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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값이 돼버린 제주 은갈치. 별 볼일 없는 크기인데 마트에서는 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맛은 정말 좋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지갑 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것은 수입산 갈치. 아무래도 제주 은갈치 맛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수입산 갈치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겠지요.
최근 몇 년 동안 갈치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부쩍 늘었습니다. 취미도 되지만, 무엇보다도 귀한 은갈치를 잡아 올리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갈치낚시를 업으로 삼고 갈치를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꾼들도 있습니다. 잘 잡는 사람의 경우 하룻밤 사이 100마리 이상 건져 올리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갈치는 어디서도 대접받습니다. 주말이면 낚시를 가겠다던 남편이 그리 웬수 같아 보여도 갈치낚시를 가겠다고 하면, 따듯한 밥을 지어 든든하게 먹이고 보낼 정도. 남들이 비싼 값을 치르면서 사 먹는 사이 제주 은갈치를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으며 한 달 반찬감이 든든한 기분이랄까요? 여기에 친지, 이웃들에게 나눠주면서 체면도 차릴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제법 대접받는 취미라 할 수 있겠지요. 낚시를 마치고 나면 거지꼴이 된다는 점이 함정이지만. ^^
오후 2시, 김포 공항
서울, 수도권에서 갈치낚시를 즐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자가운전으로 여수나 통영, 목포까지 가서 갈치 배를 타는 것.
2) 수도권의 갈치 낚시 출조점을 이용해 리무진 버스를 타고 여수나 통영, 목포로 가는 것.
3) 항공기를 이용, 제주도로 날아가서 갈치 배를 타는 것.
대부분 해봤습니다만, 운전의 부담과 체력적인 문제, 여기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3번을 추천합니다. 특히, 평일에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한다면 6~7만 원대에서 왕복 항공권을 얻을 수 있으니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매우 경제적이죠. 이날 저는 상원아빠님과 엘라님과 함께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갈치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대략적인 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후 2시 김포에서 제주로 출발 → 오후 3시 30분 제주도 도착 및 짐 찾기 → 오후 5시 출항 → 갈치낚시 → 새벽 5시 입항 → 아침 6~7시 식사 및 사우나 → 아침 8시 30분 제주 공항 도착 → 오전 9시 30분 제주에서 김포로 출발
오후 5시, 은갈치 1호에 탑승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찾고, 버스 주차장으로 나가면 출조점 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마트에 들려 간식거리를 사고 도두항에 도착하면 4시 30분 정도 됩니다. 5시 해경의 승선 인원 체크가 끝나면 출항. 짐은 배낭 하나로 충분하지만, 저의 경우는 카메라가 있고, 다음 날 사우나를 하고 갈아입을 여분의 옷과 식칼(꽁치 미끼 썰 때 필요)을 챙겨야 하기에 짐을 수화물로 부쳐야 했습니다.
칼은 배에서도 제공하지만, 녹이 슬어 있거나 칼날이 무뎌 있어 현장에서 갈아 써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웬만하면 개인이 칼을 준비해 오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 준비물이라고는 면장갑과 비닐장갑(선택), 쪽가위 정도입니다. 갈치 장비가 있으면 가져오고 없으면 대여해 줍니다.(대와 전동릴은 각각 1만 원씩).
채비(본줄), 바늘, 쇠추는 배에서 제공. 식사와 사우나도 제공, 집어등은 개당 만 원씩 판매. 그러니까 항공료와 선비만 지불하면 간식거리 외에는 딱히 들어갈 돈이 없습니다. 물론, 갈치 낚시란 것이 선비 자체가 적은 비용은 아닙니다. 그 돈이면 사 먹고 말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강태공의 마음이 어디 그렇겠습니까? 게다가 이 일에 익숙하면, 비용을 뽑고도 남을 만큼 잡아갈 수도 있기에 차라리 갈치낚시를 빨리 터득하는 편이 중장기적으로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바다가 하는 일입니다. 갈 때마다 호조황일 수는 없겠지요. 이날도 이틀 전에는 호조황이었다가 전날에는 좋지 못했습니다. 하루하루 조황이 다르고, 변수가 있는 것이 바닷일입니다. 갈치낚시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갈치 조업이나 다름 없겠죠. 조업의 즐거움을 위해 갈치는 덤으로 얻는 부산물로 생각하는 편이 어쩌면 편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에서 출발한 배는 약 1시간 정도 나갔습니다. 북쪽으로 올라갔다기보다는 성산 쪽으로 이동하느라 시간이 걸린 듯한데요. 이는 갈치 씨알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 연달아 태풍이 지나가면서 이 일대 앞바다가 수시로 뒤집혔습니다. 때문에 씨알이 안정되려면 한 물때 정도 지나야지 않을까 싶은데 그나마 최근에 씨알이 괜찮게 나온다는 지역이 성산 쪽인 것 같습니다.
오후 6시, 배가 자리를 잡고 풍을 놓습니다. 이때부터는 이동 없이 한 자리에서 끝까지 낚시합니다. 꾼들은 빨리 담가보고 싶은 마음에 마음이 바쁩니다. 낚시는 손맛이고 여유라지만, 갈치낚시만큼은 그런 게 있을 리 없습니다. 다들 한 쿨러, 아니 두 쿨러를 생각하고 온 것인지 표정들이 진지하고 비장하기까지 한데요. 이때 갑자기 아내의 목소리가 메아리쳐서 들립니다.
"오뽱~ 많이 잡아와. 쿨러 채우지 못하면 올 생각 하지마"
사실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2~3지짜리 갈치로 채워봐야 무슨 소용. 이왕이면 4지는 넘을성싶은 갈치로 반 쿨러만 채워도 본전 뽑는 게 갈치낚신데. 어쨌든 저는 일 년 만에 하는 갈치낚시라 설렘도 있지만, 마음의 부담감이 상당합니다. 이날 저를 따라 갈치낚시 체험을 하겠다던 상원아빠님과 엘라님은 다른 장르의 낚시는 섭렵했어도 갈치는 이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갈치낚시가 처음인 분들을 양쪽에 두면서 촬영까지 해야 한다는 중압감. 이런 깜깜한 망망대해에서 잡지 퀄리티의 사진을 뽑아야 하는데 과연 그게 제대로 될지는 예측 조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화투로 자리를 뽑은 결과가 하필 배 중간 자리라니. 조과에 지장이 생기는 자리는 아니지만, 공간이 좁아서 장시간 낚시하기에는 다소 불편합니다. 조명도 앞뒤로만 밝고 중간에는 어두워서 셔터스피드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듯. 이것저것 따지니 초반부터 살짝 김이 샜는데 이것이 이날 제게 주어진 상황이니 어쩌겠어요. 헤쳐나갈 수밖에.
낚시 시작하자마자 상원아빠님이 요상한 물고기를 낚아 올립니다. 무슨 어종이냐는 질문에 섣불리 답하기 어려운 녀석. 아무리 저라도 바닷속에 사는 수백 수천 종류를 꿰뚫고 있지는 못합니다. 다만, 이 녀석은 어류도감에서 슬쩍 본 적이 있어서 기억이 나는데 형태적으로는 농어목 전갱이과임이 확실.
표준명 민전갱이(오키아지, ウキアジ)
난방계 어종인 민전갱이입니다. 일본 남부에 주로 서식하는 아열대성 전갱이로 힘이 좋아 낚시 대상어로 인기가 있다고 쓰여 있지만, 일본에서도 이 어종은 흔치 않은 손님 고기 정도의 인식입니다. 살은 단단한 편이고 기름져서 생선회와 구이용으로 괜찮다고 알려집니다.
일단 기본적인 주변 스케치는 끝났으니 저도 낚시를 시작해 봅니다. 집에서 갈아 온 식칼로 꽁치를 반듯하게 썰고.
일곱 개의 바늘에 꿰서 던진 후 입질을 기다립니다. 낚시 초반에는 30~40m 권에서 입질이 잦아 수심을 35m 정도로 세팅. 초릿대가 두둑거리며 반응이 올 때마다 엔돌핀이 솟습니다. 비록, 손맛은 없는 낚시지만, 앉아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그런데 초릿대 움직임이 좀 이상합니다. 고개 숙인 벼 마냥 지그시 잡고 들어가야 할 초릿대가 오도방정을 떨고 있으니 빨리 올리지 않으면 채비가 엉킬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캐스팅 결과로 고등어만 다섯 마리. ㅠㅠ 씨알은 시장 고등어 사이즈로 훌륭하네요.
두 번째 캐스팅에서 은갈치 얼굴을 봅니다. 갈치낚시는 바늘에서 고기를 빼는 요령. 곧바로 미끼를 꿰 재빨리 채비를 투입하는 신속함. 여기까지 했으면 잡은 고기를 처리하고 꽁치 미끼를 미리 썰어 놓는 등의 작업을 일사불란하게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빠르고 정확할수록 갈치 조과가 향상된다는 사실. 낚은 갈치는 곧바로 쿨러에 집어넣고, 고등어는 현장에서 대가리와 내장을 빼낸 뒤 쿨러에 넣습니다. (익숙해지면 칼질 세 번 쓰윽으로 끝)
그사이 이미 들어간 채비는 갈치가 매달리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초릿대를 잘 봐야 하는데 저게 춤을 추지 말아야 합니다. 춤을 추면 고등어나 삼치일 확률이 높은데 대삼치가 걸리거나 씨알 굵은 고등어 3~4마리만 매달려도 1kg짜리 쇠추를 들었다 놨다 하기에 그때는 신속하게 채비를 걷어내야만 내 채비는 물론, 옆 사람과 엉킴을 방지할 수 있겠지요. 갈치가 물면 초릿대는 고개 숙인 벼처럼 겸손해집니다. 몇 번 투둑거리기만 할 뿐, 수면 아래로 기울며 기대감을 높입니다. 적당한 시점에서 걷어보니.
이번에는 제법 갈치다운 갈치가 잡혔습니다. 저 정도가 3~3.5지급인데 마트에서는 마리당 1.5만원 정도에 팔고 있지요.
이번에는 상원아빠님이 성난 삼치를 들어 올립니다. 삼치나 고등어는 바닥에 던져놔도 한동안 난동을 부리고, 가끔 줄이 엉키기도 하니 이럴 땐 목을 탁 꺾어버리면 피 빼기(시메)가 되면서 얌전해집니다.
상원아빠님은 이날 갈치낚시가 처음이지만, 몇 번 내리고 올리면서 감을 잡더니 이때부터 갈치를 한두 마리씩 올리기 시작합니다. 낚시를 참 빨리 배우는 사람. ㅎㅎ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면 갈치가 흉물이 되어 올라오기도 하죠. 채비를 담가둔 상태에서 화장실을 한번 다녀왔다가 뒤늦게 걷었더니 이 꼴이 되어 올라옵니다. 대부분 삼치 같은 육식성 어류의 소행인데 남은 대가리가 계속 까딱까딱 움직입니다. ㅠㅠ
시간이 갈수록 갈치 행방은 오리무중. 갈치 씨알이 작은 건지 고등어 씨알이 큰 건지 둘의 길이가 엇비슷합니다. 고등어가 계속해서 달려드니 아무래도 미끼에 변화를 줘야 할 때인가 봅니다.
바다에서 갓 건진 제주 은갈치, 너무 예쁘죠. 하지만 이건 미끼로
돈이 돈을 부른다지만, 여기서는 갈치가 갈치를 부릅니다. 씨알 선별에 대한 팁을 사무장으로부터 얻었는데 특별한 비법이 있기보다는 그냥 갈치를 뼈째 썰어서 써보랍니다. 그래서 이 녀석은 조금 아깝지만..
썰어서 미끼로 씁니다. 저야 주로 2지 사이즈를 썰어 미끼로 쓰지만, 사무장이 하는 걸 보니 3지 갈치도 가차 없이 미끼로 쓰네요. 매일 갈치 배를 타니 아깝지도 않은가 봅니다. 사실 2지만 해도 갈치 강정 해먹기 좋은 씨알인데.
중간에 멀미가 나서 잠시 누웠다가 나온 상원아빠님이 낚시를 제개합니다.
그리곤 제 발 앞에 대삼치 한 마리를 턱 하니 떨어트립니다. 주는 건가? 싶었는데 자신의 쿨러로 홀라당 집어넣는.. ㅎㅎ 다음에 이런 녀석이 걸리면 피부터 빼고 집어넣어야겠군요. 이 정도 씨알이면 뭘 해먹어도 맛있지만, 집에 좋은 김도 있겠다, 회를 쳐서 꿀꺽 ^^
초반 멀미 기운에 죽었다가 살아난 엘라님. 한두 시간 주무시고 일어나서야 이제 속이 편해졌다며 낚시를 시작합니다.
저녁 8시, 식사
갈치 낚기 바쁘니 대부분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일단 채비를 던져놓고 자기 자리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는 그냥 앞자리에 앉아서 먹는 편인데 그러면서도 이게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바빠서인지 다들 밥을 마시는 수준.
밤이 깊어가면서 갈치 씨알이 한결 나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3지 이상 벗어나질 못하는군요.
맨 앞쪽에 선 분은 14단 채비로 쉴 새 없이 걷어 올리고 있습니다. 남들이 한 쿨러를 겨우 채울 때, 저분은 혼자서 두 쿨러 채워갈 기세.
매번 한두 마리씩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던 갈치가 이번에는 세 마리나 올라옵니다. 슬슬 피치를 올려야 할 때인가.
초릿대의 느낌이 충만해지면 채비를 걷고 대를 세우는데 이때 얼마나 매달렸는지 감이 옵니다. 이번에는 다소 묵직한데요.
첫 번째 바늘에는 묵직한 고등어가 올라옵니다. 이런..;;
두 번째 바늘에는 그토록 염원하던 은갈치. 앗싸!
세 번째 바늘엔 뭐가 달렸을까? 갈치낚시는 이런 작업의 연속이고 밤새도록 하니 몸이 고되긴 하지만, 줄을 걷어 올릴 때마다 이런 설렘이 밤새 이어지기도 한다죠. 그 재미로 하는 것이지만.. ^^ 제주도 갈치낚시,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제주 갈치낚시 문의
제주 은갈치선단(010-9121-7913),
홈페이지 : http://www.eg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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