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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별미, 오징어 내장탕의 비밀
울릉도 도동항의 어느 식당
메뉴판
원산지 표기
구석에는 말린 부지깽이가 보인다
주문하자마자 밑반찬이 깔린다
이곳 도동항은 하루 네댓 번 오가는 여객선과 함께 하루 수백에서 수천 명이 오가는 울릉도 관광의 중심지입니다. 이곳에 등록된 식당만 해도 백여 군데 이상. 파는 메뉴는 대부분 비슷하고 가격도 똑같습니다. 이날 아침 식사로는 울릉도에서 별미로 손꼽히는 오징어 내장탕을 들기로 합니다.
울릉도 여행은 그 특성상 중장년의 수요층이 많으므로 자유여행보다 여행사를 낀 버스 투어가 많습니다. 이곳에만 수십여 군데의 여행사가 상주하며 울릉도의 여객선 티켓과 식당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울릉도 여행 수요의 70% 이상이 패키지 관광이기 때문에 식당을 운영하는 처지에서는 여행사와의 커넥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에 여행사는 가능한 많은 손님을 거래처 식당으로 안내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한 예로, 오징어 내장탕의 정가는 1인 만원이지만, 여행사 손님은 1인 팔천 원에 계산됩니다. 나머지 2천원은 소개비 명목으로 여행사가 가져가겠지요. 그래서 발생하는 음식의 질적 차이는 적어도 오징어 내장탕에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다른 메뉴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 차이는 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반찬 가짓수 정도입니다.
여행사 손님이면, 여덟 개의 반찬이 깔리고. 개인 손님은 열 가지 반찬이 깔리는 정도입니다. 여기서는 도라지와 낙지 젓갈이 추가된 모습입니다. 반찬은 정갈하고 맛있습니다.
아침 속을 시원히 풀어줄 울릉도의 오징어 내장탕
울릉도 오징어 말리는 풍경, 저동항(1961년 7월 22일 자 동아일보)
울릉도에서 오징어 내장을 먹기 시작한 시점은 오징어잡이를 시작하면서부터였으니 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이 많은 오징어를 손질하고 나온 내장도 상당한 양인데 이것을 싱싱할 때 탕과 된장에 이용한 것이 오늘날 울릉도의 토속 음식으로 발달했습니다. 오징어를 손질할 때 내장을 자세히 살피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흰창'이고, 다른 하나는 '누런창'입니다. 흰창은 수컷 오징어의 정소(이리)로 오징어 내장탕에 사용되는데 원래는 호박잎을 넣고 끓인 것이 진짜배기지만, 지금은 귀해져서 콩나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누런창은 오징어의 간에 해당하는 부위로 예부터 울릉도에서는 누런창을 약 10% 정도 가미한 된장과 겨울 시래기를 넣어 만든 쌈장이 유명합니다.
쉬이 부패할 수 있는 오징어 내장을 입에 댄다는 사실이 육지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막상 맛을 보면 그리 두려워할 맛도 생소한 맛도 없음을 금새 알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재료의 신선도는 유통 거리에 비례해 변질되기 마련인데 특히, 부패가 쉬운 오징어와 생선 내장은 산 것을 즉살한 뒤 곧바로 빼내 염장하거나 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오징어의 최대 산지인 울릉도는 유통거리라는 개념이 없어서 싱싱한 내장을 모아다가 음식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콩나물로 덮인 내장탕을 숟가락으로 한 움큼 드니 내장이 한 가득이다
정리해 보면, 오징어 내장탕에 든 내장은 수컷의 정액을 가두는 정소입니다. 동태찌개로 비유하자면 '곤이'라 잘못 불리는 꼬불꼬불한 이리와 같은데 비린내가 적고 이리의 고소한 맛이 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콩나물과 무로 우린 시원한 국물에 칼칼한 고춧가루를 살살 풀었으니 아침 해장용으로는 그만일 것입니다. 일행 중 한 분은 이날 먹은 오징어 내장탕을 비롯해 생선 내장을 처음 먹었다면서 이렇게 그릇을 다 비울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지금은 오징어가 잡히는 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냉동한 것을 사용했지만, 작년에 잡힌 오징어를 손질하고 나온 내장을 곧바로 냉동했기 때문에 선도가 살아있으며 비린내 걱정이 없습니다. 이러한 냉동 물량을 소진한다면, 다가오는 여름 성수기에는 오징어잡이 시즌에 맞춰 생 내장탕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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