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새섬에서 벵에돔 낚시(눈살찌푸리게 만든 제주도 낚시)


    제주도에서 3박4일, 서울에서 온 우리부부는 중문 근처의 팬션에서 여정을 풀고 다음날 새벽 벵에돔 낚시를
    위해 서귀포항으로 향했습니다. 이 날  포인트로 잡은 곳은 새섬.
    하지만 지금은 영등철이라 조황이 좋지 않은데다 일기예보상 북동풍에 비까지 예보되어 있어 수중전이 불가
    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 혼자 낚시한다면 비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내와의 동반 낚시라 기상과
    낚시 여건은 언제나 신경쓰이기 마련입니다. 





    솔직히 말해 이번 제주도 낚시 출조, 쓸말이 없습니다.(조과에 한해서는요.)
    그래서 준비한 것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사진과 독백이였는데 쓰다 보니 오늘은 할 말을 좀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낚시꾼을 욕먹이게 하는 일부 비양심 낚시꾼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새벽 5시, 일찌감치 일어난 우리부부는 서귀포 인근의 낚시방에 들렀다.

    1) 벵에돔 낚시 천국답게 벵에돔만을 위한 집어제만 여러 종류가 있었습니다.
    2) 제주도는 에깅낚시의 천국답게 화려하면서 다양한 에기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3) 이 날 사용할 집어제는 '오로라', 왠지 이름부터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
    4) 크릴과 집어제는 분쇄기에서 혼합되어 나오는 중.


    새섬으로 출항, 이른 아침의 서귀포시


    채비를 준비하기전 따듯한 커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벵에돔 채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입질의 추억.

    오늘의 채비는 1호대 2500번 릴에 2호 원줄, 1.5호 목줄로 시작합니다.
    이 날 북동풍이 강하게 불고 비까지 내리는 가운데 영등철이라는 시기를 감안, 벵에돔들이 입질을 한다면 바닥층에서 올 것이라는 생각에 
    찌는 제로C를 사용, g2 수중쿠션을 달아 마이너스 부력의 잠수찌 형태로 공략에 나서봅니다.
    반면 아내는 일반 제로찌를 사용해 전층을 훓어 내려가는 체재입니다.


    손가락 돌리기로 바늘을 묶고 있는 아내

    이제 모든 채비가 완료. 벵에돔 낚시 시작!

    아내의 힘찬 캐스팅이 이어지는 가운데

    밑밥을 뿌리니 각재기(전갱이)새끼들이 시커멓게 달려듭니다.
    이걸로 봐서 오늘 낚시 망했구나 싶어요. 전갱이들의 습격에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


    잡어 분리가 전혀 안먹히는 전갱이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아내.

    심지어 맨바늘을 물고 올라올 정도로 전갱이의 성화는 심해지고 있는데..
     
    사진은 아내와 제가 동시에 전갱이를 걸어낸 모습입니다.
    미끼를 내리자마자 이 녀석들이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바닥층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벵에돔에게 갈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됩니다.
    입질이 워낙 왕성하다 보니 지가 참돔인 마냥 원줄까지 풀고 달아나는 전갱이들..
    얘네들을 어떻게 해야 쫒아낼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밑밥 뿌리기 중지"
    하지만 그마저도 소용없다면 오늘 낚시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전갱이(제주방언 각재기)

    아내는 좀 더 멀리 공략해보지만 그래도 올라오는건 전갱이들 뿐..

    한겨울에 비가 내려봤자 얼마나 내리겠냐고 생각한 제 예감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습니다.
    장대비를 연상케 할 정도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이제는 그칠줄 모르고 쏟아집니다.
    새벽공기가 찰 줄 알았는데 이 날은 반대로 해가 뜨자 더욱 더 차가워진 바람이 온몸을 급습합니다.
    급기야 손이 시려워 입에 갖다대는 아내.


    아내가 사용하는 낚시대가 빗방울에 촉촉히 젖었습니다.
    나오는건 여전히 전갱이들 뿐.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수면과 중층에서 판치던 녀석들이 이제는 바닥에서 입질한다는 것입니다.
    이걸로 미뤄볼 때 우리가 선 포인트에선 벵에돔이 아예 들어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벵에돔이 들어왔다면 이런 각재기들이 판을 칠 수 없을텐데 말입니다. 한숨만 푸욱 나오는 상황.
    슬슬 바람이 심해지고 빗방울도 굵어집니다. 떨리는 손으로 낚시대를 부여 잡은 아내를 보고 있자니 더 이상의 낚시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아쉽지만 내일을 기약하며 철수를 결정합니다.
    그렇게 배를 부르고 기다리는 동안 갯바위를 둘러보는데


    야영한 흔적이 있습니다. 방치된지 꽤 지난 듯한 모습이예요.
    갯바위 야영꾼들 이런건 자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침엔 낚시하느라 정신이 없어 지금에서야 둘러보는데..
    그동안 우리가 낚시 했던 곳은 갯바위가 아닌 쓰레기장이였습니다. 
    물론 갯바위 낚시하다 보면 이런 모습들이 그리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일부 낚시인들이 버리고 간 양심,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니깐요.


    이왕 눈에 들어왔으니 쓰레기를 주워봅니다.
    그런데 줍다보니 버려진 쓰레기 양이 해도 너무하단 생각이 듭니다.
    어쩜 이렇게도 무분별하게 버려질 수 있는 것일까?
    제가 선 포인트는 제주도에서 특히 서귀포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리라고 가이드께서 귀뜸해 줍니다.
    물론 눈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가지고 단언짓는건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저 멀리서 걷고 있는 올레꾼들이 이곳까지 와서 쓰레기를 버릴리 만무하고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갯바위에 들어와 버릴리도 만무합니다. 

    그럼 누가 버렸을까?
    갯바위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누군지는 낚시인들이 더 잘 알것입니다.
    저는 제주도 낚시하면 그래도 "청정하고 때묻지 않은 비경에서의 낚시"를 떠올렸는데 버려진 쓰레기가 이 정도로 많을 줄이야..
    제주도 낚시에 대한 환상이 다소 깨지는 순간입니다.
    제주도의 이미지란게 굳이 외국인들이 보는 시선만 생각할 게 아닌 저 처럼 멀리서 낚시하러 온 사람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들어 일본인들이 제주도로 원정 낚시를 하러 종종 온다고 합니다. 반면에 일본 대마도는 천혜의 낚시여건을 갖추고 있어 오래전부터 한국의 꾼들이
    오가고 있었는데 그로인해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대마도의 갯바위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대마도 갯바위에서 신라면 봉지, 한국 담배 케이스등이 다량 발견.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들로 현지에선 한국의 낚시인 이미지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그렇잖아도 낚시가 가정까지 팽개쳐진 이기적인 취미라는 주위의 안좋은 인식들이 있는데 일부 개념없는 꾼들이 물을 흐려놓고 있다는 점에서 슬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이드님과 제가 10분 동안 주워 담은 쓰레기입니다. 그 많던 쓰레기도 10분이면 담을 수 있었어요.
    낚시인들이 조금만 신경써 준다면 자신이 갖고 온 쓰레기 정도는 2~3분이면 챙겨갈 수 있을텐데..
    이런 풍경을 볼 때 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한 북동풍을 맞으며 낚시하고 있는 현지꾼

    청정지역 제주도, 깨끗한 제주바다


    그런데요. 이렇게 쓰레기를 담아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장소가 미비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선장들이 쓰레기 문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자기 배에다 못버리게 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항구에 도착해도 버릴 수 있는 곳이 마땅찮습니다. 재활용 분리는 고사하고 그냥 버릴 수 있는 쓰레기 통이라도 보이면 좋겠는데 버릴 곳을 찾는 것도 일.
    못찾으면 집까지 쓰레기를 모셔와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러니 갯바위 쓰레기를 누가 치우려고 하겠습니까?
    야영한 흔적을 보니 몇 일이 아니라 몇 달은 방치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나중에 태풍이 불고 바닷물이 뒤집어져 자연 정화가 되지 않는 한 우리들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갯바위에서 낚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관광객들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낚시인들,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는 자신이 처리하는 양심적인 모습을 보여줬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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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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