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새꼬막 완벽 구별법


 

 

지금 시장에서 팔리는 꼬막은 크게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피조개) 세 종류로 구분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중국산 새꼬막까지 더하여 총 네 종류가 팔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비양심 상인이 중국산 새꼬막을 국내산이라 속여 팔거나, 아예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상인의 말만 믿고 사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새꼬막 판매 실태와 구별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제 도마 위에는 세 종류의 꼬막이 놓여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문제를 냈는데 정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왼쪽부터 표준명 꼬막, 새꼬막, 큰이랑피조개(중국산)

 

표준명 꼬막은 참꼬막이란 말로 유통되며, 새꼬막은 새꼬막 그대로 불리고 국산입니다. 가장 오른쪽은 표준명 큰이랑피조개로 중국산 새꼬막에 해당하지만, 일부 비양심 상인은 형태가 유사하고 소비자가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국산 새꼬막으로 둔갑해 팔기도 합니다. 참꼬막과 새꼬막의 구별은 지난 시간에 알아봤듯 형태적인 차이가 있어서 일반 소비자도 쉽게 구별할 수 있지만, 새꼬막은 국산과 중국산이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비교했습니다.

 

 

표준명 꼬막(참꼬막, 국산)

 

참꼬막은 전남 벌교(여자만) 특산품으로 종패(조개를 기르기 위한 씨)를 뿌려 양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참꼬막은 자연산밖에 없어 늘 수요보다 공급량이 달립니다. 그런 이유로 참꼬막은 일반 새꼬막보다 두 배가량 비쌉니다. 참꼬막의 특징은 각장(조개껍데기의 좌우 길이)의 길이가 최대 4cm를 넘지 않으며 방사륵(주름)은 17~18개로 꼬막 종류 중에서는 가장 적습니다. 실제로 참꼬막을 살피면 주름의 골이 적고 뚜렷하며 깊게 패서 새꼬막과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표준명 새꼬막(국산)

 

새꼬막은 겨울철 밀려오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개펄에 종패를 뿌려 양식이 되고 있으며, 주산지는 전남이지만 최근에는 충남 태안반도에서도 양식에 성공해 공급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식에 의한 수량이 많아 참꼬막보다 가격이 저렴해 현재 kg당 소비자가는 1~1.2만원에 형성되고 있습니다. 국산 새꼬막은 개펄에서 채취한 것이지만, 세척을 거치므로 뻘이 많이 묻어있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새꼬막의 방사륵은 참꼬막보다 많은 30~34개이며 색은 전반적으로 밝고 끝 부분이 조금 어두운 정도여서 참꼬막과 확연히 구별됩니다.

 

 

표준명 큰이랑피조개(새꼬막으로 불리며 중국산)

 

큰이랑피조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표준명 피조개(피꼬막)와 다른 종이며, 국산 새꼬막과도 다른 별개의 종입니다. 원래는 중국 연안에서 흔히 서식하는 피조개의 한 종류지만, 국내 피조개 양식 산업과 맞물려 종패가 유입되면서 현재는 국내 서해, 서남해에서도 흔히 발견됩니다. 그래서 이 조개가 국내에서 채집돼 국산으로 유통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장과 마트에서 팔리는 큰이랑피조개는 거의 중국산입니다. 모양은 새꼬막과 흡사해 국산 새꼬막으로 자주 둔갑하는 원흉이 돼버렸습니다. 본문에서는 이 조개를 편의상 '중국산 새꼬막'으로 부르겠습니다.   

 

 

국산 새꼬막과 중국산 새꼬막

 

이 둘을 따로따로 놓고 보면 어느 것이 국산인지 헷갈릴 수 있지만, 한 자리에 놓고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더욱 정확한 구별을 위해 이들 꼬막의 특징을 간략히 짚어보면 우선 국산 새꼬막과 중국산 새꼬막의 방사륵 개수는 비슷한 수준이라 비교 대상은 아닙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털의 유무입니다. 국산 새꼬막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잔털이 있지만, 눈에 잘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산 새꼬막은 잔털이 많이 났고 그 털의 색이 불그스름한 갈색을 띠고 있어 멀리서 봐도 전체적으로 붉은 기가 돈다는 점이 특징이며, 국산은 전반적으로 밝고 매끈합니다. 평균 크기에서도 중국산 새꼬막이 국산보다 큰 편입니다.

 

 

비슷한 크기의 국산 새꼬막과 중국산 새꼬막

 

하지만 국산 새꼬막과 크기가 비슷한 것도 많아 이 둘의 구분은 털의 여부와 색감으로 판별하는 쪽이 실수가 없겠습니다.

 

 

국산 새꼬막과 중국산 새꼬막을 한 자리에 놓고 비교했습니다. 이쯤 되면 어떤 게 국산이고 중국산인지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뒤쪽도 찍어보니 역시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면 중국산 새꼬막을 국산으로 둔갑하거나 혹은 대놓고 둔갑하기 뭐하니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고 소비자가 물으면 행세에 따라 국산(혹은 중국산)이라며 파는 상인들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알아야 하겠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조개의 털은 가릴 수 없음을 ^^;

 

 

 

중국산 새꼬막을 자세히 살피면 검붉은 색의 털이 많이 분포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털 때문에 전체적으로 살짝 붉은 기가 돕니다.

 

 

 

참꼬막의 속살

 

이번에는 꼬막을 레시피에 따라 삶아서 까보았습니다. 참꼬막은 이들 꼬막류 중에서 가장 작지만, 제철이라 알이 꽉 차있습니다. 껍데기를 떼면 가운데 심장처럼 생긴 검붉은 속살이 도드라집니다.

 

 

국산 새꼬막

 

참꼬막과 달리 국산 새꼬막은 전반적으로 밝고 노르스름합니다.

 

 

중국산 새꼬막

 

중국산 새꼬막도 국산 새꼬막과 크게 다르지 않아 속살로 구별하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닐 것입니다.

 

 

왼쪽부터 국산 참꼬막, 국산 새꼬막, 중국산 새꼬막

 

아예 속살만 까서 놓으니 참꼬막과 새꼬막은 구분이 되는데 국산 새꼬막과 중국산 새꼬막은 크기 외에는 구분할 만한 특징을 보이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국산과 중국산 새꼬막의 구별은 구입 시 껍데기 모양, 크기, 색, 그리고 가장 중요한 털의 여부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위 세 종류의 맛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우선 식감에 적잖은 차이가 있습니다. 참꼬막은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에 짜지 않는 즙을 품고 있어 맛이 담백하고 조화롭습니다. 그래서 참꼬막은 양념을 올리지 않고 단지 삶아내거나 증기로 쪄 먹는 방법을 권합니다. 국산 새꼬막은 살짝 질기지만 먹을 때 거슬릴 정도는 아니며, 맛은 바다의 짠 기를 가득 품고 있어 간간한 편이죠. 중국산은 살이 부드러워 아이들이 먹기에 좋지만, 역시 짠 편입니다. 이 세 종류를 삶아 양념장을 올리면 일반인의 미각으로는 맛의 우위를 가르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비슷해진다는 결론입니다. 그러므로 참꼬막의 장점을 최대화하려면 증기로 쩌 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 다음, 양념 없이 그대로 먹는 방법이 가장 좋고, 나머지 두 종류의 새꼬막은 일반적인 양념 찜이나 초무침을 추천합니다. (이 부분은 조만간 꾼의 레시피를 통해 소개하겠습니다.)

 

 

 

#. 중국산 새꼬막의 국산 둔갑 판매 실태

꼬막 철을 맞아 현재 각 지역의 수산시장과 재래시장에는 몇 종류의 꼬막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들 꼬막 중 단가가 저렴한 순으로는 피꼬막(피조개) > 중국산 새꼬막 > 국산 새꼬막 > 국산 참꼬막 순입니다. 그런 단가 차익이 있어 일부 상인은 중국산 새꼬막을 판매할 때 편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제가 지난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확인한 것은 '국산'과 '중국산'이라 적힌 원산지 팻말을 엎어놓고 있다가 단속반이 들이닥치면 재빨리 중국산이라 적인 팻말을 세우다가도 평상시에는 엎어놓고 팔며, 손님이 물으면 국산이라 대답하고 파는 수법입니다. 

 

반면에 국산 꼬막을 취급하는 상점은 당당하게 국산이라 표기하고 판매합니다. 국산 표기도 모자라 '전남 벌교' 같은 상세 지역명도 표기합니다. 이러한 상세 원산지 표기는 해당 제품을 내세우는 장점이기 때문에 표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요. 반대로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제품의 원산지가 투명하지 않음을 상인 스스로가 증명하는 것입니다. 제가 평소 "원산지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물건은 팔아주지 말자." 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생선을 비롯해 수산물 종류의 차이를 판단하려면 눈에 익을 정도로 반복해서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남들이 쉬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캐치해 내는 관찰력으로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을 잡아내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이들 꼬막을 개별적으로 보았을 때는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지만, 한 자리에 놓고 비교하면 정리되지 않았던 조각이 완성된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구분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종의 구분은 지역마다 불리는 방언이 있기 때문에 표준명을 통해 구분하며, 표준명으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결국, 학자들이 생물 종의 구분을 위해 규정한 '학명'으로 구별해야 합니다. 그러한 내용을 담은 정보는 국내외의 신뢰할 만한 기관의 논문이나 학술지 등을 통해 고증합니다. 우리는 평소 꼬막을 아무 생각 없이 사 먹어왔고 상인들도 그렇게 내다 팔지만, 실제로 이들 꼬막이 갖는 학술적 의미에는 종의 기원, 원산지, 생태, 서식 환경 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밝혀내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함으로써 상거래에 있어 바가지 상혼을 방지하고 정확하게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변별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제 글의 소임일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기존에 없었거나 있어도 미천하여 일반 소비자가 보기에 난해할 수 있지만, 고화질 사진으로 대질해 봄으로써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본의 아니게(?) 꼬막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가족, 혹은 동료와 친구들과 함께 수산시장을 찾았을 때 이러한 정보가 유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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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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