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4), 구석구석 - 지극히 울릉도에서만 일어나는 장면들


 

 

울릉도 여행 이틀째 되는 날, 오전 투어를 시작하려고 이동 중인데 도동항에서 사동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트럭 전복 사고가 있었습니다. 길은 가파르면서 구불구불하고. 울릉도의 도로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어쩌다가 저 자리에 트럭이 전복될 수 있었는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졌을 것입니다. 사진상으로 어느 정도 확인이 되지만, 들리는 후문으로도 트럭이 전복될 당시 주변의 나무는 하나도 훼손되지 않은 채 멀쩡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 트럭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공사를 위해 잠시 정차해 놓았는데 비탈길에 부목을 대지 않았거나 사이드에 문제가 생겼거나 혹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트럭은 그대로 굴러떨어지다가 난간에 받히면서 공중으로 붕 떠서 이곳에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간에 나무가 하나도 훼손되지 않은 것이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그 장면을 상상하자니 아~ 끔찍합니다.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만약, 그 시간에 지나다니는 투어 버스나 차량이라도 있었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나저나 사고 지점이 고립된 섬이기 때문에 저 트럭을 끌어내기에는 꽤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울릉도에는 터널에 열 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중 한두 개는 자연석으로 이뤄진 터널이며 나머진 인공 터널입니다. 인공 터널 중에는 이렇게 단선 터널이 있는데 신호를 기다렸다가 초록 불이 들어왔을 때 통과해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중간에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래서 신호 위반 감시 카메라를 붙이기도 합니다. 어떤 터널은 두 개를 연속으로 통과해야 하기에 초록불이 켜지면 부리나케 달려서 통과해야만 합니다.

 

 

신호 대기로 기다리다가 발견한 이것. 맹금류로 보이는데요. 몸 어디를 다쳤는지 제대로 날아오르지도 못하고 퍼덕이기만 합니다.

 

 

도로를 지날 때 투어 버스들이 정차된 곳에 서면 거기에 꼭 무언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사진은 버섯바위라고 합니다. 뜨거운 용암이 수중에서 폭발할 때 생성된 미세한 화산쇄설물이 퇴적인 응회암으로 겹겹이 쌓인 지층이 차별침식을 받아 버섯을 닮게 되었다고 합니다.

 

 

삼나물(표준명 눈개승마)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삼나물입니다. 울릉도에서 참고비와 함께 최고로 알아주는 나물로 말린 삼나물 100g당 소비자가가 13,000원입니다. 물론, 말린 것이므로 나중에 삶아서 불리면 양은 일곱 배로 늘어납니다. 삼나물은 여린 순만 먹으며, 원래는 독이 있어서 한번 삶아낸 후 햇볕에 바짝 말린 것을 판매하게 됩니다. 이를 소비자가 구입하면, 가정에서 20분간 물에 담근 다음, 끓는 물에 20분간 삶고, 다시 찬물을 부어 20분을 더 삶아내야만 비로소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랬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음식은 대표적으로 육개장을 비롯해 볶음과 무침이 있는데 식감은 여느 나물과 달리 꼭 고기를 씹는 듯 쫄깃쫄깃한 특징이 있습니다.

 

 

태하마을 울릉도 오징어

 

울릉도 브랜드를 달고 내는 오징어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울릉도 오징어이고 다른 하나는 태하마을 울릉도 오징어입니다. 맛과 품질은 태하마을 오징어가 단연 으뜸으로 알려졌습니다. 맛을 보자 굽지 않았는데도 질기거나 냄새가 나지 않았고, 짜지 않아 좋습니다. 울릉도 오징어라면 전부 해풍에 말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 풍에 건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태하마을 오징어가 맛과 가격에서 가장 으뜸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마른오징어 중 최상품질을 여러분이 보고 계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마른오징어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닿는 데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울릉도 해역은 제주도와 비슷한 환경과 수온(쿠로시오 해류의 영향권)을 보이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잡히는 각종 수산물이 울릉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홍해삼도 그중 하나죠. 도동항 일대 횟집에는 이렇게 해삼이 덕지덕지 붙은 걸 볼 수 있는데 해삼은 바닥보다 유리 벽에 붙은 것일수록 싱싱합니다.

 

 

표준명 가시배새우

 

닭새우니 독도새우니 하는 별칭을 가진 가시배새우입니다. 1kg에 15만원. 작은 것으로 세 마리면 100g이니 중간치와 합치면 스무 마리 내외 정도 나올 것입니다. 회로 먹으면 맛이 아주 그만이겠지요. 지갑 여실 분? ^^

 

 

울릉도 도동항

 

때는 4월 말이라 낚시 비수기인데도 이렇게 선착장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을 제법 볼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 해안 산책로

 

파도가 높으면 아예 산책로를 차단하지만, 적당히 일렁이는 날이면 길을 지나다 바닷물에 습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절벽에서 나무 한 그루가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위에는 울릉도가 자랑하는 신비의 나무가 있습니다. 수령 5~6천 년으로 추정되는 향나무로 울릉도 천연기념물 제1호입니다. 원래는 양갈래로 나누어진 형상을 하고 있는데 1985년 10월 5일, 태풍 브랜다에 의해 한쪽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부러진 원목은 어느 가게가 공매 입찰로 구입해 전시해 놓았다는데.

 

 

그것을 케이블카 타고 내려오는 길에서 우연히 발견하였습니다. 각종 향나무와 불교 제품을 파는 가게인데 보다시피 울릉도 천연기념물 제1호의 부러진 나뭇가지를 이렇게 신줏단지 모시듯 전시해 놓았는데요. 누가 10억에 사가겠다면 팔겠냐는 질문에 주인은 10억은 가게를 하면서 벌 수 있는 돈이지만, 이 나무는 세상에서 하나다. 고로 몇 억을 줘도 안 판다고 말합니다.

 

 

예수가 있었던 시대보다 훨씬 전인 5~6천년 경이었다는 사실이 실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러진 향나무는 건재했습니다. 이 향나무가 이슈가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모양.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과 비슷해 신비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종류를 알 수 없는 자라인데 실물을 박재 한 것입니다.

 

 

울릉도 도동항은 분명 관광의 중심지이지만, 조금만 걸어서 올라가면 이곳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골목골목 드러납니다. 그곳을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보잘것없는 낡은 화단인데 이날 따라 왜 그리 눈에 띈 걸까요?

 

 

'환상' 이름 잘 지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환상을 갖고 살아가기 마련이지요. 그 환상을 주점에서 이루는 건 부적절하겠지만 ㅎㅎ

 

 

울릉도에는 해커 피씨방이 있고 김밥 천국 대신 김밥 나라가 있습니다. ㅎㅎ

 

 

추억 돋는 이름이네요. ^^

 

 

외딴 섬이라 웬만하면 고쳐 쓰려고 할 것입니다.

 

 

도대체 몇 명이 보는 건지 ㅎㅎ

 

 

시골 두부의 맛이 기대됩니다. 그런데 장사는 제대로 하는 게 맞나요?

 

 

오징어호떡, 호박식혜 좀 맛보고 싶었는데 이날은 문 닫았네요.

 

 

간판 한번 요란합니다. 토종 순대국이란 말이 좀 끌리기도 하고

 

 

좀 더 울릉도 사람들의 거주지로 올라가 봅니다. 어촌이라 다방이 몇 군데 보이는군요.

 

 

옛날 통닭의 느낌. 지나가면서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다음에는 꼭.

 

 

이런 곳에서 만드는 아구찜은 어떤 맛일까요? 분명 밤이 되면 식당 불이 켜지면서 울릉도 토박이 말투가 문 사이로 새어 나오겠지요.

 

 

근처 식당에는 골뱅이를 삶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소라라고 부르네요.

 

 

울릉도는 나물 천국입니다. 심지어 버스가 오가는 길목의 담장에도 자라는 것이 나물입니다. 매연에 찌들 것이란 걱정은 들지만, 잘 씻어서 먹고 있기에 저렇게 잡초를 뽑아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잡초 때문에 나물이 잘 자라지 않거든요.

 

 

각종 국수와 스파게티를 취급하는 울릉도 면사무소를 지나

 

 

작은 공간에 당도합니다. 간판과 골목이 인상 깊어서 찍어두었는데 뭐 하는 곳일까? 궁금하던 찰나, 이날 저녁 일행과 함께 울릉도에서 근무하시는 공무원 한 분과(다음 블로거인 울릉도 갈매기님) 함께 술 약속이 있어 근방에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작은 공간으로 안내합니다. 저와 뭔가 통했나 싶기도 하고 궁금하던 찰나 들어가 보니

 

 

방석집 같은 간판 분위기와 달리 작은 술집이었습니다. 이쪽은 본관.

 

 

술집 입구에는 낚시한 사진들이 붙어 있고

 

 

이쪽은 별관인데 삼삼오오 즐겨찾기에 아주 아늑해 보입니다. 실제로 울릉도 주민들의 단골 술집이라면서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매콤한 낙지 볶음과 함께

 

 

술잔을 기울입니다.

 

 

저동항의 촛대바위

 

택시를 타고 저동항으로 넘어왔습니다.

 

 

표준명 띠볼락

 

도동항에 있던 난전이 지금은 공무원 단속으로 모두 사라지고(한번 큰 파도가 항을 덮쳐 난전의 일부가 바다로 휩쓸려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동항에 수많은 난전과 횟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횟집이 나오면 습관대로 수조를 살피는데 사진의 저것은 우럭이 아니죠. 우럭과 비슷한 참우럭입니다. 표준명은 띠볼락으로 조피볼락(우럭)보다 심해에 사는 맛이 좋고 귀한 횟감이죠.

 

 

수조 전체를 보니 조피볼락(우럭)보다 띠볼락(참우럭)이 더 많이 든 것이 역시 울릉도답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옆에 누워있는 덩치 큰 녀석은 광어가 아닌 가자미로 표준명은 '찰가자미'이지만, 현지에서는 울릉도 가자미나 미역초 가자미 정도로 부를 것입니다. 횟감으로는 썩 좋은 녀석이 아니지만, 탕감으로는 최고입니다.

 

 

울릉도 답게 인근 해역에서 잡아들인 것으로 보이는 문어가 많습니다. 옆 찜통에서는 문어 삶는 구수한 냄새가 나는데 이 늦은 밤에 어떤 손님이 문어 숙회를 주문했나 봅니다. 이런 걸 삶아 먹어야 정말 맛있는 건데 서울에서는 가격도 그렇고 꿈도 못 꿉니다. ㅎㅎ

 

 

바닥에는 손질하고 남은 홍합 껍데기가 지천입니다. 그중 하나들 들어 올리는데 제 손이 보이질 않네요.

 

 

다시 고쳐 잡자 제 손이 마치 어린아이 손처럼 보입니다. 울릉도에서 나는 홍합은 전부 참담치로 우리가 평소 먹는 진주담치와는 종류가 다릅니다. 진주담치는 지중해에서 들어온 선박에 붙어와 국내 연안으로 씨가 퍼졌고, 한국 고유종인 참담치의 서식 영역을 밀어내면서 가장 흔해졌지만, 원래 우리 연안에 서식하던 진짜 홍합은 바로 이 녀석입니다. 참담치는 수심 깊은 곳에 붙어 있어 해녀와 머구리가 일일이 따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죠.

 

 

뒤집어서 냄새를 맡자 바다의 비릿한 향이 물씬 풍깁니다. 이렇게 보니 모양이 꼭 하트 같죠? ^^

 

"글 읽어주신 여러분 조..조아.. 아니 싸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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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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