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3), 고추냉이가 자생하는 울릉도의 천연 숲길


 

 

우리나라에서 독도 다음으로 최동단에 떨어진 외딴 섬, 울릉도. 그 길고도 추운 혹한의 겨울을 지나 이제 막 봄을 맞이하기 시작합니다. 겨우내 쌓인 어마어마한 눈이 서서히 녹아 폭포가 되어 흐르고, 또 일 년 내내 마르지 않은 샘물이 되면서 주민들에게는 귀중한 식수원이 되는 신비한 지질 구조. 여기에는 자연 에어컨이라 불리는 풍월과 봉래폭포로 향하는 싱그러운 숲길이 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1급수가 흐르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자생하는 특급 품질의 고추냉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입니다.

 

 

울릉도 봉래폭포 가는 길

 

 

 

 

입구에서 봉래폭포까지는 체감상 왕복 5km도 안 되는 짧은 등산로입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르내릴 수 있고, 가는 동안에는 약수터를 비롯해 작은 폭포 줄기와 사방댐이 있어 심심하지 않습니다. 이름이 특이한 사방댐은 산림 내에 있는 계곡이나 작은 하천을 가로질러 설치된 소규모 시설물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상류에서 산사태로 밀려오는 토석과 유목 등을 막거나 걸러내고 물의 유속을 줄여 재해를 예방하며, 하류에 있는 마을과 농경지, 하천, 도로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4월 말경인 때에도 음지에는 미처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었다

 

성인봉과 나리분지 이외에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울릉도의 원시림에는 겨우내 켜켜이 쌓인 눈이 천천히 녹아 흙과 암석으로 스며듭니다. 그 물을 각종 나물과 식물이 먹고 자라며, 물줄기가 모여 폭포를 이루고 계곡 물을 형성하면서 흘러내리는 수량만 하루 수천 톤에 이릅니다. 울릉도에 가뭄이 들어도 식수원이 바닥나지 않은 이유가 겨울 눈에 있는 것입니다. 겨울에 울릉도의 강설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떨 때는 한꺼번에 사람 키를 넘길 만큼 쌓이면서 온도로를 꽁꽁 묶어놓기도 합니다. 일단 폭설이 닥치면 꼼짝달싹할 수 없는 데다 바다에는 해일에 준할 만한 파도가 쉼 없이 몰아쳐서 울릉 주민의 30~40%는 겨울이 오기 전 자식이 있는 육지로 피신해 거기서 겨우살이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폭설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 폭설이 울릉도의 한해 식수원을 책임지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용천수도 한 그릇 들이키다 가는 울릉도의 천연 숲길

 

삼나무숲 산림욕장

 

쭉쭉 뻗은 삼나무의 기운과 피톤치드가 느껴지는 숲길

 

 

 

봉래폭포와 진사

 

이곳에 오면 누구나 사진 삼매경에 빠진다

 

봉래폭포, 경북 울릉도

 

삼각대 없이 장노출 사진에 성공했다

 

이름도 이웃집 아저씨같이 친근한 봉래폭포는 보시다시피 3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상부에서 조면암과 응회암이 첫 번째 단을 이루고, 집괴암이 두 번째와 세 번째 단을 구성하고 있으며, 총 낙차는 약 30m, 유량은 하루 3,000톤 이상으로 울릉도 남부 일대의 중요 상수원으로 활용됩니다. 각 단을 이루는 암석들은 강도 차에 의한 차별침식을 받아서 여러 단의 폭포가 형성된 것인데 하단의 응회암과 집괴암이 좀 더 침식되면, 상단의 조면암은 무너지게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래서 봉래폭포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차 뒤로 물러나게 된다고 합니다.

 

 

내려가는 길에서 본 나물꾼. 지금은 최신식 산악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곧잘 목격되는데 나물 캐는 현장은 가파른 산비탈이나 심지어 추락하면 죽을 수도 있는 절벽에서 행해집니다. 원래 명이 나물은 울릉도 도처에 자생할 만큼 흔했지만, 지금은 너도나도 캐가는 바람에 사람 발길이 닿는 곳에서는 채취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깎아지른 절벽에 붙은 명이를 캐려고 몸에 로프를 묶고 암벽 등반을 해가면서 캐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그 결과 명이를 캐다 비명횡사하는 사고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 올해만 해도 명이 나물을 캐다 사망한 사람이 두 명째인데 그야말로 목숨을 건 사투인 것입니다.

 

이렇게 목숨을 걸면서까지 명이를 캐는 목적은 다름 아닌 '돈' 때문입니다. 지금은 울릉도에서도 명이가 귀해 집안마다 명이를 재배하고 있지만, 그래도 자연산 명이의 식감은 따라갈 수 없고 값도 높게 쳐주므로 하루 한 사람당 많게는 10kg 이상, 보통 4~6kg씩 캐다가 팔고 있습니다. 참고로 명이 나물의 표준명은 '산마늘'입니다. 단군 신화에서 곰이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 구절은 실제로 마늘이 아닌 산마늘이었다는데 단순히 가이드의 말을 듣고 쓴 것이라 사실 확인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 명이 나물의 '명'은 목숨 명(命)자로 이것을 많이 먹으면 명이 길어지지만, 또 이걸 캐다 보면 명이 짧아질 수도 있는.. 말이야 갖다 붙이기 나름이겠지요.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물가라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고추냉이(와사비)입니다. 고추냉이는 1급수가 흐르는 지역에서만 자라며, 재배도 수경재배가 기본입니다. 고추냉이는 흰꽃을 피운다는데 근처에는 비슷한 꽃이 많아 어떤 게 고추냉이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보이시나요?  정답은 3번.

 

 

고추냉이를 구별하는 포인트는 꽃보다 하트 모양의 잎에 있습니다.

 

 

고추냉이의 꽃

 

고추냉이의 잎

 

시냇물 혹은 폭포를 따라 좀 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더 많은 야생 고추냉이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만, 일정도 그렇고 그냥 자연 속에 두기로 하였습니다. 그 외에는 개인이 재배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함부로 캐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추냉이(와사비)는 주로 횟집에서 가공된 분말을 물에 갠 형태입니다. 그보다 고급인 횟집이나 일식집에서는 생고추냉이를 쓰기도 합니다만, 이름만 생일뿐, 100% 고추냉이가 아닙니다. 고추냉이 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303이니 705니 하는 이런 튜브형 고추냉이는 서양 겨자무의 뿌리인 홀스레디쉬를 갈아서 고추냉이와 섞습니다. 홀스레디쉬는 뷔페에서 훈제 연어에 곁들이는 사워소스에도 들어갑니다. 약간 알싸하면서 톡 쏘는 맛이 있지만, 동양의 고추냉이와는 향과 맛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것의 함량이 많이 든 자칭 생고추냉이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회가 되면 고추냉이를 상어 강판에 갈아서 100% 순수한 상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위 사진의 고추냉이를 뿌리째 뽑아 물로 잘 씻은 뒤, 그 뿌리를 강판에 갈아내면 어디서도 맛보기 어려운 순도 높은 고추냉이가 됩니다만, 이를 사용하는 식당은 전무합니다. 다만, 울릉도 주민들은 예부터 고추냉이의 줄기와 잎을 따다 장아찌를 해 먹었는데 명이를 포함해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그 어떤 나물 장아찌보다 맛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읍니다. 만약, 울릉도에서 고추냉이 장아찌를 드셨다면, 울릉도에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장아찌를 드신 셈입니다. (다음 편 계속)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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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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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돌삐
    2016.05.10 11: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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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이나물 어원이
    울릉도 초기 정착자들이 (대략 1800년대 후반 ) 겨울에 먹을것이 없어서 눈 덮인 산을 뒤져보니
    명이 나물이 눈속에서도 파랗게 잎을 내었길래 그걸 식량대용으로 겨울철을 낫다고
    명을 연명하게 해줬다고 명이나물이라는 이름을 붙인거라 합니다
  2. 2016.05.10 16: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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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들은 항상 식수원부족에 시달리는줄 알았는데, 입질님글을 보니 울릉도는 수자원이 풍부한듯 하네요.
    힐링되는듯한 폭포와 어디든, 사람의 손길이 가장 무서운 종멸자라는 생각을 한번 더 가지게 되네요
    • 고돌삐
      2016.05.11 14:1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칸델라호가 흙으로 덮인 나리분지서 모인물이 지반약한 한곳으로 솟아나는 초당 천리터 단위의 물의 낙차를 이용해서 추산(송곳산)바닷가에 수력발전소를 돌립니다
  3. 팬톰
    2016.05.10 19: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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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에서는 고추냉이가 자라는군요?
    전 무조건 일본에서만 들여 오는줄?
    제가 잡아서 뜬 회에 저 생고추 냉이 찍어 올려서 맛보고 싶네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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