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별미, 따개비 칼국수에 관해 몰랐던 사실


 

 

이곳은 울릉도 도동항에 있는 따개비 칼국수 전문점입니다. 과거에는 백반을 비롯해 여러 메뉴를 다루었는데 지금은 따개비 칼국수 하나만 취급함으로써 전문점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한 그릇 가격은 9천원. 면요리 가격이라 하기에는 다소 비싼 느낌이지만, 따개비라는 특수한 재료가 들어간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은 그 가격을 납득하고 소비합니다.

 

 

따개비 칼국수입니다. 전복 내장 색을 떠올리는 진한 국물이 눈에 들어오고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니 단호박과 애호박, 감자가 들었습니다.

 

 

면은 관광객 입맛에 잘 맞도록 적당히 탄력을 살린 반죽 면입니다. 대체로 좋아할 만한 탄력이고 맛도 무난합니다.  

 

 

따개비 칼국수에 따개비라 불리는 저것의 양은 저 정도이다

 

다만, 저도 그렇고 일행의 그릇도 그렇고 이것을 따개비 칼국수라 내놓기에는 들어가는 따개비 양이 매우 적습니다. 따개비 육수는 밀려오는 손님을 감당하기 위해 큰 솥에 대량으로 끓여 놓습니다. 이집 따개비 칼국수에 관한 글을 수없이 검색해 본 결과, 따개비 양이 매년 줄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한 그릇에 들어간 따개비가 4개뿐이라며 푸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국물에 녹아든 수많은 따개비가 억울할 것입니다. 비록, 입에 씹히는 따개비 살이 4~5개뿐이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국물에 따개비가 많이 녹아있느냐 하는 것은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과한 인공 조미료의 맛은 많이 느껴집니다. 국물 한술 뜰 때마다 혀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 조개가 품은 바다의 개운한 맛이라 하기에는 인위적인 감칠맛이 개입된 맛. 그 맛은 숟가락이 오갈수록 가중되었고 혀에 붙어 텁텁함을 줍니다. 저는 식사 중에 물을 먹지 않지만, 한참 먹다 보면, 물로 씻어 내리고 싶습니다.

 

따개비를 듬뿍 넣어 푹 우려낸 따개비 육수에 관광객의 입맛을 고려한 조미료도 한껏 넣어 만든 국물 정도로 생각하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최근 들어 따개비 값이 폭등이라도 했거나.

 

 

<사진 1> 따개비(왼쪽), 배말(오른쪽)

 

#. 울릉도의 따개비 칼국수는 모두 배말 칼국수이다

이 글을 쓰기 전 사람들이 생각하는 울릉도의 따개비 칼국수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 사람들은 울릉도의 따개비를 지식백과에서 설명하고 있는 따개비(사진의 왼쪽)로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블로그에서는 울릉도의 따개비 칼국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따개비 사진을 올려가며 상세히 설명해 놓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울릉도에서 따개비라 불리는 것은 모두 배말(삿갓조개의 일종)입니다. 울릉도에서는 예부터 배말을 따개비라 불렀습니다. 따개비와 배말의 차이는 <사진 1>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각각 갑각류와 조개류 만큼 극명합니다. 따개비는 바닷물이 들고 빠지는 조간대 바위에 붙어 그 자리에서 일생을 보냅니다. 따개비는 물이 빠지면, 입구를 닫아 수분 증발을 막다가 밀물이 들면 촉수(만각이라 부르는 여섯 쌍 갈퀴 모양의 다리)를 뻗어 바닷물이 운반해주는 플랑크톤을 먹잇감으로 삼으며 살아갑니다. 따개비 촉수(다리)에는 마디가 있어 새우나 게와 같은 절지동물이자 갑각류로 분류합니다. 

 

반면, 배말은 삿갓조개의 일종으로 따개비처럼 조간대 바위에 붙어 서식하지만, 전복처럼 느리게 이동합니다. 다시 말해, 적합한 서식 여건을 찾아 이동이 가능한 조개류입니다. 이렇듯 따개비와 배말은 바위에 붙어 사는 부착생물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모양과 생물학적 특징에는 여러 다른 차이가 있음에도 울릉도를 비롯한 일부 먼 섬에서는 배말을 따개비라 불리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배말로 만든 요리에 엉뚱하게도 따개비란 말이 붙게 되었습니다.

 

남해 일부 도서 지방에서는 진짜 따개비로 밥을 짓거나 국을 끓이기도 하지만, TV에 자주 소개된 만재도와 울릉도의 '따개비 OOO'란 음식은 모두 배말이 들어간 음식입니다. 또한, 배말(삿갓조개)은 보말(표준명 방석고둥)과도 구별되므로 배말죽과 보말죽도 완전히 다릅니다. 기회가 된다면, 갯바위에 붙어사는 부착 생물을 한바탕 정리하겠습니다.

 

조간대 바위에는 정말 다양한 부착생물이 서식합니다. 이를 일일이 구분해가며 먹지 않으며,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도 정확하지 않고 생물 종에 관한 연구 또한 미미합니다. 우리나라에 미식의 시대가 본격화된 지는 수년이 지났지만, 음식 문화가 발달한 다른 선진 나라보다 식재료에 대한 연구와 체계화된 정보 구축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거북손, 따개비, 배말, 보말, 그 외 여러 부착생물이 미식 재료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에 지나지 않았기에 앞으로 소비가 늘면서 수요가 급증하면, 언젠가는 자연산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양식을 위한 연구도 필요할 것이고, 이들 생물 종을 명확히 구분하고 특징을 살린 조리법의 개발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언감생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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