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주어지는 맛


 

 

세 번째 책을 집필 중이다. 소라와 골뱅이 손질법에 관한 원고를 쓰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참소라와 삐뚜리 소라, 논골뱅이를 사 왔는데 주인아저씨가 논골뱅이를 백골뱅이라면서 팔고 있다. 가격은 1kg에 18,000원. 골뱅이 중의 최고가 바로 이것(백골뱅이)란다. 그래서 일러줬다. 백골뱅이가 골뱅이 중에 최고인 건 알겠는데 지금 파시는 건 백골뱅이가 아닌 논골뱅이라고.

 

"논 뭐시기라고요?"

 

상인 아저씨는 처음 듣는 이름이란다. 그러니까 지금 아저씨가 팔고 있는 이 골뱅이는 지역에 따라 똥골뱅이, 흑골뱅이라 부르는 논골뱅이라고 일러줬다. 그제야 아저씨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아는 눈치다. 지금은 백골뱅이가 잘 나는 철이 아니니 실물을 확인시켜줄 방도가 없지만, 대략 논골뱅이의 3~4배 크기이고, 밝고 윤기 나는 베이지색이라 하였다. 

 

수산시장을 돌고 상인과 이런저런 말를 섞다 보면, 딱히 속이려고 하기보다는 해양 생물 종에 관해 정확히 모르고 파는 이들이 태반이다. 수년을 장사했을 상인이 논골뱅이와 백골뱅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팔고 있었다니. 가령, 옆집에서 물가자미를 참가자미라 팔기 시작하니 나도 덩달아 팔게 되었다거나 하는 경우도 태반이고. 고둥을 고동으로 잘못 표기한 건 애교에 불과하다. 명칭이야 차차 고쳐 나가면 되는 문제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가격만큼은 잘못 받아선 안 된다. 

 

어쨌든 원고는 써야 하니 소라와 골뱅이를 가져와 사진을 찍고 삶고 손질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담고 하는 작업을 마쳤다. 딱히 소라와 골뱅이를 찾아 먹을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덤으로 주어지는 이 한 접시에는 책을 내기 위한 작은 노고의 결과가 들었다. 이제 맛있게 묵자. ^^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82)
유튜브(입질의추억tv) (590)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4-25 00:54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