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막국수는 그윽했다, 수산항 옛날 막국수


 

 

 

수산항에 있는 어느 막국수집, 강원도 양양

 

내부는 모두 좌식으로 되어 있다

 

메뉴판 참고

 

흔히 내어오는 밑반찬

 

그리고 김치

 

그런데 이 김치에서 저는 살짝 멈칫거렸습니다. 이날은 수산항 방파제에서 임연수어 낚시를 마치고 온 날. 낚시를 마치니 타는 듯한 갈증이 밀려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른 아침부터 정오가 되도록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낚시에 열중했으니 말입니다. 임연수어는 1타 1피로 낚이고 있었고 언제 입질이 끊어질지 몰라 멈출 수 없는 폭주기관차가 되었던 것이 갈증을 부추겼습니다. 근처에는 아는 식당도 없고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막국수 집을 보고는 "그래 강원도는 막국수지"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들어갔던 것이 적중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층층이 쌓인 김치의 맵시에 본능적으로 좋은 예감이 듭니다. 김치 단면에는 날이 선 칼로 반듯이 자른 흔적이 엿보였고 겹겹이 밴 양념 빛깔이 중국산의 그것과는 달라 보여 본식이 나오기도 전에 젓가락이 가버렸습니다. 맛을 보니 역시 예감이 틀리지 않았고 김치 하나로 까탈스러운 제 블로그 지면에 소개하기를 주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적당히 찬 온도는 물론, 배추의 아삭함과 함께 시간이 빚은 발효의 맛이 혀끝에서 탄산수처럼 '짠' 하며 기분좋게 깨어집니다. 이건 필시 직접 담근 김치일 터. 잘 익은 김치 한 조각에 감동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기가 막히지만, 매식에서 제대로 된 김치 한 조각 맛보기 어려운 터라 반가움도 교차합니다.

 

 

오징어순대

 

김치 하나에 본 음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애피타이저로 주문한 오징어순대가 나옵니다. 가격은 일만 원입니다만, 어째 구성이 부실합니다. 구성이 부실하다기보다는 접시의 디핑이 허하다랄까. 같은 음식이라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주는 느낌은 천차만별일진대 이곳에서 만원짜리 음식이라 하기에는 가운데 뻥 뚫린 구멍마냥 썰렁하게만 보이고, 그것을 메꾸려고 상추 한 장에 무말랭이 무침 한 줌 올려지긴 했지만, 이것으로 느낌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나올 거면, 차라리 직사각형 모양의 접시에 일렬로 담아내는 편이 나을 뻔했을 텐데.

 

 

달걀 물에 부쳐 보들보들해 보이지만, 막상 입에 갖다 대자 찹쌀을 감싼 오징어는 고무처럼 질깁니다. 물론, 지금은 오징어 철이 아니죠. 필시 이건 작년에 잡힌 오징어를 작업해 냉동한 것을 부쳤을 것입니다. 실제로 근처 대포항에는 각종 튀김과 함께 오징어순대가 빠지지 않는데 거의 냉동인 것으로 보아 이 집이라고 오징어 비시즌에 무슨 수로 생물로 부쳐낼까? 일면 이해는 간다마는 냉동이라도 잘만 부치면 이렇게 뻣뻣하진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때는 워낙 허기진 상태여서 남김없이 먹었지만요. ^^;

 

 

물막국수

 

단지 강원도라는 사실만 믿고 큰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김치는 기대 이상이고, 오징어순대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이쯤에서 나온 막국수. 6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맛은 어떨까 싶어 양념장을 섞지 않고 육수 맛부터 보는데 일행과 저의 표정에 만족스러운 기류가 흐릅니다. 아예 안 넣을 수는 없지만, 이것이 육수 맛의 주체가 되어선 안 될 맛 간장이라든지 각종 조미료나 첨가물의 거슬리는 맛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고 대신 자극적이지 않은 채소 베이스의 육수가 깔끔하게 들어옵니다. 시중 분식집 냉면 맛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맹맹하게 느껴질 법도 한 이 육수가 이날 왜 그리 그윽하게 와닿는지요. 엷은듯하면서도 엷지 않았으며, 밍밍한듯하면서도 그 안에 있어야 할 맛을 품은 개운함은 한 사발 가득 들이켜도 입안에 남는 찝찝함이나 배속 더부룩함이 없을 것입니다.

 

 

면발을 한 움큼 배 먹던 일행은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추스르는 듯 만족감에 취했습니다. 다소 까끌까끌해 보이는 메밀 면이지만, 다른 데서는 또렷이 느껴지지 않았던 향이 여기서는 잘 집중되었으며 목 넘길 때마다 계속해서 젓가락질이 멈추질 않습니다. 면발에서 느껴지는 점성으로 보아 100% 순면은 아니지만, 깨문 입술로도 뚝뚝 끊기는 고함량의 메밀면은 특유의 질감과 향에서 근래에 맛보았던 엉터리 막국수들과의 비교를 사절하고자 합니다.

 

 

수산항 옛날막국수 : 본문 아래에 지도 첨부

내비 주소 :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수산리 60-2

주차 여부 :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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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 손양면 수산리 60-2 | 옛날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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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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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22 14: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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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막국수 최고지요~
    고성권 백촌막국수, 속초권 그린막국수, 양양권 실로암, 동해막국수~
    나중에 기회되시면 위 추천 가게서도 함 드셔보세요~
  2. 에릭이
    2016.04.23 00:5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더울때 밤에 야식으로 먹으면 좋을듯합니다ㅠㅠ 근데 살찌는건 어쩔수없네요ㅠㅎㅎㅎ
    • 2016.04.23 10:0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그래도 일반 면 요리보다는 메밀 면이 열량이나 건강 면에서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3. 2016.04.23 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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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이에게 최대한 생생하게 맛을 전달하고자하는 입질님의 노력이 느껴지는 묘사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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