율은 0.00001%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은 부유하다 수중 생물에게 잡아먹힌다.
알 뿐 아니라 몸무게도 한 숫자 한다. 길이 4m까지 자라는 개복치의 몸무게는 최대 2,000kg에 달하니 이는 웬만한 중형차보다도 무거운 무게다.
횟감용으로 손질한 개복치
개복치의 거대하면서도 순한 외모
그런 개복치가 주로 먹는 먹잇감은 덩치에 걸맞지 않다. 주 먹이는 플랑크톤이나 오징어, 해파리.
그러다 보니 밤이면 오징어 떼를 쫓아 들어온 개복치가 오징어잡이 그물에 걸려들곤 한다.
그물에 잡힌 개복치는 포항 죽도시장 등의 재래시장에 진열, 아낙네들의 손질을 거쳐 횟감으로 유통된다.
"뽀얗고 탱글탱글한 속살, 과다 섭취하면 설사"
횟감으로 다듬어진 개복치 살은 언뜻 봐도 '이게 정말 맛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실제로 개복치 회는 이렇다 할 맛이나 향이 없다. 색과 질감은 청포묵을 빼다 닮았고 그것을 썰어 먹으면, 무취 무미하다는 게 개복치를 맛본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묵처럼 말캉하게 씹히며 스르륵 녹아드는 식감은 '씹는 맛'과 '양념 맛'으로 먹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제격일 지도 모른다.
내장은 수육으로 활용되며 물회, 전골 등 다양한 형태의 메뉴로 개발되고 있다.
개복치회 문의
속초 삼해횟집(033-638-3032)
#. 동해의 특별한 잡어(횟대와 등가시치, 전복치)
이름이 특이한 횟대와 등가시치는 강원도, 경상도에 이르는 동해 라인의 터줏대감이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무척 생소한 횟감이다.
최근까지도 횟대와 등가시치는 그리 주목받는 횟감이 아니었다. 그저 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물회나 자연산 회를 주문해 먹는 음식에 이들 생선이
포함되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횟대와 등가시치를 알고 먹는 이들은 손에 꼽는다는 것.
그러니 동해 지역을 방문해 자연산 회나 물회를 먹었다면, 나도 모르게 횟대나 등가시치를 맛봤을 가능성이 꽤 높다.
<사진 1> 빨간횟대
<사진 2> 대구횟대
여기서 횟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설명을 듣고 사진을 보면 어느 누구라도 쉽게 구분해 낼 수 있다.
먼저 빨간횟대(사진 1)는 속초부터 포항에 이르는 횟집 수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횟감이다.
외형은 삼세기(일명 삼식이)를 닮았으며 대구횟대와 달리 전반적으로 불그스름하다.
그런데 이들 횟집에서 '빨간횟대'라는 메뉴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통은 물회나 자연산 모둠회의 재료로 쓰인다.
그러므로 횟대를 맛보려면 '자연산 모둠회'를 주문하거나 횟대 물회 혹은 자연산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물회를 주문해야 할 것이다.
대구횟대는 활어보다 이렇게 선어로 들어오는 양이 많다. 산 것은 회로도 먹지만, 이미 죽어버린 건 대부분 밥식해로 쓰인다.
대구횟대는 빨간횟대와 달리 누르스름한 빛깔에 지느러미마다 범무늬가 있어 구별된다.
이 두 어종 모두 삼식이와 함께 '쏨뱅이목 둑중개과'로 삼식이가 그랬듯, 이들 횟대 또한 매운탕거리로 좋은 맛을 내는 생선이다.
현지 상인들은 빨간횟대나 대구횟대를 굳이 구별하여 부르지 않으며 '홋대기' 혹은 '횟대기'라는 방언으로 부른다는 점, 참고하자.
<사진 3> 말쥐치와 빨간횟대, 그리고 등가시치
사진은 포항의 어느 횟집에서 '자연산 물회'를 주문했더니 수조에서 건져낸 횟감들이다.
이쪽 지역에서 일반 물회는 양식 광어와 우럭 등을 사용하며, 자연산을 주문하면 몇천 원 더 내고 횟대와 등가시치 같은 자연산 어종을 썰어준다.
전복치까지 하여 이 세 어종은 전량 자연산이다.
여기서 등가시치는 동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물로 이쪽에서는 잡어회나 탕거리로 활용하며 그리 특별한 대접을 받는 어종은 아니다.
현지에서는 '장갱이' 또는 '꼬랑치'란 방언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이와 비슷한 어종으로는 '벌레문치(방언 장치)'가 있는데 이 벌레문치는 등가시치와 달리 길이 1m에 달하는 크기가 큰 어류이다.
전복치
표준명은 '괴도라치'이지만, 전복치로 더 많이 알려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복과 무척 친하다. 이는 전복을 먹어서가 아닌 전복이 많은 서식처에 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을 보면 바로 아래 쥐노래미(일명 놀래미)가 있는데 전복치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보니 한데 섞여 있으면 시선을 놓칠 수 있지만, 잘 보면 입술이 아주
두껍고 재밌게 생긴 얼굴을 한 것이 전복치이다.
전복치는 생긴 것과 달리 귀한 대접을 받는 잡어다. 전복치만 따로 노리고 어획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혼획으로 들어오는 탓에 경매장을 둘러보면
하루 몇 상자도 들어오지 않더라. 수요보다 물량이 달리니 전복치의 가격은 해마다 고공 상승 중이다.
한 예를 서울로 들자면, 서울에서 전복치를 취급하는 어느 횟집에는 1kg당 가격이 능성어와 같은 12만 원이었으니 전복치가 꽤 고급 횟감임을 말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전복치에 잡어라 부르는 것도 미안한 일.
"전복치는 기품이 느껴지는 흰살생선회"
자바리(제주 다금바리)나 돌돔, 감성돔, 그리고 이시가리로 알려진 줄가지미 등 일부 족보 있는 고급 생선회를 제외한다면, 전복치는 잡어라 불리는 이들
생선 중 가장 몸값이 나가는 횟감일 것이다. 그 맛을 속초에서 보았는데 외형은 투명 감이 좋은 흰살생선회로 적당히 씹히는 탄력이 훌륭했고 맛은 약간의
단맛과 고소함이 느껴져 기품이 있었다.
필자가 회 맛을 논할 때 종종 사용하는 단어가 '기품'인데 이 단어를 쓸 때는 한 가지 원칙을 두고 있다.
생선도 소고기처럼 지방이 밴 것은 고소한 맛이 들기 마련인데 이를 기품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요즘 한창 지방이 껴서 맛이 고소한 방어를 들어 '기품이 느껴지는 맛'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생선회 맛의 기품은 지방에서 나는 맛이 아닌 근육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맛을 말한다.
그 맛은 첫맛에서 느껴지는 지방의 고소함과 달리 오래 씹어야 느껴지는 맛으로 많이 먹고 많이 씹어야 뒤늦게 느껴지는 아련한 맛이기도 하다.
그것은 많이 먹었을 때 금방 질리는 지방의 맛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제주 다금바리와 전복치는 흰살생선의 기품을 정확히 말해주는 횟감이었다.
횟대의 제철은 겨울, 등가시치는 늦봄에서 여름, 전복치는 가을이다.
횟대, 등가시치 회 문의
여남동해회식당(054-244-8944)
포항 죽도시장의 횟집이라면 대부분 취급
전복치회 문의
삼척항 활어회센터를 비롯한 동해의 수산시장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과 강서 수협
서울 바다회사랑(02-338-0872)
#. 학공치
강원도에서는 '공미리'라 부르며 '양미리'와 비슷한 어종으로 취급한다.
표준명은 학공치 혹은 학꽁치(복수 표준명으로 인정)로 꽁치와는 다른 생선이다. 그런데 이 둘의 관계는 그리 멀지 않다.
일단 학공치와 꽁치는 생김새 외에도 횟감의 분류와 쓰임새에서 차이가 있다.
학공치는 담백한 흰살생선회로 회, 구이, 튀김으로 활용되며 꽁치는 기름기가 많은 붉은살생선회이자 등푸른생선에 속한다.
꽁치는 일부 지역에서 싱싱한 회로도 썰어 먹지만, 대부분 구이감이며 일부는 과메기로 말린다.
이 둘은 모두 '동갈치'라는 조상을 둔 동갈치목 생선이다.
<사진 4> 동갈치
<사진 5> 학공치
즉석에서 썰어 먹는 학공치 회
위아래 턱이 모두 나와 있는 동갈치는 이빨이 있는 포악한 육식어류이다. (사진 4 참고)
아열대 어류로 주 서식처는 제주도를 비롯해 쿠로시오 해류가 닿는 곳으로 회 맛이 떨어져 잘 먹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다음에 필자가 시도할 참이다.)
그에 비해 학공치는 아래턱만 학부리처럼 튀어나왔으며 이빨은 없다.(사진 5 참고)
성질도 온순하며 많은 개체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탓에 한 번의 조업량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는 어종이기도 하다.
특히, 학공치 낚시는 동해 남부, 남해 동부권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생활낚시 대상어다.
해마다 12~3월이면 학공치를 낚으러 몰린 인파가 방파제를 가득 매우고 가덕도와 같은 일부 갯바위에서도 학공치 낚시를 즐기는데 잘 잡히는 날에는
세 자릿수를 무난히 거둘 수 있는 어종이다. 그러다가 봄이 되면 물러나며 5월 말부터 6월에는 산란을 위해 군산, 서천 등 서해로 진입한다.
그리고 8~10월에는 서해와 남해 전역에서 학공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학공치 조업이 이뤄지는 시기는 겨울이며 동해가 주 무대다.
이때 잡힌 학공치는 낮아진 수온 탓에 식감이 쫄깃쫄깃하며, 씹으면 씹을수록 적당한 찰기와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일부는 쥐포와 같은 공정을 거친 '학공치포'가 건어물 상가에 한 코너를 차지하는데 석쇠에 구워 먹으면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제철은 겨울이다.
학공치회 문의
포항 죽도시장 바다 회집(054-247-8850)
인천 신포옛골(032-777-8829)
영덕 OK 대게(054-9858-1388)
그외 기장, 통영 중앙시장 등의 산지 재래시장에서 겨울에 볼 수 있음
#. 청어
시장에 입하된 청어
<사진 6>횟감으로 손질된 청어
"미운털 박힌 청어, 맛으로 재조명되다."
붉은살생선의 대표주자 하면 고등어나 꽁치, 삼치 등을 꼽지만, 예부터 동해에서는 청어가 많이 나 이지역 사람들에게는 싸고 맛있는 영양 공급원으로
인기가 있다. 하지만 청어는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은 청어의 '잔가시'였다.
이 잔가시가 청어와 친해지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었던 것. 그런데 신기하게도 회로 먹으면 그 많은 잔가시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 많은 잔가시를 일일이 뽑아서일까? 그렇지 않다.
여기서 청어는 최근 생선회로서 맛의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에 익히면 고슴도치 가시 돋듯 일어나 매우 귀찮게 한 잔가시가 회로 먹을 때는 온순해 걸리적거리지 않는다는 점.
대신 칼집을 섬세히 내야 그나마 걸리적거릴 수 있는 잔가시도 무마할 수 있으니, 청어회를 제대로 하려면 손질과 테크닉이 좋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무리도 아니다. 저렴한 재료를 맛있게 탈바꿈한다는 것. 셰프로서 보람된 일이지만, 그만큼 실력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되니 말이다.
사실 청어는 동해에서 저렴한 물회와 회무침 재료로 통하다 보니 대충 썰어 먹는 막회로만 접해왔다.
하지만 이 청어를 곱게 손질해(사진 6) 교차로 칼집을 내고 다진 생강과 잔파를 곁인 스타일은 고급 일식집이나 일부 지각 있는 일본식 선술집의
전유물이기도 하다. 그 천한 청어가 깔끔한 손질을 거쳐 고급스러운 횟감으로 탈바꿈한 거였다.
또 그렇게 먹는 청어회가 맛도 가장 좋았다. 제철은 겨울.
청어회 문의
부산 어부의 잔치(051-753-8403)
포항 울릉천부식당(054-254-2866)
#. 도치
동글동글 모습이 재밌는 도치
<사진 7> 배에 붙은 흡착판은 암초에 붙어살기 좋은 구조이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는 여전히 생소한 어종이었다.
표준명은 '뚝지'지만, 뚝지라 불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도치나 심퉁이로 불린다. 심퉁이는 심술 맞고 퉁명스럽게 생겼다고 해서 붙은 별명.
<사진 7> 가운데에 있는 도치의 얼굴을 보면 녀석에게 왜 그런 별명이 붙여졌는지 알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도치의 특징은 배에 붙은 흡착판에 있다. 이 흡착판은 수중 암반에 붙어살기 좋은 구조를 가졌다.
주요 서식지는 동해와 남해. 특히, 동해의 북부(강원도) 지역에서 많이 잡힌다.
그래서 겨울과 이른 봄에 이 지역(고성, 거진항, 묵호항)의 횟집 수조에는 동그랗게 부푼 도치를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다.
도치 중에서도 암놈은 몸값이 수놈의 두 배에 달한다. 이유는 알 때문이다.
신김치를 썰어 알과 함께 끓인 도치 매운탕은 바로 이 계절(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
이때는 산란이 임박한 도치가 잡히는데 배를 까보면 전체 수율 중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은 양의 알을 품고 있어 인기가 높다.
반면에 수놈은 숙회로 이용된다. 숙회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회로 엄밀히 말하자면 날로 먹는 회가 아니다.
껍질과 살은 일반 생선과는 확연히 다른 구조와 식감이 있어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아귀 수육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도치 숙회도 무난히 좋아할 만큼
비슷한 특징을 가졌다. 이중에서 껍질과 살은 묵처럼 말캉한 콜라겐 덩어리로 피부 미용에 좋은 영양식품이다.
동명 활어센터의 여러 횟집
서울 이노시시(070-8202-7308)
#. 도루묵
시장에 입하된 도루묵
도루묵 하면 톡톡 터지는 알의 식감을 떠올린다. 탕도 좋지만, 연탄불에 구워 먹는 도루묵은 막걸리가 생각나게 하는 겨울철 일미. ^^
그런 도루묵을 회로 먹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아직 많지 않다. 비록, 수분 함량이 많고 살이 야무지지 못해 고급 횟감으로 대접받지는 못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얄팍한 이들에게는 지금 이 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도루묵회는 '뼈째 썰기(세꼬시)'로 내는 게 일반적이며 이때 연한 뼈가 씹히는 맛으로 먹는다.
도루묵회 문의
속초 미원수산 (033-633-1293)
주문진 명화횟집(010-9662-4987)
양양 만복이네(033-671-2655)
#. 과메기
포항 구룡포의 과메기 말리는 풍경
비록, 생선회는 아니지만, 이 철에 동해에서 나는 제철 생선으로는 과메기를 빼놓을 수 없어 첨부하였다.
과메기는 알려지다시피 청어와 꽁치로 만든다. 포항 구룡포가 전국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11~12월에는 해안가 곳곳에서 과메기 말리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게 말린 과메기는 포항 죽도시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가정과 식당으로 운송된다.
지금은 운송기술도 발달해 하루면 전국 어느 곳이든 닿는다. 그러니 서울에서 먹는 과메기라 하여 특별히 맛이 떨어지거나 포항에서 먹는 과메기라 하여
맛이 좋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메기의 품질에 있다. 가격이 나가는 상품(上品)을 받아 쓸 것이냐, 저렴한 하품(下品)을 받아 쓸 것이냐는 전적으로 식당의 의지에 달렸으니
말이다. 예전에는 공장에서 온풍기로 말린 하품의 과메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덕장에서 해풍에 건조한 과메기 생산량이 많이 늘었다.
그런데 똑같은 덕장 과메기라도 덕장에 따라(과메기를 말리는 방식의 차이) 품질이 다르며, 기후 조건에 따라서도 맛의 차이가 벌어진다.
또한, 배지기와 통마리에 따라서도 깊은 맛에서 차이가 난다.
이렇듯 과메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조건은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나타나지만, 이를 설명하기에는 조금 복잡하므로 이 부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일전에 쓴 칼럼을 참조하기 바란다. (관련 글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구룡포 과메기)
여기서는 맨눈으로나마 과메기 품질을 알아보는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질 좋은 과메기는 색의 탁도가 어둡지 않으며 붉은 빛이 들어야 한다.
<사진 8> 질 좋은 과메기의 예
최근 과메기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30일 이상 말린 과메기는 보기 어려워졌다.
대부분은 5일 정도 말린 제품이 많으며 11~1월 사이, 포항의 기후 조건에 의해 그 해 과메기 맛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기후는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잦을수록 과메기 맛도 깊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므로 11월보다는 12월, 12월보다는 1월에 말린 과메기가 맛이 좋은데
올해는 지난 12월보다 1월 기후가 더 따듯해 과메기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진 8>을 보면 속살 색이 밝은 갈색을 띠며, 껍질을 깐 부분이 밝은 은백색으로 빛나고 있는데 이런 게 좋은 과메기다.
<사진 9> 좋지 않은 과메기의 예
반면, 공장에서 말린 과메기나 덕장이라도 품질이 고르지 못한 과메기는 살색이 전반적으로 어둡고 칙칙하며, 껍질을 벗긴 부분의 윤기도 모자란다.
만약, 과메기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이런 품질부터 맛보게 되면 그 비린 맛에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뭐든 처음 접하는 음식이라면, 질 좋은 품질부터 맛보기를 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포항 죽도시장에 가면 과메기를 진열하고 시식 코너를 열어두었는데 대부분 하급(下品)의 과메기가 많다.
이런 과메기는 단가가 만만하니 일반 식당과 횟집에서도 많이 선호한다. 그런데 포항이라는 지역을 떠나 과메기로 정평 난 식당은 질 좋은 과메기만을
따로 엄선해 받는다. 이는 운송수단이 발달한 오늘날, 특별히 산지가 아니어도 질 좋은 과메기를 맛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제대로 된 과메기를 맛보겠다면, 미식가들로부터 평판이 좋은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과메기 문의
포항 해구식당(054-247-5801)
포항 다락방(054-283-1915)
구룡포 덕장 배송(010-3819-9002)
서울 영덕회식당(02-2267-0942)
※ 다음은 제주도 편으로 고등어, 갈치, 긴꼬리벵에돔, 객주리, 독가시치(따치), 방어, 아홉동가리(꽃돔)에 관해 알아봅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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