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2시간, 서해 도보 포인트 대물 감성돔 낚시


 

 

 

서해 도보권 낚시는 저의 낚시 기반을 다지게 했던 고향과 같습니다. 릴 찌낚시의 불모지인 서울에서 직장인이었던 제가 주말을 이용해 바닷바람을 쐬러 갈 만한 곳은 경기도권.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해 달리면 충청도권에 이릅니다. 그보다 먼 곳은 여건이 되지 않아 생각할 수 없었던 주 6일제 직장인의 비애랄까요. 불과 8년 전의 제 모습이 그랬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실 수많은 직장인 독자분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초보 낚시꾼이었던 것입니다. 올챙이 적 시절에 갖은 역경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던 곳이 바로 서해권 방파제와 도보권 갯바위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낚시는 무모하면서도 패기 넘쳤습니다. 밑걸림은 어찌나 많았는지 아우~ ^^; 지금이야 동, 서, 남, 제주도와 대마도까지 낚시하러 다니지만, 돌이켜보면 서해 낚시가 가장 어려운 것 같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서해권에서의 감성돔 낚시는 그 어느 지역보다 난이도가 높습니다. 최대 8m에 이르는 고저 차, 그로 인한 잦은 수심 변경, 터무니 없는 낮은 수심, 빠른 조류, 여기에 물속에 잠긴 바위에는 대부분 따개비와 굴이 붙어 있어 일단 밑걸리면 채비 손실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도 해마다 이맘때면, 기록을 경신할 절호의 기회에 기분은 한껏 들뜹니다. 남해 쪽은 산란 감성돔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서해는 이맘 때 반짝 낚이는 감성돔과 숭어 외에 딱히 노릴 만한 어종이 없어 그야말로 언감생심입니다. 그래서 아카시아 꽃이 활짝 열릴 5월 중순부터 6월까지는 한두 번이라도 감성돔 기록 경신을 위해 출조를 나가게 됩니다. 물론, 산란이 임박한 개체이면 방생을 기본 전제로 깔아두고서 말입니다.  

 

 

일행과 함께 도보 포인트로 진입 중이다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이곳 서해도 도보권 포인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산을 좀 타야 합니다. 작은 어촌 마을에 차를 대고 올라가면 나지막한 야산이 하나 나오며,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숲길을 헤치고 쭉 들어가면 바닷가가 나옵니다. 자세한 포인트 위치는 공개할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가는 이곳은 현지꾼 몇 명이 고기를 빼먹는 자리로 실상은 낚시할 만한 포인트가 몇 자리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외지인들에게 포인트가 낱낱이 공개되면, 그로 인해 몸살을 앓을 것이고 현지꾼들의 원성이 자자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포인트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막판에 내려가는 산비탈은 정말 가파릅니다. 그래서 밧줄을 잡고 내려가라고 엮어 놓았는데 짐이 많으니 잡을 손도 없고 살짝 혼쭐났습니다.  조심조심 내려가자 갯바위가 훤히 드러납니다. 평일 이른 아침인데도 먼저 와 계신 두 분의 현지꾼. 그중 한 분은 인낚에서 활동 중인 '솔머리'님으로 안면이 있습니다.  

 

 

반대편은 굴곡이 심한 갯바위가 쭉 펼쳐지고 있으며, 그곳에서 주민이 뭔가를 캐고 있습니다. 서해권 지형이야 이런 식으로 완만하게 들어가니 수심은 2~4m 수준이지만, 지형의 굴곡이 심해 낚시 난이도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보다시피 갯바위 자체는 넓은데 감성돔이 나올 만한 자리는 3~4자리 정도. 그중 비어 있는 자리에 밑밥통을 놓고 낚시 준비에 들어갑니다. 이날은 4물로 약 4m의 고저 차가 발생합니다. 만조에 이르면 사진에 보이는 곳은 모두 잠기기 때문에 짐은 최대한 후방의 높은 곳에 올립니다. 그런 다음, 주걱부터 꺼내 스무 주걱 가량 품질해 놓고 채비에 들어갑니다. 

 

 

지금 시기, 서해권에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조간대에 저런 해초들이 쫙 깔려서 발판이 굉장히 불편하고 미끄럽습니다. 운동화나 등산화는 아예 밟을 엄두조차 나지 않기에 갯바위 장화는 필수입니다. 

 

 

3B 반유동으로 시작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NS 알바트로스 1-530

릴 : 오쿠마 25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2.5호 (세미 플로트)

어신찌 : 쯔리겐 블랭크리스 3B,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토레이 SS 토너먼트 1.7호

바늘 : 감성돔 바늘 3호

봉돌 : B + g2

 

이날 물때는 4물, 날씨 양호, 간조는 오전 7시이고 만조는 1시로 예정. 포인트 수심은 간조때 1.5~2m, 만조때 3~4m. 바람 없고 잔잔한 파도에 홈통이라 조류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 처음에는 3B 전유동을 생각했다가 굴곡이 심한 지형이라 잦은 밑걸림이 염려돼 3B 반유동으로 가닥을 잡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준비를 마치고 첫 캐스팅 하니 찌가 잠방잠방한 상태로 보기 좋게 흘러갑니다. 지금 시즌은 산란기에 접어든 감성돔을 대상으로 하기에 아무래도 예민한 감성돔을 꼬드기기에는 저부력 반유동이 좋을 것이며, 남은 여부력은 철저히 깎아 찌톱을 수면과 일치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 B봉돌 두 개(B+B=3B)를 달았더니 찌가 가라앉아서 B+g2로 바꾸자 딱 보기 좋은 상태로 흘러갑니다.

 

이날 처럼 잔잔한 바다에서 여부력을 예민하게 맞추고 나면 왠지 마음이 든든해진다랄까.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배전도 높은 로스팅의 진한 향을 음미하면서 찌를 응시할 때의 기분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 만큼 감동적입니다. 이러려고 낚시하는가 싶기도 하고요. 저러다 갑자기 푹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심장이 쿵쾅쿵광. 언제 들어가나 노심초사하며 찌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할 때 골치아픈 세상 사는 금새 잊힙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와 찌를 잇는 2차원적 공간만이 존재하는.. 그래서 낚시를 모르는 혹자들은 찌와 교감을 나누는 꾼들을 일컬어 공허하고 외로운 취미라 여기기도 하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강력한 자기장처럼 찌와 나 사이에는 꾼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낚시의 매력과 빠져드는 힘의 원천. 그것은 드넓은 바닷속 꿈틀거리는 생명체로부터 전해지는 것이기에 한번 잡은 낚싯대를 평생 놓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현지꾼은 숭어를 잡는다며 홈통 입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입질이 들어와야 할 시간대지만, 아직은 잠잠합니다. 잘 흐르던 찌가 주춤하면서 잠길듯 말듯한 시늉을 보입니다. 전형적인 해초 걸림의 표시지만, 가끔 대물 감성돔이 저런 약은 입질을 보일 때가 있어 섣불리 챌 수 없습니다. 찌에 진전이 없자 낚싯대를 살짝 들어봅니다. 초릿대가 슬그머니 구부러지지만, 별다른 입질이 없어 걷어보면 어김없이 해초가 붙어 나옵니다.

 

해마다 4~6월이면, 감성돔 수심 얕은 내만으로 들어와 해초에 부착성 알을 붙입니다. 해초가 많고 조류가 완만하며, 방향상 일조량이 좋은 이곳은 감성돔의 산란장으로 적합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해초 더미에 걸리면, 크릴은 해초에 가려진 채로 놓이므로 감성돔은 물론, 잡어 조차 미끼를 발견하고 달려들 확률이 현저히 줍니다.

 

처음에는 지형의 굴곡을 파악하기 위해 봉돌을 바늘 가까이 내려서 탐색했다가 지금은 봉돌을 모두 도래 쪽에 붙이고 흘려봅니다. 목줄 길이는 이곳의 낮은 수심을 감안해 1.7m 정도. 봉돌을 도래 쪽에 붙였으니 1.7m의 목줄이 완만한 속조류를 받아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굴곡이 심한 지형에서는 크릴이 일종의 수중찌 역할을 하면서 해조류가 붙은 수중여 주변을 효과적으로 훑게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입질이 닿는데..

 

 

25cm급 우럭

 

갯바위에서 잡은 것치고는 괜찮은 씨알의 우럭이 올라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싶어 적당한 긴장감으로 흘리자 어린 우럭들이 연타로 입질합니다. 아직 감성돔이 안 들어왔나?  

 

 

한동안 잠잠하던 일행도 작은 우럭을 올리면서 워밍업을 끝마쳤습니다. 제 조행기에는 무척 오래간만에 등장한 최필님. 최근 둘째를 출산한 젊은 아빠로서 육아와 회사 일을 병행하다 보니 낚시를 아예 하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이번 출조가 올해 첫 출조라는데요. 아무쪼록 짜릿한 손맛을 보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둘이서 사이 좋게 1~2마리씩 잡는 것이고, 그게 어렵다면 체면을 생각했을 때 저라도 잡아내는 편이 조행기와 월간지 칼럼을 생각해서라도 좋은데, 실제로는 내심 최필님이 기록을 경신할 만한 대형 감성돔을 낚아 올리길 기대했습니다. 지금 도보권에는 감성돔이 많이 붙었습니다. 바로 전날에는 원투낚시에서 59cm가, 찌 채비에는 55cm가 낚이는 등 대형급 위주로 하루 몇 마리씩 배출하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이어서 내게 올라온 작은 우럭

 

또다시 입질이 닿지만, 아쉽게도 어린 우럭

 

초들물을 넘어 중들물이 들면서 잡어 활성도는 살아나고 있습니다. 잡어라고 해봐야 이곳 서해권은 우럭 아니면 놀래미 정도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록, 감성돔이 낚이지 않더라도 우럭, 광어, 놀래미는 최대한 잡아낼 수 있어야 그 채비가 감성돔을 부른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쥐노래미가 걸려든다

 

찌가 깜빡하고 들어갈 때마다 뭐가 걸려들지 모르니 스릴은 있는데 계속해서 우럭과 놀래미가 걸려들면서, 감성돔의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만 갑니다.

 

 

오전 10시. 약 2시간 반 동안 던지고 감고 흘리고 품질하면서 정신없이 낚시했습니다. 중간에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를 향해 갑니다. 감성돔의 입질 시간은 점점 멀어져가는 대신 물때는 이런 얕은 만에서 가장 확률 높은 만조가 다가옵니다. 아침에 물이 쫙 빠졌을 때 지형을 봐두거나 사진을 찍어 놓는다면, 어디에 수중여가 있고, 어디에 골창이 있는지 알기 때문에 낚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어린 쥐노래미가 자꾸만 걸려든다

 

꾸준히 밑밥치고 노렸던 자리에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홈통 입구를 노려봅니다. 홈통 입구는 들물이 들 때 감성돔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경로입니다. 이럴 때는 조류가 맞은편 홈통 방향으로 흘러가 줘야 그곳에서 맞고 돌아 나온 지류가 형성돼 좋은 포인트가 형성되는데 지금이 꼭 그렇습니다. 일단 분위기는 잘 조성됐는데 이 녀석들이 포인트 내로 들어와 있는데도 입을 다문 것인지, 아니면 해가 떠서 멀리 빠진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홈통 맞은편에는 숭어를 노리는 현지꾼이 세월을 낚고 있다

 

이제나저제나 입질을 기다려보지만, 바다는 말이 없고

 

이날 솔머리님의 감성돔 조과

 

이날 이곳에서의 유일한 감성돔 조과는 현지 낚시에 정통한 솔머리님이 올렸는데 최근 상승세가 가파릅니다. 새벽에 쏙 미끼를 꿴 원투 낚시로 전날에는 59, 53, 32cm로 세 마리를 올렸고, 이날 새벽에는 40cm를 조금 넘기는 한 마리에 그쳤습니다.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은 감성돔이 해가 뜨면 잘 안 문다는 것입니다. 물때도 중요하지만, 이른 아침에 물때까지 맞아야 가장 좋은 기회를 맞는다는 것입니다.

 

 

어느새 숭어꾼들이 들어와 낚시를 시작한다

 

바닥에서의 약은 입질을 견제로 받아낸 노래미

 

한동안은 지루한 낚시만이 이어졌습니다. 조류가 오락가락하더니 급기야 멈추면서 간간이 이어지던 잡어 입질마저 뚝 끓깁니다. 크릴은 족족 살아서 올라오고, 최대한 롱캐스팅해 저 멀리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을 감성돔을 노려도 보았지만 아직은 허사입니다. 시간은 오후 1시 반. 만조에서 초썰물이 이어질 즈음, 정체된 조류가 다시 꿈틀거리면서 잡어 활성도가 살아납니다. 최필님은 노래미를 낚는 동안 제게는 찌가 쭈욱 빨려 들어가는 꽤 그럴싸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반사적으로 채니 순간 묵직함이 전해지는 듯한..

 

 

그 느낌은 착각이었고 웬 광애 한 마리가 올라옵니다. 녀석의 성급한 입질 덕에 오랜만에 시원하게 들어가는 찌를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30cm가 될까 말까 한 광어

 

귀엽죠? 길 가다 보면 9,900원짜리 광어를 파는 게 딱 저 사이즈입니다. 500~600g 정도 나가는 어린 양식 광어.

 

 

 

"잘 가거랏"

 

안 다치게 바늘을 빼서 집으로 돌려보냈으니 다음에는 8짜로 훌쩍 커서 제 손에 안겼으면 좋겠습니다.

 

 

둘이서 감성돔 낚시를 할 때는 서로 다른 수심으로 흘리는 것이 감성돔의 입질 수심층을 파악하기에 좋습니다. 똑같은 바닥층을 노리더라도 상황에 따라 미끼를 바닥에서 살짝 띄웠을 때와 질질 끌게 할 때의 입질 확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누구 한 사람에게 감성돔을 올리면, 그 사람의 수심층을 참고합니다. 여기서 최필님은 조금 깊게 해서 크릴을 바닥에 끌었고, 저는 약간 띄워서 흘린 결과 최필님은 상대적으로 놀래미가, 저는 우럭이 많이 잡힌 편이었습니다. 근방에 감성돔이 몇 마리 들어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얄궂은 숭어들이 주위를 빙빙 돌며 약 올립니다. 숭어는 붉은색 계열을 인식하기에 찌를 보면 박치기를 하는 등 관심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날 낚시는 이렇게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고기는 전역에 붙었지만, 이날은 물때가 맞지 않아 동트기 전에 나온 감성돔이 유일한 조황이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같은 장소로 들어가 복수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 낚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모시고 들어갑니다. 제 조행기에 등장한 지 무려 2년 만이로군요. 과연 이번에는 대물 감성돔 낚시가 성공할 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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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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