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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감용 병어 회뜨는 방법(덕자병어 회뜨기)
덕자병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덕자병어입니다. 6~7월, 제철을 맞은 병어는 산지에서 공수돼 선도에 따라 횟감용과 조림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해마다 조업량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병어 맛을 알아버린 중국이 대량으로 사 가고 있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이날 저는 '횟감용'이라고 판매되고 있는 병어를 구입했는데 원래 목적은 이 글을 쓰기 위함이 아닌, 해마다 병어 철이면 갑을박론이 있었던 병어와 덕자병어와의 차이를 설명하고자 함입니다.
<사진 1> 표준명 병어
#. 병어와 덕자병어의 차이
엊그제 병어와 덕자병어의 차이에 관해 글을 올렸지만, 복습하는 차원에서 또 다른 고해상도 사진으로 잠시 짚어보고 회 뜨는 방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병어과 어류는 표준명 병어와 덕대 뿐입니다. 이 둘은 생김새가 거의 같으므로 단순히 형태와 색으로는 구분이 어렵습니다. 병어와 덕대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포인트는 파상물결무늬로 측선으로 이어지는 이 물결주름이 <사진 1>과 같이 넓게 퍼져있으면 병어입니다.
<사진 2> 표준명 덕대
반면에 측선으로 이어지는 파상물결무늬가 퍼지지 않고 아래쪽으로 좁게 나타나면 덕대입니다. 다시 말해, 병어는 이 무늬가 넓게 퍼져있고, 덕대는 좁은 특징을 가집니다. 꼬리지느러미의 길이를 보는 방법도 있지만, 병어과 어류는 어획 시 발버둥에 의한 훼손이 잦고, 일부는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지는 덕대를 병어로 둔갑하기 위해 길이가 긴 아래쪽 꼬리지느러미를 잘라 위쪽 꼬리지느러미와의 길이를 맞추기도 하므로 이 두 어종을 구별하기에는 파상물결무늬를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로써 병어와 덕대의 차이는 위의 두 사진으로 충분히 설명되지만, 덕자병어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는 상인은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대다수 상인이 덕자병어를 덕대로 착각하면서, 병어와 다른 종으로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에도 썼듯이 우리나라 연근해에 서식하는 병어과 어류는 병어와 덕대 두 종류뿐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덕자병어는 일반 병어의 파상물결무늬와 같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던 덕자병어는 단지 병어가 성체로 크게 자란 것일 뿐, 종이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덕자병어가 크기 때문에 병어와 다른 종이라고 말하지만, 원래 병어와 덕대는 60cm까지 자라는 중대형 어류입니다. 흔히 유통되는 손바닥만 한 병어(일명 자랭이병어)는 은백색이 빛나지만, 이것이 30cm 이상 성장함에 따라 지느러미 주변부를 중심으로 거무스름하게 변하고, 심지어 지느러미 모양도 변하기 때문에 다른 어종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지, 실제로는 병어와 덕자병어는 같은 종이며, 병어와 구별해야 하는 것은 덕자가 아닌 덕대입니다.
식칼로 비늘을 긁는다
병어는 크기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불리는 출세어로 볼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씨알은 주로 병치, 자랭이 병어로 불리고, 중치급은 병어라 불립니다. 사진의 병어처럼 몸길이 30cm 이상이면 덕자병어라 할 수 있습니다. 산란기인 여름에는 뼈가 연하므로 특별히 대형급 병어가 아닌 한, 뼈째 썰어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뼈째로 썰어야 하는 특성에 포를 뜨거나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됩니다. 회 뜨는 작업이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쉬운 횟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비늘부터 꼼꼼히 긁어내야 합니다. 항상 생선 비늘은 배와 목살, 옆지느러미를 들추었을 때 사각지대가 나옵니다. 이들 부위를 더욱 꼼꼼히 쳐주는데 병어 비늘은 작고 연해 식칼로 쓱쓱 긁어주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물로 한 차례 씻어준 뒤 옆 지느러미를 제거합니다.
이어서 사진과 같이 칼집을 냅니다. 칼집은 앞뒤면 모두 내야 합니다.
이 상태에서 머리를 천천히 당기면
내장과 함께 딸려나옵니다.
내장이 있었던 부위에는 여전히 핏덩이나 불순물이 남아 있으므로 칼로 깔끔히 긁어냅니다.
여기까지 했다면, 수돗물에 씻는데 내장이 빠진 속을 꼼꼼히 닦아내기 위해 철수세미로 내장을 감싼 막을 긁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병어는 껍질째 썰어 먹는 횟감이므로 비브리오 균에는 매우 취약합니다. 여름에 생선회를 잘못 먹고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리는 원인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껍질째 썰어 먹는 병어에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수돗물 다시 말해, 담수에 씻어 비브리오를 멸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비브리오 균은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발병하는데 주로 생선 비늘과 아가미, 껍질에 붙어 있습니다. 대부분 위생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설령, 비브리오가 우리 몸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면역력을 갖춘 성인 남녀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병어처럼 껍질째 썰어 먹는 회를 당뇨나 간 질환을 보유한 고령자가 잘못 섭취하면, 면역력 결핍에 의한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발병률은 고령일수록 또한 남성일수록 확률이 높으며, 당뇨와 간질환자에게 특히, 취약합니다. 비브리오 균은 민물에 수 초간 닿으면 사멸하므로 흐르는 민물에 씻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씻은 병어를 깨끗한 행주나 키친타월로 닦아냅니다.
이제부터는 통째로 썰기만 하면 됩니다. 먼저 노란색 점선을 따라 등과 배, 꼬리지느러미를 제거합니다.
몸통의 꼬리 쪽으로 갈수록 척추뼈가 가늘어지므로 화살표 방향을 따라 뼈째 썹니다.
몸통의 상단 부분은 가운데 척추뼈를 피해 세로 썰기를 합니다.
이어서 몸통의 뱃살 부분 역시 척추뼈를 피해 세로 썰기를 합니다. 병어 회 뜨는 방법은 이게 끝입니다. 포를 뜨거나 껍질을 벗겨내지 않아도 되니 매우 손쉽죠? 글을 여기서 마치려다가 완성된 회를 보여주지 못한 이유는 설명해야 할 것 같아 잠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 회의감
설명은 여기까지 했지만, 실제로 회는 썰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사진의 병어가 횟감으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선도였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병어와 덕자병어의 차이점을 쓰기 위해 병어와 덕대를 한 자리에서 구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덕대를 좀처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축 건물과 구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모두 훑어보았는데 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간신히 병어와 덕대를 함께 파는 상회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상인은 병어와 덕대를 구분하지 못하였고 그냥 함께 팔고 있습니다.
일단 어렵사리 덕대를 발견했으니 여기서 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왕이면 횟감용으로 구입해 병어와 덕대의 회 맛도 함께 비교하고 싶었지만, 해당 상회는 맛이 가버린 병어를 버젓이 횟감용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결국, 선도가 엉망인 병어와 덕대를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 했던 당시의 상황. 이런 말도 안 되는 생선을 말도 안 되는 가격(병어는 1.5만원, 손바닥만 한 덕대는 만원)에 사면서까지 글을 써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들더군요. 병어로 글 써서 경제적인 득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덕자병어를 물어도 십중팔구는 그게 뭔지 모르는 혹은 처음 들어볼 정도로 관심 밖의 생선인데 잘못된 정보 하나 바로 잡겠다고 이렇게 자비 들이고 시간 써가면서 글을 써야 할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덕대는 사진 촬영만 하고 버렸습니다. 선도가 너무 좋지 못해 조림을 했지만, 살에서 썩은 내가 나 전부 버려야 했고, 아까운 식재료만 날렸습니다. 15,000원에 구입한 횟감용 덕자병어는 끝까지 횟감으로 살리기 위해 아래와 같이 처리했습니다.
통째로 포를 떠서 얼음물에 1차로 소독합니다. 그리고 썰어 먹으려고 했는데 여전히 선도가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고등어 초절임(시메사바)의 소독 방식으로 굵은 소금과 식초에 10분간 재워도 보았습니다. 물로 헹구고 물기를 닦았는 데도 회로 먹기에는 곤란한 선도입니다.
결국, 15,000원짜리 덕자병어는 순살로 구웠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못하면 버려야 했는데 맛은 있군요. 우리 딸도 잘 먹고 ^^;
노량진 수산시장의 선도 장난은 그냥 넘길 수 없어 한 마디 적습니다. 최근 신축 건물과 구 노량진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이들의 간극 차가 상인들 간의 불화만큼 크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횟감용 병어에 한해서 말하자면, 선도는 신축 건물 쪽이 좋고, 가격은 구 노량진 쪽이 좋지만, 바가지는 신축 건물 쪽에 있고, 구 노량진은 선도가 엉망입니다. 이러한 차이를 잘 알고 방문하시고, 목포 쪽에 믿을 만한 수산물 카페를 통해 횟감용 병어를 주문해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 상황에 잘 맞는 구입처를 확보해 싱싱하고 맛있는 병어회를 드시기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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